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29화 (129/237)
  • 129화. 22살, 인터넷 오디션

    “서바이벌 오디션......?!”

    박진경의 작은 실눈이 보름달처럼 큼지막하게 떠졌다.

    “수준 미달은 아웃, 실력이 좋으면 패스. 각 기획사 연습생 계약을 걸고 하는 겁니다. 수상자 상금은 한리버 이름으로 대기로 하죠.”

    딜을 강하게 걸었다.

    JYB가 나섰다면, 다른 기획사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

    이런 좋은 프로젝트를 놓칠 수 없었다.

    “정말 좋아요. 이래서 유한강 유한강 하나 보네요. 하하.”

    박진경은 신나 물개박수를 치며 눈하트를 날렸다.

    실력 있는 보컬을 볼 때 짓는 미소를 한강에게 내보였다.

    “제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요. 아마 이번 일로 오디션 시장이 크게 변할 겁니다.”

    상대가 좋아하니 말하는 사람도 즐겁다.

    한강은 자신이 들고 있는 모든 걸 꺼내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긍정적으로 변한다면 언제든 환영이에요.”

    박진경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여기서 연습생과 일반인들 가리지 않고 1차 2차를 통틀어 받는다면 시청자들을 더욱 자극하게 될 겁니다.”

    연습생들이야 오디션 경험이 다 있을 거라 크게 신기하지 않을 터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어떨까?

    오디션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할 터다.

    인터넷 방송이기에 가능한 실시간 방송으로 모든 걸 라이브로 대공개를 할 예정이다.

    전생에서처럼 녹화분을 편집해 내보내는 게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모든 방송을 채널별로 노출할 계획을 품었다.

    “회장님께 말하길 잘했네요. 전 회장님만 믿고 준비하도록 하지요.”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이쪽에서 준비를 할게요. 건물 하나를 오디션 세트장으로 바꿔야겠네요. 아마 이번 방송을 직접 보기 위해 오시려는 분들도 계실 테니 말이죠. 일명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기획은 머릿속에 입력된 상태.

    이걸 직원들에게 말해 전생보다 확실하게 구현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기대되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모든 준비는 이쪽에서 할 테니, 마무리되기 전까지 비밀 부탁합니다.”

    한강은 살며시 웃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할 일이 많네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주차장까지 배웅하겠습니다.”

    처음 세운 기획과 다르게 더욱 거대한 프로젝트가 꾸려졌다.

    “강사진 전부 내 방으로 모이라 하세요.”

    박진경은 한강을 보내고 연습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전부를 호출했다.

    기획사간 자존심 싸움이 될지도 모르는 지금 재점검이 필요하게 되었다.

    ***

    부릉!

    “저분은......?!”

    JYB 엔터테인먼트 1층 건물 앞을 서성이던 지윤의 눈으로 아주 익숙한 인물이 탄 차량이 주차장을 나와 도로로 진입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진짜 멋있다.”

    간간이 TV로 접하던 유명한 사람을 멀리서나마 봤을 뿐인데 가슴이 두근댔다.

    “나도 저분처럼 될 수 있을까...”

    오디션에 도전하긴 수차례.

    단 한 곳도 붙질 못했다. 매일을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노래에 임했지만, 어떤 기획사도 받아주지 않았다.

    다음으로 걸음한 곳은 대한민국의 대표 기획사 중 한 곳인 JYB.

    이젠 멀어져 보이지 않는 차량이 지나간 도로를 멍하니 바라보는 지윤의 시선은 반쯤 포기한 눈빛이다.

    매일 화이팅하며 꿈을 잡기 위해 도전을 하지만.

    가슴 한 켠엔 늘 탈락이란 두려움을 떠안고 다녔다.

    “아냐, 지윤아. 오늘은 반드시 합격하는 거야. 약해지지 말자......”

    지윤은 결연한 의지를 두 주먹에 담아 화이팅을 외쳤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지윤의 눈에는 타인의 시선 따위 들어오지 않았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당당히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음...... 노래는 정말 잘 부르는데, 우리와 맞지 않네요. 시장과 맞지 않고.”

    한강을 보내고 오디션을 보러 찾아온 지망생의 노래를 들은 박진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다르다는 이유로 지윤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불합격을 주었다.

    “......”

    강하게 쥐어진 주먹에 힘이 탁 풀렸다.

    정확히는 의지를 잃었다 보는 게 맞았다.

    “음... 지윤 씨.”

    무언가 고민의 시선을 던지던 박진경은 이내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였다.

    “......네.”

    지윤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이대로 떨어트리는 게 미안한 것도 있고 일단 지윤 씨가 이대로 노래를 포기하기에 아까워 말해줄게요.”

    진경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변했다.

    “......?”

    떨어트린 마당에 무슨 말을 하려나 생기를 잃은 눈으로 진경을 응시했다.

    “대신 우리가 밝히기 전에 지윤 씨만 알고 있어야 돼. 지켜주리라 믿고...... 곧 한리버에서 공개 오디션을 열 거예요. 그때 생각 있다면 참석해줘요.”

    “......아!”

    세상 슬픈 표정을 짓던 지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두 눈은 너무 놀라 미세한 떨림조차 없이 진경을 향했다.

    “이만합시다. 이상.”

    진경은 그 말로 뒤도 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희망을 잃던 눈이 다시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정말로. 반드시... 오디션에 뽑히고 말겠어.”

    정확히 어떤 오디션인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지윤은 다시 주먹을 꾹 쥐고 오디션장을 벗어났다.

    ***

    2006년 3월 봄.

    유한강은 보유한 가장 넓은 건물을 선택해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본래 나이트 건물로 사용되던 건물인데, 그간 사용 용도가 떠오르지 않아 방치된 건물이었다.

    한강은 이걸 용도변경 신청 후 이번 프로젝트 취지에 맞게 싹 뜯어고쳤다.

    나이트 간판 대신 ‘한리버 예술의 전당’이라는 간판을 붙여 한리버의 소유 건물임을 알렸다.

    한창 공사에 바쁜 시기를 보낼 때.

    [한리버 기획사 두 곳과 협업해 실시간 오디션 진행......]

    [한리버에서 외부 인력까지 동원해 대단위 오디션 방송을 하겠다 뜻을 밝혔다. 오디션은 1차 2차 3차로 나뉘어져, 3차부터 본선 오디션에 오를 자격이 주어질 예정이다. 지분은 한리버 60%, 협업한 기획사에서 40%를 보유......]

    한리버 플레이 월드에서 대단위 공개 채용에 이어 ‘이동 오디션’을 한다는 광고를 TV, 네이버, 더움, 메신저 등에 실었다.

    2006년 4월.

    소식을 접한 지망생들이 한리버에서 지정한 각 장소로 모여들었다.

    심사위원은 각 기획사에서 선택한 가수진들로 꾸려 심사를 맡게 하였다.

    인천 경기장 한리버 오디션 현장.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며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스랑켔지므아아아안! 그으대를 스랑캈지므아아안.”

    “......”

    “......”

    └ 황대현: ㅋㅋㅋ 미치것네. 심사위원단 얼굴 ㅋㅋㅋ

    └ 이진아: 엄마 나 죽어 ㅠㅠㅠ

    └ 서일호: 저러다 숨넘어가 뒈지겠다......

    └ 이호찬: 공장에서 글라인더로 쇠 가는 소리가 들린다......

    날짜를 달리해 운영되는 1차 오디션 실시간 현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집합소로 변했다.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실력(?)을 뽐냈다.

    └ 김희영: 우리 한강 오빠 포커페이스 너무 웃겨ㅠㅠ ㅋㅋㅋ

    심사위원석에서 벗어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한강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웃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모습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풋......”

    시선을 슬며시 돌려 자리에 있는 모니터 화면에 댓글을 본 여성은 저도 모르게 참았던 웃음을 뿜었다.

    김경호의 사랑했지만을 애처롭게 부르는 사람 중에선 베스트이리라.

    “이상입니다.”

    노래가 끝났다.

    “......이길석 씨 불합격입니다.”

    이현호는 간신히 웃음을 참아내며 불합격을 외쳤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불합격임에도 당당하게 말하며 허리를 굽히는 모습에 다시 한번 더 폭소가 터졌다.

    사람들은 무척 신기한 사람을 본다는 심정으로 밖으로 나가는 남자를 응시했다.

    “휴... 저 한 편의 콩트를 보는 줄 알았어요.”

    이혜림이 말했다. 힘겹게 참았는지 눈물마저 보였다.

    손을 가져가 눈가에 젖은 물기를 닦았다.

    “회장님 얼굴 보셨어요. 그것도...... 너무 웃겨서.....”

    “큼,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정말 문화충격을 받아 힘겨웠으니까요.”

    잠깐의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한강이 심사위원들 근처로 다가왔다.

    한강은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말 이번 참가자는 역대급 음치를 떠나 위인이라 말하고 싶었다.

    “하하, 그래도 전 그 자신감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한강의 반응에 이현호는 시원하게 웃으며 음치 참가자에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냈다.

    └ 나주영: 현호 오빠 젠틀~~~

    └ 김두영: 나였음 달려가서 로우킥 날렸음. 어후...... 내 인생 최대 위기였다......

    └ 도성영: ㅋㅋㅋㅋㅋㅋ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시청자들은 폭소했다.

    └ 김성태: 진짜 TV보다 더 재밌냐 ㅋㅋㅋ

    └ 박기수: 진심 존니 잼남ㅋㅋㅋ

    그러면서 이번 콘텐츠에 긍정적인 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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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의 효과인지 배너 상단에 노출되어 있어서인지 첫날임에도 단숨에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본선 시기에 엄청난 기록을 달성할 거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다음 참가자는 괜찮은 분이 들어왔음 좋겠어요. 장벽을 낮추고 합격을 주고 있는데도... 이 정도면......”

    1차 오디션은 일반인들 중 노래 좀 부른다 싶은 사람들은 전부 합격 종이를 주었다.

    그럼에도 합격자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더욱이 최종 본선에 어울릴 만한 떡잎은 보이지도 않았다.

    “나올 거예요. 저리 많은 사람 중 한 명 없을까요. 후후.”

    한강은 지난 생을 떠올려 가볍게 웃었다. 당시에도 이런 비슷한 사람들이 꽤 등장했던 걸 떠올렸다.

    ‘이런 사람도 있어야 재밌는 거지. 이게 바로 리얼 버라이어티 오디션 아니겠어.’

    방송의 퀄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반대다.

    이런 사람들로 인하여 강약이 조절된다.

    지루할 거 같은 시간에 웃음을 주고 중간중간 감동을 선사한다.

    기대치가 낮아질 때쯤 진짜배기의 등장.

    ‘소속사 연습생들을 중간중간에 넣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

    순수한 목적은 숨은 진주를 찾는다이지만, 소속사 입장에서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월드 플레이나 기획사는 돈을 벌어 유지하는 집단이다.

    결코 손해를 볼 영상은 찍지 않았다.

    단, 심사만큼은 공평하게 봤다. 이번 오디션은 어디까지나 실력자를 찾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이만 쉬고 다음 참가자를 받아보죠.”

    휴식시간은 약 10분.

    시간을 본 이현호는 오디션을 시작을 알렸다.

    한강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현장을 멀리서 지켜봤다.

    저벅저벅.

    문이 열리고 다음 참가자가 들어왔다.

    10대로 보이는 어린 여성이었다.

    몸은 매우 말랐지만, 얼굴은 제법 귀여웠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심사위원들은 여성을 한 차례 보다 이현호가 마이크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수를 꿈꾸고 있는 열네 살 지망생 이지윤입니다.”

    응?!

    멀리서 이지윤의 소개를 들은 한강의 고개가 갸우뚱 움직였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목소리는 결코 처음은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

    ‘이지윤... 이지윤...’

    아!

    그 순간 머릿속으로 대한민국의 국민 여동생이자 가수로 뽑히는 대스타가 떠올랐다.

    그 순간 눈은 더는 커지지 않을 정도로 동그랗게 떠졌다.

    “여기서 쟤를 보게 될 줄이야......”

    한강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시선을 지윤에게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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