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22살, 투자
[유한강 한리버 회장 구리와 관련된 기업에 대단위 투자 진행, 투자 규모만 1천억 원 규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 구릿값이 끝없이 오를 거라 전망. 최소 50%는 더 오를 거라고 내다봐......]
한리버의 구리에 대한 투자 소식이 널리 퍼졌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다.
“구리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 발전과 성장에 있어 아주 중요한 원자재가 될 겁니다.”
유한강을 대변하고 있는 김동진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한리버의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기 시작했다.
“유한강이 누구냐? 들고 버티는 투자자로 유명하자네. 유한강이 투자한 곳에 넣고 기다리면 된다는 이 말이야.”
외환위기 당시 육성전자를 장기간 들고 있어 벼락재벌이 된 일화는 아주 유명했다.
몇천 원도 아닌 몇백 원의 주식을 대량 매수해 약 십 년의 세월을 버티니 재산은 몇억에서 몇조로 불어나 있었다.
워런 버핏도 울고 갈 투자의 귀재가 유한강이라며 유한강의 행보를 쫓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늘어갔다.
[이거 보이시죠. 동우라는 회사인데 구리 관련주로 손꼽힙니다. 대장주라고 들어 보셨죠? 이 회사를 말할 거 같으면 동과 아연의 합금인 황동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엄청나게 가치 있는 회삽니다. 경기 변동에 급격한 변화는 없지만, 변동에 선행되는 대표 기업입니다. 차트 보이시죠. 실적이 매년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주식에 대해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등장해 왜 구리와 관련된 종목을 소개했다.
월드 플레이에 주식방송이 개설되는 사례를 낳았다.
덕분에 월드 플레이는 사람들에게 있어 또 다른 방송국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번 일로 구리 관련 주식이 상승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신뢰하는지 몰랐네요.”
들려온 보고에 멋쩍게 웃었다. 어색함이 얼굴에 드러났다.
“이로 인해 투자금액이 예상치보다 5% 증가했습니다.”
“별수 없지. 이것도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와 법칙일 테니까요. 우리는 우리대로 투자하면 그만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이게 맞는 거고 아주 당연한 현상이었다.
강남에 자리한 아파트들이 노후가 되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
그건 땅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은 다른 개념이지만 주식에서도 기업의 주가가 떨어져도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가치에 투자를 한다.
현 한국 사회는 고작 스물두 살이 된 한강으로 인해 가치투자 붐이 열렸다.
한강은 말했다.
짧은 시간에 먹고 빠지는 건 투기, 장기간 보유한 걸 투자라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돼요. 그보다 한리버 육성 자동차는 어때요?”
군대에 있던 날,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누군가는 예견된 일이라며 당연한 시선을 보냈지만.
육성 자동차의 주인이 한리버로 바뀐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더욱이 전기차 배터리가 완성단계에 이르렀단 소식은 주가를 한없이 끌어올렸다.
상호는 HY 자동차로 ‘한리버 육성 자동차’로 불리게 되었다.
“현 주가는 9만 원까지 전년 대비 2배 이상이 올랐습니다.”
횡단하던 주가는 무섭도록 가파르게 올랐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 배터리 사업은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양산에 성공하면 볼만하겠는데요?”
“그런데 그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김동진은 조금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어느 누구도 전기차 성공 여부를 점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단가와 인프라 문제.
특히 충전 문제는 전기차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자동차는 있는데 기름이 없는 기현상. 이게 충족되지 않으며 전기차는 팔리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마세요. 일단 만들고 나면 다른 건 시장에서 알아서 해줄 겁니다.”
복잡한 정치적인 부분도 껴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팔리기 시작해 엄청난 히트를 쳤지. 충전소 인프라부터 갖추고 전기차를 판매하면 좋겠지만, 이건 비효율적이야. 특정 지역부터 시작해 갖춰 가는 게 좋아.’
충전소를 설립하는 것만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간다.
비효율적이란 말이 된다.
계획대로, 생각대로만 한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풀릴 것이라 확신했다.
따르르릉.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대화의 흐름이 끊어졌다.
“그럼 전 나가보겠습니다.”
전화벨 소리에 김동진은 밖으로 나갔다.
한강은 잠시 기다렸다 전화를 받았다.
“어, 박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네? 오디션요?! 일단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지요. 네. 네. 이따 뵙겠습니다.”
JYB 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다.
한강의 시선이 잠시 전화기에 머물렀다.
“기발하기도 하고, 내가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같고...... 모를 일이야.”
의미 모를 소리가 한강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한강은 고개를 잠시 가로 저으며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들었다.
“지금 나갈 거예요. 목적지는 JYB입니다.”
걸음은 회장실을 벗어나 엘리베이터 앞에 멈췄다.
곧 뒤로 전담 비서가 따라붙었다.
***
“2월 셋째 주 우승자는 이승기 씨입니다. 축하합니다.”
짝짝.
사람들의 박수가 이어지며 위로 폭죽이 떠지고 종이 가루가 날렸다.
“부럽다. 난 언제 저 자리에 서 볼까.”
비록 1위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지만, 가요계에 강한 한 방을 날렸다.
몇 주째 1위 자리를 내려놓지 않는 이승기의 하기 힘든 말을 들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잘했어. 그 정도면 시작은 나쁘지 않은 거야.”
무대 아래에서 내려오는 임정연을 매니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오빠 저 아직 신인이에요. 제가 첨부터 1위를 노리고 있던 것도 아니고. 오빠도 참.”
걱정하는 매니저를 보며 임정연은 해맑게 웃었다.
겉모습은 걸크러시한 느낌이 강하지만, 속은 매우 여린 그녀다.
임정연을 자신을 생각해 주는 매니저에게 감사를 전하며 현장을 나섰다.
“저 잘한 거 맞겠죠?”
“잘한 거 맞아. 데뷔하자마자 널 알아보는 팬들 목소리 못 들었어?”
“그걸 어떻게 들어요. 이승기에 버즈에 장난 아닌데.”
가요계에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너무도 많았다.
심지어 노래까지 좋으니, 어떻게 욕심을 부릴까.
그것도 신인이.
“이거 봐봐.”
그때 매니저가 핸드폰 폴더를 열어 사진 폴더로 들어갔다.
그중 가장 상단에 자리한 사진을 열어 정연에게 보여주었다.
└ 이희영: 언니 너무 예뻐요!!
└ 유지운: 지금까지 저 외모를 가리고 방송했다고?! 리얼로...
└ 조승희: 목소리 진짜 좋아요!!! 짱짱!!!
JYB 엔터테인먼트와 한리버가 공동 기획 제작한 정지훈의 JYB에서 지훈과 함께 방송 활동한 가면의 여자가 세상에 공개됐다.
블랙엔젤로 인터넷상에서 얼굴 없는 가수로 인기를 끌었던 임정연.
“아......”
그녀는 눈으로 들어오는 응원 댓글에 눈시울이 붉게 충혈되었다.
말은 그리했지만, 자신도 가수다.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연예인이란 말이었다.
신인이라 하지만 아무도 몰라주는 모습에 씁쓸했는데, 눈으로 들어오는 응원글은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힘내. 넌 잘하고 있으니까. 이대로만 가자.”
“네. 오빠!”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정연에게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첫 무대가 되었다.
자신도 기필코 1위 자리에 올라서 트로피를 들고 앵콜곡을 부르리라.
사랑한 기억도.
고마운 기억도,
모두 잊기를 바래,
내 눈물까지♪
후렴구가 현장을 벗어남에도 아련하게 들려온다.
정연은 이승기의 하기 힘든 말을 들으며 밖으로 나갔다.
***
부릉!
검은색 고급 세단이 JYB 엔터테인먼트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저기 우측으로 가면 자리 있습니다. 수고하세요. 충성.”
한강이 탑승한 걸 확인한 경비원은 미리 준비한 자리로 안내했다.
차량은 경비원이 가리킨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올게요.”
한강은 비서를 대동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띵’ 도착음을 내며 문이 양쪽으로 열렸다.
걸음을 앞으로 내밀어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스륵,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오래된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속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띵!
다시 울리는 도착 소리.
스르륵. 문이 열리며 한강과 가방을 든 여비서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연락을 받고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JYB 직원들이 한강을 박진경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저분은 엄청 열심히시네.”
“대표님을 부르러......”
“아니에요. 됐어요. 이대로 기다려 보죠.”
조금 일찍 도착했나 싶다. 도착하니 정지훈의 노래 연습을 돕고 있었다.
통유리창에 비치는 둘의 모습을 잠시 감상하길 십여 분 정도 지난 시점.
“아, 오셨으면 부르지 그랬어요.”
박진경이 시간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
“아니에요.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거 참. 부른 건 전데, 회장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유비가 제갈량을 기다린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니죠.”
“......하... 하하.”
상황과 조금은 맞지 않는 유머에 박진경은 어색하게 웃었다.
‘스물둘이 나보다 늙었어’
생각을 깊이 삼키며 방으로 들어갔다.
“오디션 프로를 생각하셨는데,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셨습니다.”
“하하, 그게 회의 중간에 신입이 그런 아이디어를 냈지 뭡니까. 그 얘기를 듣고 촉이 강하게 왔는데,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비효과일까?
전 역사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된 월드 플레이의 효과일까?
그건 알 수 없지만, 미래에 나올 아이디어가 06년도에 공개됐다.
TV 방송이 아닌 인터넷 방송이란 점이 다를 뿐 아이디어는 같았다.
“방송사와 협업해 TV로 내보내는 게 더 좋지 않나요?”
아직까지는 인터넷보다 TV 시청률이 높다. 당장 SBC나 MBS와 협업해 방송에 내보낸다면 상당히 높은 관심을 받게 될 터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방송사가 놓칠 이유도 없었다.
그렇기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한리버인지를.
“처음에 저희도 그런 방향으로 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TV보다 인터넷 시청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놀랍게도 한리버 월드 플레이에 가입된 회원 수는 2억을 넘어선다.
비공식 신청은 그 이상을 넘었다.
회원만 신청하는 게 아닌 비회원도 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대신 댓글은 노.
그런 상황이다 보니 어쩌면 한국에 국한된 방송보다 전 세계에서 시청하는 월드 플레이가 JYB에 있어 유리할 터다.
“그런 과정에서 고민을 하다 국내에 한정돼 보는 프로보다 인터넷 방송을 엮어 오디션 방송을 한다면 무척 재밌을 거 같단 생각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회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재밌는 방송이 늘면 저야 좋지요.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요.”
이번 방송은 JYB 연습생들에게도 아주 큰 기회로 다가오게 될 터다.
하지만.
‘이걸로는 재미가 없지. 그리고 사람들 관심을 확 끌기에 부족해.’
아주 단순하게 오디션을 보는 프로는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은.
“제가 대표님 아이디어에 좀 더해도 될까요?”
“믿고 듣는 회장님의 말씀이라면 당연하지요.”
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유한강의 제안이다.
듣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지금 기획은 너무 좋습니다. 부족한 부분이라면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단번에 끌기 어렵다는 겁니다. 홍보도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이걸 해소하기 위해 전 이걸 JYB만이 아닌, 타 기획사도 함께 출연해 오디션 방송을 했으면 합니다. 일명 서바이벌 오디션입니다. 어떻습니까? 저의 생각이.”
박진경의 놀라는 얼굴이 시야로 들어왔다.
곧 한강의 입가가 길게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