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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18화 (118/237)

118화. 21살, 안녕하세요 유재석이에요

끼리리릭.

활주로를 긁던 비행기의 속도가 줄며 자리에 멈췄다.

사다리가 놓여졌다.

“음, 좋다.”

코로 들어오는 고향의 향기는 꽉 막힌 마음을 뻥하고 뚫어준다. 그리고 걸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걸음은 공항 게이트에 다다랐다.

“회장님! 회장님!”

게이트를 통과하자 기자들의 쫙 깔린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

충분히 예상한 일이기에 그리 놀랍지 않았다.

경호원이 깔리고 기자들과 일반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했다.

“득남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아빠가 되셨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사모님 옆을 지키지 못해 속상하리라 봅니다. 지금 사모님께 드릴 말씀 없으십니까?”

움찔.

“저기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무시하고 지나치려던 중 들려온 목소리에 정수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하지만, 경호원들과 시끄러운 소음에 한강의 목소리가 묻혔다.

“회장님.”

때마침 김동진 비서실장이 한강의 앞에 나타났다.

“실장님, 아내가 출산을 했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인사할 정신이 없었다. 걸음은 급하게 앞으로 향하면서, 기자에게서 들려온 말에 대해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갑자기 양수가 터져 곁에 있던 가정부 아주머니께서 즉각 조치를 취해 한 시간 전 무사히 순산하셨습니다. 건강한 아드님이십니다.”

아......

급격하게 몰려오는 죄의식에 빠졌다.

한강은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윤희야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한강의 걸음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한시라도 빨리 윤희의 곁으로 가기 위해 발을 바삐 움직였다.

경호원들도 한강의 발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한강은 미리 대기해 기다리고 있는 차량에 올랐다.

“출발하겠습니다.”

기사도 한강의 마음을 아는지, 액셀을 강하게 밟아 급하게 출발했다.

길가엔 바닥을 긁고 지나간 타이어 냄새로 가득했다.

***

“사위가 지금 오고 있다네. 윤희야,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고 너무 뭐라 하지 마.”

창백한 얼굴이 되어 누워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홍라혜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었다.

“엄마는 참. 내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으로 보여? 나 먹여 살린다고 일하러 나간 남편을 욕할 정도로 속 좁은 여자 아니야.”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아이를 낳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인지, 말을 하는 거조차 힘겨워 보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은 확실하게 밝히는 윤희였다.

윤희야!

복도를 가로질러 문을 뚫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두 여성의 시선이 움직였다.

“빨리도 왔다. 호호.”

복도에서 다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홍라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게 웃었다.

“사위도 왔으니, 난 이만 일어나야겠다.”

홍라혜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어냈다.

“왜 더 있지 않고.”

“우리 딸 고생했는데, 사위도 좀 부려 먹어야지.”

“엄마도 참...”

홍라혜의 윙크에 윤희의 눈에 장난기가 채워졌다.

“쉿. 왔나 보다.”

걸음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홍라혜가 검지를 입게 가져갔다.

“윤희야!”

문이 거세게 열리며 땀으로 범벅된 한강이 안으로 들어왔다.

“자, 장모님. 죄송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바로 앞에 홍라혜가 있었다. 한강은 급히 허리를 숙여 고개를 내렸다.

“내 사위를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한강이 들어오기 전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홍라혜는 단단히 화난 얼굴로 한강을 쏘아봤다.

“......죄송합니다.”

한강은 어떤 말도 못 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이 전부였다.

“저 얼굴 보게. 열 몇 시간이나 고통을 받다 이제 좀 진정이 됐어.”

“......”

한강의 눈은 윤희에게 향했다. 출장을 가기 전과 달리 매우 수척해진 모습이다.

핏기조차 돌지 않은 얼굴에 미안한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내 지켜볼 거네. 사위.”

“네, 장모님.”

홍라혜는 다시 고개를 숙인 한강을 보며 티 나지 않게 속으로 웃었다.

그러다 윤희와 눈이 마주쳤다. 윤희는 그만 하란 눈빛을 보냈다.

그걸 받아든 라혜는.

찡긋,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다신 실망시키지 않길 바라.”

그 말을 끝으로 냉랭한 한기를 남긴 채 병실을 떠났다.

“자기야, 괜찮아?”

라혜가 떠나고 한강을 황급히 걸음을 움직여 윤희의 이마를 만졌다.

“차가워.”

이마에서 열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얀 피부와 갈라진 입술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예측되게 하였다.

“우리 아이 못 봤지?”

“어, 아... 응.”

윤희가 손을 들어 이마 위에 올려진 한강의 손을 잡았다.

“정말 예쁘더라.”

윤희는 활짝 웃었다.

무겁게 누르는 분위기는 윤희의 미소에 조금은 흐려졌다.

“......”

한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힘겨워하는 윤희의 얼굴을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런 얼굴 하지 마. 나 더 예뻐해 주고 잘해줘. 그럼 돼.”

“응......”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보통이라면 성을 내고 원망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윤희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으로 편하게 해주고, 이해와 사랑으로 포옹해 주었다.

“이름 지어줘. 우리 아들.”

몸을 굽혀 윤희와 눈높이를 맞췄다.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생각했다.

“유재석 어때?”

전생 시절 어느 누구의 미움과 악플을 받지 않고 무대에서 내려오기까지 박수를 받았던 연예인의 이름.

한강은 그분의 이름을 떠올렸다.

겸손하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모두를 이끌 줄 아는 리더가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재석을 떠올렸다.

“이유는?”

05년인 지금도 유재석은 인기 MC로 통한다.

동명이인으로 지으니 당연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비록 재벌의 피를 잇게 될 아이지만, 난 우리 아들이 거들먹거리는 그런 아이보다 재밌고 웃음으로 사람을 이끌어 나가는 그런 멋진 리더가 되었음 좋겠어.”

“좋다.”

“그렇다고 그분을 따라가란 의민 아냐. 롤모델로 삼되 자신만의 색을 가졌음 해.”

“정한 거지?”

“어, 응...”

“그럼 그걸로 하자.”

희망의 이름 유재석이 되었다.

미래 개그맨이란 별명을 가진 꽃미남 경영인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

[한리버 일렉트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하다!]

[미국기업 테슬러 인수, 기술자 대거 기용. 앞으로 한리버 플랫폼 시장 장악하나?]

한강이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사가 속속들이 세상에 공개됐다.

[유한강 한리버 회장 득남. XX병원에서 왕자가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의 우월한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 이미영: ㅋㅋㅋㅋㅋㅋㅋ

└ 유상훈: 야발, ㅋㅋ 겁나 웃겨뿌네. 유재석 ㅋㅋㅋㅋ

└ 유재석: 나 등장.

└ 이율동: ㅋㅋㅋㅋㅋㅋㅋ

└ 나신애: ㅋㅋㅋㅋ 약 빨았눜ㅋ

└ 고보라: 축하합니다!!!!

뒤를 이어 한강의 아들 유재석의 탄생 기사가 떴다.

사람들은 이름에 웃으면서도 크게 축하를 해주었다.

“유재석 씨 언제 재벌이 되셨어요?”

SBC TV 엑스맨 방송현장.

강호동이 배를 잡고 웃으며 MC 유재석에게 물었다.

“그게 일어나보니 아버지가 유한강 회장님으로 되어 있더군요.”

푸하하하하.

뒤로 길게 자리한 게스트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특히 강호동은 정도가 더했다. 허리가 옆으로 확 꺾어 웃는 모습은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끝내 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잡고 굴렀다.

“아빠 보고 있지? 재산 너무 물려주지 않아도 돼. 나 그냥 1%만 받아도 참 좋을 거 같아.”

유재석이 카메라 앵글에 얼굴에 가져다 대고 한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시 한번 현장은 배를 잡고 쓰러졌다.

***

강호동과 유재석이 메인으로 나오는 ‘당연하지 게임’ 방송을 보며.

“재석이 아빠, 우리 아이가 참 잘 나가네. 그치?”

윤희는 아들 재석의 자는 얼굴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 징그러.”

한강은 몸을 부들 떨어 끔찍함을 드러냈다.

아직 나이 21살.

MC 유재석의 나이 34살.

무려 13년의 차이가 나는 큰 형님이 아빠라 표현하자 소름이 끼쳤다.

비록 정신적인 나이는 70대라 할 수 있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부르르.

“호호호. 진짜 우리 재석이가 저리 클 때 어쩌려 그래.”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들이 34살이 되면 한강의 나이는 50대 중반.

한강은 미래를 거슬러 올라가 상상했다.

“재석아... 제발 천천히 커다오.”

말도 안 되는 상상에서 벗어나 바람을 던졌다.

두 발을 까딱이며 자는 아들을 보면서.

***

2005년 8월 말.

“윤희는 어떻게 지내느냐.”

이건호가 한강을 불러 앉혀 윤희의 건강에 대해 물었다.

“아이를 돌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취미생활도 병행하면서요.”

“그래, 혹여 윤희가 잘 안 챙겨도 섭섭해하지 말거라.”

“.....?!”

“여자는 말이다. 겉으로 웃는 척해도 그렇지가 않아.”

“아닙니다. 재석이 엄마는...”

“허허... 아직도 윤희를 모르는구만. 그도 아니면 남편을 아주 잘 속여 먹었던가.”

“에이, 장인어른도..... 윤희는 정말 다른 여자와 다를...... 어라.”

그때 문득 든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전과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은 틀어진 진실 하나.

‘식탁에 고기가 올라오질 않아.’

퇴원하고부터 집에서 고기를 구경한 적이 없었다. 다른 날과 달리.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섬뜩함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쯧쯧.”

한강의 반응에 이건호는 혀를 찼다.

“아비로서 딸을 사랑해 주니 고맙다만... 조심하게. 아주 무서운 아이야.

칼을 심장에 쌓아두지. 제 어미를 닮아서.”

그 어미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아주 잘 안다.

“네, 장인어른.”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간 무뎌진 감각을 한층 끌어 올려 항시 경계를 늦추지 않기로 하였다.

“그건 그렇고 얘기 들었다. 전기차를 만들 생각이더냐?”

기사가 나간 지 한참 됐지만, 이건호는 그 부분을 이제야 꺼내 놓았다.

“네, 그렇습니다. 전 이걸 육성 자동차에 적용할 참입니다.”

전기차와 일반 자동차가 많이 다르다지만 확실하게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 하나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선 완성된 기업을 가져와 시장에 안착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 말인즉슨 육성 자동차를 가져가겠다 이런 말이렷다?”

한강의 의도를 간파한 이건호는 눈살을 슬며시 찌푸렸다.

“그렇습니다. 육성 자동차 일부 공정을 전기차 라인으로 만들어 생산에 들어가면 육성 자동차에 있어 무척 좋을 겁니다.”

“그만한 자금은 있고?”

한리버의 사업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투자 규모도 방대하게 확장됐다.

또한 육성 자동차는 전과 달리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서며 기업가치가 확 뛰었다.

예전이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육성 자동차를 인수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터다.

“육성 자동차를 이용해 우회상장을 할 참입니다. 전 장인어른께 경영권을 넘겨받는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한강이 보유한 육성 자동차 주식은 20%가 넘어간다.

여기서 지분을 좀 더 끌어 올려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 일렉트라와의 합병을 거친다면.

“잔머리 하나는 참 뛰어나.”

큰 무리 없이 육성 자동차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그저 장인어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일 뿐입니다.”

“게다가 협박까지. 참으로 안타까워. 네 녀석의 그릇이 좀만 더 작았다면 육성에 있어 큰 복이었을 터인데.”

이건호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재진의 오른팔로써 남길 바랐는데, 생각할수록 참으로 아까웠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쩝, 그래. 애초에 그건 네게 주기로 한 거니. 대신 육성의 흔적은 남겨두길 바란다.”

‘이거였나. 육성에 아주 이롭게 될 거라 했던 게.’

언제고 한강이 버디버디를 인수하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땐 헛소리라 치부했는데, 현실로 만들어 버리는 한강의 능력에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육성 자동차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번 작업은 아주 은밀하게 이뤄져 세상에 공개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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