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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17화 (117/237)

117화. 21살, 테슬라를 품다

“안녕하지 못하겠군요.”

싱긋 웃는 미소는 둘에게 있어 비웃음으로 다가왔다.

마틴 에버하드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눈가가 붉어졌다.

“서로 불편한 사인데, 이만 가시지요. 우린 볼일 없습니다.”

버나드 체가 뒷말을 이었다. 둘에게 있어 한강은 무척 불편했다.

처음 만났을 당시만 하더라도 화기애애했건만, 그때와 달리 냉기가 주변을 감쌌다.

“제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일단 감정적으로 대할 게 아니라 잠시 대화를 가져 보시죠.”

생각 이상으로 반발하는 둘의 모습에 웃던 미소를 지우고 설득에 나섰다.

이대로 돌아가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을 충분히 설득할 자신도 있었다.

“일 없습니다. 담배 맛 사라지기 전에 가쇼.”

그러나 이들은 조금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둘은 등을 돌려 다시 공장 안으로 걸음을 움직였다.

한강을 피하기 위함이다.

“......”

후우, 한강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 걷는 둘의 뒤를 따랐다.

‘할 수 없나?’

한강은 생각을 정정했다. 설득이 아닌 다른 방법을 꺼내기로 하였다.

“전기차 배터리 한리버에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어때요? 관심이 가지 않으세요?”

한리버에선 여러 시각으로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한창이다. 원통형 배터리뿐 아니라 사각 형태를 가진 배터리까지.

배터리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 아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뚝, 멈춰서는 둘.

“방금 배터리를 개발에 성공했다 하셨소?”

마틴 에버하드의 동그란 눈이 한강을 향했다.

곁에 있던 버나드 체도 놀란 얼굴이다.

“다시 말씀드려야 하나요? 한리버에서 배터리 개발에 성공해 특허에 들어갔습니다.”

가방 안에 보관된 봉투를 꺼내 들었다.

얼굴엔 자신감이 한 스푼 얹어졌다.

“이, 이런 간단한 방법을...”

배터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건 배터리 용량에 있지만, 열을 식히는 냉각에 있었다.

하나 이걸 떠나 마틴 에버하드는 종이에 적힌 건전지 방식의 배터리를 보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극과 음극을 나눠 중간에 분리막을 형성 후 양극에선 리튬이온 소스로 배터리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하고 음극에선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 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가 흐르게끔 설계가 되어 있었다.

한리버에 있어 아주 중요한 자료를 둘에게 공개하였다.

“어떤가요? 이래도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보시나요?”

한리버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둘을 쳐다봤다.

“이걸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유가 뭐요?”

버나드 체가 물었다.

회사의 기밀을 가져오면서까지 자신들을 찾아온 저의가 궁금했다.

“아주 간단해요. 이 테슬라 한리버가 품고 싶습니다. 정확히는 여러분을요.”

현 기술진들 자체가 테슬라였고 루시드라 볼 수 있었다.

즉, 이들을 품는 걸로 미래 두 기업의 기술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기술진들 한 분도 빼지 않고 채용하겠습니다. 지분은 이곳의 최대주주까지 포함해 세 분께 30% 드리는 조건입니다.”

말이 30%지 이건 파격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테슬라에 비해 완성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일렉트라.

이것만 보더라도 가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먹을 게 없는 빈 깡통에 음료를 일정량 따라준 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다름없었다.

“전 70%의 지분만 들고 있는 거죠. 이 정도면 여러분에게 충분히 배려를 하는 거라 보여집니다. 안 그런가요. 일론 머스크 씨.”

대화를 나누던 중 열린 문 안으로 아주 익숙한 남자가 안으로 발을 들이고 있었다.

이마를 시원하게 내보인 일론 머스크가 자리로 다가왔다.

“방금 그 말 정말입니까?”

“끝까지 다 듣고 계셨던 거 잘 압니다. 전부 사실입니다.”

했던 말을 되풀이하기보다 테이블 위에 자리한 종이를 보여주는 게 백번 나았다.

검지로 종이를 툭툭 쳤다.

“놀랍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단시일 내에...”

“한국인의 머리는 매우 우수합니다. 하고자 하는 건 개발을 해내고 말죠. 우리 기술진이 몇 날 며칠 밥을 지새우며 얻은 결과물입니다.”

이건 결코 허언이 아닌 진실이었다.

힌트를 주었다손 치더라도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이 찾아왔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해 얻은 결과물이 바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종이였다.

모든 기술이 나열되어 있진 않지만,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이라면 충분히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값진 자료라 할 수 있겠다.

“소문이 자자한 회장님을 뵈어 영광입니다. 몰래 들으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들어가려는데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어 방해를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들어갈 타이밍을 잡고 있었을 뿐입니다.”

말하며 종이를 드는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괴짜라는 이미지를 달고 사는 사람치고 지극히 평범했다.

“지금 감상은 어떻습니까?”

얼굴을 살피며 기다린 시각, 일론 머스크의 손이 아래로 내려졌다.

“밖에서 들은 거라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엄청나군요.”

“만족했단 뜻이겠죠?”

“매일 적자만 내는 이 회사와 비교해 무얼 하겠습니까.”

놀란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흥분감은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말을 하던 입에 의문이 떠올랐다.

한강의 얼굴이 앞으로 당겨졌다.

“이런 회사가 굳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지도 못한 테슬라를 인수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일론 머스크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해당 부분에 대해 물었다.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그건 두 분에게서 꿈과 목표를 봤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전기차를 만들겠단 목표설정, 이것만 하더라도 두 분을 섭외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내 자신도 독특하다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걸 능가하는군요.”

“독특함은 세상을 바꾸는 데 아주 큰 영향을 끼치죠.”

본인도 독특하다는 걸 아주 잘 아는 눈치다.

그런 와중에 한강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갔다.

“동감입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눈가에 얕은 주름이 생겼다. 그의 시선은 마틴 에버하드에게 향했다 돌아왔다.

‘둘 사이에 뭔가 있나 보군.’

한강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둘의 얼굴을 틈틈이 살폈다.

“이게 마지막 질문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한다 들었는데, 그건 회장님의 지시입니까?”

“아뇨. 전 절대 그런 지시를 내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일을 하겠다는 사람을 말리진 않습니다. 대신 그만한 보상과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한국은 미국과 다르군요.”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비해 일을 많이 하고 빨리라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죠.”

그가 왜 저런 질문들을 던지는지 아주 잘 안다.

‘두 사람의 일하는 스타일과 다른 엔지니어들의 게으름이겠지.’

게으름이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일론 머스크에게 있어 답답해 보일 터다.

결과물이 나오기 전엔 퇴근조차 하지 않고 일에 중독된 사람처럼 독한 성향을 지닌 인물이었다.

‘오죽하면 1달러로 자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한 달간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과감히 투자에 나섰을까.’

한 달에 30달러면 충분히 살 수 있겠다 결론을 내린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사업에 쏟아부었다. 종국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 올라서게 된다.

그 과정에는 이런 대담함도 포함되어 있었다.

“좋네요. 아주. 좋습니다. 전 찬성입니다. 테슬라가 한리버의 품에 들어가는 거.”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일론 머스크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한강의 편을 들어주었다.

최대주주인 그의 선택은 테슬라 입장에서 보더라도 큰 권리를 가졌다.

“감사합니다. 일론 머스크 씨. 하면 다른 분은?”

둘이 떠난다면 더는 잡을 이유는 없었다.

저들에게서 탄생하는 기술과 실력을 얻을 수 없게 된다는 건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일론과 엮인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는 누구 뭐라 해도 최고의 경영자다.’

또라이지만 천재는 맞다.

그에게 모든 걸 맡기고 회장으로서 그를 제어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기업으로 키워줄 터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그는 할 수 있을 테니...’

“정말 최악이군요. 우리가 내친 사람에게 기업을 넘기는 꼴이라니. 거기다 존속 여부도 문제까지 발생하고... 제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지게 되었군요. 좋아요. 저도 당신과 함께하도록 하지요.”

마틴 에버하드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저도 함께하지요.”

버나드 체 또한 찬성을 하였다.

이들에게 있어 테슬라는 더 이상 비전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지분을 인정해 주고 품어 줄 때 들어가는 것만이 테슬라 모두가 살 수 있는 희망이었다.

“한리버와 함께하게 된 두 분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람대로 테슬라에 자리한 기술진 모두를 한리버 일렉트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창공을 향해 날개를 펼친 때, 강한 심장을 가지게 되었다.

***

“사모님, 이런 건 우리가 한대두요. 가서 쉬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시고요.”

과일이 당겼는지 주방으로 나와 과일을 챙기는 윤희를 보고 단기 고용된 가정부가 달려와 말렸다.

“아니에요. 지금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하기 바쁜데, 이 정돈 저도 할 수 있어요.”

푹신한 의자 위로 힘든 몸을 맡겼다.

“그런 말 마세요.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나요. 사모님의 손과 발이 되어 주라고 뽑은 게 우린데요.”

한강의 넓은 집을 혼자 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생각하여 가정부를 두 명이나 채용했다.

한 명은 장을 보러 갔고, 한 명은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음악을 들으며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무엇이라도 해야 지루함을 달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막혔다.

“조금만 참으세요.”

그녀의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한다는 듯, 가정부는 인자한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네, 그럴게요.”

윤희는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또 그랬다. 과일을 자르다 갑자기 진통을 느낀다면 자칫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가정부의 말을 듣기로 하였다.

윤희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가정부는 윤희의 팔을 잡아 도움을 주었다.

“아악!”

그때였다. 윤희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졌다.

“왜 그러세요. 사모님!”

“배가... 아악!”

윤희가 배를 잡고 일으키던 몸을 소파에 눕혔다. 윤희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

“어째. 나오려나 봐. 거기 후송차죠. 지금 사모님이...”

가정부는 당황하지 않고 수화기를 들어 테이블 위에 부착된 전화번호를 눌러 상시 대기 중에 응급대원에 도움을 청했다.

“빨리 들것에!”

곧바로 문을 열고 대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윤희를 들것에 실어 이동 침대로 옮긴 후 병원으로 후송했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 시각, 미국에서 비행기가 떠올랐다.

비행기에 오른 한강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모른 채.

“윤희야 좀만 기다려.”

두 손에 윤희의 선물을 든 채, 한국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비행기는 한국의 인천공항을 향해 날았다.

밤하늘에 긴 소음을 일으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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