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14화 (114/237)

114화. 21살, 전기차 배터리 개발

“내가 제안한 걸 많이 비트셨네. 하긴, 이게 더 나아 보이긴 해. 무리하기보단 이게 낫겠다.”

기사를 보며 육성의 움직임이 수긍을 하였다.

그리고 이슈를 적절하게 이용하였다.

“게다가 공개적으로 신규 사업 발표까지. 완벽하네.”

관심을 모으고 발표함으로써 정부는 육성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반 기업도 아니고 대육성그륩 아니던가?

“그럼 마지막은 육성과의 마지막 거랜가.”

E육성에 대한 안건을 끄집어 왔다.

170억대 적자를 내면서 육성그룹은 200억대 현금을 들여 이재진의 손실을 막아주고 오히려 차익실현을 도왔다.

“이걸 10년이 넘게 적자를 냈고, 육성이 계속 들고 있기보다 내가 품는 게 더 맞지.”

육성이 계속 들고 있기보다 한리버가 관리하는 게 더 좋으리라 봤다.

“인재육성 플랫폼은 그대로 두고 네트워크 보안장비 정도만 가져오면 될 거고, 나머진 일부 지분만 가지면 그리 큰돈은 들지 않지.”

육성은 한리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파트너십이란 아주 좋은 단어를 가져와 묶어 관계를 형성한다면 더욱 좋으리라.

지이이이잉.

책상 위에 올려 둔 핸드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렉트라 연구소장 김상수.]

배터리 개발에 매진 중인 연구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접니다. 오랜만에 전화 주셨네요.”

---회장님,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정말인가요?!”

한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놀람을 표현했다.

---하하. 전부 회장님께서 주신 힌트가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연구소장은 껄껄 웃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제가 바로 그리로 가겠습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다.

한강은 일어난 자세 그대로 회장실을 벗어났다.

***

부릉!

고급 승용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차량은 서서히 속도를 줄려 ‘한리버 일렉트라’ 간판 앞에 멈췄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연구소장을 필두로 연구소 직원들이 한강을 반겼다.

“결과물은 어딨나요?”

일 년은 더 있어야 할 걸로 내다봤던 배터리 개발이 훨씬 앞당겨졌다.

“저깄습니다. 일단 임시로 전기차를 만들어 봤습니다.”

김상수는 앞장서 걸음을 이동했다. 연구진들은 한강을 호위하듯 둘러싼 채 발을 움직였다.

“오오.”

도착한 장소는 임시로 만들어 둔 평평한 공터였다. 그 위에 철로 각철과 철판을 이용해 임시로 만든 전기차가 세워져 있었다.

모터와 감속기와 연결된 배터리가 시야로 들어왔다.

“배터리 성능 검증만 남았습니다. 이제부터 테스트를 거쳐 평가를 할 겁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디자인을 뽑아 샘플 차량을 만들었음 합니다.”

눈동자에 맺히는 자신감이 마음에 든다. 한강은 크게 머리를 흔들었다.

“좋아요. 제가 아주 멋진 놈으로 뽑아 볼게요. 한번 멋지게 만들어 보세요.”

“맡겨만 주세요.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일단 전기차 1호가 될 성능을 확인해 보도록 하죠.”

한강은 시선을 앞으로 당겼다.

레이싱에서 볼 법한 복장에 헬멧을 쓴 남자가 차량에 올랐다.

“시작하겠습니다.”

연구소장이 무전기에 입을 가져갔다.

“시작하게.”

차량에 오른 남자에게서 사인이 들어오고.

우웅.

모터가 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움직였다.

“......이 정도면.”

한강은 한동안 전기차가 대지를 긁으며 달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결과는 대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소장님, 배터리가 완충 시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검사해 주시고, 완충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파일로 꾸려 메일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특허 준비에 들어가세요.”

이제 전기차는 완벽한 한리버의 소유가 되었다.

‘이걸 여러 각도로 활용해 배터리 기술을 늘리게 된다면, 세계는 한리버 배터리를 표준품으로 사용하게 될 거야.’

2007년에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해, 2008년에 들어서 로드스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테슬라.

그것을 한리버가 최소 2년은 앞으로 당겼다.

지금 테슬라는 배터리에 대해 구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점.

지금이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망할 때까지 기다릴 이윤 없지. 후후.”

해당 기술과 전기차 주행 영상을 보여준다면, 테슬라는 무릎을 꿇게 될 터다.

어쩔 수 없다. 회사는 압도적 기술 앞에 무릎은 꿇은 건 아주 자연적인 현상이다.

한리버는 테슬라와 루시드 기술진들을 대거 영입하게 될 것이고, 세계적인 전기차 자동차로 탄생하게 되리라.

***

따라라.

맑은 소리 고운 소리♪

화면에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피아노를 비친 영상이 위로 올라가 남자의 뒷모습을 비추었다.

오른손의 아르페지오.

낮은음과 높은음을 넘나들며 화려한 연주를 선보였다.

손쉽게 치는 걸로 보이지만 조금만 힘 조절을 잘못해도 망하는 마의 에튀드.

이름에 맞게 오른손을 위한 곡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사분음표 176 원 템포로 굉장히 빠른 속도의 곡이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은.

“와, 멋지다.”

감탄을 입에 단 채 곡에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눈을 감고 조용히 음악을 감상했다.

[미래를 걸어가는 기업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성우의 목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져 들렸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미래의 새싹을 키우는 기업.]

문구가 아래로 새겨졌다.

[도덕적인 기업.]

[평등한 기업.]

[직원과 함께 하는 기업.]

[우리는 믿습니다. (주)한리버그룹.]

IT기업의 선도주자, 수많은 기업들과 회원들이 소통하는 장면들이 일정한 속도로 지나갔다.

[한리버 그룹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아주 한리버로 덕질하게 만들었어.”

이건호는 화면에 보이는 미남자의 연주를 들으며 혀를 쯧 찼다.

“어떻게 봤느냐.”

이건호의 시선이 곁에 자리한 남자에게 향했다.

이재진이었다.

“......”

이재진은 위축된 얼굴로 바라보던 화면을 거둬 테이블에 놓인 찻잔을 바라봤다.

“이런 말을 하기 싫다만, 저게 너와 유 회장의 차이다.”

좀처럼 싫은 말을 하지 않는 이건호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강한 회초리성 말을 던졌다.

맞지 않았음에도 귓가로 맞는 소리가 들리게끔 하였다.

“만약 이 한마디로 네가 기분이 상해 나를 거스른다면 그것이 너의 그릇이야. 부족하다면 인정하고 받아들이거라. 그래야 네가 발전할 수 있다.”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면 회장의 재목이 아니다. 이건호는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

“그 유 회장은 바닥에서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다. 내가 해준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룩한 결과야.”

자산가치는 일찍이 국내 최고 자리에 올랐고, 아무도 한강의 정확한 자산을 알지 못했다.

그저 미래의 잠정적 가치로 오십에서 육십조 정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만 할 뿐이다.

어쨌건 엄청난 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절대 네가 위라 생각하지 말거라. 나조차 배우는 게 많아 옆에 두고 싶을 정도야.”

흠칫.

어깨가 들썩였다. 지금껏 누군가에게 배운다 말해 본 적 없던 아버지가 저런 말을?!

충격이었다.

“남의 잘됨을 축복해라.”

어떤 메시지가 담긴 듯한 말.

많은 걸 생각 들게 하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지금은 쉴 때야. 뭔가를 하려 하지 말고 휴식기를 가지거라. 그리고 생각해라. 어떤 이유로 사업을 실패하였는지를.”

“네.”

늘 하던 말 중 하나였다. 이재진은 이건호의 말을 받아들여 깊이 새겼다.

무겁던 마음을 조금은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육성E 사업은 유 회장에게 넘기기로 하였다.”

“네?!”

폭탄성 발언에 깜짝 놀란 재진이 테이블로 가져간 시선을 이건호에게 가져갔다.

벙찐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큰 손해를 입었어. 자칫 다른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들고 있기보다 한리버에 넘기는 것이 여러모로 좋아. 이미지 쇄신에 좋을 게다.”

하지만 이건호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적자사업을 계속 들고 있기보단 필요한 이에게 주어 기업을 성장시키고 우리는 그걸 이용하면 된다.”

육성은 전자를 주축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한리버는 애초에 플랫폼을 위주로 성장해 세를 넓혀갔다.

무엇보다 언제 흑자로 들어설지 모를 일이기에 한리버에 맡기는 게 육성 입장에서 가장 좋다 여겼다.

이게 가능한 부분, 사위이면서 한리버이기에 믿고 맡기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제 좀 봐줄 만해 보기 좋아. 너무 연연하지 마. 그것보단 이 전무가 잘하는 걸 찾아봐.”

사람마다 경영 방식은 다르다. 확장형이 있고 수비형이 있다. 확장형은 말 그대로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험도가 높다. 반면 수비형은 내실을 다지며 안정적인 경영으로 위험도가 적다.

각자 분명한 장단점은 확실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재진이는 후자야. 이보다 더 키우긴 힘들겠지... 그 전에 내 선에서 확실히 잡아 줘야 해.’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그리고 말이다. 혹여나, 내가 자리 비웠을 때 일이 터진다면...... 유 회장에게 조언을 구하도록 해. 분명 좋은 쪽으로 길을 제시할 게다. 만약 너의 생각과 유 회장의 생각이 같다면 그건 뒤도 보지 말고 진행해.”

그간 지켜봐 온 한강이라면 정답에 가까운 현명한 조언을 해주리라 확신했다.

또한, 내성적인 아들이나 숫자에 밝은 아들은 회사를 키우지 못할지언정 가장 안정적인 선택을 하리라.

똑똑.

대화가 어느 정도 끝날 무렵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유한강 회장이 도착했습니다.”

여직원이 들어와 보고를 하였다.

“어쩌겠느냐? 같이 있겠느냐?”

보고를 들은 이건호는 재진에게 어떻게 할 건지 의사를 물었다.

“아닙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생각할 것도 많고. 마무리 짓지 못한 업무도 있고.”

“그래 가봐. 너를 믿는다.”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재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 유 회장을 들이게.”

재진이가 일어난 걸 보며 여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건호의 지시를 받은 여직원이 밖으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이 들어왔다.

“대화 나누게.”

밖으로 나가는 길 한강과 마주한 이재진은 눈으로 작게 인사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한강은 고개를 흔드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고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광고가 아주 잘 빠지게 나왔더구나. 축하한다.”

한강을 웃음으로 맞이해 주었다.

조금은 무겁던 공기가 낮게 내려앉았다.

“오늘 온 건, 그 일 때문이겠지?”

“그렇습니다. 약속대로 육성E를 받으러 왔습니다.”

“그건 밑에 알렸으니, 알아서 할 게다.”

이미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는 셈.

일 처리가 빨랐다.

“편의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의는 무슨. 그보다 내 너에게 부탁이 있다.”

이건호의 눈이 진지하다. 큰 결단을 내린 눈은 한강을 잠시 응시하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죠.”

이건호는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건조해진 목이 축축해졌다.

“지금의 육성을 어떻게 보나?”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지요.”

“아니 그런 거 말고. 네가 느끼는 육성 말이다.”

한강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건호가 원하는 대답은 아닌 모양이다.

“음... 솔직히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오자마자 질문을 약간의 동요도 하지 않고 무덤덤이 받았다.

‘역시, 보통이 넘어.’

이건호는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육성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지금이야 회장님의 최측근만으로 육성이 움직인다 치지만, 그들이 부재일 땐 회사가 멈춥니다. 여기서 장인어른이 빠진다면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겁니다. 그에 대한 대비를 하심이 좋으리라 보입니다.”

더 들어갈까 하다 이쯤에서 멈췄다.

모든 걸 얘기하라 했다가 다 이야기할 바보는 아니었다.

“허허. 역시 시원해서 좋아. 솔직히 얘기해 주어 고맙네.”

오늘따라 이건호의 분위기가 다른 날과 조금 달랐다. 강렬하게 빛을 뿌리던 눈엔 걱정이 가득했다.

“유 회장. 아니, 한강아. 내 부탁이 있다.”

이건호는 오랜만에 사위와 회장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

“......”

한강은 말없이 기다렸다.

“내가 없을 때 육성을 도와다오. 그리고 절대 육성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음 한다.”

“......”

뜬금없이 흘러나오는 이야기이지만, 한강은 표정을 유지했다.

“대신 육성 자동차를 주겠다. 그러니 재진이를 지켜다오. 장인이 아닌 아비로서 부탁한다.”

무언가 느낀 걸까? 심상치 않다.

“전 제 회사를 운영하는 것만도 버겁습니다.”

한강은 약간의 고심 없이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자동차는 필요하다 여겨지니 때가 되면 감사히 받아가겠습니다.”

이건호의 말에 따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렇게 말하는 게 그의 걱정을 잠재워 주는 거리라.

“그래, 고맙구나.”

“이거, 오늘 계약서를 작성하러 왔다 자동차를 얻어 가네요. 육성에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적극 돕겠습니다.”

“오늘 한잔할 텐가?”

“제가 사겠습니다.”

“내가 아주 잘 아는 곳이 있네. 그리로 가게나.”

둘은 모종의 거래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는 한강의 눈은 먼저 밖을 나서는 이건호의 뒤를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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