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04화 (104/237)
  • 104화. 20살, 대자연의 즉흥곡 낙찰

    “20억.”

    어느새 금액은 20억에 도달했다. 단위는 1천만 원으로 조정.

    경쟁은 금액이 더해갈수록 치열하게 변했다.

    “이 회장님, 이쯤에서 양보하심이 어떻습니까?”

    애간장 타는 이용범은 경쟁자 하나라도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허허, 미안하게 됐습니다. 사위가 괘씸해서라도 저걸 내가 가져야겠습니다.”

    이건호는 부리부리한 눈을 사위에게 던졌다. 한강의 웃는 모습이 오늘따라 참으로 얄밉다.

    “허허허.”

    이용범은 이건호의 시선이 머무는 방향을 보고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36억 2천만 원.”

    잠깐의 대화시간, 경매가는 36억을 넘어서고 있다.

    그림 하나가 강남 아파트 가격을 넘어섰다.

    “37억.”

    와!

    자리에 있는 기자들의 입에서 감탄이 터졌다.

    기자들의 관심은 이제 얼마나 갈지보다 어떤 조건을 내세우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45억 원.”

    그때였다. 8억이나 올려 부른 목소리가 장내에 퍼졌다.

    30억대도 혼란을 겪던 기자들은 40억이 넘어가자 기겁을 하였다.

    “누구야. 저 사람.”

    기자는 카메라 렌즈를 주인공에게 보냈다.

    “저자도 참 대단합니다.”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사람이군.”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남자는 바로 부디 텍.

    세계 미술계 부호 10위 내 떠오를 남자는 혼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끙...”

    45억 원까지 치닫자 고민이 되었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둘 손을 내렸다.

    목표가로 설정해둔 금액에서 너무도 크게 올랐다.

    “사십오에서 더 없으십니까? 사십오, 사십오... 하나, 둘.....”

    진행자가 숫자를 셌다. 경락봉에 손을 가져갔다.

    “50억!”

    ‘셋’을 외칠 찰나 ‘50’ 벽을 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오? 이용범 회장님.”

    JK그룹 이용범 회장이었다. 이건호는 옆에 자리한 그를 보다 고개를 까딱였다.

    “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용범의 시선은 오로지 그림에 가 있었다.

    꼭 가지고 말겠단 집념이 느껴졌다.

    “51억.”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건호가 손을 들었다.

    “......”

    이용범의 얼굴에 원망이 깃들었다.

    “전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설마 50억까지 갈 줄 몰랐습니다.”

    정지섭이 먼저 백기를 들었다.

    정지섭이 생각하기에 적정치는 40억대였다.

    50억이 넘은 건, 목표가에서 한참 벗어났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안에 저장된 노래의 가치까지 따진 거 같군.”

    누군가의 중얼거림이었다. 음성은 납득이 가지 않은 감정이 실렸다.

    “멍청하긴, 그거 가지고 저 그림이 50억을 넘는다 생각하는 바보가 있다니.”

    부디 텍은 인도네시아어로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엔 불쾌한 감정이 서렸다.

    하나, 이를 알아들은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55억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경매에 참여하는 인원은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다.

    “그림의 퀄도 뛰어나지만, 가장 중요한 그의 미래가치다.”

    부디 텍은 한강의 가치를 매우 높게 쳤다. 주식으로 치면 미래가치주.

    작품 가격은 뛰어난 작품성도 있겠지만, 화가의 인지도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화가로서 인지도는 곧 돈의 상승을 의미한다.

    90년부터 이름을 알려 04년까지 이어온 한리버란 이름. 고작 스무 살 나이에 이 정도 위치까지 오른 화가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뿐일까? 음악가로서도 한리버는 인정을 받았다.

    게다가 기업가로서도 크게 성공했다.

    전 세계에서 한리버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몇 되지 않을 터다.

    주변 이미지도 좋다. 이 정도면.

    “60억.”

    60억도 쌌다.

    와아!

    그림 하나가 60억이 되었다. 부디 텍은 한강의 그림을 60억 이상으로 쳤다.

    “허허...... 하. 아쉽게 됐습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이용범은 포기를 하였다.

    딸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되었다 싶었다.

    “......마음에 안 드는군.”

    이건호도 두 손을 들었다.

    60억 정도면 육성에서 보유한 미술품에서 중간 지점에 위치했다.

    더 해봐야 알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백억 대가 가도 끝나지 않을 거 같았다.

    “화폐를 찍어내는 공장보다 낫구만.”

    본인도 참여하고 있는 경매지만 빠르게 치솟는 경매가에 헛웃음이 터졌다.

    한강의 손은 화폐를 찍어내는 손으로, 금손 그 자체였다.

    참으로 부러운 능력을 지녔다.

    “60억, 61억......”

    경매가 폭은 점차 속도를 잃어갔다.

    60억대에서 낙찰될 거 같았다.

    “63억.”

    이번에도 부디 텍이 손을 들어 경매가를 올렸다.

    “...... 하나, 둘, 셋. 63억에 낙찰되셨습니다.”

    딱!

    손에 들린 경락봉이 나무판 위로 떨어졌다. 진행자는 도장을 찍듯 찍으며 경매의 끝을 알렸다.

    “오늘 즐거운 경매였습니다. 유 회장님.”

    낙찰을 받은 부디 텍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에게 걸어갔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의 작품을 좋은 값에 가져가 주셔서.”

    걸어오며 인사를 건네는 그의 손을 맞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현생에 태어나 가장 높은 금액에 거래된 ‘대자연의 즉흥곡’.

    뿌듯한 감정이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이 그림의 가치는 앞으로 더 오르리라 봅니다. 유 회장님의 가치가 오르면 이 작품 또한 오르게 되겠죠.”

    부디 텍은 시원하게 웃었다. 꽤나 만족했는지, 입가에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이 작품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한강은 가지런히 놓인 하얀 이빨을 내보였다.

    “언제고 연락하고 놀러 오세요. 내 유 회장이라면 극진히 대접하리다.”

    원하던 작품을 얻게 되어 기분이 좋은지, 부디 텍은 한강을 살갑게 대했다.

    “감사합니다.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의 활동지는 인도네시아와 홍콩과 중국.

    한강은 이번 인연이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았다.

    ‘잘됐어. 어쩌면 중국을 뚫을 수 있겠어.’

    꽌시의 나라 중국.

    어쩌면 그가 한리버의 교두보가 되어 주리란 아주 좋은 예감에 빠져들었다.

    “좋겠구나.”

    부디 텍이 자리를 피하고 이건호가 다가왔다. 근처엔 미래그룹 회장과 JK그룹 회장이 함께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설마 60억을 뚫을 줄은 몰랐다.

    높게 쳐줘야 30억 수준.

    한데, 뜻밖에 인물의 출현으로 가치가 급격하게 뛰었다.

    “큼, 난 이만 가보마.”

    “조심히 들어가세요. 장인어른.”

    이건호는 말을 짧게 끊고 자리를 떴다.

    “어제 나눈 이야기 잊으면 안 됩니다.”

    미래그룹 회장도 걸음을 움직였다.

    이제 남은 건.

    스윽, 한강의 시선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우물쭈물하는 이용범에게 향했다.

    “이거 참 부끄러워서리. 유 회장에게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 수 있을지... 사인 한 장만 부탁합니다. 딸아이가 유 회장의 팬입니다.”

    사인을 요청한 건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다.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종이와 팬을 조심히 내밀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하, 진작 말씀하시죠. 따님께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한강은 종이를 받아 펜을 들었다. 다이아가 박힌 만년필이었다.

    ‘비싼 값은 하네. 부드러워.’

    종이를 따라가는 펜의 선이 참으로 부드럽게 이어졌다.

    한강은 성의를 다해 사인을 해주었다.

    “커험, 사진도 한 장......”

    딸을 위해 부끄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참된 아빠의 모습에 한강은 피식 웃고는.

    “여기서 이렇게 찍음 될까요?”

    아직 벽에 걸려 있는 미술품에 다가서 자세를 잡았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한강의 배려 아닌 배려에 이용범은 고마움을 느꼈다.

    이거면 딸아이도 충분히 납득하리라 봤다.

    ‘정말 잘생겼구나... 윤미가 좀만 더 일찍 태어났어도..... 쩝.’

    한강의 완벽한 페이스와 올곧은 성품 그리고 그의 능력이 참으로 좋게 다가왔다.

    이런 사위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아쉬움만 커져갔다.

    “됐습니다. 여기에도 사인을 부탁해도 될지요.”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쉬웠다. 폴라로이드에서 나온 사진 뒷면에 사인을 요청했다.

    스스슥.

    “여깄습니다.”

    한강은 거리낌 없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건넸다.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음 번에 은혜를 갚겠습니다.”

    아무리 예술가라지만, 지금의 요청은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웃는 얼굴로 거리낌 없이 부탁을 들어주는 모습에 깊은 호감을 느꼈다.

    이용범은 재차 감사를 전하고 자리를 떠났다.

    “고생했어. 윤희야.”

    사람이 다 빠져나간 방 안. 윤희와 단둘이 남게 됐다.

    “오늘 일찍 퇴근할 거 같아. 나 데리러 오지 말고 바로 집으로 와.”

    “알았어.”

    한강도 윤희와의 작별(?) 뽀뽀를 하고 육성 미술관 라움을 벗어났다.

    [한리버 유한강 대표 전시회 성황리에 마무리....]

    [한리버의 작품 ‘대자연의 즉흥곡’이 치열한 경매 끝에 우리 돈 63억 원에 낙착됐다. 낙차는 인도네시아 사업가 부디 텐으로 인도네시아 농업과 축산업계 큰손으로 알려졌다.]

    한강의 작품 소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림 하나가 무려 63억 원!

    기사로 삼기에 이보다 자극적인 소재도 없으리라.

    └ 이미나: 화이팅!

    └ 유지혜: 아 뤼비똥 당긴다~

    └ 유지연: 갈비 먹고 싶어요!

    └ 한예진: 왕 부럽다. 나도 그림 그릴걸... 누구는 1년 일해도 2천이 안 되는데...... 내 멘탈 돌려줘...

    └ 고주성: 술 당긴다. 오징어회에 한잔하러 갑니다 ㅠㅠㅠㅠ

    더움과 네이컴을 타고 오션월드에 올려진 기사 아래로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을 댓글로 표현했다.

    ***

    쉬이이이이, 퍼어엉!

    하늘 위로 화려한 불꽃이 사방에서 터졌다.

    2005년 새해를 알리는 불꽃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장모님, 장인어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엄마 아빠 복 많이 받아요.”

    새해가 되고 한강과 윤희는 이태원 저택을 찾았다.

    “그래, 사위도 많이 받고 윤희는 건강 챙기고.”

    홍라혜는 흐뭇한 시선으로 두 부부를 바라봤다.

    “이건 장모님과 장인어른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

    “......어쩜.”

    한강은 커다란 가방에서 두 개의 상자를 꺼냈다.

    “사위 이게 뭔가?”

    “......??”

    홍라혜가 놀라 묻고, 이건호는 내심 기대 어린 눈으로 한강을 응시했다.

    “최근에 경매로 번 수익이 좀 되기도 하고. 새해 기념으로 두 분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덕화와 미화에겐 미리 주었다. 다음으로 온 장소가 이곳이었다.

    “사위밖에 없네.”

    “......”

    포장지를 뜯자 안에는 에르메스 가방 신상이 들어가 있었다.

    “고마워 사위. 잘 쓸게.”

    그리고 안에는 현금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보자 라혜는 크게 감격했다.

    “잘쓰지......”

    선물을 확인한 이건호의 얼굴엔 쑥스러운 감정이 자리했다.

    이건호에게 준 건 지갑으로, 지갑 안엔 하얀 수표로 가득했다.

    둘에게 있어서 1천이나 1억이나 큰 차이 없는 돈이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무척 크게 다가왔다.

    “앞으로 두 분께 윤희를 사랑하는 만큼 효도를 하겠습니다.”

    “나도.”

    그간 일하느라 가족을 돌보지 못했다. 그런만큼 올해는 가족에게 집중하기로 하였다.

    윤희도 한강의 뒤를 이어 말했다.

    “접니다. 총장님.”

    약 1시간의 시간이 지나, 한강과 윤희가 떠난 시간.

    “허허, 우리 막내 사위가 있지 말입니다. 내게 지갑을 선물했지 뭡니까. 글쎄 거기에 뭐가 들었는지 아십니까? 천만 원이 들어가 있더이다. 하하. 이거 참 쑥스러워서......”

    이건호는 서재로 들어가 지인들에게 전화해 막내 사위 자랑을 하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앞에선 못마땅해하지만, 뒤에선 남몰래 한강을 자랑했다.

    [유한강 회장 쇼팽 콩쿠르 응모! 올해 응모자 3백 명 넘어서다.]

    사람들의 관심은 단번에 퀸 엘리자베스 대상을 거머쥔 유한강에게 모아졌다.

    2005년 2월이 되는 시점, 쇼팽 콩쿠르 접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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