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01화 (101/237)
  • 101화. 20살, 월드플레이

    [한리버가 장시간 준비한 월드플레이가 세상에 공개됐다. 예술과 교육방송을 병행할 것으로 내다본 월드플레이는 어디서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방송들을 준비했다.]

    [그중 한 곳이 ‘덕후TV’다. 덕후 TV는 첫방송을 하기 전 오션월드를 통해 40초간 짧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덕후TV는 오픈한 날 놀랍게도 구독자 10만 명을 넘어서는 쾌거를 보이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시 보기 영상의 조회 수 또한 10만 명을 넘어선다.]

    └ 김수희: ㅋㅋㅋㅋㅋ 이거 진심 레전드ㅋㅋㅋ

    └ 양미라: 겁나 보기 싫은데, 보게 됨. 마약 같은 덕후들...

    └ 조진아: 나더 덕후였나봐... ㅠㅠㅠ

    더움과 네이컴에 덕후TV 기사가 실렸다.

    실시간 검색순위 10위에 랭크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 정도면 성공이죠?”

    “다른 방송은 성적이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덕후TV는 하루 만에 10만 명이 넘는 높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충분히 성공했다 보입니다.”

    콘텐츠, 마케팅, 기획, 홍보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결과였다.

    “오픈빨일 수 있어요. 결과에 기뻐하지 말고 늘 긴장하고 최선을 다하라 이르세요.”

    사람이란 것이 그렇다. 한 번 잘되면 영원히 잘될 거라 믿고 방심하게 된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주의 꼭 필요했다.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

    JYB 엔터테인먼트 건물 안에서.

    ---촬영 들어갑니다. 투 원 큐!

    그간 기다려온 월드플레이의 두 번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세 시가 좋아지는 음악방송 정지훈의 JYB. 쓰읍, 흐아. 쓰읍, 흐아. 안녕하세요 지훈입니다.

    장지훈의 모습이 화면 속에 비췄다. 화면 앞에는 깡마른 여자아이가 시청을 하고 있었다.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아주 기막힌 가수 한 명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 시대가 낳은 대한민국의 디바, 블랙엔젤님을 모십니다.

    “......”

    ---안녕하세요. 블랙엔젤입니다.

    화면 속에 가면 쓴 여성이 등장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상당히 흥미를 끌었다.

    ---정지훈의 JYB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순수 노래 방송입니다. 오늘부터 블랙엔젤님은 가면을 쓴 채 저와 함께 방송을 하시게 될 겁니다. 모두 궁금하죠. 하지만 쉿! 비밀이라는 거.

    지훈은 검지를 입에 가져다 붙인 채 입술을 길게 찢어 눈웃음을 지었다.

    ---블랙엔젤님의 노래 실력이 궁금하시다고요. 당연히 들려드려야죠. 어때요 블랙엔젤님. 준비되셨나요?

    ---네, 준비됐습니다.

    목소리에 긴장감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가면 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결연한 각오로 가득했다.

    ---무엇을 부르실 건가요?

    ---저를 디바로 소개시켜 주신 데 감사함을 전하는 의미에서, 디바 선배님들의 곡인 왜불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왜불러 좋죠. 그럼 블랙엔젤님이 부릅니다. 디바의 왜불러.

    장지훈이 옆으로 쓱 빠졌다.

    ---왜 불러 왜 불러 왜 불러 왜 아픈 날, 두 팔을 벌려 나를 꼬옥 안아줘...

    노래가 시작됐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여자아이는 화면에 등장하는 가면 쓴 여성을 보며 작은 손을 꽉 말아쥐었다.

    ---다가오지 마.

    “그럴 순 없어.”

    ---날 내버려 둬.

    “다시 생각해.”

    ---그 누구도 날 진정 사랑해준 사람 없었어. 난 꿈이 없어...

    “...내 손을 잡아봐.”

    울컥하는 감정이 위로 올라왔다. 여자아이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어내어 ‘진정 사랑해준 사람 없었어. 난 꿈이 없어’ 이 부분을 반복해서 불렀다.

    “이지윤! 누가 내 방에 들어와서 컴퓨터 보래! 엄마, 지윤이가 또 내 방 들어왔잖아!!”

    그때였다.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 날선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잘못했어요.”

    여성의 목소리에 지윤이라 불린 아이는 화들짝 놀라 무릎을 꿇고 손을 싹싹 비볐다.

    “바퀴벌레 피해서 오더니 바퀴벌레가 됐나. 남의 집에 얹혀살면 눈치껏 한쪽에 처박혀 살아야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안 나가!”

    뒤따라 들려오는 30대로 보이는 여성의 목소리에 지윤은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혼자 누울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흑흑. 엄마...”

    지윤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친척의 빚보증을 잘못 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게 되어 얹혀살게 된 자신.

    모든 것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진짜 짜증 나. 언제까지 바퀴벌레 같은 년을 데리고 살아야 돼. 지가 가수 되면 난 백만장자 되겠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고스란히 지윤의 귀로 들어갔다.

    “꼭 성공할 거야. 그래서 보란 듯이 잘살 거야. 꼭......”

    작은 두 주먹에 꿈이 실린 의지가 담겼다. 눈은 괴로움에 슬픔에 울고 있지만, 두 주먹엔 꿈과 목표가 들렸다.

    ***

    [한리버 월드플레이에 JYB와 협업하여 인터넷 음악방송 사업 진출?]

    [월드플레이는 제2의 방송사?!]

    해당 방송은 또 다른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연일 이슈와 함께하게 된 한리버의 다음 사업이 방송계 진출로 내다봤다.

    “진짜 좋다. 재밌는 방송도 많고.”

    장지훈의 인기는 여성 팬들의 가입을 이끌었다. 월등한 한리버의 광고효과도 크게 한몫했지만, 인지도 면에서 장지훈은 천하무적임을 입증했다.

    “그런데 이 여자가수 누굴까? 목소리 진짜 듣기 좋다.”

    ---왜 불러 왜 불러...

    몇 번을 들어도 너무 좋았다. 가면 속 여자의 얼굴이 너무도 궁금했다.

    └ 유혜영: 언니 너무 멋져요. 팬 됐어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지 어린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응원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응원글을 남겼다.

    월드플레이의 성공을 예고하는 모습이기도 하였다.

    [엔지카드가 한리버 카드로 재탄생한다.]

    [상호변경 사유,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가치 향상 주목적...]

    엔지카드의 상호를 바꾼다는 기사가 떴다.

    주주총회에서 부정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아 상호변경에 들어갔다.

    “그나저나 주가는 더는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네요.”

    6천 초반에서 중반 사이를 오가는 주가를 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디.

    이미지를 떠나, 투자자들이 한리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으니, 눈치챈 투자자들부터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기다려 보자고요. 우리에게 있어 그게 필살 전략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엔지카드의 운명은 사람들의 쿠키 이용에 달렸다.

    “나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쿠키의 사용빈도를 늘릴 수 있는 추가 사업이 필요했다.

    한강은 무엇이 있을지, 신중히 생각했다.

    ***

    [한리버 쇼핑몰 대대적인 특가 할인, 모든 쇼핑몰에 대한 0.5% 할인, 10만 원 초과 결제 시 1% 할인!]

    [한리버 쇼핑몰이 인정하는 쇼핑몰과 거래 시 1%+1% 초특가!!! 할인을 맛본다.]

    한리버 카드로 상호변경을 성공한 구 엔지카드의 첫 번째 이벤트가 공개됐다.

    “흠... 1~2%라고 해봐야 10만 원이면 천원에서 2천 원이잖아. 막 와닿지 않는데.”

    계산기를 두들겨 본 여성은 만족스럽지 않은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 큰 할인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쩝 그래도 다른 데 보단 여기가 더 좋으니까.”

    그리고 쇼핑할 사이트가 더움과 네이컴 외에 다른 건 생각해 볼 수 없었다.

    여성은 1~2% 할인에 만족하며 생활필수품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총금액: 156,000원.]

    [잔액이 부족해 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 아, 담다 보니 초과했네.”

    다 필요하다 생각해 집어넣다 보니 통장 잔고를 넘기고 말았다.

    “어쩌지. 다 필요한 것들인데.....”

    하필 물건들이 다 떨어져, 모두 필요한 생필품이었다.

    옷은 다음 주 약속을 위해 입어야 하였고, 버릴 것이 없었다.

    “휴, 뭐 별수 없지. 신용카드로 긁자.”

    여성은 결국 신용카드를 빼 들었다.

    XXXX-XXXX-XXXX-XXXX.

    카드번호를 적고 인증절차를 통해 ‘15만6천 원’ 결제금액을 지정해 눌렀다.

    [한리버 카드를 사용해 쿠키로 전환하시면 쇼핑을 더욱 저렴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쿠키를 20만 원에 2%를 더 드립니다.]

    [필요시 환불을 선택하면 나머지는 현금으로 바꿔드립니다.]

    집히는 대로 카드를 꺼내 정보를 기입하고 결제를 하려는 순간, 알림 메시지가 떴다.

    “뭐야, 완전 대박이잖아.”

    쇼핑에 대한 할인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쿠키는 달랐다. 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쿠키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걸 알면서 바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던 이유는 귀찮음에 있었다.

    쿠키로 바꾸는 결제 이동 경로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즉시 결제를 주로 이용했다.

    “이럼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숫자로만 따지면 최대 4% 할인을 누릴 수 있다.

    여성은 꺼내든 카드를 멀찍이 놔두고 지갑에 봉인해둔 구 엔지 카드를 꺼냈다.

    “이리된 거 30만 원 하자.”

    귀찮게 여러 번 결제를 하느니, 결제금액을 늘려 쿠키를 소지하고 있기로 하였다.

    [결제가 되었습니다.]

    [쿠키 6천 개 추가 지급됩니다.]

    [남은 쿠키: 30만6천 원.]

    “진짜다. 그럼 만약 이렇게 장을 보고 결제를 하면 생활비가 그만큼 줄어드는 거 아냐?!”

    여성의 두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였는데, 이걸 잘 활용하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매년 5백만을 쓴다 생각해보자. 10만 원이나 절약되네. 진짜 완전 대박!”

    1년에 5백만 원만 쓰면 다행이다. 가족이 생활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 넘어갔다.

    “엄마에게도 이걸 얘기해 주자. 친구들에게도.”

    여성은 즐거운 마음을 안아 들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156,000원.]

    [-3,120원.]

    [택배비 0원.]

    [결제금액: 152,880원]

    [남은 쿠키: 147,120개]

    ***

    스위트 쇼핑.

    “와아... 언니 이번에 매출 5천만 원 떴어!!”

    영미는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언니를 불렀다.

    “요즘 너무 힘들다 했는데, 힘든 이유가 있었구나. 완전 대박이다.”

    올해 들어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4월은 새로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놓여 주문량에 비해 매출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5월 중순부터 매출이 안정적으로 잡히기 시작하더니, 6월 들어 2천으로 급상승을 하였다.

    이익률은 저조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데 부족하지 않을 정돈 되었다.

    그러다 11월이 된 지금 역대 최고의 매출을 찍었다.

    겨울옷이라 비싼 점도 있었지만, 월 매출 현황을 보면 매달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언니 이제 우리 돈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된 거 맞지?”

    “당연하지. 이대로 1년만 더 고생하면 아파트도 꿈은 아닐 거야.”

    “아, 아파트다.”

    아파트를 얼마나 바라왔는지 모른다. 이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생각하니 몹시 홉족했다.

    “그렇게 좋아?”

    “당연한 거 아냐. 곰팡이 나는 집에서 해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다고. 그렇다고 당장 이사 갈 생각은 없지만.”

    목표가 가까워지니, 모든 것들이 긍정으로 보였다.

    “아! 맞다.”

    그 순간, 영미가 두 손을 짝 소리 나게 치며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언제, 우리 일 가르쳐둔 형진이 오빠 있잖아.”

    한리버 쇼핑몰 사업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스위트 쇼핑으로 파견 나온 남자의 이름이다.

    “그 오빠가 왜?”

    “나한테 문자가 왔었는데, 언니한테 말하면 알 거라며, 이거 보여주라던데.”

    영미는 폰을 열어 형진이 보내온 문자를 보여주었다.

    [11월부터 잡힌 쿠키 결제 전부 매출로 잡지 말라 해. 앞으로 쿠키로 결제되는 매출이 크게 늘 거야.]

    “그러고 보니...... 영미야 이번 달 쿠키로 잡힌 매출이 얼마야?”

    “쿠키, 잠깐만. 음... 약 2500만.”

    “확실히......”

    평소와 달리 쿠키 결제율이 크게 증가했다.

    영아의 얼굴이 신중하게 변했다.

    “언니, 왜 그래?”

    “영미야, 이거 어쩌면 절세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쿠키 매출은 80%만 가져와. 나머지는 저기에 두자.”

    사업을 한다면 회계는 필수다. 영아는 문자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하고 쿠키를 조절해 매출을 맞추기로 하였다.

    “영미야, 나중에 오빠한테 연락 오면 고맙다고, 밥 한번 꼭 사고 싶다 해.”

    잠깐의 인연이었던 자신들을 끝까지 챙기는 형진의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왜? 그렇게 하면 뭐가 좋은데?”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돈이 더 늘어남을 의미해. 좋지?”

    영미는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 영미도 이제 회계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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