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00화 (100/237)
  • 100화. 20살, 한리버 카드를 품었다

    며칠 전, XX 골프장에서 있던 일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은행장님과 라운딩을 도니 참 좋습니다.”

    하나은행 남궁현은 잔디를 밟고 걸으며 허허하며 웃었다.

    “피곤한데, 그만 본론을 꺼내시죠.”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던 이동기의 음성이다.

    계속 질질 끄는 남궁현의 행동에 더는 참지 못하고 이야기를 끊었다.

    “성격도 급하십니다. 큼. 안에서 얘기하시죠.”

    필드를 나서니 레스토랑이 보인다. 남궁현은 익숙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은행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뒤늦게 들어와 자리에 앉은 이동기는 자리를 잡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그 전에 말입니다. 한리버와 어떻게 대화가 됐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래야 우리가 거기에 맞춰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허허, 하나은행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은행입니다. 한리버와 비교해서 되나요?”

    짐짓 기분이 상한 얼굴로 꾸짖듯 말했다.

    “허, 그런 은행이 고작 5조도 안 되는 금액에 꼬리를 말고 인수를 포기하셨습니까?”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공기를 탔다.

    이동기의 입술 틈 사이로 작은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5조는 비싸죠. 엔지카드 지금 주가가 고작 5천입니다. 그때랑 비교해서야 되겠습니까?”

    1년 전 엔지카드의 주가는 1만 원 터울.

    반 토막이 난 만큼 현 가격은 2조 원 미만으로 잡았다.

    “그래서 엔지카드를 2조 원에 가져가시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어허 이거 왜 그러십니까? 다 아는 분이. 그러지 마시고 한리버에서 요구한 조건을 말해보세요.”

    이쯤 되니 남궁현은 조금은 기분이 상했다.

    무시하는 어투가 무척 거슬렸다.

    “엔지카드에 총 5조 원을 쏟아붓겠다덥니다. 되셨습니까?”

    보다 못한 이동기가 한리버와 협상한 일부 정보를 흘렸다.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한리버가 뭔 능력이 있어 그만한 돈을 엔지카드에 붓는답니까.”

    “저랑 협상을 위해 만난 자리가 맞습니까?”

    본색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 이동기는 목에 힘을 주었다. 한기가 방 안에 돌기 시작했다.

    한때 산업은행 채권단은 매각을 위해 채무탕감을 내부적으로 회의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던 때 나타난 기업이 한리버였다.

    한리버에서 내건 조건은 충분히 산업은행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에서 내거는 조건은.

    “3조 원 이상의 부실에, 그 부실규모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5천억에 가져가는 것도 좋게 가져가는 걸 모르는 겁니까?”

    “그래서 하나은행 측에선 5천억이 내걸 수 있는 최대라는 건지요?”

    협의할 분위기는 이미 깨졌다. 어쩌면 이동기의 마음은 일찍부터 한리버로 향했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한리버에서 그만한 돈을 쓰겠다 했다 이 말입니까?”

    너무도 무덤덤한 반응에 남궁현은 너무 놀라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금융 관련업도 하지 않는 한리버가 무슨 생각으로 카드사를 조 단위로 인수하려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다못해 육성이라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이건 상식 밖의 움직임이었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끝났다 봤다. 산업은행이라 해서 모든 걸 손해 볼 수 없는 입장이다.

    한리버란 회사는 몰라도 유한강만 보더라도 충분히 상환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모든 조건은 한리버가 좋았다.

    ‘하나가 이 정도면 신한도 크게 다르지 않겠어. 어설프게 여론몰이나 하려 하고 말이야.’

    이동기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직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어디 가십니까.”

    남궁현은 크게 당황했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기를 잡았다.

    “미안합니다. 아무래도 엔지카드는... 하나와 인연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럼 이만.”

    기업의 여건도 중요하지만, ‘한리버엔 육성이 있다. 아마 서로 합쳐 무언가 하려는 거겠지’ 생각을 가지며 자리를 떴다.

    ***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왔다. 이동기의 시선은 한강에게 고정됐다.

    “......그렇게 하여 한리버로 결정했습니다.”

    이동기는 지난 시간 있던 일들을 한강에게 소상히 털어냈다.

    “그런 걸 저에게 말해도 되는 건가요?”

    개인적인 일을 너무도 자세하게 말하는 모습에 오히려 한강은 살짝 당황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하하, 이상하게 회장님은 신뢰돼서 말입니다.”

    이동기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부끄러운 듯 뒷덜미를 살살 긁었다.

    남궁현과 있었을 때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좋게 봐주신 점 감사합니다. 그럼 일정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제 남은 건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뿐.

    날짜를 잡기로 하였다.

    “더 뒤로 미뤄봐야 큰 의미 있겠습니까. 매각준비야 다 된 상황이고 협의도 끝냈으니, 내일 바로 진행하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한강이 조건을 틀지 않는 이상 바뀌는 건 없었다. 이동기는 빠르게 일을 마칠 것을 주문했다.

    “그럼, 발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언론을 통해 대중에 알리는 시점을 물어보았다.

    “서명이 끝나는 대로 저희 측에서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한리버 측에서 독자적으로 하기보다 산업은행에서 먼저 밝히는 게 좋으리라 봤다.

    “그건 은행장님께 맡기도록 하죠. 아무튼 감사하게 됐습니다. 저희의 손을 잡아 주셔서.”

    한강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저도 역시 장사치인가 봅니다. 이득이 되는 걸 선택했을 뿐입니다.”

    구렁이 몇 마리는 꼈을 거 같은 그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가졌다.

    ‘저런 면 때문에 은행장을 하는 거겠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강은 이익을 좇는 사람들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자신도 이익을 좇는 사람 중 하나.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사업가는 이익을 좇을 수밖에 없는 장사꾼이었다.

    ‘앞으로 사회에 환원을 많이 하자.’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한리버는 가까운 미래에 큰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될 터다.

    “최고의 선택이 될 겁니다.”

    ‘허허.’

    자신감 넘치는 시선은 이동기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어쩌면......’

    마지막 생각을 다 잇지 못했다.

    “이만 일어나시죠.”

    한강의 음성과 함께 자리는 정리됐다.

    ***

    [엔지카드 한리버의 품으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산업은행은 한리버를 선택했다. 과연, 한리버는 엔지카드를 살릴 수 있을까?]

    [산업은행 매각대금 1조 원 5년 만기 진행. “산업은행은 엔지카드의 미래를 한리버에 맡기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유한강 회장님의 경영능력과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은 엔지카드 매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모두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라도 한다는 듯, 산업은행은 유한강이 쌓아 올린 경영능력에 힘을 실어 주었다.

    [농협중앙회 주식 12% 한리버에 처분....]

    [뒤를 이어 국민, 우리, 기업, 하나, 신한, 조흥 등 총 주식 약 30% 한리버에 넘어갔다.]

    [매각비용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주당 약 5~6천 원 선에서 결정된 걸로 보인다 밝혀......]

    └ 송민지: 정말 괜찮은 건가요?

    └ 박규태: 형님 돈 많다. 5조 사라진다고 거지 되지 않음.

    └ 유지영: 인생 한 방!!! 100주 담습니다!

    └ 조승연: 와...... 아주 쓸어 담네. 담아.

    └ 구성모: 주가 관리 지리고요.

    연달아 터지는 한리버의 기사는 국내를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다.

    “지금 주가가 6200원이라. 나쁘지 않네.”

    사람들의 반응에서 시선을 돌려 주가를 확인했다.

    51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한리버의 지분확보에 도움을 받아 6800원까지 상승했다.

    “총 지분 67%까지 확보했습니다.”

    “70%까지 끌어올리세요. 적당한 시기가 오면 10%는 시장에 풀 거예요.”

    지금은 주가를 방어할 때. 엔지카드가 정상궤도에 올라 주가를 회복했을 때, 차익실현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카드와 쿠키 광고 예정대로 내보내세요.”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월드플레이가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몇 달 준비 기간을 통해 드디어 월드플레이가 서비스에 들어갔다.

    “덕후TV 지원 아끼지 마세요.”

    한강은 덕후TV가 크게 뜰 걸로 내다봤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마케팅을 하기에 덕후TV만큼 적당한 것도 없다 여겼다.

    “JYB는 어쩌고 있어요?”

    “지훈 씨가 진행을 맡고, 내년 데뷔를 앞두고 있는, 정연 씨는 얼굴을 가면으로 가려 신비감을 조성할 거 같습니다.”

    “호오...”

    제법 머리를 썼다.

    “방송 일정을 이번 주 토요일 낮 3시로 잡았습니다.”

    “학생들 하교하고 집에 있을 시간이네요.”

    나쁘지 않은 시간대로 보였다.

    지금은 주 6일제로 이뤄지는 시대.

    토요일 4교시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1시에서 2시 사이. 3시면 학생들이 한창 심심해할 시간대이다.

    ‘그리고 음악방송과 시간대가 겹치지 않게끔 정했고. 나쁘지 않네.’

    음악방송은 젊은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방송이 될 터.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그럼 이쯤 정리하죠.”

    ***

    [덕후TV는 구독 좋아해.]

    ---알림설정도 꼬오옥!

    └ 이민주: 엄마... 무서운데 보게 돼ㅠㅠ 살려쥬...

    └ 조지웅: 빌어먹을... 결국 궁금해서 왔다...

    덕후TV 첫방이 시작됐다.

    [구독자 12,453명]

    그간 끊임없이 마케팅과 홍보로 인해 첫방에 기적적인 구독자 수를 기록했다.

    방송 수도 그리 많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그럼에도 1만 명은 대단한 숫자임에는 분명했다.

    ---안녕하세요. 덕후TV 체리 이도...

    ---...지수 상덕입니다.

    └ 이민영: 아... 내 귀!!!

    └ 구현아: ㅠㅠㅠㅠㅠㅠ 체리 언제 저래 부었대......

    둘의 소개에 채팅창은 난리 났다.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글은 사람들의 기분을 고스란히 반영해주었다.

    [주의사항, 안구에 무좀 나지 않게 무조라실 바르고 100미터 떨어져서 볼 것.]

    └ 이혁배: 미친 ㅋㅋㅋㅋㅋㅋㅋ

    └ 유경진: ...... 드립의 천재신가.

    문구를 본 사람들은 크게 폭소했다. 기상천외한 어휘는 사람들의 뇌를 힘껏 두들겼다.

    ---거 형님, 내가 천재면 만이천 명은 바보 되는 거야. 신고당해.

    └ 유경진: 아 현실을 떠나고 싶다...

    ---유경진 형님이 곡을 신청하셨네요. 첫 번째 곡 듣고 시작할게요. Q.O.Q에 떠나가라.

    └ 유경진: ......

    └ 이미진: 센스 지리노 ㅋㅋㅋ

    └ 나종진: 떠나가래 ㅋㅋㅋㅋ

    └ 김민종: QOQ 의문의 1패...

    └ 곽수호: 개콘보다 존니 잼나네ㅋㅋㅋ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우린 이만 이순신 장군님 거북선 주유하러 갑니다.

    이도는 자신의 배에 그려진 거북선 옆구리에 동그랗게 뚫린 배꼽을 내보이며 퇴장했다.

    └ 이혁배: 이 형 진심 도랐다 ㅋㅋㅋ

    └ 이민주: 담에 또 올게요!!! 체리오빠!! 지수오빠!!!

    탁월한 입담과 센스있는 진행은 덕후TV의 성공적인 첫방을 알렸다.

    [구독자수: 154,345명]

    [구독등록: 93,023명]

    모든 방송을 끝낸 시각, 덕후TV는 전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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