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98화 (98/237)

98화. 20살, 엔지카드 인수

[신한은행, 엔지카드 인수 의사 밝히다. 신한은행은 엔지카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가장 어울리는 기업으로......]

[하나은행, 엔지카드 품에 안겠다.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겠다 발언하는 동시에......“하나은행의 비전은 지주회사 설립이며 이번 안건은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오던 일이었습니다.”라고 밝혀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빠른 시간 내 MOU를 체결하겠다 확고한 의지표명을 하였다.

산업은행장이 한리버 빌딩에 있는 동안, 두 은행의 엔지카드 인수전 소식이 세상에 풀렸다.

“한리버보단 그래도 신한이나 하나가 낫지 않나?”

“그렇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업이 돈이 많은 게 아니라, 개인이 많은 거잖아. 금융업도 없고. 카드사를 운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치, 그것만 하더라도 하루에 움직이는 돈만 하더라도 엄청날걸?”

사람들은 한리버가 인수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아무리 회사가 크더라도 규모에 비해 매출이 적으니, 한리버보다 신한과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따르르릉.

벨소리가 울렸다.

“이동기입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 안, 이동기가 주머니에 핸드폰을 꺼내 귀로 가져갔다.

---안녕하셨습니까. 은행장님. 저 하나 남궁현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바쁘신 분께서.”

들려온 목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비싸다고 내빼던 사람이 소식을 접하고 전화를 하였다.

---바빠도 은행장님과는 연락할 시간 없겠습니까?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말투에.

‘언제는 연락해도 받지 않던 사람이 말은 참 잘한다’ 속으로 그를 씹으며.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분인 줄 몰랐습니다. 이거 다시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목소리에 가시를 품었다.

---그간 바빠 연락을 제대로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한데...... 한리버에 다녀오셨다 들었습니다.

진짜 궁금한 부분을 이 부분이리라.

이동기는 도착한 주차장에서 내려 걸음을 옮겼다.

“네, 아주 괜찮은 사람이더군요. 제가 그간 너무 갇힌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에둘러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었음을 언급했다.

---이거 섭섭합니다. 이럴 게 아니라, 오랜만에 골프나 한 게임 치면서 그간 밀린 대화를 하며 풀지 않겠습니까.

남궁현 하나은행장은 억울한 감정을 목소리에 담았다.

그간 있었던 일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 어떠한 사정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경비는 이쪽에서 대겠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말입니다.

경비라고 해봐야 은행 돈을 사용하는 것일 터인데, 아주 뻔뻔하게 나왔다.

사람들은 말한다. 가장 돈을 안 쓰는 직업군이 은행이라고.

“그러지요. 문자로 장소와 시간을 찍어주면 그리로 가겠습니다.”

---아주 만족하실 겁니다. 아주 괜찮은 캐디도 준비했으니 말입니다. 하하.

“끊겠습니다.”

핸드폰을 귀에서 내려 주머니에 넣었다.

따르르릉.

하지만, 다시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신한은행장 조필서]

화면 위로 이름이 떴다.

“평소에 전화를 그렇게 안 하던 양반들이 오늘 아주 적극적이구만.”

“네, 이동깁니다.”

사업에 있어 감정을 두는 건 아주 위험한 행위.

이동기는 불만스러운 감정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

가을 하늘이 세상을 덮은 날.

부릉!

한강은 차량을 타고 낙엽을 감상하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한리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오가는 때, 산업은행은 입을 닫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수시로 산업은행과의 미팅을 가지고 있는 이때... 한리버는 그때 이후 어떤 움직임도......]

“시끌시끌하네. 그치?”

시선을 조수석으로 가져갔다.

윤희가 뾰로통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괜찮아? 지금 시점에 이렇게 가도?!”

그러다 얼굴 표정이 바뀌며 걱정으로 물들었다.

“난 할 만큼 했어. 충분히 내 뜻을 보이기도 했고. 조건도 최상이야. 그럼에도 날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건 안 되는 거야.”

즉 그 정도까지 보였음에도 거절한다는 의미는 한리버와 인연이 없음을 뜻했다.

“하긴, 그거 가지고 와도 문제겠다. 아빠랑 엄마도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한리버가 그걸 품는다고?! 너무 무리이지 않을까?]

[완전 미친놈이 따로 없군. 내 딸 길바닥에 나앉게 만들기만 해봐!]

지난날 들었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 윤희였다.

“방금 라디오만 해도 그렇잖아. 다들 부정적으로 보더라.”

“당연하지. 한리버가 자금 흐름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닌데. 다윗이 골리앗을 업고 다니는 꼴이라고. 알아?”

“내가 다윗이지?”

“죽을래?”

“슬프다. 우리 윤희가 이렇게 나를 작게 볼 줄 몰랐네.”

눈가로 슬픈 감정을 힘차게 퍼 날라 감정이입에 들어갔다.

“잘생겨도 안 넘어가.”

하지만, 그건 댕댕이 수작으로 변질돼 창 너머로 날아갔다.

“크크. 날 믿어봐. 다른 건 몰라도 지금껏 너에게 거짓을 말한 적도 믿음을 깬 적도 없는 나니까.”

장난기가 사라지고 대신 아우라가 한강의 몸을 둘러쌌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두들겼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싶게 만들었다.

“말이나 못 하면......”

윤희도 그걸 잘 알기에 더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한강도 충분히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기에, 그의 뜻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다 왔다.”

200Km가 넘는 거리를 넉넉잡고 세 시간 걸려 도착했다.

“나 이제 여기 당분간 오기 싫을 거 같아.”

한 달에 한 번,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의 여행이 아닌 방문.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는 곳이라도 매달 이렇게 와보면 그 고통은 아주 잘 느낄 수 있다.

365일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맛이란...

물린다.

“오늘은 뭐 할 거... 물어본 내가 바보다.”

입을 열던 윤희의 입술로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

어떻게 저리도 한결같은지 모르겠다.

한강은 이미 캔버스와 미술용품을 들고 해변으로 향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뭐 해! 빨리 와!”

멀리서 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또 저만치 갔는지.

“내가 그때 모델을 하는 게 아니었어.”

윤희는 성큼성큼 바닷가로 걸어갔다.

“으, 추워.”

가을 바닷바람은 무척 추웠다.

그 시간이 동이 막 트는 시간대라면...

“내가 못 살아!”

상상 이상이다.

***

휙!

하얀 공이 포물선을 그려 해저드를 지나 코스 중앙을 굴렀다.

“굿샷. 잘 치는데요. 유 프로님.”

“하하, 이게 전부 사돈 어르신 덕분에 그렇습니다.”

“어허, 신성한 골프장에서 사돈이 뭡니까. 이 프로라 부르세요.”

이건호는 자신을 사돈이라 칭하는 덕화를 작게 나무랐다. 그리고는 호칭을 바꿔 부르길 주문했다.

“하하, 제가 입에 붙질 않아 그렇습니다. 이제 이 프로님 차례십니다.”

덕화는 뒤로 물러나 자리를 양보했다.

“듣기 좋습니다. 에헴.”

이건호가 자세를 잡고 드라이브를 크게 휘둘렀다. ‘텅!’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리며 덕화의 공과는 다른 방향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데구르르르.

콩콩 튀기며 날아오르던 골프공은 덕화보다 훨씬 앞쪽에 떨어졌다.

“나이스샷. 역시 이 프로님은 못 당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배우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캐디에게 가방을 맡기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유 프로님 아들이 대형사고를 쳤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울긋불긋 자연경관을 눈에 담으며 한창 기사로 다뤄지는 일에 대해 물었다.

“저도 무척 놀랐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워낙 종을 잡을 수 없던 아들이라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싶었는데. 그간 해온 걸 보면 다 이유가 있겠구나 싶더군요.”

“아들을 신뢰하는군요.”

“솔직히 4조 원이란 큰돈을 쓰겠다는 아들의 말에 전 심장이 뛰어 제대로 한마디도 못 했지만 말입니다. 하하.”

덕화는 힘 빠진 웃음을 흘렸다.

[4조 정도면 될 거 같아요. 큰 문제는 없어요. 돈도 넉넉하고 지금의 한리버라면 충분해요.]

당시 아들의 말은 가히 충격을 넘어 생각을 못 하게 만들었다.

4조 원이란 돈을 너무 쉽게 이야기해 어이없기까지 하였다.

한강 자동차에 4조 원을 투입하면 작은 자동차 공장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다.

“아니 그걸 4조 원 주고 매입하겠다 했다고요?”

반면 이건호는 깜짝 놀랐다. 산업은행에서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아, 어떤 정보도 구할 수 없었는데 그중 일부 정보를 듣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아, 이건 딱히 비밀로 하지 않아도 된다 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이건호의 반응에 덕화가 서둘러 다음 말을 던졌다.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기막힌 사윕니다.”

“그런 아들을 사위로 받아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둘은 한강이란 안주를 입에 가져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골프공이 떨어진 장소에 당도했다.

“우리 이렇게 된 거 내기 한번 해보지 않겠습니까?”

그때 이건호의 눈에 장난스러운 감정이 새겨졌다.

“내기라, 들어보겠습니다.”

재밌는 냄새를 맡은 덕화는 진한 호기심을 느끼며 옆으로 가까이 달라붙었다.

“엔지카드를 소화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말입니다.”

“음......”

내기 주제가 너무 확실하다. 유덕화는 이마에 주름을 진하게 만들어 시선을 이건호를 바라봤다.

“난 유지를 못한다에 걸지요. 1년이야 어떻게 한다 쳐도 3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매각할 겁니다. 5년도 길지요.”

이건호는 안 된다에 걸었다. 그러곤 느껴지는 시선을 응시하며 승리자의 눈빛을 보냈다.

“너무 하십니다.”

지금껏 모든 사업을 양호하게 이어오던 아들임에도 이번 안건은 덕화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이건호가 선수 쳐, 말을 해버렸다.

“이게 다 사업수완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정말 짓궂으십니다. 좋습니다. 아비 된 입장에서 아들을 믿어 보기로 하지요.”

같은 조건을 내걸면 내기는 성사가 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반대로 사업이 성공하는데 걸었다.

‘아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하네. 하하하.’

한강이 이번 일을 알면 무척 섭섭해하리라.

덕화는 우드를 들어 그린을 향하게 강하게 휘둘렀다.

“나이스샷.”

이건호가 박수를 쳤다.

“그래서 어떤 걸 거시는 건가요?”

덕화는 내기에서 이길 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건 말이지요.”

이건호는 아이언을 들어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위아래도 움직여 아이언 헤드의 위치를 잡았다.

“바로......”

백스윙에 들어간 골프채가 거대한 원을 그렸다. 휘둘러진 아이언이 정확히 공을 맞히고 지나갔다.

“......한강 자동차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앞으로 통신사업이 한국의 쌀로 변할 겁니다.”

기분 좋은 소리를 흘리며 뻗어가는 공을 보던 시선을 덕화에게 가져갔다.

“헙.”

덕화의 동공이 크게 확대됐다.

“아버지 된 입장에서 아들에게 밀릴 수야 없지요.”

“......”

덕화는 얼이 빠진 얼굴로 앞으로 걸음을 옮기는 건호의 뒤를 쫓았다.

“갑시다. 홀컵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번 경기 모릅니다. 유 프로님.”

건호는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공이 떨어진 그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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