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96화 (96/237)

96화. 20살, 파트너십, 엔지카드 인수

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스륵 열리며 세 사람이 안에서 걸어나왔다.

JYB 대표 박진경.

JYB의 떠오르는 별, 가수 장지훈. 예비 신인가수 임정연이었다.

셋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둘러봤다.

“이렇게 가까운데 처음 와본 게 이상할 노릇이네요.”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며 툭 던진 지훈의 목소리였다.

“그렇지? 나도 그래. 크크.”

익살스러운 웃음이 박진경의 입가 맺혔다. 두 손을 마주쳐 작게 박수를 쳤다.

임정연은 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잘 오셨습니다. 제가 살다 엄청난 분들을 이렇게 다 뵈네요.”

들어서는 세 사람을 보며 한강은 함지박한 하얀 미소로 반겼다.

“방송 선배님을 너무 늦게 찾아뵈었습니다.”

한강의 환영사에 박진경은 허리를 작게 숙였다. 박진경은 선배라 부르며 크게 대우를 해주었다.

방송계에서 박진경의 데뷔는 1992년. 한강의 데뷔는 1990년.

활동영역은 다르지만, 대선배임엔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장지훈입니다.”

“임정연입니다!”

뒤를 이어 두 사람이 인사를 하였다.

둘은 큰 목소리로 허리를 접어 폴더인사를 하였다.

둘에게 있어 까마득한 대선배에 위치까지 탑에 있으니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제가 뭔 선밴가요. 네네.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아주 시원해 좋네요. 이리 오세요.”

한강은 세 사람의 인사를 받고 자리로 이동했다.

“회장님이 연주한 쇼팽 곡을 듣고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모차르트 곡도 그렇고. 어떻게 그만한 곡을 다 치시는지. 회장님이 사업만 하지 않았어도 제가 모셨을 거예요.”

박진영은 오션월드를 통해 올라오는 한강의 곡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업계로 성공하기도 힘든 걸, 한강은 다시 나오지 않을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미술로 이름 알리며 백만장자 계열에 들었고, 음악으로 명예와 명성을 얻었다.

그뿐이랴?

투자로 국내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사업을 통해 세계기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부끄럽게 칭찬이 과하십니다.”

대놓고 듣는 칭찬이 참으로 무안하게 다가왔다. 한강은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붉혔다.

“정말입니다. 건반 하나하나가 심장을 두들기는데, 정말 반했어요.”

자신을 낮추고 있지만, 진경이 봤을 때 한강은 천재였다. 음악을 하면서 진화한 귀는 모든 음을 냉정하게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듣는 것만으로 연주자와 가수의 미세한 음조차 인지할 수 있었다.

“양옆에 있는 두 분도 대단할 거 같은데, 그런 두 분이 있는 앞에서 대표님의 칭찬이 참으로 부끄럽게 다가오네요.”

과한 칭찬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법. 한강은 이쯤에서 끊길 바랐다.

시선은 두 사람에게 머물렀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두 사람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이런 제가 말이 많았습니다. 꼭 만나 뵙고 싶던 분이라. 지훈아.”

지훈의 옆구리를 가볍게 쳤다.

“기회가 닿는다면 회장님과 함께 음악을 해보고 싶습니다.”

얇게 찢어진 작은 눈에 단단함이 깃들었다.

“지훈 씨와 제 악기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기를 기대할게요.”

박진경을 만나 빛을 보이는 남자. 부족한 가창력을 추임새로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한 장지훈의 모습에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어쩌면......’

나쁘지 않을 거 같기도 하다. 커다란 춤선과 그의 퍼포먼스라면 좋은 공연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미쳤다.

“한데, 이분은 처음 보는데.”

장지훈과 짧게 대화를 마치고 여자를 가리켰다. 가수를 전부 다 아는 것도 아니었고, 전생에도 관심 있는 가수의 이름만 기억했다.

“데뷔하기 전까진 비밀인데, 곧 데뷔하게 될 신인가수입니다.”

박진경이 나서 정연에 대해 간략하게 정보를 드러냈다.

“다시 인사드려요. 임정연이에요.”

정연은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을 소개했다.

까무잡잡한 섹시한 이미지의 가수, 인상한 강렬해 보이지만 첫 자리라 그런지 무척 소극적인 모습이다.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하네요.”

“여기서 짧게 불러보겠습니다.”

내성적으로 보이던 눈빛이 변했다. 도전적이고 뭐라도 보여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대표님만 괜찮다면요.”

진경에게 눈길을 던졌다.

“저야 좋지요. 잘해야 한다. 긴장하지 말고.”

적극적인 모습의 진경을 응원했다. 회장실이란 점에서 부담감이 강하겠지만, 수만 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단 나으리라.

“떠난다고 그래서 떠나라고 말했어.”

노래가 시작됐다. 약한 듯하지만 탄탄한 보이스로 시작된 가사는 공기와 공명하며 매력적인 음을 흘렸다.

“보이지 않아 아직도 내 사랑 하나 못 찾고 더듬거리는 손으로 네 사진으로 찾다가...”

힘 있는 보이시는 클라이막스를 지나쳐...

“...지독한 멍이 생기고 오오오오.”

끝을 알렸다.

“와우, 정말 잘 부르네요. 이게 거미의 기억상실이던가요.”

상당한 가창력을 소유한 가수였다.

이미지는 랩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네, 제가 좋아하는 선배님 중 한 분이세요.”

가수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짝짝.

“잘 들었어요. 좋은 노래 들려주어 감사해요. 데뷔할 때 기대할게요.”

한강은 박수 치며 임정연의 용기와 실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분의 소개는 이쯤하고, 저를 보고자 하신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짐작하건대, 오늘 대화의 주제는 두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라 짐작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대를 가지며 박진경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저희 가수를 한리버에서 진행하는 스트리머 방송에 내보내고 싶습니다.”

“그건 개인이 스트리머로 등록해 활동하면 되실 텐데요.”

“그것보단 한리버와 같이 음악 방송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음악 방송?”

“그렇습니다.”

“저 둘을 이용한 방송인가요?”

“시작은 지훈과 정연이가 되겠지만, 해당 방송을 쭉 이어갔음 합니다.”

‘이것 봐라. 꽤 좋은 아이디어인데?’란 생각에 머릿속에 맺혔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날짜와 시간대만 잘 맞춘다면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한리버에 있어 아주 좋은 선택지이지 않을까?

“오호라,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요?! 아무래도 조금 더 세분화해서 나눠봐야겠는데요.”

기존에 들고 있던 계획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계획이 세워졌다.

이쪽 부분까지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상당한 이슈몰이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오픈빨을 제대로 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어온다면, 국외는 몰라도 국내에서만큼은 탄탄한 회원층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좋습니다. 기획은 JYB에게 맡기도록 하죠. 부족한 마케팅은 이쪽에서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조합이라 하겠다.

“감사합니다.”

JYB와 손을 잡음으로써 연예계와 간접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

스르륵.

부릉!

차량 시동이 걸렸다.

“정말 이걸로 될까요?”

회장실을 나선 지훈의 질문이었다.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인터넷 방송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느낌이 좋아. 알지? 내 느낌.”

“뭐, 대표님이 그런다면야.”

박진경의 확실한 촉과 뛰어난 프로듀서의 능력으로 지훈은 기사회생하여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저 말 한마디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잘해봐. 정연이도.”

[속보입니다. 엔지카드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수자가 나오지 않을 시 산업은행이 떠안기로 발표한 가운데,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이 엔지카드 매수 의지를 밝혔습니다.]

“뭐?!”

갑자기 들려오는 라디오에 귀를 가져갔다.

박진경을 더불어 같이 자리해 있는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스피커에 귀를 가져갔다.

“진짜 돈 많은가 보네.”

박진경의 작은 중얼거림이지만,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사람은 없었다.

[알려진 유한강 회장의 자산은 육성그룹 계열만 15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죠.]

[와, 엄청나네요. 우리나라 최고 자산가 아닌가요?]

[맞습니다. 3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가 되었죠.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시나요?]

[......뭐죠?]

[한리버 자산과 해외 투자분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도 뺀 상태가 15조 원 이상이란 거죠.]

[와아... 정말 어마무시하네요.]

[심지어 한리버는 잠재적 성장능력이 상당한 곳입니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어요. 이게 뭘 의미할까요?}

[음..... 헙!]

[놀랍죠? 사실 저도 놀랍습니다. 대학에 입학해 전문교육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능력 있는 모든 사람이 유한강 회장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네이컴 더움 그 밖의 기업들도.]

[그 뜻은 충분히 엔지카드를 살리고 정상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한리버에 있다는......]

“15조.... 그럼 가진 재산이 최소 20조란 사실인데......”

정연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가로막았다.

너무 현실성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대단하지. 저게 다섯 살 때부터 그림으로 돈 벌고 투자하면서 이룩한 결과물이란 소리야. 학교 다닐 땐, 만점을 놓치지 않던 천재였고.”

박진경은 라디오 소리에 추가로 첨언을 달아주었다.

“즉, 우린 이 배를 아주 잘 탔단 소리야. 시기도 좋고.”

끄덕.

둘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 잘 살려서 잘 해봐. 그리고 여윳돈들 있으면 엔지카드 주식 사라. 나도 살 거니까.”

이번에 강한 촉을 느꼈다. 엔지카드가 엔지에 있을 때보다 더한 위치에 도달하리란 확신을 가졌다.

부릉!

주차됐던 차량이 크게 투레질을 하였다.

“그럼 우린 이만 가자. 준비해야지.”

차량은 천천히 주차장을 나서 넓은 대로로 나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

산업은행장이 머무르는 방 안.

“어떻게 보십니까? 지점장님은.”

산업은행장 이동기는 신문을 펼쳐 들어 곽지만 지점장에게 내보이며 물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채권팀에서도 이번 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자신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기업으로 따지면 너무도 부족하다.

이제 겨우 명함 정도 내미는 수준이 된 한리버가 엔지카드를 품기에 불안요소가 너무 많았다.

“참 이래저래 문제입니다. 이럴 때 괜찮은 회사에서 매수 의사를 밝힌다면 좋을 터인데... 한리버뿐이라니......”

이 정도만 하더라도 감지덕지임은 분명하나, 생각만큼 ‘오케이’ ‘좋았어’ ‘팔자’ 간단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듣기로 이번 소식을 정부에서 반기는 분위깁니다. 정부에서도 이번 일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단 소리겠죠.”

외환위기 다음으로 심각한 문제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리버의 공식발표를 무시하고 넘기기에 일이 너무도 컸다.

“유 회장과 자리를 가져봅시다. 만나보고 다음을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좋은 소식이 건만.

좋게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겹다.

이동기는 일단 유한강과 만나 터놓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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