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95화 (95/237)
  • 95화. 20살, JYB 엔터테인먼트

    한리버 파라다이스 웹툰사업부.

    “그런 끼가 있었다면 진즉 말씀하지 그랬습니까. 영상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업부장 한국형은 영상의 주인공 이도와 유상덕을 자리에 앉혀 미팅을 가졌다.

    “저도 제 능력에 소름 끼쳐 외출하기 싫었습니다.”

    현시대에 없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온 덕후의 코스프레 영상과 음악 안에 든 대사들은 십대들 사이에 유행처럼 퍼져가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

    반면 유상덕은 부끄러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얼굴 위로 매콤한 고추장 냄새가 나는 착각이 일었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느꼈지만, 입담이 살아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이번 영상에 큰 흥미를 가지셨습니다.”

    미소 띤 얼굴은 대어를 낚은 강태공과 빙의되었다.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물고기를 잡은 낚시꾼의 기분, 조금은 알 거 같다.

    “회장님 취향도 독특하시네요.”

    “보는 눈이 탁월하신 거죠.”

    “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하하하.”

    차마 ‘자식들이 볼까 걱정됩니다’ 말은 뱉지 못했다.

    “거짓말 못 하시네요.”

    “...... 그럴 게 아니라, 우리 계약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제야, 한국형이 뒤로 빠지고 시선은 옆에 자리한 사람들에게 옮겨졌다.

    “오션월드 이형주 과장입니다.”

    명함이 둘에게 전해졌다. 진작 전했어야 했는데, 대화에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아 순서를 기다렸다.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사이트가 곧 오픈되리란 건 아실 겁니다. 이 부분은 건너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대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기에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두 분이 제작한 콘텐츠에 우리의 촬영팀과 기획팀 그리고 작가가 붙게 될 겁니다.”

    한리버 오션월드는 이번 일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외주 작업자들을 끌어와 앞으로 미래성이 보이는 스트리머를 지원키로 하였다.

    한리버에 있어 큰 도전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미래를 보고온 한강이기에 내릴 수 있는 도전이었다.

    “또한 개인 스트리머와 한리버에서 지원 제작한 영상을 구분해 방송에 나갈 거고요.”

    이형주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두 분께선 방송에만 집중해주시면 됩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수익인데, 이쪽 페이지를 봐주시겠습니까.”

    [고정 출연료: 회당 30만 원.]

    [광고 수익: 50% 지급.]

    [타 방송사 출연 시 출연료는 한리버가 20%를 가진다.(광고 모델료 포함)]

    “......”

    “......”

    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맛있는 진수성찬을 마주한 눈빛이 둘에게 머물렀다.

    “계약 기간은 3년, 그 이후엔 방송 성적, 인지도에 따라 비율 조정을 해드리겠습니다.”

    둘에게 이형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입을 굳게 닫고 계약서에 적힌 숫자에 온 신경을 가져갔다.

    ‘고정에서 회사로 바뀌었어. 완전 이득이잖아.’

    방송을 일주일에 2회만 해도 한 달이면 240만 원. 거기에 보너스로 광고 수익까지.

    입안으로 침이 고였다.

    “그런데 저 후원이란 건 뭔가요?”

    입을 닫고 고개를 내리고 있던 상덕의 입이 열렸다.

    상덕은 손가락을 가져가 가장 아랫줄에 적힌 부분을 가리켰다.

    [후원금: 수수료 30%를 제외한다.]

    “해당 영상은 구독자들이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정 구독자들이 두 분께 리액션을 원할 시 쿠키 선물을 통해 볼 수 있도록 룰을 정할 겁니다.”

    이 모든 건 한강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모든 걸 확실히 하기 위하여 전생의 시스템을 현생으로 가져왔다.

    헤벌레...

    이형주의 이야기를 들은 둘은 친구임을 인증하기라도 하듯,

    “주머니 터질 일만 남았네.”

    한마디를 툭 던졌다.

    ***

    육성그룹에서 내년 사업을 기준환율 1050원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올해보다 50원 낮은 사업 계획안이었다.

    [내년 평균 환율은 105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내년 계획을 확정을 짓게 되었으며...]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겠다 말하며 해외생산기지를 통한 글로벌 공급전략에 중점을 두기로 언론을 통해 계획을 밝혔다.

    04년도는 다양한 사건으로 한국 증시는 혼돈 그 자체였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유가 상승에 이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쳤다.

    중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정책 시사 발언을 하여 나스닥 2000선 붕괴, 국내 증지 26.4포인트가 주저앉았다.

    거기에 이어 엔지카드는 채권단과의 협상이 계속 불발되면서 긴 시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환율을 1020원대로 맞춰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걸로 하고, 엔지카드 채권단에 연락해 은밀히 전하세요. 우리가 가지겠다고.”

    미래산업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금융업이 크게 뜰 터, 그동안 미루던 일을 이번에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회장님, 지금 사업으로 들어가는 자금이 상당합니다. 매출도 기업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 빚덩이를 인수하겠다니요.”

    한강의 폭탄성 발언에 김동진의 두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그만큼 엔지카드는 한리버가 품기에 너무 거대한 공룡집단이었다.

    “저 그만한 회사 인수할 정돈 됩니다. 그리고 그 회사 현금으로 인수할 정돈 돼요.”

    물론 꽤 무리하는 건 맞았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카드사를 인수할 기회는 없었다.

    카드사를 처음부터 시작해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 점유율을 올리기보다, 그만한 돈을 주고 가져오는 것이 어쩌면 더 싸게 먹힐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무모하십니다.”

    모든 기업이 인수를 꺼려하는 상황이다. 자산손실만 3조 원이다. 그 돈이면 다른 괜찮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금이 될 수 있었다.

    한데 한강은 그런 빚덩이 공룡을 가져오겠다 뜻을 내비치고 있었으니 골이 당겨왔다.

    “산은에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직접 인수하겠다 입장을 밝혔어요. 그 정도로 엔지카드가 현 시장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무리 회장님의 자산이 몇십조가 된다 치더라도 지금 전기차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른 계열이야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고 파라다이스는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들어 그렇다 치지만 엔지카드는 차원이 다릅니다.”

    한리버가 그만한 덩치를 소화할 수 있을까?

    김동진은 회의적이었다.

    “분명 그럴 거예요. 산은과 협상을 할 겁니다. 5년 만기로. 그때 일시에 모든 부채를 해결 보겠다 하지요.”

    5년 뒤면 육성의 가치는 지금과 다른 위치에 서게 된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는 시점, 애플과 아마존의 가치도 크게 성장한다.

    동시에 한버리의 가치는 그들보다 더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주식 가치는 지금과 비교조차 안 되고, 한리버를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최소 50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걸로 내다봤다.

    아이폰이 생산되면 한리버 메신저는 자동 어플로 깔린다.

    ‘육성 스마트폰이야... 문제 될 건 없고......’

    세계 1위, 2위 자리에 오를 두 거대기업에 공급하게 될 메신저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지. 네이컴, 더움, 웹소설, 웹툰 그 밖에 다른 것들도.....’

    모두 5년 뒤에 눈부신 성장을 할 산업이었다.

    스마트 시대 맞춤 사업.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절 믿으세요. 언제 제가 실망을 시켰던가요?”

    걱정으로 가득한 김동진을 보며 여유로이 웃었다.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었던 사람이 한강이었다.

    후계자 경쟁, 정부와의 전쟁, 경쟁기업들과의 점유율 싸움 등을 통해 한때 재계 탑에 거론되기도 하였다.

    ‘웃긴 건 그때의 기업은 현시대에 없다는 거지만.’

    이유는 모르지만 한번 조사를 해본 적 있었는데, 해당 기업은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정말 회장님 고집도 엄청나십니다. 심장이 너무 크세요.”

    “그거 아세요? 이 회장님도 반도체 사업을 추진할 당시 모두 뜯어말렸습니다. 그걸 밀어붙여 지금의 육성을 만들었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그 정도 모험은 필요한 겁니다.”

    보다 강하게 뜻을 어필했다. 이건 고집이 아닌, 한리버에 있어서 필수 사업이라 생각했다.

    금융권 진출을 위한 교두보. 인터넷 금융시장이 규제가 풀려 완화되는 시기에 거대 자본금을 이끌고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회장님의 뜻을 산은에 전달하겠습니다.”

    한리버는 한강의 소유 회사.

    비서인 그가 이 이상 반대하고 나서는 건 아주 무례한 행동이기에 뜻을 굽혔다.

    “저런 사람도 있어야, 회사가 안정적으로 잘 굴러가지.”

    한강은 이런 현상을 좋게 받아들였다.

    정치권에 왜 진보와 보수가 구분되어 있겠나?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모두가 욕심 없이 잘 산다면 모를까, 그건 판타지 소설조차 무리.

    서로가 견제를 하며 나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라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터다.

    밀물과 썰물이 있기에 바다가 정화된다. 물이 한 곳에 고여 썩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기업에서도 이런 작용은 필요한 부분이었다.

    똑똑.

    “들어와요.”

    김동진이 나간 지 5분 정도 지난 시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JYB 엔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쪽에서 회장님을 뵈었음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김소영 과장이 들어왔다.

    “JYB가 무슨 일로 우리를 찾죠?”

    뜬금없이 들려온 상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JYB 측에서 엔터 사업으로 한리버와 파트너십 얘기를 꺼냈습니다.”

    “파트너십.....”

    ‘어떤 부분이 당겨 연락을 취했을까?’

    그게 무엇일지 무척 궁금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만나보는 게 좋겠다.

    만나서 나쁠 건 없었다.

    “내일 보자 하세요. 어떤 이야기를 할지 들어보고 싶네요.”

    “내일 2시경으로 시간을 잡겠습니다.”

    “네.”

    김소영은 짧게 대답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엔터라......”

    ***

    따르릉.

    JYB 비서실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JYB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께 전하겠습니다.”

    JYB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리버 측과 미팅이 잡혔습니다. 시간은 2시, 장소는 한리버 사옥입니다.”

    JYB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같은 청담동으로 코 닿을 거리로 약속만 잡히면 금방이다.

    “임정연이랑 지훈이에게 연락해 내일 2시 일정 비우라고 해. 한리버에 데려갈 거니까.”

    예비 신인 가수로 내정되어 있는 임정연과 떠오르는 별 지훈을 데려가 인사시킬 요량이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란 확신했다.

    그리고 이번이 둘에게 큰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돼.”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해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한리버 스트리머와 오션월드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가을이 저물어 가는 시기, 부릉!

    JYB 엔터테인먼트 주차장에서 차량이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했다.

    동시에 한 가지 기사가 전국으로 퍼졌다.

    [엔지카드 인수 희망자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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