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94화 (94/237)

94화. 20살, 스트리머 웹툰 작가 이도

“뭐냐, 그 궁상은.”

종로 거리에서 만난 이도와 그의 친구.

“내가 말이다. 명줄 긴 분들 부러워한 적은 있어도 얼굴로 부러워한 적 없는 거 알지?”

이도는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한 점 들어 보이며 진지한 눈으로 마주 앉아 상추 한 덩이를 입 안에 넣는 상덕을 응시했다.

“그래서?”

빵빵한 볼로 우적우적 씹으며 되물었다.

“이 내게 그런 부조리한 일이 생겼다 이 말이다.”

“네놈 얼굴이야 세상 인간들 다 아는 폭탄인데 뭘 그래?”

“고기 대신 수류탄 싸 먹고 싶냐? 아예 입안에 던져주랴?”

주머니에서 수류탄 모양의 라이터를 꺼내 엄지를 움직여 부싯돌을 긁었다. 불꽃이 위로 올라왔다.

“어디서 이상한 일 꾸미다 또 그 모양인데? 이번에 한리버 웹툰과 계약했다며 좋아하던 녀석이.”

상덕은 이도와 같은 만화가이자, 마감에 쫓겨 사는 부류 중 한 명이다.

작가들 복지가 빵빵한 걸로 잘 알려져 있는 한리버와 계약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배가 아픈데, 세상 풍파를 다 맞은 사람처럼 이빨을 털어대는 친구의 모습에 어이가 눈가에 맺혔다.

“그건 실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은 거고. 이건 다르다고.”

반박하는 친구의 말에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내가 이번에 스트리머에 지원했다 한 거 같은데?”

“떨어졌냐?”

“날 뭐로 보고. 한때 개그맨 시험도 봤던 몸을 무시하냐?”

“그럼 붙었다는 건데, 뭔 난리야.”

“이걸 보라고.”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카메라로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주 배가 불렀네. 불렀어. 기생충이던 때를 생각해야지.”

사진에 찍힌 내용을 본 상덕은 혀를 쯧 차며 이도를 노려봤다.

고등학교를 자신의 용돈으로 키운 녀석이 많이 성장했다.

바늘을 가져와 배부른 배를 찔러 터트려 주고 싶었다.

“어허, 이 고기가 기생충이라도 된다는 거냐? 완전 고단백이 따로 없네.”

“아이고, 두야.”

학창시절부터 독특한 입을 들고 다니던 녀석.

자신 따라 만화가의 길로 접어들 줄 몰랐던 놈.

모태솔로의 길을 걷고 있는 수도사.

그런 친구의 입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니 이번엔 머릿속에 있는 뇌를 들고 가출하고 싶은 심정에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목에 오일 좀 두르고 귓구멍 확장해봐.”

술 한 잔 마시고 경청하라는 의미.

그의 말에 잔을 부딪쳐 단숨에 털고 고기 한 점 물며 귀를 가져갔다.

“이빨 신호 위반하지 마라.”

“.....”

말 자르지 말라는 이야기다.

원래 이런 놈이기에 입에 지퍼 달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수상자들 영상을 쭉 봤지. 1위부터 100위까지. 근데 독특함이 없단 말이야. 그냥 그리는 방법만 달라. 와중에 이빨 스킬 좀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몇 없고. 그럼 뭐로 수상했느냐? 얼굴이야 얼굴. 수상자 중 78%가 여자라고. 남자는 어떻고. 다들 모델인 줄.”

지금은 얼짱시대. 귀엽고 예쁜 애들은 사진만 올려도 돈 버는 시대.

이도는 자신의 영상이 외모에 밀렸단 사실이 분했다.

“야, 당연한 거잖아. 영상 파는 애들이 얼굴로 먹고살......”

“신호 위반, 딱지 떼고 싶냐?”

“망할 놈. 말해 봐.”

“그래서 내가 고민을 해봤단 말이야. 내가 어떻게 해야 얼짱들을 이길 수 있는지.”

이제부터 본론이었다. 굳건한 두 눈동자가 상덕에게 향했다.

“......”

“분장이다. 이것이 틈새시장 공략이지. 오늘부터 난 덕후다.”

결연함이 실린 눈은 눈보라가 불어 닥쳐도 흔들리지 않을 거 같았다.

상덕은 어이없어 마시던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말했다.

“미친놈......”

***

“04년 09월 2주차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한리버 빌딩 대회의실로 임원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리버 더움, 네이컴, 일렉트라(전기차), 어시스트, 파라다이스 등의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GV 소송에 대한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되었고, 파츠넷에 이번 피해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GV와의 관계는 서로 없던 선에서 조용히 해결을 보았다 하지만, 더움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이번 일을 사전협의 없이 일을 벌인 파츠넷에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다.

“배상금은 어떻게 되나요.”

“백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만화 독점 계약을 5년간 해둔 상태에서 대표의 무단 계약해지는 뼈아픈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파츠넷이야 대표가 무단으로 서명을 했든 어쨌든 ‘대표가 결정을 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도 더움과 사전협의 없이 말이다.

그에 따라 소송비를 포함하여 백억에 대한 소송을 진행했다.

“곧 웹툰과 웹소설은 더움에서 분리해 따로 운영을 하게 될 겁니다. 깔끔하게 처리해서 문제없도록 해주세요.”

더움에 있는 만화 서비스는 파라다이스로 옮겨 통합운영하기로 한 만큼, 문제없이 해결을 지으라 이르렀다.

“네이컴과 더움의 지도 기술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다음은 앞으로 중요하게 쓰이게 될 지도 기술로 넘어갔다. GPS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차후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지금 무선통신 관련 업체 중 MDT와 AVL 시스템을 개발한 주식회사 인디 인수를 진행 중입니다. 지분은 70.2% 협상하고 있습니다.”

MDT(Monile Data Terminal), 차량 정보 단말기를 의미하며, 주파수 공용통신과 대인 휴대 통신망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해준다.

AVL(Automatic Vehicle Location), GPS 수신기 등의 장비를 이용해 차량 위치탐색을 도와준다.

네이컴과 더움은 힘을 합쳐 GPS 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아부었다.

한리버 일렉트라(전기차) 사업에 있어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

“인수금액은 어떻게 돼요?”

기술확보도 확보지만, 역시 인수가를 빼놓을 수 없었다.

“60억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이상은 더 들어가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더움과 네이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고호경의 보고를 들으며, 손에 잡힌 해당 기업에 대한 자료를 넘겨 흩어봤다.

“완료일은 언제예요?”

“이번 달 내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기억해 두도록 하죠.”

계열사들의 사업 진행 정도를 체크하며 빠짐없이 달력에 기록했다.

“다음은......”

“오션월드에서 보고하겠습니다.”

오션월드 임형주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은 임형주에게 모아졌다.

“영상 수상자들에게 모두 쿠키를 지급했으며 그중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백 명 중 54명과 계약을 하였고, 그 외 232명의 사람들과 계약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스트리머 영상사업을 위해 사람들을 대거 영입했다.

“영상용 페이지 제작은요?”

“10월초 테스트 일정을 잡고 있고, 테스트를 마치는 대로 메신저와 더움, 네이컴을 통해 광고할 예정입니다.”

한리버에 있어 대부분의 사업 장벽이 너무도 낮게 느껴졌다.

광고 시장을 꽉 붙들고 있는 지금 한리버에 있어 인력과 기술력만 받쳐준다면 시장에 나서는 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기다려지네요. 저도 직접 찍어 보고 싶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찍어 회원들과 소통하는 방송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네, 그건 그렇게 하시고 혹시 눈에 띄는 스트리머가 있던 가요?”

이번 인터넷 TV의 핵심, 그건 재밌는 영상을 찍어 화제를 낳을 수 있는 스트리머에 있었다.

지금 뽑은 사람들은 화제까진 아니어도 평타 이상은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

그중에 1%의 인물이 필요했다. 1%의 인물은 전체 신청자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만한 투자를 하는 것.

“저희가 뽑은 인물 중 신디더퍼키에 얼짱으로 선정된 여성과 남성이 들어온 상태고, 대부분이 외모와 말솜씨가 우수합니다.”

“그건 안전을 위한 것이었고, 그것과 달리 송곳 같은 인물이 필요해요.”

아직 스트리머나 BJ가 활발하게 움직일 시기는 아니다. 초기 시장을 진입하기 위해선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사실 조금 특이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음...... 많이 불편한 ......”

‘역겹다’란 표현을 가까스로 다른 단어를 선택해 보고를 올렸다.

임형주는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는지 몇 번 달싹이다가,

“이것을 봐주시겠습니까.”

노트북에 빔프로젝트를 연결해, 스크린에 비췄다.

곧 한 인물이 영상에 잡혔다.

곧 회의실에 사람들의 경악이 쏟아졌다.

모두 손으로 입을 막고 멍한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그게 뭔 기분이여, 시부럴!

말할 수 없어 말하고 싶은데, 속마음만 들키는걸...

---이러니 내가 애인이 없지! 말해 말하라고!

내 사랑에 마법의 열쇠가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모태솔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 방법!

캣츠 유 캣츠 유.

캣츠 미 캣츠 미.

---너 영어 좀 하냐. 혀가 요가 좀 했는갑네. 유연한 걸 보니.

이제 숨바꼭질은 그만 그만.

우울한 건 모두 파란 하늘에 묻어버려.

---공동묘지 만들고 저승사자 소환질? 두 번 죽이네.

오늘도 너에게 달려가는 이 마음 나는 정말 정말 너를 좋아해.

---체리의 기만 이야기 모두 잘 들었죠? 이런 기만 듣고 웃고 있는 당신!

[덕후TV로 오시면 기만당한 마음 풀어드립니다. 10월 대개봉!]

└ 이수경: 와, 이거 뭐지. 비주얼 끝장판인데, 충격이다...

└ 김동희: 으악, 내 안구!! 안구에 무좀 생기려 그래!

└ 이민희: 안구 무좀은 뭐임 ㅋㅋㅋㅋ

└ 주영민: 미친 ㅋㅋㅋ 영상도 미치고, 댓글도 미쳤네 ㅋㅋㅋ

└ 유영국: 길거리 어떻게 돌아다니려고......

└ 이영탁: ㅅㅂ ㅋㅋㅋ 하늘에 공동묘지에 저승사자 ㅋㅋㅋ

└ 한아름: 내 체리ㅠㅠ 엄마 내 동심 날아가 으아아앙!!

어디에서 구했을지 모를 카드 캡터 체리의 옷과 그녀의 친구인 지수의 옷을 입은 두 남자의 멋진(?) 퍼포먼스를 감상한 사람들은 문화충격을 불러왔다.

간혹, 개그맨들의 여장 분장을 봐왔지만 이건 그 도를 지나치게 넘겨 버렸다.

디테일한 캠코더와 묘하게 잘 타는 롤러스케이트 실력은 이상하게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말 어마무시한 사람이네요. 어떻게 일반인이 저런 걸... 이것 봐라 조회 수가 벌써?!”

“......저 저 사람은.”

그때 한쪽에 앉아 있던 한국형 웹툰사업부장에게서 경악성이 터져 들려왔다.

“사업부장님 아는 사람이에요?”

어이없이 바라보던 한강의 입술이 떼어졌다.

시선은 힘겹게 사업부장에게 향했다.

“아, 네... 정확히는 얼마 전에 웹툰 작가 계약 자리에서 본 사람이었는데... 설마 저런 걸 찍을지는...우욱.”

스커트 밑으로 보이는 하얀 스타킹과 가려지지 않는 장딴지 하트 근육에 속이 매스껍다.

“세상 좁네요. 허허...”

한국형의 목소리에 한강은 얼빠진 웃음을 흘렸다.

“정말 보기 힘든 건 사실인데, 충격 효과는 제대로네요. 지금 저기 조회 수 보이세요?”

조회수 234,875회.

퍼가기 198,254명.

댓글수 200,458명.

다른 영상 조회 수 대비 엄청난 수가 해당 영상에 집중됐다.

“결정됐네요. 화제성 하난 기막히고. 저분 일정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영상에 필요한 기획부터 장비까지 모두 지원해 주세요. 잘 만들면 재밌을 거 같네요.”

보기 불편하지만, 확실히 재밌는 방송임에는 확실했다.

한강은 영상과 너무 어울리는 덕후TV에 투자를 해보기로 하였다.

한편.

JYB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선.

“바로 저거예요. 저기에 우리 아이들도 넣는 겁니다.”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리버에 연락해 자리를 만드세요. 제가 직접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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