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92화 (92/237)
  • 92화. 20살, 스트리머

    [한리버, 웹툰사업부 신설. 만화작가들 한리버 더움으로 모이다.]

    [한리버가 본격적으로 웹툰 사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회사 내 묶어둔 전속 계약 작가만 백여 명이 넘는 걸로 짐작이 되는 가운데, 2005년 정식 연재가 될 예정......]

    비밀리에 움직인다 하지만, 기자들의 레이더는 피하지 못했다.

    만화작가들로 구성된 집단이 반복적으로 오고 가니 비밀리에 진행을 한다지만 숨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어떤 걸 어떻게 할지 알려지지 않아 다행이라 해야겠네.”

    하이에나 같은 끈질김과 우수한 후각은 박수 쳐 마땅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프로의 감각을 믿고 열심히 일하는 자를 욕할 생각은 없다.

    단지 도가 지나치면 강한 한 방을 날리겠지만.

    이 정도는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 맞았다.

    “그나저나 역사가 바뀌었네.”

    인터넷 창에 뜨는 제목 한 줄에 시선이 고정됐다.

    [JK그룹 네이트온 프리챌 인수 추진, 최대주주인 새롬기술과 협상 테이블 가져......]

    한때 천만 명에 달하는 회원과 백만 개가 넘는 커뮤니티를 거느렸는데, 유료화를 진행하면서 대차게 말아먹었다.

    “이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홈피 때문이겠지.”

    프리챌 홈피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까 하다 관뒀다.

    뭐라도 해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그들을 불쌍히 여겼다.

    “그래도 오션월드를 따라잡기 힘들지.”

    JK그룹의 생각을 알만했다. 성공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한리버를 따라 하겠다는 모습들이 군데군데 잡혀있었다.

    “이래서 초기 선점과 방향이 중요해.”

    후발주자가 선점한 시장을 따라잡는 건 무척 힘겹고 드물다. 따라잡는 경우는 오직 하나. 선점한 기업이 돈이 없거나, 대표의 능력이 부족할 때.

    그게 아니고선 따라잡힐 일은 없었다.

    “지금 한리버 메신저와 오션월드는 중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 오픈이 된 상태야.”

    세계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메신저 기업으로 우뚝 선 한리버 그룹.

    사람들은 이를 보고 감탄을 하면서도 모두 같은 생각을 품었다.

    ‘미친놈.’

    이것이 모두 그들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규모만 봤을 때 세계 톱클래스지만, 매출로 봤을 땐 너무도 초라했기 때문이다.

    “중국만 오픈하면 딱 좋은데, 꽌시가 문제야. 이 나라는...”

    중국을 그냥 꽌시의 나라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꽌시는 ‘닫다’와 ‘이어 맺다’를 합친 단어.

    서로가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인맥을 이용해 해결해 주고자 노력한다.

    “사업은 이리 크게 벌였는데, 알고 지내는 중국인이 없다는 게 뼈 아프네.”

    이 부분은 확실히 생각해 볼 문제였다.

    “이건 뒷전으로 미루고, JK가 시장에 진입하는 걸 그냥 지켜볼 수는 없지.”

    한강은 이를 위해 다음 사업 계획을 떠올렸다.

    앞으로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처럼 활동하게 될 ‘BJ’ ‘스트리머’를 양성할 계획을 가졌다.

    “그러기 위해선......”

    해당 플랫폼과 기획자, 끼가 충만한 인재를 구하는 게 중요했다.

    이는 서서히 홍보가 되어 개인 스트리머가 증가하는 바탕이 되어주리라.

    “일단 시작은......”

    2004년 7월 여름휴가가 코앞으로 다가온 날.

    쉬이이이이이이.

    한강은 미국으로 떠났다.

    “결혼식 날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미국 플로리다주에 지내고 있는 밥 로스를 찾았다.

    “이여 새신랑. 아내 분은 놓고 왔는가?”

    이제 육십 줄이 된 밥 로스는 어린 시절에 봐온 모습과 달리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염색한 머리 사이사이로 하얀 머리카락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월은 속일 수 없다지만, 그의 웃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인자한 모습에 전보다 여유가 넘쳤다.

    “아내는 일반 직장인이라, 데려올 수 없었어요.”

    “저런, 부잣집 아가씨라도 직장인과 다를 게 없구만.”

    “하하, 뭐 그렇죠.”

    곧 관장직 자리에 앉게 될 거란 사실은 꾹 숨겼다.

    서른 살도 안 된 나이에 관장 겸 위원장의 자리를 가지게 될 예정이었다.

    “곧 방송을 끝내신다 들었어요.”

    밥 로스는 얼마 전 그림을 그립시다 방송을 마무리 짓겠다 발표를 하였다.

    시청률은 90년대 당시와 비교해 볼 때 확 떨어졌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에 비롯된 결정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야.”

    이제 휴식이 필요할 나이.

    제인과 함께 노후를 즐기길 바랐다.

    “따로 뭔가 하고 싶은 건 없으신가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둘은 거실로 이동하며 대화를 하였다.

    “딱히, 이제 편히 쉴까 한단다.”

    “혹시 제인 고모와 자유로이 여행을 하며 편하게 영상을 찍어 볼 생각 없으세요?”

    한강은 이번 프로젝트에 밥 로스를 참여시키고 싶었다.

    분명 좋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했다.

    “자금은 제가 댈게요.”

    그에게 진 빚이 꽤 많았다. 밥 로스는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한강은 반대로 생각했다.

    “음...... 네가 다음으로 생각한 사업이더냐?”

    잠시 생각하던 밥 로스는 무언가 떠오른 시선을 던졌다.

    “네.”

    밥 로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한강은 순순히 인정을 하였다.

    “막 어려운 건 아니에요. 일상을 찍는다 생각하시면 되세요. 찍은 영상을 보내주시면 한리버에서 편집을 해서 올릴 거예요. 따로 편집해줄 사람이 있다면 직접 올리셔도 무방해요.”

    “넌 아주 열심히 사는구나.”

    “재밌으니까요. 제 꿈을 위해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게 좋기도 하고.”

    이번 생에 태어나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재벌이 되었다.

    전생엔 환경이 태어난 순간 재벌이었다면, 이번 생은 평민에서 시작했다.

    순전히 본인의 능력과 실력으로 바닥을 다지며 올라왔다.

    물론, 그 안에는 우연과 운이 하나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낳게 되었지만.

    “재밌다라. 돈을 버는 일이 즐겁긴 하겠지만, 너처럼 그렇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참 궁금하구나.”

    “찾아보면 많을걸요? 후후.”

    “하긴... 영상은 아무 때나 찍으면 되는 것이냐?”

    “네, 주기적으로 일정하게 올리면 좋겠지만, 편한 시간 때 올려도 돼요.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올려도 되고요.”

    이미 그는 뛰어난 사업가이자, 방송인이다.

    미술의 길을 걷는 이에게 있어 뛰어난 화가는 아니지만, 뛰어난 선생이긴 하였다.

    예전만큼 큰 화제를 낳긴 힘들겠지만, 두터운 팬층은 그를 보러 인터넷을 두들기리라.

    그 정도면 충분했다.

    “네 부탁이니, 내 해보마.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둘 중에 하나 죽으면 좋은 영상이 되겠지.”

    한 번 죽음의 문턱에 갔다 와서일까?

    삶에 대한 애착이 강렬하다.

    “네, 돈을 떠나 두 분께 좋은 추억이 되리라 봐요.”

    사람으로 태어나 죽음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 둘 중 하나는 먼저 세상을 떠나 자유가 되리라.

    홀로 남겨지는 사람은 그리움에 사무치겠지만, 영상이란 자료는 옛 과거를 추억하게 해줄 터다.

    “이렇게 따지니 참 좋은 사업이구나. 허허.”

    “그렇죠?”

    돈도 벌고 추억도 만들 수 있는 콘텐츠.

    한강도 그렇게 생각했다.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방송. 새로운 컨셉이 될 거 같다.

    “그래서 부탁이 좀 있는데, 유화 말고 다른 걸로도 그렸음 하는데. 가령 들고 다니기 편한 스케치북과 색연필?! 어떠세요.”

    유화를 그리는 밥 로스는 무척 익숙하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보여줄 필요가 있는 이번 방송에 밥 로스의 또 다른 모습을 담아 공개하고 싶었다.

    “어떠세요?”

    “확실히, 캔버스를 들고 다니기엔 버거운 면도 있지. 별도로 제작도 해야 하고. 꽤 좋아 보이는구나.”

    밥 로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단 한 번도 유화 외에 다른 그림을 방송에 내보낸 적이 없었다.

    새로운 재미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선생님께서 허락하신 걸로 알고 그대로 진행할게요. 잘 부탁드려요.”

    이제 동료가 아닌, ‘갑’ ‘을’ 관계로 맺어진 사이가 되었다.

    하나, 둘은 서로를 사업적인 관계가 아닌 예전처럼 선생님과 학생,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

    ---여러분 이곳은 제가 나고 자란 플로리다주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저와 제인의 쉼터기도 하죠.

    8월이 된 어느 날.

    하나의 영상이 오션월드에 올라갔다.

    밥 로스의 일상이 담긴 영상이었다.

    ---고요한 자연이 느껴지나요. 리틀 빅 에콘 주립 산림공원에서 하이킹을 하는 기분이란 아주 끝내줍니다.

    영상은 제3자가 찍어주는지, 제인과 함께 걷는 뒷모습을 담고 있었다.

    ---아들이 영상을 못 찍어도 이해 바라요.

    영상을 찍는 사람은 그의 아들로 드러났다.

    농담을 하는 그의 얼굴에 행복감이 묻어났다.

    ---이곳에 주목할 점은 바로바로 여기 에콘로치해치강이에요. 오늘 전 이곳에서 가족들과 그림을 그릴 거예요. 어때요? 참 설레지 않나요.

    잔잔한 강을 바라보며 영상은 펼쳐 든 이젤이 아닌, 스케치북에 가 있었다. 늘 유화만 그리던 밥 로스는 색연필을 들었다.

    ---이 색연필은 봉크란 곳에서 협찬해준 건데, 아주 좋네요. 하늘과 강을 그리는 데 아주 쉬워요. 하하.

    동시에 해당 영상은 광고도 함께 들어가 있음을 알렸다.

    영상은 스케치북 하얀 면에 고정됐다. 유화를 그리는 것과 비슷한 순서로 주변 풍경을 빠르게 채웠다.

    그저 색연필로 도화지에 칠했을 뿐인데, 스케치조차 되어 있지 않은 도화지엔 에콘로치해치강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풍경이 채워졌다.

    ---참, 쉽죠? 오늘 영상은 이것으로 마칠게요. 이제 우리 가족의 시간이네요. 모두 안녕.

    영상이 끝났다.

    └ 이미영: 밥 아저씨~~~ 그건 저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유!!!

    └ 이아름이: 나두 할 수 있드아!!!

    └ 주영훈: 무지 새롭네요. 늘 어두운 세트장에서 유화만 그리는 모습을 보다, 밖으로 나와 색연필을 든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PBS 그림을 그립시다 방송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 밥 로스의 모습은 무척 새로웠다.

    늘 갇혀 살아온 모습에서 탈피한 자유인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만들었다.

    [해당 영상과 비슷한 영상을 만들어 올려 보세요. 1위부터 10위까지 쿠키 3백만 개 풉니다. 참가하신 모든 분들껜 쿠키 2백 개 드려요.]

    [모두 참여하세요.]

    [기간은 2004년 8월 13일 ~ 9월 12일까지.]

    [수상자 발표는 9월 30일에 발표.]

    [우리 쿠키 현금화할 수 있는 거 모두 아시죠? 찡긋.]

    그리고 그 밑으로 깔린 파란색 안내문.

    한리버 오션월드에서 빅 이벤트를 준비하였다.

    “반응 좋고. 이제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계약을 맺자.”

    알려진 BJ를 섭외하면 좋다. 하지만 타 방송에 대한 색깔이 너무 진하게 묻어 있어 한리버만의 새로운 세상에 녹아들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그 전에 나도 한번 해볼까?”

    나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한리버 유한강은 스스로 스트리머가 되어 방송을 해볼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어떤 방송을 하느냐인데.

    “파격적인 걸 하지 않는 이상, 사람은 관심을 가지지 않아. 그렇다면 역시 그것밖엔 없겠구나. 잘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프로젝트 어디 한번 제대로 즐겨보자.

    한강의 눈가가 작아지며, 입가는 길게 찢어져 한쪽으로 올라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