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84화 (84/237)
  • 84화. 20살, 정비

    “정말 어마어마한 녀석이야.”

    네이컴에 이어 더움까지 인수한 한리버.

    단 몇 개월 사이에 비대해진 규모에 그저 감탄만이 터져 나왔다.

    “역사에 길이 남게 될 일을 아주 쉽게 저질러 버릴 줄은. 허허.”

    1938년 설립된 육성은 올해 66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 긴 시간을 한리버는 단 3년 만에 바로 뒤까지 따라왔다.

    “따라잡히는 건 일도 아니겠어.”

    손에 들린 신문을 책상 위로 던졌다.

    더움 커뮤니케이션의 시가총액은 9천억 원 수준.

    네이컴의 시가총액은 1조였다.

    여러 요인들로 한리버는 약 3조 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김종식은 축하를 건넸다.

    “그게 내 회사도 아닌데, 뭔 축하.”

    “표정이 무척 밝으십니다.”

    “......흥.”

    부모가 바라는 건 자식의 행복.

    그간 사위들이 시원찮은 놈들만 들어와 막내딸도 그러는 건 아닌가 늘 걱정했는데.

    제대로 된 사위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버리는 앞으로 육성과 긴밀한 관계를 통해 상호협력하여 함께 성장하리라.

    “회의 준비하게. 우리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합세.”

    한리버가 앞으로 미래에 큰 변수가 되었다.

    신년 계획을 그에 맞춰 조정하기로 하였다.

    ***

    2004년 3월 봄이 찾아왔다. 2월의 겨울을 그림에 담고, 3월의 봄을 캔버스에 채운 이튿날.

    “파라다이스가 테스트를 마치고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웹소설 사이트 파라다이스가 장기간 준비 끝에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오, 광고는 어떻게 됐나요?”

    “메신저를 통해 전 세계로 광고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한리버 메신저는 고민 끝에 한 가지 광고 채널을 오픈했다.

    실시간으로 한리버 고객센터와 소통할 수 있는 오픈 채팅.

    이곳을 통해 모든 회원들에게 한리버의 소식을 전하는 한편, 광고를 보냈다.

    “아직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 회원 수는 저조한 편이지만, 머지않아 백만 명을 돌파할 걸로 보입니다.”

    경쟁사 웹소설은 고무판과 모여라, 그 밖의 대형 사이트들.

    시장규모는 약 1천억 원 수준인 이때, 후발주자인 한리버 파라다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한 많은 작가를 받고, 투자를 아끼지 마세요. 성적을 내지 못하는 작가로 무시하지 말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을 아끼지 마세요. 공간이 부족하면 회사 소유 빌딩 하나 적당한 곳 골라서 사용하시고.”

    외환위기 당시 무작위로 사들인 부동산들이 상당한 쓸모가 있었다.

    굳이 건물을 새로 짓는 그런 수고스러움은 없었다.

    “작가 환경은 무척 중요해요. 우리와 전속 계약한 작가들에 한해 4대 보험도 가입해 주시고. 할 수 있는 지원은 아끼지 말고 다 해주세요.”

    지금은 돈을 쓸 때다. 그리고 작가는 플랫폼과 출판사에 있어 강력한 힘으로 작용될 터.

    인기 없는 작가라고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여 지원키로 하였다.

    “그렇게 되면 회사가 얻는 수익이 줄게 됩니다. 반대로 적자가 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웹소설 사이트 사업본부장으로 들어온 소찬수는 거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려를 표했다.

    “걱정 마세요. 그럴 일은 없으니까요. 다 생각이 있어 그런 거니, 따라주세요.”

    번복은 없었다. 한강은 지시에 따를 것을 강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집을 꺾고 지시에 따르기로 하였다.

    “네이컴은 당분간 고호경 대표님이 총괄 대표로 운영해 주세요.”

    두 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할까 하다 둘로 쪼개놓기로 하였다.

    누군가는 더움이 좋은 좋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네이컴이 편할 수 있었다.

    그저 하나라는 회사를 심어주기 위하여 ‘한리버 더움 커뮤니케이션’ ‘한리버 네이컴’으로 상호를 변경하였다.

    “검색엔진은 네이컴 기술을 활용하고 카페는 더움을 중심으로 발전시키세요. 중간에 어떤 수익을 늘린다고 엄한 건 일절 하지 마시고.”

    더움이 시장 뒤로 도태된 건, 회원들을 생각하지 않고 수익에 초점을 맞춘 영업에 있다.

    신뢰를 잃고 외면받는 기업은 당장 수익은 오를지 모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한리버의 경영 목표는 ‘회원과 공감대를 이뤄, 건강한 소비생활을 돕자’에 있었다.

    “알겠습니다.”

    회원을 위한 소통의 공간, 회원을 위한 즐거운 공간, 회원을 위한 소비의 공간이 바로 한리버다.

    “끝으로 네이컴 무상증자에 들어갑니다. 그런 줄 아시고 그에 맞게 준비해 주세요.”

    모든 걸 자신의 자본으로 사업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부족한 네이컴의 자본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무상증자를 감행하기로 하였다.

    “이사회를 준비하겠습니다.”

    ***

    20일이 지난 날.

    “......100% 이상의 무상증자를 단행하겠습니다. 이견이 없으시면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네이컴 이사회가 열렸다. 네이컴은 100%에 해당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함에 따라 발행주식 750만 주에서 1500만 주로 늘었다.

    거래되는 주가는 5만 원. 자본금은 두 배 늘어난 80억이 되면서 더움 커뮤니케이션과 비슷한 규모가 되었다.

    [디카족 인터넷을 휩쓸다.]

    2003년부터 시작된 오션월드는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제 글만이 아닌 사진으로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2030은 ‘글 대신 사진으로 말한다’는 말들이 떠다녔다.

    덕분에 디지털카메라의 판매량이 크게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댓글’ 문화로 이어지는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XX 인사이드.

    └ 진짜 미친 존재감임. 유한강 오빠 같은 남친 강추추추추추!!!!

    └ 레알임, 지나가는 길 만나게 돼서 같이 한 컷 했는데...... 하아 오빵ㅠㅠ

    └ 곧 유부남 됨 잊으시길....... 좋은 추억이었다.

    └ 오늘도 전 쇼팽과 함께합니다...

    댓글로 소통을 하거나.

    오션월드.

    [중력의 법칙 때문에 내 마음이 자구 바닥으로 떨어져... 뉴턴 나쁜 새끼.]

    [사랑을 기다렸다. 근데 안 오더라. 내 나이 삼십... 십 년을 기다렸다 망할.]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 새끼 대갈빡 부수고 싶다. 아픈 적 없던 이기주의 새끼가 분명해.]

    [나는 오늘도 술을 마시며 운다. 이 술에 젖어가는 내 눈물방울. 주르륵.]

    [대학 가면 예뻐진다 했는데... 다리 밑에서 주워 왔나 보다. 다리 밑으로 돌아가자.]

    사진을 올려 자신의 감정을 짧은 시로 표현을 하였다.

    “크크크. 미치것네. 진짜. 오글거려.”

    한강은 오션월드를 내려 사람들의 사진들을 천천히 감상했다. 잊었던 감성을 자극하며 피부를 간질거리게 만들었다.

    “전생에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지.”

    피식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나의 빛입니다. 나를 있게 해주지요. 그대의 숨결은 나에게 봄을 알려주었죠. 벚꽃이 무성한 4월의 봄날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내게 있어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윤희야. 이건 좀.”

    그러다 들어간 ‘이윤희’ 홈피에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과 글귀는 사고를 멎게 만들었다.

    작년 벚꽃이 핀 날, 함께 찍은 사진 아래로 쓰여진 글은 정신을 아득한 어둠으로 밀어 버렸다.

    “여...자라는 건가?”

    나중에 무조건 얼굴을 붉히며 이불킥을 날릴 터인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찰칵찰칵.

    한강은 핸드폰 카메라를 모니터에 가져가 셔터를 눌렀다.

    안에 있는 내용을 저장했다.

    나중에 보여주면 오늘 있던 시에 대한 감정을 몸으로 말해주리라.

    화창하게 뜬 태양 아래 평온한 어느 오후의 시간, 한강은 한껏 여유를 즐겼다.

    “모처럼 나도 소설을 봐볼까?”

    ***

    파라다이스 웹소설 사이트.

    [망할! 내가 모태솔로로 죽는다고? 분하다. 원통하다. 단 한 번을 여자와 함께하지 못하다니... 다음 생이 있다면...... 반드시 만인의 여자를 품에 안으리.]

    [“여기는 대체......”]

    [눈을 뜬 세상은 세상을 녹색으로 덮고 있는 이름 모를 숲이었다.]

    [이곳이 어딘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말도 안 되는 기연 속에서 마스터 칭호를 얻었다.]

    [이십 대에 이르러 그랜드 마스터란 지고한 경지에 오른 지상 최강자. 모두는 마스터를 경배하였다.]

    [이제 세상의 모든 여자를 만나 아내로 만들겠다!]

    [원대한 포부 아래 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만난 드래곤!]

    [황금빛 날개를 펼치는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버렸다. 무엇보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모습이란... 크아!! SES 핑클 전지현은 저리 가라였다.]

    [“뭐? 100살이 되기 전까진 성별이 없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좋아, 결정했어. 널 내 아내로 맞이하겠다.”]

    [드래곤을 아내로 만들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전개 끝내주네. 내용은 완전 하렘이고. 완전 내 취향.”

    오픈된 파라다이스로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회원들은 원하는 장르를 찾아 아낌없이 쿠키를 구웠다.

    특히, ‘드래곤의 그랜드 마스터’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역시 이태형 작가야. 유치할 수 있는 부분을 좋게 잘 포장했어.”

    [다음 결제 쿠키 100개.]

    “그래 내 쿠키 다 가져가라.”

    유치할 수 있는 걸, 필력으로 이겨내 독자의 지갑을 털었다.

    [매출 20,000,000원.]

    [정산 15,700,000원.]

    [실지급액 15,181,900.]

    “허, 허허......”

    이태형은 파라다이스의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판매정산 내역에 힘 빠진 웃음을 흘렸다.

    잘나가던 작가 시절에도 제대로 만져보기 힘들었던 금액을 단 보름 만에 이뤄냈다.

    갖가지 이벤트가 있기는 했지만, 설마 그런 사소한 이벤트가 독자의 유입을 이끌어 매출로 이어질지 예상도 못 했다.

    그저 망작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1권 분량이 무료로 풀릴 거라 해서 반발하기도 했는데, 완전 사기적이야.”

    이태형은 얼빠진 시선을 판매정산 창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이곳에 뼈를 묻어도 되겠어.”

    듣기로 완결이 되거나, 매출이 떨어지면 다른 사이트와 연결해 소설을 푼다고 하였다.

    즉, 앞으로 통장이 텅장으로 변할 일은 없음을 의미했다.

    “100편부터 내용을 좀 늘리고 110편부터 달려보자.”

    소설은 무조건 전개를 뺀다고 재밌는 게 아니다. 중간중간 힐링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넣어 독자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내용을 이끄는 것도 중요했다.

    입안에 사탕을 넣어 살살 녹이며, 한글창을 켰다.

    멈췄던 손을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터무니없이 부족하군...”

    초기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자금은 어느 정도 충분하리라 봤다.

    한데, 개발을 이어갈수록 자금은 빠르게 소진이 되었고, 전기 자동차 시제품을 만드는 데 약 700만 달러의 거액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유한강 대표를 찾아가 보는 건 어때요?”

    마크 타페닝이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어냈다.

    “90%란 말 듣지 못했나?”

    문제는 지분. 투자를 받는 건 좋으나 너무 많은 지분을 요구했다.

    마틴 에버하드는 한강을 뒤로 밀었다.

    급하다고 무조건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

    “다른 투자자를 만나봐야지.”

    “만약 그 사람도 그만한 지분을 원하면 어쩌려고요?”

    “그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사람에게 투자를 받아야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니라면?”

    마지막 생각은 잠시 삼켰다. 이건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 두었다.

    “아니야. 일단 나랑 나가자. 알아본 사람이 있어.”

    마틴 에버하드가 몸을 일으켜 겉옷을 걸쳤다.

    “투자자라도 있던 거예요?”

    “그래. 그 사람을 만나보고 생각해보자.”

    “좋아요. 함께 가죠.”

    마크 타페닝도 딱히 수는 없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곧 둘은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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