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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81화 (81/237)

81화. 19살, 밝혀지는 진실과 결정

2003년 12월 10일 수요일.

“어떻게 됐는가?”

육성그룹 최고층의 회장실.

이건호가 펜대를 놓으며 물었다.

“예상대로 유한강 대표와 연관된 회사였습니다.”

김종식은 손에 들린 종이를 이건호가 자리한 책상에 내려놓았다.

“어떤 경로로 안드로이드라는 소규모 회사가 그만한 자금을 구해 더움 커뮤니케이션의 일정 지분과 쇼핑몰을 소화를 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한강 대표가 보증인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최측근으로 있는 김동진 비서실장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다녀온 걸 알아냈습니다.”

종이에 정리된 내용을 요약해 말했다. 종이에는 김동진 비서실장의 이동 경로와 더움으로 외국인과 함께 대표실로 들어간 증거자료가 정리되어 있었다.

“알 수가 없어. 보증인으로 나서서 1억 달러를 빌려줘 뱉어낸 사업을 인수하게 만들고, 더움의 지분을 인수? 이렇게 해서 그 아이가 얻는 게 뭐지?”

예상한 일이기에 그리 놀랍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서 한강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한들 더움을 인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이컴에서 확실한 이득을 챙긴 것도 아니었다.

“자네는 어떻게 보나, 이걸?”

인상을 찡그리며 질문을 던졌다.

“이 부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고, 유한강 대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봤지만, 알 수 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완벽하게 짜여진 판이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딱히 알아낸 건 없었다.

“아무거나 좋으니 말하게. 틀려도 좋아. 이상한 정황이라든가, 그런 거 말일세.”

그런 그의 모습에 이건호는 질문의 주제를 바꿔 물었다.

“음... 그저 걸리는 부분은 더움과의 관계입니다. 아무리 쇼핑몰 시장이 커지고 있다지만, 그것만으로 더움과의 관계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리버와 더움에서 이상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그게 뭐지?”

“네이컴의 지분을 무리할 정도로 인수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은밀하게 가족과 계열사로 나눠 인수를 감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마 위로 파인 골을 검지로 긁으며 지금껏 알아낸 사실을 보고했다.

“가만,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허...허허. 그거였나.”

그 순간 이건호는 퍼뜩 떠오른 생각에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입에서는 실소가 터졌다.

“왜 그러십니까?”

이유가 궁금한 김종식이 물었다.

“쯧, 그렇게 조사를 하고도 모른단 말인가? 잘 생각해 보게. 만약, 아니지. 이미 더움 커뮤니케이션이 유 대표의 것이고 두 무리가 네이컴의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면? 이걸 의미하는 게 무어라 생각하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유한강 대표는 이제 열아홉 살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걸 배운 적도 없는 초짭니다. 어떻게 그런 복잡한 계획을...”

“쯧쯧, 그간 유 대표의 행동을 보았음에도 그 소린가?”

김종식의 틀에 박힌 생각에 혀를 찼다.

좀 더 사고의 폭을 자유롭게 하면 좋으련만.

너무도 한 곳에 얽매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사이버 제국의 탄생.

야후를 앞지르는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탄생할지 모를 일이었다.

“당장 가서 그 아이의 주변을 포함한 지분을 확인하고, 더움의 지분도 세세하게 알아내게. 최대한 빨리!”

“알겠습니다.”

이건호는 굳은 얼굴로 김종식이 나간 문을 응시했다.

“언제부터냐. 이런 계획을 미리 준비한 게...”

이건호의 얼굴 위로 소름이 쫙 깔렸다.

팔에는 오돌토돌한 작은 닭살들이 돋아나 있었다.

***

청담동 한리버 빌딩.

“얼마나 준비됐나요?”

“한리버 8.4%, 어시스트 0.5%, 오션월드 1%, 누보 미디어 1.1%, 택배 0.3% 총 11.3%이며 더움은 12%까지 끌어 올려 23.3%가 되었습니다. 가족 내외분들까지 합한다면 30%이며, 곧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면 2%를 추가로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총 32%.

정말 오랜 시간 걸려 야금야금 모아왔다.

“육성 SDS가 가진 지분이 얼마나 되던가요?”

“2002년 말과 2003년 초에 지분매각을 통해 150배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하신 걸 아실 겁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지분은 2% 수준입니다.”

액면가보다 낮은 주당 310원에 취득했던 육성은 게임사와 합병 이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3개월 동안 주당 4~5만 원 차익 실현에 나섰다.

거기서 얻어진 수익이 무려 150배에 이르렀다.

“좀 아쉽네요. 10%를 그대로 들고 계셨다면 확실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을 텐데.”

“지금도 충분합니다.”

“아뇨. 이런 건 확실히 해야 안심이 돼서요. 새롬 측은 뭐래요?”

다음은 새롬기술이 보유한 네이컴 지분을 250억 원에 10%를 가져갔다.

“새롬은 이건호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로 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새롬은 육성의 지배에 있는 기업인 만큼, 돈으로 해결 보기 힘들어 보입니다.”

한강은 이번 계획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하여 돈을 아끼지 않고, 아낌없이 풀었다.

여기로 들어간 자금만 엄청났다.

그리고 종착지에 도달했다.

“좋아요. 아마 모르긴 해도 지금쯤 육성으로 저에 대한 정보가 들어갔겠죠.”

육성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안 한강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풀었다.

한 번은 부딪히고 넘겨야 할 일.

“직접 움직여 장인어른을 만나 보겠습니다. 2%의 주식도 얻을 겸. 안드로이드는 실장님께 맡기죠.”

안드로이드 인수 작업을 김동진에게 맡겼다.

혼자 모든 일을 다 한다는 건 무리가 따랐기에 분업해서 움직였다.

한강은 모든 지시를 마무리 짓고 엉덩이를 떼어 방을 벗어났다.

“지금쯤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시려나.”

한강은 그동안 겪어온 이건호의 성격과 표정들을 떠올리며 걸음을 육성 본사가 있는 도곡동으로 향했다.

“육성으로 갈 겁니다.”

1층 출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도로로 진입했다.

***

---회장님 저 유한강입니다. 지금 장인어른을 뵙고자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는 녀석이 시간은... 기다리고 있겠다. 묻고 싶은 것도 많으니.”

---하하, 감사합니다. 한 시간 내 도착할 겁니다.

“......”

세상에서 자신을 유일하게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

어렸을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친아들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정말 무서운 녀석이야. 보통이 넘어.”

두려운 감정을 들게 만들기도 하였다. 자신과 대등한 위치에서 말할 수 있는 자가 국내에서 몇이나 될지.

두 손가락을 넘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모든 재산을 걸 수 있었다.

“한리버 대표가 올 거야. 바로 방으로 들이도록.”

---네.

인터폰을 걸어 비서실에 미리 알렸다.

중간에 막을 자야 없겠지만, 보다 빨리 당도하리라.

***

끼이익.

아스팔트를 긁으며 멈춰선 차량으로 한강이 내려섰다.

“회장님 지십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이건호의 지시로 미리 대기해 있던 직원이 나와 한강을 안내했다.

직원들이 오가는 1층 로비를 지나쳐, 요원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한강을 엘리베이터로 이끌었다.

“고생하세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경호원들은 아래쪽에 대기시키고 직원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시간 하난 기막히게 지키는군.”

정확히 1시간 정도 걸려 육성그룹 본사 회장실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사업가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회장님.”

“편하게 말해. 네 녀석에게 듣는 회장이란 호칭은 이상하게 듣기 거북해.”

얼굴을 보자마자 막말을 쏟아낸 이건호지만, 악의는 없었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회장실을 시작으로 집무실에 이르기까지 선생님과 아버님, 장인어른으로 불리어 낯간지럽게 다가왔다.

친자식과는 다른 간질거림에 평소처럼 부르라 이르렀다.

“부회장으로 있는 형님이 질투할지 모릅니다.”

“녀석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리고... 그보다 날 찾은 이유를 들어볼까? 제갈공명.”

“...... 이상한 별명은 빼주십셔.”

눈치를 보니 예상대로 모든 걸 아는 눈치다.

오죽했으면 끝에 되도 않는 별명을 붙였을까.

“아시는 눈치군요.”

“네놈이 뿌린 정보를 모르면 그게 이상하겠지. 그쪽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임에는 확실해. 한데, 우리 직원이 너무 상세하게 조사를 해왔는데, 아주 묘하더군.”

싱긋.

한강은 조용히 미소를 던졌다.

“고얀 놈.”

그 모습에 이건호의 이마에 심줄이 돋아났다.

눈가엔 못마땅함이 가득했다.

“다 알고 계시니 돌려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준비된 네이컴 지분은 총 32%입니다.”

“......”

설마 했던 게 맞아떨어진다.

이건호는 애써 침착한 얼굴로 한강의 말을 들었다.

“육성이 보유한 지분과 새롬기술에서 가지고 있는 10%의 지분. 저를 위해 써주세요.”

매수가 아닌 권리를 달라 하였다. 워낙 많은 자금을 사용도 하였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았기에 권리를 요구했다.

“지금도 충분히 네이컴을 지배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확실하게 한리버 산하에 두고 싶습니다.”

목적은 말했다. 이제 선택만이 남았다.

한강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또렷하게 이건호를 직시했다.

“정말 무섭게 컸어. 언제부터냐. 이 일을 준비한 게.”

한강이 던진 말과 다른 대답을, 아니 질문을 던졌다.

이건호는 부러지지 않을 거 같은 시선을 느끼며 대답을 기다렸다.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순간부터 모든 기반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은 버디버디를 인수하고부텁니다.”

“정말 오래도 준비해왔군. 고작 열일곱 살이 말이야.”

열일곱 살이 되자마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던 한강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메신저가 모든 포털 사이트에 중심이 되리라 말하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저 젊은 혈기라 치부했는데, 그때 말하던 목표가 현실로 다가왔다.

과연, 십대의 학생 중 자신의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물며 그것이 재벌이 되는 거라면?

‘고작 육성 자동차 대표에 앉으라 한 내가 우습군.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뛰어난 참모는 기업 오너에게 있어 양날의 검.

활용할 능력이 된다면 뛰어난 무기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참모에게 먹히게 될 터다.

첫째 아들인 이재진이 그럴 만한 그릇이 되는가?

‘MBA도 마치지 않은 녀석보다 못한 모습이라니... 모든 엘리트들을 바보로 만들어 놨어.’

될 놈은 뭘 해도 된다 했다.

유한강이 딱 그 짝이었다.

참으로 무서운 아이였다.

“그때 한 말......”

“......?!”

“윤희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주겠단 그 말 믿어도 되겠지?”

“예? 아, 네. 그러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겁니다.”

돈이란 것이 모든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필수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권력도 부에서 나오고 명예도 부에서 나오며 자존감 또한 부에서 얻어진다.

모든 예술의 중심이자 근원.

한강은 이번 사회에 나와 착실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었다.

“그래, 가 보게.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

“......감사합니다.”

각오하고 오른 육성 회장실.

한데, 뜻하지 않게 단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나고 말았다.

“만약에 말이야... 내 딸을 앞세워 나를 설득하려 했다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게야.”

이건호는 밖으로 나간 한강을 조용히 응시하며 나직하게 말했다.

딸을 이용한 사위는 육성가의 일원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그나저나 정말 골때리는군. 더움과 네이컴을 둘 다 먹는 괴물로 성장할 줄은...”

그러다 한강의 말도 안 되는 성장과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앞으로의 성장이 크게 기대가 되었다.

얼마나 날아오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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