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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79화 (79/237)
  • 79화. 19살, 지지 않는 전쟁

    [......네이컴 지분 10% 이상을 원합니다.]

    “......허허.”

    건물을 빠져나오는 김수경의 얼굴에 불쾌함이 잔뜩 서렸다.

    면전에서 대놓고 요구하는 상판대기를 떠오르자, 짜증이 치밀었다.

    [......그건 제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네요. 10%라... 너무 일방적인 부분도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하니. 대표님과 상의해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말이야 그리했지만, 솔직히 들어주기 싫은 조건이었다.

    김수경은 이마에 주름을 짓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후우...”

    입과 코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를 잠시 가만히 바라봤다.

    “쯧.”

    혀를 차고는 연기를 길게 마시다 뱉고는 손을 툭 튀겨 담배꽁초를 길가로 던졌다.

    퉷!

    하얀 가래침을 뱉고 차량에 올랐다. 김수경은 핸들을 붙잡고 회사로 복귀했다.

    “......10%나 제안을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애송이가 아주 돈독에 올랐더군요. 우리와 함께하는 것만도 저들에겐 이득인 것을.”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군요.”

    한문철은 자세를 고쳐, 등을 소파 깊숙이 기댔다.

    신중한 얼굴 위로 갈등이 일었다.

    ‘이건 누가 봐도 갑질이지. 아무리 육성에서 직접적인 행사에 나서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분명 형평성에 어긋나.’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고 선택일까.

    지분 10% 이상은 무리한 요구.

    ‘이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한 걸, 설마 우회적으로 돌려 표현한 건가?’

    그러다 불쑥 스쳐 지나가는 생각.

    또한, 정말 10% 이상의 지분을 원하는 건 아니리라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쪽에서 원하는 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거다 이건가? 분명 한리버가 더움에서 멀어진다면 이쪽에 유리해. 좋아 그렇다면.’

    계산을 마친 한문철은 결정을 내렸다.

    “10%의 지분은 무리가 따르고, 지분은 8% 선에서 맞추고 메신저 다운로드 비용을 일시적으로 50%로 줄이는 걸로 하죠. 이 정도만 하더라도 한리버 입장에서 봤을 때 괜찮은 조건일 겁니다.”

    한문철의 시선은 김수경에게 닿았다.

    “8%도 과하지 않습니까?”

    “유 대표 결코 만만한 아이가 아니에요. 이사님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지만, 확실하게 그림을 그리고 시장을 넓혀가고 있어요. 우리가 따라잡히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선일 겁니다.”

    최악의 수는 한리버가 갖추게 될 검색 사이트에 있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군으로서 파트너라는 틀에 가둬 협력사로 같이 발맞춰 가는 게 좋으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

    “대표님 뜻이 그렇다면 그러겠습니다.”

    더 반대하고 나서려던 김수경은 확고한 한문철의 모습에 뜻에 따르기로 하였다.

    ***

    ---대표님 뜻이 그렇습니다. 한리버를 적극 밀어줄 생각임을 밝히셨으니, 대표님도 그에 맞는 결정을 해주셨음 합니다.

    “건방진 양반이야.”

    수화기를 내려놓고 인상을 구겼다.

    “8%라... 아주 아슬아슬한 위치에 숫자를 걸쳐놨네. 다운로드 비용은 50%. 막 나쁜 조건은 또 아니야.”

    제법 머리를 쓴 티가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날 바보로 알았다는 거구만.”

    무시한 티도 아주 잘 느껴져서, 무척 불쾌했다.

    기업이란 것이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거라지만, 그 이익이 한곳에 너무 편중되어 있었다.

    저울이란 것이 왜 있는가?

    거랫값을 맞추기 위해 있는 것이 저울이다.

    한리버와 네이컴의 거래조건을 놓고 본다면.

    네이컴 쪽이 무척 무겁게 책정됐다.

    “그래도 이건 내가 들어주는 게 맞지. 그래야 저들의 눈을 가릴 수 있을 테니.”

    아무래도 때가 온 거 같다. 기한은 약 한 달.

    시간상 충분했다.

    “실장님 저 좀 보시죠.”

    한강은 비릿한 미소를 입에 걸치고 김동진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잠시 후, 김동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믿을 만한 사람 있을까요? 입 무겁고 미국에서 잠시간 체류가 가능한 사람. 교포면 좋겠는데.”

    김동진에게 똑바로 머무는 눈동자 안으로 바람이 생겨났다.

    “교포면 되는 겁니까? 아니면 현지인도 괜찮은지요?”

    “믿을 수 있는 자라면 괜찮습니다.”

    “두 사람 정도가 있는데... 혹, 어떤 이유에서 찾으시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김동진의 시선엔 궁금증으로 채워졌다.

    대개 이런 일은 ‘부정’의 일을 치를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접근이 조심스러웠다.

    “크게 나쁜 일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바지사장으로 기업을 운영해 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에요.”

    걱정으로 채워진 김동진의 시선을 느끼며 한강은 말을 계속 이었다.

    “네이컴에서 사람이 왔던 건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사람이 말하길, 더움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과 투자금을 빼라더군요. 그러지 않으면 제 사업을 방해하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그건 합의가 아닌 분명한 협박이었다.

    “허... 네이컴이 말인가요?”

    “네. 그래서 좀 머리 좀 써보려고요.”

    “이 새끼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김동진은 너무 어이없어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실수를 깨닫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뇨. 괜찮아요. 그래서 제 생각이 무엇이냐면...”

    한강은 누구 들을세라 아주 은밀하고 조용한 어투로 머릿속에 있는 계획을 상세하게 끄집어 내어 설명을 하였다.

    이야기를 듣는 김동진의 얼굴에 비장함이 깃들었다.

    ***

    쉬이이이이이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김동진이 발걸음을 하였다.

    “여~ 김동진. 여긴 어디야. 때깔 봐라? 아주 좋아졌다.”

    “앤드, 당신만 할까요?”

    “......쓰읍. 이 꼴을 보면 모르나? 당장 내일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팔자야.”

    상대는 앤드 루빈.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의 대표다.

    그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사무실을 가리키며,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당신은 대표고, 난 직원에 지나지 않지요. 누가 알았을까요? 그때 우연히 알게 돼 술친구를 했던 앤드 당신이 사업을 하게 될 줄.”

    “크크. 그렇지. 나도 내가 이렇게 일을 저지를 줄 몰랐어.”

    김동진과는 인연이 좀 깊은지 앤드 루빈은 스스럼없이 대했다.

    “그래서 갑자기 여긴 웬일이야?”

    앤드 루빈이 물었다. 그간 연락도 없던 놈이 갑자기 찾아와 의아한 눈치다.

    “회사에 돈이 없다죠.”

    “...... 돈이라도 주러 왔나?”

    “아뇨. 이 회사에 투자하러 왔습니다.”

    “......?!”

    “이 회사를?”

    “네.”

    “왜지? 딱히 수익도 좋지 못하고 별로인 이 회사를??”

    “그건 투자받고 제 부탁 좀 들어 달라고요.”

    “아니 날 뭘 믿고?”

    “미국에 처음 와 도둑들에게 소매치기를 당해 무일푼이던 나를 도와주었던 그때의 당신의 모습을 믿고 부탁하는 겁니다. 적어도 제 뒤통수는 때리지 않겠죠.”

    “......음.”

    앤드 루빈이 의심스런 눈길을 던졌다.

    “정말인가? 가령 불법적인 일이라든가?”

    “저 그런 거 안 합니다.”

    “끙, 모를 일이군. 그래서 얼마나 해주려고. 10만? 50만?”

    앤드 루빈은 동진을 놀리듯 금액을 불렀다.

    직장인이라 했으니 많이 불러야 이 정도선이라 생각했다.

    이 정도도 높은 금액임은 분명했지만.

    “아뇨. 절 어떻게 보고. 제가 제법 스케일은 큰 놈입니다. 1억 달러. 제가 투자할 돈입니다.”

    “뭐, 뭐?! 이봐, 날 놀리지 말게. 1억이라니?!”

    “정말입니다.”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직장인인 자네가 어떻게 그만한 돈이 있는가?”

    “제가 모시는 분이 제법 돈이 많습니다.”

    “허, 허허...”

    “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하게 될 거예요. 좀 은밀하게 해야 하는 일이고 애단에게 부탁하는 일이 그것과 연결된 일이에요.”

    “......정말 믿어도 되는 일인가?”

    이쯤 되니, 애단 루빈의 눈빛이 변했다. 그의 눈에 어떤 야망이 꿈틀대고 있었다.

    ‘여튼 개발자들이란...’

    그 야망이 개발욕이란 걸 아주 잘 느낀 김동진은 고개를 살짝 가로 저었다.

    “네. 내가 당신께 사기 칠 이윤 없지요.”

    “좋아. 들어보도록 하지.”

    “저희 대표님이 보증을 서줄 겁니다. 애단 로빈 당신은 그 돈을 가지고 회사를 확장하셔도 되고 연구 개발비로 써도 됩니다. 자유롭게.”

    “......허허.”

    “대신 여기서 잠시 대표님 사업 일부를 떠맡아 주셨음 해요.”

    “그러다 내가 도망치면 어쩌려고...”

    “도망친다 해도 제가 모시는 분 손바닥 안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짓을 했다간 팬분들께 죽임을 당할 거예요.”

    김동진은 약간의 위협을 주며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그 대표가 누구기에 그만한 돈을 빌려... 투자하겠다는 건가?”

    “아주 잘 알 거예요. 꽤 유명한 분이거든요. 한리버. 제가 소속된 회사 상호예요.”

    “......한리버. 확실히. 그 돈을 가지고 도망치면 바로 잡히겠어.”

    한리버의 인기는 미국에서 대단하다. 미국의 부호조차 한리버를 만나고 싶어 할 정도이며 소년 소녀 팬들은 덤이다.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미술 실력, 최근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 수상까지.

    “어때요?”

    “내가 거절하면 계속 귀찮게 하겠지?”

    “이미 눈에선 그 돈을 연구비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눈친데요?”

    “......그냥, 내 회사를 가지게. 5백만 달러를 내게 쥐여주면 열심히 일하지.”

    “그건 너무 도둑놈 심보 아닌가요?”

    “쯧... 2백만 주게.”

    “좋아요. 그런데 인수 부분은 우회해서 하도록 하죠.”

    “참, 복잡한 곳에서 일하는구만. 그럼 내가 무엇을 하면 되지?”

    씨익.

    김동진의 진지한 얼굴에 진한 미소가 그어졌다.

    그리고 그의 입이 조용히 열렸다.

    “그러니까...”

    곧 김동진의 입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하나둘 앤드 루빈에게 전달됐다.

    김동진의 이야기를 듣는 앤드 루빈의 얼굴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

    더움 커뮤니케이션.

    한강은 20일 뒤, 더움을 찾았다.

    “허... 그게 정말입니까?”

    고호경 더움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들려온 목소리에 목 주변이 붉게 변했다.

    크게 분노를 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저 대신 믿을만한 대표님을 소개해 드린 겁니다.”

    한강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이분이 말인가요?”

    고호경도 한강의 시선을 쫓아 남자에게 향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대표님께 쇼핑몰을 되팔고, 주식을 회수하면 여기서 그걸 대표님을 통해 넘어가게 될 겁니다.”

    한강의 계획이 공개됐다.

    그건 자신의 사업을 돌려서 새로운 사업자에게 맡겨 운영하게 하고, 모든 일을 해결했을 때 인수하는 작업을 통해 되찾아오는 것.

    종이에 적힌 주인은 제3자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한강이 되는 것이다.

    네이컴의 시선을 완전히 피하고, 지분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대표님도 네이컴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때를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허허. 유 대표 당신...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사람이었구려.”

    “뭘요.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머리를 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몸을 부르르 떠는 고호경을 보며 한강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평소대로 하세요. 그리고 앤드 루빈 대표님. 당분간 잘 부탁드립니다.”

    한강은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면서 지난날 보았던 상호를 기억해냈다.

    [안드로이드.]

    김동진이 아주 큰 대어를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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