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19살, 전쟁과 경쟁
[(주)한리버 대표 신의 아들로 올라서다.]
[선화예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유한강 대표가 지난 퀸 엘리자베스 피아노 콩쿠르 1위에 등극하면서 군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국내 전체로 한강의 소식이 전해졌다.
[입상만 해도 군면제를 받을 수 있던 유한강 대표는 “3위 수상을 포기합니다”를 던지며 기회를 날렸었다. 관계자는 “유한강 대표는 여타 선수들과 달리 군면제를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닌 순수한 예술인으로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한 도전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하며, 유한강 대표에 무한한 박수를 보냈다.]
한강의 3위 수상 포기가 좋게 포장되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기사가 나갔다.
“허허, 날 완전히 좋은 놈으로 만들어 주네.”
한국에서 국방의 의무는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기득권층 자녀들의 국방의무는 더욱 민감하게 여겨져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모든 걸, 제3자가 알아서 포장을 예쁘게 해주니 무척 예쁘게 다가왔다.
“그럼 정말 군대 안 가도 되는 거야?”
윤희가 기뻐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당연. 내가 뭐랬어. 군대 갈 일은 만들지 않겠다 했잖아.”
“아고고, 내 새끼 예뻐.”
예비 서방의 엉덩이 살을 손으로 토닥이는 윤희를 보며.
“이거 성추행인 거 알지?”
한마디 던졌다가.
“이제 이거 내 거 아냐?”
한 방 맞고 두 손을 들었다.
그녀의 귀여운 얼굴과 행동은 모든 공격 본능을 마비시켜 버렸다.
“이따 봐!”
윤희와 주차장에서 헤어지고, 출근길에 올랐다.
회사까지 차로 약 10~15분 거리.
넓은 대로를 쭉 따라 이제는 명물로 변한 한리버 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모두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하세요.”
직원들과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며 대표실로 올라섰다.
“대표님 네이컴 김수경 이사로부터 연락이 있었습니다. 오늘 뵙길 청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방으로 들어선 한강의 뒤를 따라 커피를 내온 김소영은 메신저로 받은 내용을 보고했다.
“용무는요?”
“용무는 따로 말은 없었고,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리겠단 말을 남겼습니다.”
“흠...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오전 10시에 있는 회의 외에 다른 일정은 잡혀 있지 않습니다.”
“그럼 1시 이후로 시간을 잡아보세요. 만나보도록 하죠.”
김소영에게 하루 일정을 듣고 빈 일정 속에 새로운 일정을 집어넣었다.
한강의 하루가 시작됐다.
“... 해서 이번 어시스트 사업부에 새로운 기능을 넣을까 합니다. 단순하게 물건을 회원끼리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 물품을 올려 일정 기간과 시간을 정하여 경매를 통해 회원끼리 좀 더 가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경매를 통한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10시 40분, 한리버 어시스트 사업부의 보고가 이어졌다.
“꽤 좋은 아이디어네요. 차별화를 둘 수도 있을 거 같고 문제는 수수료인데, 수수료는 몇 퍼센트로 생각하시나요?”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어 빙글빙글 돌리며 질문을 던졌다.
“10%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지금 어시스트 중간 수수료가 7%대로 알고 있는데, 10%는 좀 많지 않나요? 저라면 그냥 개인 거래로 하고 말 거 같은데. 대표님은 어때요?”
“......”
어시스트 대표 김지환은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깊게 파고든 질문에 답을 못했다.
한강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도 빤히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조금은 당황하고 얼굴이 붉어질 만도 하건만, 김지환은 당당히 머리를 숙였다.
“아니에요. 죄송할 일은 아니에요. 어떻게 10%를 책정했는지 거기에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했었다면 저든 회원이든 이해하고 넘겼을 거예요.”
“명심하겠습니다.”
당당한 모습이 매우 보기 좋다. 한강은 저런 걸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울 자세가 되어 있는 모습에서 발전성을 느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김지환은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시간은 충분하기에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약 5분의 시간을 거치고.
“6% 정도의 수수료가 적당하다 봅니다.”
“이번엔 이유를 설명하실 수 있을까요?”
“5%대와 6%대를 놓고 고민을 해봤습니다. 5% 이하로 내려놓고 보니 매출적인 부분과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벌어지리라 보고 6%로 정했습니다. 경매로 돌릴 경우 회원끼리 거래하는 금액보다 높게 책정이 될 것이기에 6%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어하고 매출 면에서도 괜찮겠다 생각했습니다.”
김지환의 눈빛이 허공을 가로질러 한강에게 닿았다.
“뭐, 나쁘지 않네요. 전 거기 추가해 하나를 더 보완했음 좋겠네요. 경매는 거래가 완료가 되기 전까진 매출이 뜨지 않겠죠?”
좀 더 디테일을 살려봤다. 무조건 이 말이 맞지는 않겠지만, 매출이 잡히는 속도 면에서는 확실히 차이를 보일 터다.
한강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다가,
“그렇다면 물건을 올릴 때 계약금, 보증금 형태로 3%를 미리 떼가고 거래가 완료 시 나머지 3%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해보세요.”
정리한 내용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때요?”
“좋은 생각 같습니다. 회원 입장에서 봤을 때도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는 걸로, 오늘 회의는 마치죠. 이상.”
아침 회의를 끝냈다.
모두 의자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김지환 대표님,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하시면 돼요. 고생하셨어요.”
끝으로 한강은 지환을 격려하고 회의장을 나섰다.
“대표님, 안에 네이컴 이사가 도착했습니다. 지시대로 대표실 안에서 기다리라 양해를 구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식사를 마치고 대표실로 온 시간.
먼저 와 있던 김소영은 구두 굽 소리를 내고 걸어와 김수경의 도착 소식을 알렸다.
“그 양반 일찍 왔네요. 알았어요.”
한강은 걸음을 옮겨 방으로 들어갔다.
“어이쿠, 처음 뵙겠습니다. 김수경입니다.”
경첩 마찰음이 들리자, 반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김수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찍 오셨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일찍 먹고 왔습니다.”
“다행이네요. 식사도 하지 않고 오셨음 어쩌나 했는데.”
“아닙니다. 한 끼 굶는다고 죽기나 하겠습니까.”
“그도 그렇네요. 한데, 갑자기 어쩐 일이실까요? 저희 비서에겐 직접 와서 말씀하겠다 하시고.”
소파에 자리를 앉아 다리를 꼬며 물었다.
습관적으로 나온 자세였다.
“......”
그런 한강의 모습에 김수경의 눈가가 살짝 찌푸려졌다 풀었다.
“한리버가 우리 네이컴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단 사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김수경은 말문을 열었다.
“그렇죠. 한데, 그건 왜?”
한강의 고개가 살짝 좌측으로 꺾였다 돌아왔다. 그걸 왜 묻는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낸 행동이다.
“네이컴이 더움을 제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처음 계획으로 곧 제칠 거라 여겼던 메일과 블로그 분야가 상당 부분 틀어졌습니다. 물론 언젠간 네이컴이 더움을 앞설 거라 자신하지만, 그 기간을 줄일 방법이 있어 대표님을 찾았습니다.”
“?”
한강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결국 더움 손을 놓으라 이거구만’ 표정과 생각은 달랐다.
“그 방법이 뭘까요?”
“더움과 맺은 줄을 끊어 주셨음 합니다.”
눈빛과 행동에서 말하고 있는 패턴.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김수경은 아주 특수한 위치에 있기라도 한다는 듯, 위압감을 조성했다.
“너무 이기적인 거래 아닌가요?”
당연히 이건 한강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네이컴의 가치가 폭증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었기에. 더움만큼 조건이 완벽한 곳도 드물었다.
‘야후도 오래 버티긴 힘들겠지만, 시간은 필요해.’
한강의 시선에 고집이 서렸다.
“저희와는 파트너십으로 묶인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에 경쟁사인 더움에 도움을 주는 건, 파트너사로서 도덕성에 어긋한 행동이라 보입니다.”
네이컴은 여러 사업으로 2위 자리에 올라서고자, 아등바등 기어오르고 있었다.
네이컴 입장에서 볼 때, 한리버의 행동은 수성전에 들어가는 더움의 성벽에 커다란 돌을 추가로 올려 높여 놓은 꼴이었다.
즉, 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좋습니다. 다 좋은데, 제가 운영하는 쇼핑몰은 어떻게 되는 거죠? 투자금이야 차익 실현을 보면 된다고 치고. 쇼핑몰은?”
더움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철수는 쇼핑몰까지 해당될 터.
“네이컴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을 저에게 주기라도 하겠단 걸까요?”
과연 김수경의 대답은 어떨까?
김수경을 바라보는 한강의 눈빛이 짙어졌다.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대표님께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드리고자 한 말은 우리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걷자는 의도였습니다. 네이컴에 고정된 한리버 배너는 네이컴이 성장하는 만큼, 한리버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만. 저희 통계로 보자면 메신저를 이용하는 회원들의 이동이 꽤 증가한 상태입니다.”
한강은 그 부분에 대해 반박했다.
“물론 반대로 한리버를 통해 네이컴으로 유입되는 사람 또한 늘고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한리버에 연결된 물길이 많다는 데 있습니다. 저희로선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인 건 맞습니다.”
물길이란 의미는 더움과 네이컴으로 연결된 바로가기 기능을 말하리라. 이걸 네이컴에 독점으로 공급하라는 의미일진데.
“당장 결정하기엔 무리네요. 시간이 필요하리라 보이는데, 제가 생각을 해보고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손해는 볼 수 없지. 그렇다고 당장 거절하기엔 아직은 조심스럽고.’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였다.
한리버가 피해를 보지 않고, 네이컴을 견제하면서 더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우리에게 있어 아주 큰 건인 건 아시리라 봅니다.”
“이해합니다.”
“넉넉잡고 한 달. 이 정도면 충분히 결정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보는데, 어떠신가요?”
필요건 역시 시간.
최대한 시간을 잡기로 하였다. 네이컴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한 달이라 좋습니다.”
김수경은 고개를 주억여 입가에 미소를 걸쳤다.
“한데, 한리버에게 있어 큰 손해인 건 맞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그 손해를 다른 방향으로 메꿔야 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네이컴에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대화의 끝을 장식할 즈음, 한강은 진지한 얼굴이 되어 김수경을 응시했다.
“그게 무엇입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김수경이 되물었다.
“쇼핑몰의 매출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급증하고 있는 중이었고, 더움에 긍정적 효과로 연결되어 주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승선을 타고 있는 더움의 지분을 뺀다는 건, 좀 억울해서 말입니다.”
“그래서요?”
“너무 일방적인 요구는 튕겨져 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드리고자 하는 건 저도 긍정으로 생각할 수 있는 보상을 마련했음 합니다.”
한강의 눈빛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절대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신념을 담아.
“네이컴의 지분 10% 이상을 원합니다. 네이컴이 우리를 진정으로 파트너사라 여긴다면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조건이지 싶은데,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