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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77화 (77/237)
  • 77화. 19살, 웹 사이트 파라다이스

    터벅터벅.

    털보 이태형을 중심으로 작가들이 대표실로 들어섰다.

    이태형은 한강을 슬며시 훑었다.

    ‘더럽게 잘생겼네. 뭔 허우대가 저리 커. 빌어 먹을...’

    방으로 들어선 이태형은 짧은 평을 내렸다.

    위치에서 우러나오는 부담보다, 압도적인 외모에서 나오는 아우라에 생기를 뺏기는 기분에 숨이 턱 막혔다.

    “반가워요. 앉으시죠.”

    서서 우물쭈물하는 작가들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흘리며 자리로 안내했다.

    “먼저 우리 제안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짧게 감사를 전했다.

    지금으로선 작가 한 사람도 아쉬울 때.

    저들의 기분을 살살 달랬다. 새로이 설립될 웹소설 플랫폼에 최대한 성의 있는 글을 써주길 바랐다.

    “아, 네. 저희도 후한 조건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태형이 대표로 나서서 말을 받았다.

    “당연한 일이죠. 작가님들은 앞으로 설립될 우리 파라다이스에 핵심 전력이 되실 분들입니다. 소홀히 모실 수 없지요.”

    한리버 파라다이스.

    앞으로 웹소설 플랫폼으로 출범할 공식 사이트 이름이었다.

    사전적 의미로 걱정이나 근심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한리버가 추구하는 목표와 같다. 수많은 제안 중 힘겹게 가져오게 됐다.

    “아, 네...”

    단 한 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시선에 이마 위로 괜스레 땀이 맺혔다.

    “모인 작가님을 뵙자고 한 건, 우리 사이트에 대한 비전을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실 겁니다.”

    ‘끄덕’거리는 작가들의 모습에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그런 부분을 해소해 주는 게 우리 회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봐주세요.”

    작가를 모집하기 전부터 준비한 PPT 형식으로 된 종이 뭉치를 개개인에게 돌렸다.

    “우리 회사의 중심은 메신저에 있습니다. 이걸 보시면 쇼핑 어시스트 오션월드 등이 메신저를 중심으로 연결된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리버 -> 오션월드.]

    [한리버 -> 어시스트.]

    [한리버 -> 쇼핑.]

    종이에는 한리버를 중앙에 두고 서비스되는 플랫폼이 정리돼 펼쳐져 있었다.

    화살표로 표시된 건, 초등학생도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쉽게 그려졌다.

    “쇼핑몰 매출은 전년 대비 동월 기준 300% 늘었고 어시스트도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음이 보이죠. 이 힘은 바로 오션월드와 메신저 회원 수에 있습니다. 최근 집계된 회원 수가 각각 7천만과 1억1천. 일본과 미국에서 계속 유입이 되고 있는 중입니다.”

    세계 각국에 소개된 한리버 메신저의 영향은 점점 폭넓게 넓혀가고 있었다. 각국에서 사용하는 메신저가 있지만, 무료로 풀리는 걸 넘어 돈을 쥐여주니 회원 수가 빠르게 늘었다.

    “사이트가 오픈되면 전체적으로 메신저와 오션월드를 통해 광고가 나가게 될 거고, 최소 1%만 넘어와 가입을 해도 100만 명입니다.”

    목표 회원 수는 더욱 높게 치고 있지만, 일부러 낮게 책정을 하였다.

    “여기서 잘 팔리는 글은 번역해 해외로 수출이 이어질 겁니다. 우리는 아마존과 협력관계에 있습니다. 이쪽 시장에 추가로 진출을 하게 된다면, 작가님들의 수익은 훨씬 크게 증가하게 될 겁니다.”

    여기에 중국까지 뚫는다면?

    해리포터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익이 작가들에게 돌아가게 될 터다.

    꿀꺽, 설명을 이어갈수록 작가들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성공인가? 후후.’

    서버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 언제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날지 모를 회원들을 생각해 미리부터 대비하였다.

    “아무래도 저희가 꽤 운이 좋았나 봅니다.”

    “......음.”

    이태형은 만족했고, 그 옆에 함께 있는 작가들은 벌써부터 그려지는 미래에 두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초기인 만큼 경쟁작도 많지 않아, 작가님들께 매우 유리할 겁니다. 반대로 시간이 흘러 작품이 많아지면, 많은 작품들과 경쟁을 하게 되겠지요.”

    솔직히 말했다. 초기야 작가들에게 쓸개를 퍼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나중에 작가와 작품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작품의 ‘성적’ 위주로 작가를 대우하게 될 터다.

    그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를 시켜 주었다.

    ‘최대한 글을 막 쓰게 해선 안 되지. 들어간 돈을 회수하려면 그만한 퀄이 있는 작품을 써줘야 해.’

    가장 경계하는 부분.

    한강은 그런 작가들은 추가 계약에 제한을 걸기로 하였다.

    “파라다이스를 커지게 하는 건, 작가님들에게 달렸습니다. 파라다이스가 커지는 만큼 작가님들의 수익도 크게 늘 거라 자신합니다. 우리가 확실하게 밀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근을 최대한 공급해 주기로 약속했다.

    어쨌든 지금의 ‘갑’은 플랫폼이 아닌 작가였다.

    “이곳에 오길 잘한 일 같습니다. 대표님 말씀 아주 잘 들었습니다.”

    심드렁하게 듣던 이태형의 자세가 바뀌었다. 머릿속에 ‘대충’이란 생각이 확 사라졌다.

    “별말씀을. 그보다 제가 살짝 조언을 드려도 될까요?”

    “조언을 말입니까?”

    “네, 별 건 아니고, 웹소설 시장에 대해 저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독자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님의 말이라면 들어야지요. 말씀하시죠.”

    좋게 받아들이니, 모든 게 좋게 들어온다.

    이태형과 다른 작가들도 귀를 기울였다.

    “종이책에 쓰던 습관을 버리시고, 처음부터 주인공을 각성시켜 전개를 빠르게 치고 나가 주셨음 합니다. 소드마스터도 1권 내 이뤄지면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끌게 돼, 조회 수와 구매율이 훨씬 늘게 될 겁니다.”

    지금 감성이야 독자들의 체력이 긴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책이 아닌 컴퓨터 화면으로 본다는 데 있었다.

    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그만큼 체력을 잃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고자, 확실하게 방향을 제시했다.

    “음, 그러겠습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센 작가로 유명한 이태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에 있던 작가들도 깜짝 놀랐다.

    “더 하실 말 있으면 다 말씀하시죠.”

    거기에 더해 더 듣길 자처했다.

    “아니에요. 그냥 이 정돕니다. 아무리 독자라도 작가님들의 영역을 건들 수 없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미팅은 무사히 끝났다.

    이제 오픈할 때까지 작가들은 원고를, 한리버는 직원들을 뽑을 일만 남았다.

    ***

    [안녕하세요. 한리버 대표 유한강입니다. 먼저 저에 대한 축하 말을 건넨 많은 팬분들과 회원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 날, 오션월드 게시글.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님,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님, 밥 로스 선생님 등 많은 분들 모두 축복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첫 도입은 인사로.

    [또한, 러시아에 있는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님께도...]

    시작하여.

    [... 게시글을 올린 이유는 (주)한리버에서 새로 사이트를 오픈하게 됩니다. 기간은 3~5개월 정도 잡고 있지만....]

    본론으로 들어갔다.

    [회원님들께 이 설레는 소식을 빨리 전하고자 미리 올립니다.]

    [보다 편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웹소설 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모두 기대하시고 기다려 주세요. 후회 없는 시간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투고 받습니다.]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미리 보내주시면 업계 최고 비율로 맞춰드리겠습니다.]

    [***출판사도 연락 주세요.]

    “후... 이 정도면 되겠지.”

    확인 버튼을 눌러 등록했다.

    총은 쏘고, 총알은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

    쉬이이이이이이.

    벨기에에서 떠난 비행기가 김포국제공항 활주로로 내려섰다.

    “왔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공항에 울려 퍼졌다.

    찰칵찰칵.

    기자들은 게이트를 나서는 사람들에게 모여들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들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기자들을 물리치고 공항을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예술의 전당입니다. 이곳으로 방금 벨기에 브뤼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단이던 르 수아 씨가 도착했습니다.]

    한때 큰 이슈로 떠올라 화두에 올랐던 퀸 엘리자베스 사건을 재조명하며 실시간으로 TV 전파를 탔다.

    “대표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욕되었던 지난날을 잊어 주시고 이 상을 받아주세요.”

    수많은 카메라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술의 전당 무대 위에서 선 한강의 손에 상이 들렸다.

    “지난 일은 잊었습니다. 벨기에 국왕께 감사를 전하고, 다시는 이런 일로 다른 연주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강은 솔직하게 속내를 털었다.

    이제 더는 퀸 엘리자베스에 대한 나쁜 마음을 가지지 않기로 하였다.

    시작은 자신이 되었으나, 이번 일로 음악계가 각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리라 내다봤다.

    ‘물론, 안 되겠지만.’

    속마음을 감추고 상을 들어 올려 활짝 웃어 보였다.

    [퀸 엘리자베스 피아노 콩쿠르 1위, 유한강. 세계에 이름을 알리다.]

    신문과 각 포털 사이트 헤드라인에 기사가 멋지게 실렸다.

    ***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최근 더움에서 메일 전자우표제를 철회하고 무료 서비스를 감행하면서, 공략이 어려워졌습니다.”

    네이컴은 때아닌 악재에 곤혹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빠르게 위로 올라가던 포털 시장 점유율이 가로막혔다.

    대형 포털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한리버까지 포함해 더움, 네이컴, 야후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리버가 검색 위주가 아닌, 메신저 기반 사이트라는 데 있었다.

    지금 네이컴의 경쟁사는 더움 커뮤니케이션.

    검색엔진 최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때, 메일 시장 2위에 오르겠단 목표를 두고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한데, 그 모든 것이 한리버의 투자와 쇼핑몰로 유입되는 고객들로 인해 매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메일 2위의 목표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이거 고민이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한문철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한리버가 벽으로 다가올지 몰랐다.

    “유 대표에게 더움과의 관계를 끊으라 이르는 건 어떻습니까?”

    김수경 이사가 넌지시 의견을 꺼냈다.

    “그게 되겠습니까?”

    “지금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실익은 한리버가 챙기는 형탭니다. 만약 더움과의 관계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 네이컴에 달린 고정배너를 들먹이면 되리라 봅니다.”

    “육성의 사위예요.”

    “그래 봤자죠. 지분의 10%가 육성에 있다 쳐도 우리가 움직이지 못할 이윤 없어요.”

    문제는 육성그룹 이건호 회장.

    이건호 회장의 사위로 내정되어 있는 유한강과 마찰이 벌어졌을 시, 이건호의 움직임이다.

    하나, 김수경은 이를 부담 없이 받아들였다.

    “부담이 없다? 이건 뭘 의미하는 거죠?”

    “말 그대롭니다. 이건호 회장은 우리가 어떻게 한들 직접 나서지 않을 거란 겁니다. 네이컴이 흔들린다는 건, 육성에게도 피해란 의밉니다.”

    반대로 네이컴이 뜨면 육성의 10% 지분에 해당하는 자산은 오른다. 김수경은 이 부분을 언급했다.

    “음......”

    “어차피 직접적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협상이죠. 그간 유 대표의 행동과 성향을 봤을 때, 이걸 육성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빚지는 걸 무척 싫어한다더군요. 약점 잡힐 부분을 사전에 차단을 하는 거지요. 완벽한 거래 관계라 보시면 된다 이 말입니다.”

    한리버가 더움과 멀어진다면, 이는 네이컴에 호재로 작용하리라.

    또한, 이번 일에 육성은 절대 나서지 않고 네이컴에 피해가 없으리라 내다봤다.

    “그렇다면... 내가 나서기보다 이사님이 나서는 게 더 좋을지 모르겠네요.”

    유한강과 안면을 텄으나, 혹시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자신을 보험으로 두고 행동을 김수경에게 맡기는 방향으로 잡았다.

    “것도 괜찮겠네요. 제가 유 대표와 미팅을 가져보겠습니다.”

    김수경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한문철은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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