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70화 (70/237)

70화. 19살, 2003년 인터넷 배송 대란

박이찬: 와! 그 사람이다!!!

김동진: 나 이 사람 피아노 친 거 본 적 있는데 완죤 잘침.

고현호: ㅇㅇㅇ

박도진: 두근대~ 대표님 받아주이소!!!

이진주: 꺄~♡

다시 올라온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의 메시지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오션월드 홈페이지 유한강의 공간에 새겨진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의 댓글은 한국 사회에 큰 화제로 떠올랐다.

“좋겠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서.”

식탁 맞은편에는 시샘이 가득한 뾰로통한 얼굴의 윤희가 있었다. 스테이크를 오물거리며 한강을 봤다.

“후후, 넘 그러지 마. 댓글에 여자가 좀 많지만, 남자도 많다고.”

“당장 결혼해서 잡아두고 살 수도 없고.”

윤희의 나이는 스물네 살.

한강이 스무 살이 되면 스물여섯 살이 된다.

여섯 살의 벽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높게 다가왔다. 그건 불안감으로 변해갔고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기에 여자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무엇보다 먼저 알아봐 주길 바랐다.

여자는 매일 확인을 받고 싶고 느끼고 싶어 하는 동물이기에.

“그럴까? 너만 좋다면, 난 괜찮다 보는데.”

“......?!”

그런 걸 바랐는데.

“무, 무슨 소리야. 부,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거라고. 그리고 넌 미성년자라고!”

마음속에 들어와 확인을 한 건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미성년자는 맞는데, 나 고등학교 과정 마친 거 잊었어? 자리를 확실히 잡은 미성년잔 세계 0.1%도 안 될 거야. 그치?”

스테이크를 썰며 입안에 넣으며 해맑게 웃었다. 길게 찢어진 미소는 여심을 사로잡았다.

“놀리면 못써.”

“진심이야. 어차피 몇 년 뒤면 결혼할 거고, 같이 살 거야. 그걸 미리 한다 해서 이상할 건 없지. 부모님이 걱정이라면 내가 설득할게.”

윤희는 학교를 졸업하고 홍라혜가 운영하는 전시관에서 일하며 그림을 그렸다.

서로의 위치도 확실하고 하고자 하는 것도 뚜렷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냐. 그냥 해본 말이야.”

“난 그냥 한 말이 아니야. 지금껏 내가 말을 가볍게 한 적 있었나?”

한강은 짐짓 화난 눈으로 윤희를 바라봤다.

이에 윤희의 몸이 움찔 떨렸다.

“한강아, 왜 그래. 갑자기.”

시작은 본인이 했지만, 흐름이 이상했다.

“나 믿지?”

“......”

“지금 말할게. 난 군대를 가지 않을 거야. 즉, 스무 살에 결혼을 하면 공백없이 너와 함께할 수 있음을 의미해.”

군대는 전생으로 족했다.

전생에서 24개월의 군 생활을 했으면 이번 생은 국방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리라.

‘군대 따위...’

가기 싫었다.

그건 예술도 뭣도 아닌 노동의 교화소였다.

한강은 그렇게 여겼다.

“정말 나랑 결혼할 거야? 아니 나 좋아해?”

윤희가 그간 가져온 불안감의 이유.

그건 이건호의 정략에 있었다.

억지로 맺어진 사이, ‘자신만 좋아하는 건 아닌가’ 매일 생각했다.

한강이 떠나겠다면 쿨하게 보내주리라 몇 번이고 다짐을 했었다.

“난 누구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냐. 내 마음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모든 건 내가 결정해. 즉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도 내 결정에 의한 거란 의미야.”

“그게 좋아한다는 감정은...”

“좋아하는 감정 없이 어떻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거지? 난 그런 거 못 해. 무조건 내가 좋아해야 해. 그래야 만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어.”

“그럼...”

회색 소묘로 그려낸 윤희의 마음속에 오색빛깔 채색이 채워졌다. 얼굴 위로 올라오는 선홍 빛깔이 피부 전체로 퍼져갔다.

“같이 살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자.”

“...응.”

한강은 의자에서 일어나 윤희의 뒤로 발걸음을 하였다.

자세를 낮춰 두 팔로 윤희의 목을 부드럽게 감쌌다.

얼굴을 내려 입을 귀에 가져가.

“사랑해.”

작게 속삭였다.

“......”

잠시간 그렇게 붙어 있었다.

둘을 비치는 창 너머로 하얀 눈이 내렸다.

하늘의 하얀 축복을 받으며 둘의 관계는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

“허, 허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이태원 저택 안으로 시베리안 추위가 불어닥쳤다.

러시아의 추위를 만끽하며, 이건호는 보드카를 개봉해 심장을 뜨겁게 달궜다.

“우리를 이어주신 분은 어머님과 아버님이십니다. 앞으로 장모님과 장인어른으로 부르겠습니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뜨겁게 달군 속을 차갑게 만들었다.

“사위, 너무 급한 거 아닐까?”

홍라혜는 좋은 감정을 숨기고 이건호의 눈치를 살펴 물었다.

“장모님.”

한강의 시선이 홍라혜에게 향했다. 밀도가 높은 끈적함이 홍라혜에게 닿자,

“......호호.”

홍라혜는 가벼이 웃고 눈을 옆으로 돌렸다.

“난 괜찮을 거 같은데요.”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잘생긴 한강의 모습에 그만 표정이 풀어지고 아군을 자처했다.

“안 돼.”

“그러다 사위 도망가면 윤희 어떻게 보려고 그래요?”

“......”

홍라혜의 말에 이건호는 미간을 좁혔다.

고집이 가득한 눈동자로 윤희가 들어왔다.

“아빠... 나 이제 한강이 없음 안 돼.”

“......”

하아, 막상 주려니 아깝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막내딸을 핏덩이가 벌써 채가려 한다.

“정말 괜찮겠어?”

“응.”

단호한 한마디가 송곳이 되어 심장을 찔렀다.

“만약, 도망을 가거나 내 딸 울리면... 내 재력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네 녀석을 지옥으로 데려갈 게야.”

“감사합니다. 제게 쏟을 자산은 고이 보관하셨다 나중에 윤희에게 주세요.”

“..... 에잉! 난 취해서 이만 자지.”

이건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은 적으로 돌아왔다.

아주 망할 녀석으로.

“그럼 오늘부터 사위가 되는 건가? 호호. 아무리 그래도 아이는 아직 안 돼네, 사위.”

“장모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둘의 동거를 허락을 받았다. 두 번째 관문은.

“그리고 저희 부모님껜 장모님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잘난 사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지.”

“감사합니다.”

홍라혜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헤헤.”

오빠 같고 아빠 같은 든든한 한강의 모습에 윤희는 슬며시 손을 가져가 한강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어휴, 눈꼴시려. 어서들 가. 더는 못 보겠다.”

그런 딸의 모습에 홍라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 입가는 행복에 젖었다.

***

며칠이 지난 날.

“정말 가는 거야?”

지혜가 아침부터 나와 묻는다.

“오빠... 가지마요.”

지연은 품에 푹 안겼다.

“에휴... 망할놈.”

덕화는 벌써부터 독립하려는 아들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 휴.”

미화는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나중엔 지혜도 지연이도 이 집을 벗어나게 될 거야.”

“히잉...”

“힝...”

집에 있을 땐, 그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니.

독립을 한다는 말을 듣고는 품에 안겨 눈을 적셨다.

한강은 귀여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혜도. 지연도.

둘은 한강에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내가 어디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너네도 진짜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안 돼!”

“안 된다!”

한강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려 하자, 미화와 덕화가 급히 말을 잘라 막아섰다.

“...하하. 큼. 그러니까. 자주 놀러 올게.”

“진짜로?”

“정말요?”

“그래, 메신저도 자주 하고 연락도 자주 하고.”

그래도 가족이라고 떠난다니, 눈물을 보인다. 마음속에 따스한 바람이 불었다.

2002년 12월 5일. 한강은 압구정 아파트에서 독립하고 청담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

[한리버 02년 매출 비공개, 12월 말 들어 총회원 수 7000만 명 넘어섰다. 03년 목표 회원 수 1억 명 예고하다.]

[한국, 미국, 일본은 한리버 메신저로 통한다. 기업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메일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한리버 메신저로 바꿔 연락하거나, 일부 개인과 소상공인들이 인터넷 화폐인 한리버 ‘쿠키’를 이용해 거래 및 결제를...]

[‘쿠키 굽자’ 신조어 등장. 여기서 ‘굽자’는 일반 화폐를 ‘쿠키’로 바꿔 결제함을 이른다.]

02년 말에 접어들어 모든 사람들은 한리버 매출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한리버는 매출을 비공개로 두고 한해를 넘겼다.

2003년의 새해가 밝았다.

정부는 IT와 BT 등 고부가 가치 신산업에 육성 및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를 하였다.

[카드 부채 한해 360조 원 늘어 99년 대비 7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1인당 카드 보유 4.8장...]

[신용카드 규제 빼든 정부, 카드를 돌려 막기 하던 개인과 영세사업자 파산 증가. 카드사들은 현금대출을 거둬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

신용카드 대란이 찾아왔다.

연체율 23.8%, 신용불량자 4백만 명.

외환위기 이후 내수증진을 위하여 카드규제 완화,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대환대출 서비스 권장은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여기에 더해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인터넷 대란이 일었다.

도서정가제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심리가 급증하여 평소보다 30% 이상 주문이 늘었다.

이는...

“이거 머리 아프게 됐습니다.”

(주)한리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신용카드 부채를 갚지 못하는 국민들의 호소와 환불 문의 쇄도, 잇따른 배송문제는 회사를 곤란하게 하였다.

“별수 없네요.”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한강의 입이 열렸다.

“우리 오션월드 서비스에 이용된 결제금액 중 미성년자가 사용한 결제 금액 50%를 환불 진행하세요.”

전체적으로 해주지 못하더라도 2002년 기준 미성년자가 한 결제 금액에 대한 50%를 환불해주기로 하였다.

“네? 대표님 그랬다간 회사에 큰 피해가...”

이에 사람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이건 우리 미래를 위한 일보 후퇴라 생각하세요. 우린 친서민 기업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한강은 브랜드 이미지를 거론하며 말을 잘랐다. 무엇보다 오션월드는 한리버 메신저 내에서 움직이는 화폐단위보다 적었기에 회사가 감당할 부담은 적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리고 자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 실장님. 미국 부동산 매매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미국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만 5천억 원.

2000년에 들어 미국은 초저금리 정책을 펼쳐 부동산 거래를 이끌었다.

이에 리먼은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90%까지 늘려 미국 부동산을 뜨겁게 불태웠다.

“초기 투자 대비 4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약 2조 원입니다.”

김동진은 최근 알아본 미국 부동산 자산에 대해 보고를 하였다.

“......!!”

이를 들은 사람들의 눈이 화등잔만큼 커졌다.

고개가 홱 돌아가 한강을 바라봤다.

“뭐, 그렇다네요.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처분하세요.”

달달한 꿀은 맛있게 잘 빨았다.

2004년까지 가지고 갈 생각은 없기에, 한강은 미국에 있는 모든 부동산 매각을 결정하였다.

“이러면 더는 문제 될 건 없겠죠?”

2조 원의 현금이 그것도 달러로 생기게 된다.

오션월드 매출도 얼마 안 될뿐더러, 50% 환불.

충분히 손실을 감수할 정돈 되었다.

“환불 문제는 그쯤하고 다음은 배송문제인데, 전 여기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을 해볼까 합니다.”

다음 안건으로 인터넷 배송문제로 넘어갔다.

자리한 사람들의 이목은 한강에게 집중됐다.

“운반업체를 인수하는 한편, 소형화물은 개인에게 내주어 배달하게끔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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