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68화 (68/237)
  • 68화. 18살, 오션월드 피아니스트

    한강이 떠나간 싸이월드 사무실.

    “네이트에서 얼마 불렀지?”

    멍한 얼굴로 얼마 전 네이트에서 제시한 금액을 물었다.

    “70억선...”

    그에 답을 해주는 남자.

    “그랬지. 다른 데는...”

    “마찬가지...”

    알면서 하는 질문.

    현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듯한 모습들이다.

    둘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강이 던지고 간 말을 가만히 떠올렸다.

    “다른 곳에 백억 이상 부르면 어떨 거 같아?”

    그러다 임형주가 넌지시 물었다.

    약간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희망을 품어봤다.

    “대차게 까일걸?! 70억도 부들부들 떨던 사람인데.”

    “......그렇지?”

    다시 찾아온 침묵.

    둘은 잠시 고요함 속에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형주야... 우리 그 돈에 매각하고 열라 일하자.”

    침묵을 깬 남자는 김민석. 싸이월드 이사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입술을 뗐다.

    “......”

    “우리 그 돈으로 좀 여유 있게 생활하고, 망할 놈의 서버도 늘리고. 편하게 일해보자.”

    투자를 하겠단 사람보다 인수를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그만큼 사업성을 보고 접근하는 것일 터.

    민석은 사업으로 지친 뇌를 달래고 편하게 일하고 싶단 생각에 빠졌다.

    “음...... 그러자. 아무리 생각해도 한리버 만큼 조건이 완벽한 곳도 없을 거 같다.”

    인력도 유지하고 큰 자본이 회사로 들어온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문제점을 손쉽게 해결이 가능했다.

    “고맙다.”

    민석은 진심을 전했다.

    “고맙긴. 나도 요즘 힘들던 차였다.”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싸이월드를 넘기고 여유롭게 생활하고 편하게 일하기로.

    두 번째 만남 끝에 92%의 지분을 100억 원에 한리버 이름 아래에 두게 되었다.

    싸이월드 상호는 오션월드로 변경하였다.

    하천과 바다의 만남.

    의미가 이어졌다.

    “앞으로 오션월드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청담동 한리버 빌딩으로 회사를 이전하겠습니다.”

    모든 거래가 끝나고 오션월드를 청담동 한리버 빌딩으로 이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오션월드 화폐는 쿠키로 적용하겠습니다.”

    약속대로 오션월드는 한리버의 정식 홈페이지로 채택되었다.

    일반 기업의 홈페이지와 달리 소통에 목적을 두는 기업답게 네티즌과의 눈높이를 맞췄다.

    인터넷 화폐는 쿠키로 통합!

    비로소 한강이 바라오던 기초적인 그림이 완성되었다.

    [한리버 방문자 이벤트 10,000,000번째.]

    [쿠키 1만 개 증정.]

    [한리버 방문자 이벤트 10,500,000번째.]

    [유한강 대표님의 쇼팽 즉흥환상곡 선물.]

    오션월드에 있는 이벤트를 활용해 네티즌의 방문을 유도하며 홈페이지를 활성화하였다.

    딴 따따. 따라라. 딴딴.

    “대표님 피아노 소리 너무 좋다.”

    “난 여기 지날 때마다 넘 좋다니까.”

    대표실을 지나는 여직원은 잔잔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조용히 감상했다.

    딴딴!

    연주가 끝났다.

    “후...”

    손끝으로 감도는 여운을 느끼며 시선을 우측으로 돌렸다.

    “굿, 멋집니다. 대표님.”

    그곳에 캠코더가 설치되어 있고, 눈을 가릴 정도로 앞머리를 기른 남자가 엄지를 추켜들고 있었다.

    “좀 부끄럽네요.”

    “왜 이러세요. 막상 앞에 섰다 하면 돌변하시는 분이. 크크.”

    한강의 말에 남자는 작게 웃었다.

    부끄럽다 말하지만 시작할 때 모습은 여유가 넘쳤다.

    “그야 뭐. 하하. 어때요. 잘 나온 거 같아요?”

    머쓱하게 웃던 한강은 캠코더 앞으로 다가왔다.

    “너무 잘 나와서 탈이네요. 실물도 그렇고 화면발도 그렇고. 너무 사기예요.”

    캠코더 영상을 보는 남자의 눈동자로 부러움의 감정이 스쳤다.

    “정말 우리 회사는 잘생긴 분들이 더한 거 같아요.”

    탄탄한 근육 몸을 가진 남자는 충분히 여성들의 사랑을 받을 훈남이었다.

    그런 남자가 저런 말을 하니, 한강으로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하, 각자 추구하는 기준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남자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렇죠. 후후.”

    “전 이만 일 하러 갈게요. 업로드하면 말해줘요.”

    “넵! 들어 가십쇼.”

    경례 포즈로 한강을 보낸 남자는 시선을 다시 영상에 가져갔다.

    “캬, 진짜 예술이야. 예술.”

    감탄사를 터트리며, 그동안 찍은 영상을 쭉 감상했다.

    ***

    [한리버-오션월드 홈페이지]

    [밥 로스 전시관]

    김단비: 그림 진짜 잘 그린다.

    박요화: 진짜, 이걸 전부 30분 내 그렸다는 거잖아?

    사람들은 너도나도 오션월드 한리버 페이지로 입장해 사진첩에 올려진 그림을 감상했다.

    따라라, 따라라.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화면에 잡힌 남자는 유한강.

    가느다란 손가락이 건반을 유린한다.

    선율은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하나의 감정으로 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추억을 끌어와 감상에 젖게 만들었다.

    김민아: 유한강 대표님 페이지에 들어오면 너무 행복해요♥

    한석봉: 저도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지만, 저건 진짜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힘듭니다. 정말 잘 치네요.

    고창석: 정말 최고 킹짱왕짱

    김종진: 너희들이 게 맛을 알아!!!!

    약간 어긋난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한강이 친 피아노 소리에 매료된 사람들로 득실거렸다.

    황지환: 퍼가요!

    김동진: 퍼갑니다!!!

    이환희: 저도 펌♡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을 시작으로 음악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일촌을 맺고 자료를 퍼갔다.

    ***

    KBC 방송국.

    “정말 굉장하지 않아?”

    KBC 예능 PD는 영상에 등장하는 한강을 보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게요. 열여덟에 억만장자가 되고 그림은 세계에서 인정해주고, 거기에 피아노까지. 세상에 이런 사람은 다시 없을 거예요.”

    영상을 홀린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뺏긴 여성은 황홀경에 빠져 사랑을 맛봤다.

    “하여튼 잘생긴 사람만 보면. 쯧쯧.”

    그런 여성의 모습에 예능 PD는 혀를 찼다.

    “헿, 그런데 이분은 왜 봐요?”

    잠시의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린 여성은 시선을 옆으로 옮겨 물었다.

    “침이나 닦고 묻지?”

    “아니, 그러지 말라고요. 내가 흘리고 싶어 흘렸나.”

    “...섭외하려고.”

    어디선가 급 밀려오는 두통을 간신히 이겨내며 입을 열었다.

    “와! 정말요?!”

    여성은 뭐가 그리 좋은지 두 손을 ‘짝!’ 치며 기뻐했다.

    “화제성도 있고, 겨울기념으로 딱이라 생각 들거든.”

    “아! 꼭 섭외해주세요!”

    “그렇게 좋냐?”

    “당연한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얼짱계 1위가 바로 유한강 대표라고요.”

    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사이트가 등장했다.

    그중에 얼짱(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이란 사이트가 생기며 국내에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의 사진을 가져와 인터넷에 올려 인기투표를 하였다.

    그중에는 유명 연예인도 있었는데, 한강이 압도적인 1위로 탑에 올랐다.

    “하아, 그만 얘기하자. 우리. 너랑 더 얘기하면 내 머리가 아파와.”

    “질투?”

    “염병.”

    PD는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생긴 것들은...”

    차마 끝까지 말을 맺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

    따르르릉.

    책상 위에 배치된 전화기 소리가 크게 울렸다.

    “네, 한리버 비서실 김소영입니다.”

    (주)한리버의 외형이 커지면서 비서실을 개설하였다.

    자산관리사로 있던 김동진을 실장 자리에 앉히고, 밑으로 직원을 두었다.

    ---KBC 윤지현의 러브레터 팀 예능 PD 서경욱입니다.

    전화를 한 주인공은 KBC 예능 서경욱 PD였다.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죠?”

    ---대표님을 저희 방송에 모시고 싶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대표님과 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목소리가 애처롭다.

    “번호 남겨 주시면,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번호가 011-XXXX-XXXX...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누군데?”

    주변에 있던 김동진은 걸려온 전화에 관심을 보였다.

    “KBC 윤지현의 러브레터 피디인데, 대표님을 섭외하고 싶대요.”

    “대표님을? 음... 알았어. 내가 확인해 줄게. 하던 업무 계속해.”

    “네.”

    김동진은 여직원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로 향했다.

    “대표님.”

    문을 열고 들어선 대표실.

    “말씀하세요.”

    올라온 보고서를 결재하고, 시선을 위로 올렸다.

    “KBC 예능 윤지현의 러브레터에서 대표님 섭외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한강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거기서 저를 왜요?”

    “그건 직접 만나 대화를 해보심이 좋을 거 같습니다. 그쪽에서 대표님과 미팅을 가지고 싶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음... 이거 음. 좋아요. 만나보기로 하죠. 만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한강은 이내 고개를 끄덕여 허락을 하였다.

    “그럼 일정은 어떻게 짤까요?”

    “내일 점심 같이 먹는 걸로 하죠.”

    “11시 반에 육성호텔로 예약해 놓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김동진은 방을 벗어났다.

    “흠, 러브레터라...”

    과연, 그들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섭외하려는 걸까?

    방에 남은 한강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음악방송 섭외에 의자를 뒤로 젖혀 팔짱을 껴 생각에 빠졌다.

    ***

    “PD님 잘하고 와요. 화링!”

    “뭔 소리야. 같이 갈 건데. 어여 타.”

    “네?! 저도요?”

    “대표님 실물 보고 싶다매.”

    “그게 떨려서...”

    “자꾸 개소리할래?”

    “헤헷.”

    작가 황수정은 슬쩍 조수석에 올라 혀를 빼꼼 내밀었다.

    “에휴...”

    부릉.

    그런 작가를 보다 액셀을 황수정이다 생각하며 강하게 밟았다.

    차는 큰 대로변으로 이동해 곧장 육성호텔이 있는 장충동으로 향했다.

    “우와...”

    호텔 로비로 들어선 황수정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천장에 매달린 은색의 샹들리에의 화려함에 압도된 상태로 서경욱의 뒤를 따랐다.

    “......저 화상.”

    서경욱은 얼굴이 붉어진 채, 뷔페로 향했다.

    “예약하셨나요?”

    뷔페 앞으로 당도하자 여직원이 예쁜 미소로 물었다.

    “유한강 대표님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유한강은 육성호텔에서 오너가 일원 급으로 대우를 하였다.

    여직원은 유한강 이름이 나오자, 더욱 공손한 자세로 허리를 숙이고 자리를 안내했다.

    “이게 5성급인가.”

    뒤를 따르며 황수정은 중얼거렸다.

    “......”

    서경욱은 다시 한숨을 내쉬고 익숙한 얼굴이 앉아 있는 장소로 향했다.

    “KBC 피디님?”

    “서경욱입니다. 처음 뵙니다.”

    한강의 앞까지 도착한 서경욱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황수정 작가예요. 안녕하세요.”

    ‘실물 봐봐. 완전 미남’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며 인사를 하였다. 얼굴에 긴장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하하, 긴장하지 말고 앉으세요. 모두 식전이실 텐데 식사부터 하죠.”

    밥을 먹다 보면 어색함은 조금 희석되리라.

    곧 산해진미가 테이블 위로 올려졌다.

    자리한 사람들은 정신없이 식사를 하고 배를 두들겼다.

    “식사는 어땠나요?”

    접시가 치워지자 한강은 넌지시 물었다.

    입가엔 진한 미소를 그렸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경욱과 수정은 얼굴을 붉혔다.

    “그럼 이제 우리 얘기를 하죠. 궁금한 걸 참느라 혼났네요. 절 섭외하는 이유, 그걸 먼저 듣고 싶은데,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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