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18살, 싸이월드 M&A
한리버 어시스트 중고 사이트.
“어머, 이거 3년 전에 나왔던 그 제품 아냐. 이걸 10만 원에 판다고?”
기사와 광고를 접하고 호기심에 접속한 여성은 사이트에 등록된 아이들 옷에 진한 관심을 보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50만 원 정도 했던 걸로 아는데.”
보이는 건 아이들 원피스와 그 밖의 여성복이었다.
그중 눈에 보이는 건, 당시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보게 된 옷.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봤던 바로 그 옷이 떡하니 어시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몇 번 입지 않아, 매우 깨끗한 옷이에요. 아이들 키가 부쩍 자라 입지 못하게 돼 이곳에 올려요.]
판매하는 이유를 첨부하며 사진을 다각도로 예쁘게 찍어 올렸다.
“이건 무조건 사야지!”
중고매매에 대한 거부감도 살짝 있었지만, 명품 브랜드를 인증할 수 있는 라벨과 한리버의 이미지를 믿기로 하였다.
여성은 과감히 현금을 입금해 쿠키로 바꿔 장바구니에 담았다.
[선택되었습니다.]
[쿠키는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한리버 어시스트가 보관합니다.]
[물건을 받으시면 확인 버튼 눌러주세요.]
[물건 배송 이후 국내 10일, 해외 35일 이내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을 시 자동으로 수락이 됩니다.]
[수락된 쿠키에 대한 환불은 불가합니다.]
거래가 되었다.
“아, 두근대.”
만족한 거래에 여성의 얼굴에 뿌듯함이 올라왔다.
[한리버 어시스트, 세계 각지에서 중고물품 거래가 이어지다.]
[(주)한리버로 외화가 유입되다. 일본, 미국, 유럽 각지에서 한리버를 방문...]
[(주)한리버 쇼핑몰 검증 거부 업체 퇴출 진행...]
[유한강 대표가 칼을 빼 들었다. 최근 검정고시로 교육을 이수하고 공격적 운영을 감행하는 유 대표는 쇼핑몰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지금은 싼 맛에 음식을 사먹겠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저렴해도 품질이 보장되는 업체와 거래를 통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될 거라며...]
[한리버 대대적인 인원 채용 감행...]
[적자운영 한리버 이대로 괜찮은가?!]
늘 이슈로 떠오른 유한강을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탓에 작은 사건만 터져도 한강은 도마 위에 올라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되었다.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던데. 딱 그 짝이네.”
“메신저가 사업의 기초가 되어 주잖아. 웃긴 게 외국에선 한국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한리버 유한강은 다들 안다더라.”
메신저를 통해 외국 전체로 뻗어가는 광고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미국 국민과 한국 국민과의 거래를 통한 수출과 수입도 ‘쿠키’란 인터넷 화폐로 이뤄져 안심 거래로 이어지고 있고.
[한리버 검증 지정 업체, 전월 대비 매출 200% 상승 ▲]
한리버와 쿠키는 기업과 국민의 거래 화폐가 되어갔다.
“적자기업으로 치부한 메신저가 이렇게 발전한다고?”
이건호 육성그룹 회장은 무시하고 있던 메신저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것에 크게 놀랐다.
“이번 일로 업계에선 앞으로 인터넷 사업의 중심은 메신저 사업을 기초로 발전하게 될 것이란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지금 한리버에 들어간 우리 광고가 몇 개지?”
“전자 한 곳입니다.”
“왜 그것밖에 안 되나?”
“한리버 측에서 선을 그은 것도 있지만, 요즘 광고비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구분해 서로 경쟁 중입니다.”
광고 자리는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 단위로 바뀐다.
그럴 때마다 광고 비용은 TV 정규방송 광고비를 뛰어넘게 되었다.
“허... 허허.”
[기업은 숫자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지금 한리버는 무척 잘되고 있습니다.]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한리버가 얼마나 대단한 사업인지...]
얼마 전 당당한 눈으로 강하게 한마디 하고 방을 나서던 한강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허허, 녀석이 나보다 안목이 좋다는 건가...”
이쯤 되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자로 덧칠하는 사업으로만 봐오고 무시하던 메신저 사업이 어떤지를.
“지금 JK에서도 메신저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뭐라?”
“한리버 메신저의 성공을 보고 본격적으로 나선 걸로 보입니다.”
“음...”
“내년에는 한리버 독점적 지위에서 경쟁 구도로 바뀔 거 같습니다.”
“더 알아보고 내게 보고하게. 그리고 이 소식은...... 그 아이에게 비밀로 해.”
사람의 실력은 강력한 경쟁상대가 생겨났을 때 빛을 내는 법이다.
이건호은 이번 기회에 한강을 테스트해 보기로 하였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
(주)한리버.
“JK가 내년 초쯤 네이트온을 꺼내 들었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그렇다면...”
한편 한강은 이건호 회장의 기대와 달리.
“지금 우리 문제가 파일 전송이 이어서 안 되는 부분이에요. 이 부분을 개선하고 회원간 컴퓨터 원격제어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삽입하세요. 리눅스에 깔 수 있도록 만드시고.”
메신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편의 기능을 넣는 걸로 성벽을 더욱 높게 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아성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마지막 한 방이 있지.”
지시를 마친 한강은 인터넷 기사로 시선을 가져갔다.
[프리챌 유료화로 불만이 터진 네티즌들 싸이월드로 대거 이동...]
[네티즌들 갑작스러운 이동 사태에 싸이월드의 잦은 서버 다운과 더불어 점검사태 지속. 네티즌들 불만 폭주...]
싱긋.
한강의 입가가 길게 찢어졌다.
***
[긴급 점검 중...]
“또 다운이야...”
싸이월드의 다운은 이제 매일 반복되는 행사가 되어버렸다.
남자는 스트레스로 얼룩진 얼굴로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서버 더 늘릴 수 없겠지...”
원인은 아주 잘 안다. 이유는 부족한 서버로 인한 과부하.
“지금 우리 사정으로 서버 증설은 무리야.”
하지만 알면서도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유는 기업에 돈이 없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상을 받고 친구들과 모여 사업을 시작했지만, 역시 돈에서 막혔다.
“휴... 정말 제대로 되는 게 없네.”
인기도 없고 듣도 보도 못한 그저 그런 기업의 유명세는 큰 부작용으로 찾아왔다.
“이렇게 된 거 매각하는 게 낫지 않겠어.”
계속 불거진 문제는 다른 선택지를 찾게 하였다.
유지가 아닌 매각으로.
“네이트에 팔자고?”
“그건 아니고 우리 조건을 들어주는 곳 중 가장 좋은 값을 제시하는 업체에 넘겨야지.”
올해 부동의 1위 커뮤니티로 올라선 싸이월드를 원하는 곳이 늘었다.
대부분 자본력이 넘치는 대기업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음...”
싸이월드 대표 임형주. 전체 지분의 10%를 가지고 있었고, 우호 관계인 개인 투자자 50명이 80%를 보유했다.
“계세요?”
그때 들려오는 중저음의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헙!”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내밀던 임형주는 깜짝 놀랐다.
출입문에 너무도 유명한 인물이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임원진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란 감정이 눈동자에 실렸다.
“한리버 유한강입니다. 불쑥 방문해 죄송합니다.”
한강은 두 손을 양 골반에 붙여 정중히 허리를 아래로 내려 인사를 하였다.
“바쁘신 분이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임형주는 얼떨떨한 얼굴로 인사를 받고 한강의 방문을 물었다.
“싸이월드에 큰 관심이 생겨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방문을 드렸습니다.”
“혹시 인수를 생각하시는 건지요?”
“네, 그렇습니다. 동 업계에서 최고로 높은 금액일 겁니다. 당장 매각 의사를 밝히지 않으셔도 됩니다. 들어보시고 대표님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한강은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냈다.
딱히 숨길 이유도 없었기에 이번 인수에 대한 욕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여기로 오시죠.”
개인으로 국내 자산가 1위에 올라선 한강을 내칠 만큼 싸이월드는 담이 크지 않았다.
임형주는 한강을 정중히 안으로 안내했다.
“저를 앉힌 건 일단 기업매각에 관심이 있다고 받아들이면 되겠죠?”
“알 사람은 아는 이야기니 숨기지 않겠습니다.”
임형주는 솔직하게 대했다.
“그럼 먼저 조건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에 따라 저도 값을 제시하겠습니다.”
한강은 여유로운 얼굴로 정면을 주시했다.
“매우 직설적이네요.”
“머리 아프게 돌려 이야기할 필요 없지요.”
이번 거래는 속전속결이 최고의 답이었다.
한강은 이번에 제대로 준비를 하고 방문을 하였다.
“커뮤니티 특성상 브랜드와 서비스가 달라지면 회원들의 동요와 이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강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임형주의 입이 열렸다.
“그래서 전 브랜드와 서비스, 인력 유지를 매각조건에 넣고 있습니다.”
회사를 매각하고 밖으로 나가봐야 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군 기업을 이대로 넘기고 가는 것 또한 원치 않았다.
임형주는 기업을 매각하더라도 자신이 키워온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
하여 이번 매각조건에 ‘유지’를 넣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서비스는 바뀌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당장은 대체할 사이트가 없기에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지만, 대체할 사이트가 생긴다면? 경쟁력을 잃고 사람들 기억 속에 남는 정도로 생명은 끝날 겁니다.”
한강은 싸이월드가 JK에 인수되고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미국에서 건너온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변화하는 모바일 시장에 강자로 떠오른 두 브랜드와 달리 싸이월드는 깜짝 공개된 아이폰에 앱을 올릴 수 없었다.
당연히 이탈은 가속화.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아이폰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와 달리 빠르게 앞으로 당겨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
임형주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한강을 바라봤다.
자신은 카이스트를 나온 수재. 함께 자리한 친구들도 마찬가지.
그런 자신들보다 훨씬 앞선 미래를 그리고 있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다른 기업보다 한리버에 매각하는 것이 대표님 입장에서도 싸이월드 입장에서도 좋을 겁니다.”
“......?”
“한리버는 더움이나 네이컴 같은 홈페이지가 없습니다. 오로지 메신저를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죠.”
말을 길게 했더니 목이 아프다.
한강은 말을 잠시 멈추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박카스를 따서 입안으로 털어냈다.
갈증을 느끼던 목 안이 축축하게 변했다.
“메신저의 주목적은 소통에 있어요. 싸이월드도 마찬가지죠. 다른 곳에 시선을 뺏기지 않고 오로지 소통에 중심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회사가 하나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강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질문이 아닌, 그의 상상을 이끌기 위한 질문이었다.
“아주 큰 시너지를 낳을 거라 확신합니다. 대화를 하면서 사진으로 소통하는 회원들의 자유공간. 싸이월드를 한리버에 매각을 하신다면, 싸이월드를 한리버의 정식 홈페이지로 활용하겠습니다.”
한강은 대화를 듣겠다는 말과 달리 강하게 어필을 하였다.
“음......”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의 말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대표님, 시대는 무조건 변합니다. 전 그 변화를 싸이월드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게 매각을 하신다면 싸이월드를 세계적인 사이트로 키우겠습니다.”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 한강은 쐐기를 박고,
“100억 원. 제가 싸이월드를 인수할 금액입니다.”
카운터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