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66화 (66/237)
  • 66화. 18살, 한리버 어시스트 설립

    [무섭게 치고 올라서는 (주)한리버, 독특한 광고로 고객 앞에 등장하다.]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면 옷도 별로고, 후기도 막 조작하는데, 여기는 진짜 검증을 하고 광고를 내보내는지 입맛에 맞게 들어가서 구매하면 전부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것도 거기서 구매한 거예요.” (주)한리버의 평판이 좋아지며 인터넷 쇼핑몰 고객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분의 노고로 한리버의 인지도가 오르고 있어요. 이대로 흐른다면 앞으로 국내 점유율은 확실하게 우리가 가져올 수 있게 될 겁니다.”

    한강은 학교생활을 마치고 보다 공격적으로 기업을 운영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2002년도 어느덧 무르익어갔다.

    시간이 흐른 만큼 한강도 쑥쑥 커나갔다.

    “퀸 엘리자베스로 시작해보자.”

    회의를 마치고 피아노실을 찾았다. 쇼팽 콩쿠르와 달리 매년 열린다. 바이올린, 피아노, 작곡, 성악 네 가지로 구분되며 순차적으로 돌아간다.

    매년 5월 벨기에에서 열리는 국제 콩쿠르.

    한강은 쇼팽 콩쿠르 전에 퀸 엘리자베스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딴, 건반에 손을 올렸다. 가볍게 누른 손가락 끝으로 전율이 일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곡은 선율의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

    “작지?”

    지혜가 옷을 입고 한 바퀴 돌며 지연에게 물었다.

    “작다.”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지연과 지혜는 맞는 옷과 맞지 않은 옷을 구분해 정리했다.

    좌측은 입을 옷, 우측은 입고 싶어도 입지 못하는 옷.

    그걸 보며 둘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월이 참 빠르게 흘렀다.

    “우리 딸들 많이 컸네.”

    유지연 열두 살 155cm, 유지혜 열 살 147cm.

    결코 작은 키가 아니었다.

    우월한 피를 이어받았는지, 둘은 쭉쭉 자라 또래 아이들보다 큰 키를 자랑했다.

    “헤헤.”

    미화의 말에 둘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쩔까. 이 비싼 옷들을 그냥 버리기도 그렇고.”

    지연과 지혜가 입고 다닌 옷들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

    상태도 좋아 그냥 버리기가 무척 아까웠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한강은 작은방에서 고심하는 미화를 발견하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얼굴을 내밀었다.

    “아, 아들 왔어. 그게 아니라. 네 동생들 옷 말이다. 벌써 이렇게 작아졌지 뭐야.”

    미화의 시선이 두 딸에게 향했다.

    “헤헤.”

    “헿.”

    지연과 지혜는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확실히 많이 컸네요. 너희들 그거 벗어라. 못 봐주겠다.”

    배에 힘을 빡 주고 억지로 버티고 있는 둘의 모습에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당장 벗길 주문했다.

    “피.”

    지혜는 혀를 내밀었고.

    “오빠, 나 살찐 거 아녜요.”

    지연은 살짝 충격받은 얼굴로 배에 힘을 더 주었다.

    “......알아. 너네 살들... 아니. 호흡은 하고 살아야지. 그보다 이거 어쩌시려고요?”

    “주변에 작은 아이들이라도 있으면 주고 싶은데, 아, 그렇지. 이거 보육원으로 보낼까?”

    고민하던 미화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바닥을 치며 의견을 물었다.

    “음, 그건 좋아 보이지 않아요. 인원수대로 있으면 모르겠는데 괜히 싸움 날 수 있어요.”

    어른들은 모른다 생각하지만, 초등학교쯤 되면 좋고 나쁜 건 다 알았다.

    더욱이 지혜와 지연이 입고 다니는 옷들은 하나같이 화려했다.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렇구나. 흠...”

    미화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음... 가만. 이거 괜찮겠는데?”

    불쑥 떠오른 아이디어에 검지와 엄지가 교차되며 딱! 소리를 냈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떠오른 거야?”

    “네. 엄마, 이거 일단 따로 모아 두세요. 제가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는 분 자녀라도 있어?”

    “아뇨, 그건 아니고 필요한 사람한테 적당한 중고값을 받고 팔면 괜찮겠다 싶어서요. 그걸로 얘네들 옷 사도 되고.”

    “오, 정말?”

    “네. 제가 준비되면 말씀드릴게요.”

    이번 생각, 아주 좋은 사업이 될 거 같다.

    그런 냄새가 났다.

    “소망 보육원으로 가주세요.”

    다음 날, 날이 밝고 한강은 청담동 사옥이 아닌 소망 보육원으로 향했다.

    “지환이 형.”

    소망 보육원 3층 작업실.

    “왔어?”

    컴퓨터를 조작하던 지환은 작업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매일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니 의심스럽네요. 내가 올 때 딱 맞춰서 일하는 척하는 건 아닌가 하고.”

    “하하. 그럴 리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

    초승달 눈웃음을 한강에게 보냈다.

    “형, 그런 웃음 남자에게 보내면 클 나요. 칼 맞아요.”

    “무섭게 그런 말을.”

    “정말이라고요. 형 무슨 남자 눈웃음이 여자보다 더 매혹적이에요.”

    “그건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지환의 외모는 프로그래머로 앉아 있기 너무 아까운 외모였다.

    당장 연예계에 데뷔를 한다면 여러 여자들을 잠 못 들게 할 정도로 아주 탁월하게 잘생겼다.

    “이러다 세계 남자들의 적이 되겠네요. 우리.”

    “크크. 별소리는.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까 물어본 질문을 다시 던졌다.

    “다른 게 아니라, 소망 보육원에서 할 수 있을 법한 아주 재밌는 사업이 떠올랐는데, 형 도움을 받고 싶어서요.”

    “도움이 뭐냐? 그냥 지시하면 될 일을.”

    “정 없게 왜 그래요.”

    “대표 녀석이. 쩝. 그래서?”

    “에, 그러니까, 중고장터 사업을 해볼까 하는데, 소망 보육원에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 많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적당한 보상을 준다면 어떨까 해서요.”

    한강이 생각한 사업은 보육원 중고장터 사업이었다.

    보육원 자체에서 사업을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었다.

    저렴하게 매입해, 저렴하게 판매하기.

    꼭 옷에 한정해 판매하지 않는다. 가전제품,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하기로 하였다.

    “오, 그거 좋다.”

    “네, 그거면 한리버에서 직접 지원을 하지 않아도 자급자족이 가능할 거예요. 직원은 100% 보육원 아이들로 채우고.”

    완벽한 자급자족 시스템이다. 자리가 잡힐 때까진 투자를 진행하겠지만, 그리 많은 자금이 소모되지 않으리라 봤다.

    “따로 생각한 부분은 있어?”

    “아뇨.”

    “그럼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

    “네, 하세요.”

    “그 사업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모두 보육원에서 소화를 할 수 있음 다행인데, 내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무리라 봐.”

    지환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뭐가 문제일까요? 외부에서 전문가들 대거 채용해서 아이들을 배우게 하고 거기서부터 하나씩 맞춰간다면 어떨지 싶은데.”

    한강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니까, 보육원에서 인원을 뽑는다 해 봐야, 일을 도울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규모야. 대기업은 어떻게 운영을 할지 모르지만, 단번에 그런 큰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 거라 생각해.”

    고작 스무 살에 지나지 않지만, 핵심을 짚었다.

    ‘아, 내가 너무 돈에 집착을 했구나. 그저 돈을 쏟아부으면 된다 생각한 내 실수다.’

    지환의 지적에 크게 자책했다. 실수를 인정했다.

    “제가 그 생각을 못 했네요. 돈이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음, 그래서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우린 중간 수수료만 받고 서로 거래를 하게끔 하면 어떨까? 그 한리버에서 취급하는 쿠키를 화폐로 삼아서.”

    “......?!”

    큭, 크크크. 잠시 놀란 얼굴로 있던 한강은 속으로 익살스럽게 웃었다.

    ‘설마, 그걸 생각해 낼 줄이야. 게다가 안전장치까지.’

    가상화폐로 거래를 하게 되면, 결제는 늦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에 이점은 두 가지다.

    첫째, 안전하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로 현금거래 시 누군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걸 가상화폐인 ‘쿠키’로 결제를 하게 만들어 서로가 완벽하게 거래가 성사됐을 시 마무리되게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한리버 내에서 현금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주 멋진 생각이야.’

    그리고 이건 미래로 완벽하게 이어지는 사업의 기초가 될 수 있을지 몰랐다.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 사업에 아주 적당한 인재를 알게 됐네요. 이번 사업 형님이 직접 지휘를 해보세요.”

    한강은 이번 사업의 대표로 지환을 지목했다.

    놓치고 갈 뻔한 부분을 잡아 주었다.

    이제 스물하나인 나이.

    어리다 할 수 있는 나이지만, 세상엔 이십 대에 사업을 시작해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시작은 사소하지만, 끝은?

    “내가?!!”

    한강의 갑작스러운 지목에 크게 놀랐다.

    지환은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깜박였다.

    “네. 형의 지적에 확 깨달았어요. 이번 사업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보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좋겠다고요. 고작 프로그래머로만 써먹기엔 형이 아깝네요. 보육원에서 가장 열정적이시고, 야망도 있는데. 잘하실 거라 생각해요.”

    “......”

    “이번 사업 결코 작은 사업은 되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엄청 큰 사업으로 발전하게 될지 몰라요. 전 그 큰 기회를 형에게 주려는 거고요. 받으세요. 남에게 넘어가면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한강은 진심이었다. 어쩌면 이건 김지환의 테스트일지 모르겠다.

    ‘안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릇이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그릇을 키우는 것도 능력이고 실력이었다.

    “해볼게. 맡겨줘.”

    “잘 생각했어요. 보육원이 아닌 상호를 만들어 사업자를 낼게요.”

    “알았어.”

    김지환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아니 시작됐는지 몰랐다.

    지환은 아주 큰 기회 속에 한강의 손을 잡고 미래의 목표를 새로이 정했다.

    “이제부터 형은 한리버 어시스트 대표예요.”

    방금 막 정한 상호지만, 나쁘지 않았다.

    한강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요. 대표님.”

    ***

    [(주)한리버 신규 기업 어시스트 설립, 자본금 100억 원. 대표 김지환(21)로 내정.]

    [김지환(21) 대표는 소망 보육원에서 성장한 인물로 소망 보육원 홈페이지를 운영을 맡았었다. “경영은 저도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잘 운영해 나고 있습니다. 전 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유한강 한리버 대표는 직원에 대한 무한의 신뢰를 아낌없이 보냈다.]

    [(주)한리버 어시스트는 처치 곤란한 중고물품을 한리버에서 취급하는 가상화폐인 ‘쿠키’를 이용해 당사자끼리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 경유지 역할을...]

    두 달이 지난 날, 한리버 어시스트가 세상에 공개됐다.

    “엄마, 입지 않는 옷, 사용하지 않는 가전이 있으면 사진 찍어서 저한테 주세요. 지혜야 지연아. 너네도 안 입는 거 안 쓰는 거 있으면 사진 찍어둬.”

    테스트로 거래의 시작은 한강이네 집이 되었다.

    [구분(1): 패션]

    [구분(2): 아동]

    [브랜드: 샤넬]

    [내용: 원피스]

    [가격 10만 코인]

    며칠이 지난 날, 첫 게시물이 ‘한리버 어시스트’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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