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62화 (62/237)

62화. 17살, 아이폰을 그리다

“제휴라면 어떤 제휴를 의미할까요? 메신저 업체와 제휴라...”

제프 베조스의 눈동자가 위로 올라갔다.

딱히 제휴를 할 만한 부분이 없었다.

“최근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쇼핑몰을?”

“그렇습니다. 아실지 모르지만 더움 커뮤니케이션의 쇼핑몰 운영권을 얼마 전 매입했습니다.”

이제는 더움이 아닌, 한리버의 쇼핑몰.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먼저 우리 한리버 메신저에 대해 어필부터 하겠습니다. 3일 전 기준으로 한국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려 2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받게 됐고, 일본은 50만 명, 미국은 5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유치했습니다.”

밖으로 새어나가는 돈만큼이나, 한리버에 가입하는 회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이유는 모른다.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회원의 수는 한리버의 힘이 되어주었다.

“놀랍군요.”

제프 베조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고작 메신저에 엄청난 회원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소리에 혀가 내둘러졌다.

“이대로 흐른다면 내년엔 1억이 넘는 회원을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말이 1억이지, 1억이란 숫자가 가져오는 힘은 결코 무시하지 못했다.

“이 소리는 동 시간대 한 국가 단위에 해당하는 인원이 메신저를 이용한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

이쯤 되자 제프 베조스는 신중한 얼굴로 한리버에 대한 가치를 따졌다.

‘국가 인구가 1억이면 내수로만 먹고살 수 있는 수준. 이 정도면...’

제프 베조스의 눈빛이 변했다.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한강을 바라봤다.

열일곱 살이 이룩한 결과물치고 너무도 대단했다.

“그만큼 아마존으로 유입되는 회원은 더욱 늘 터이고 판매량도 증가하게 될 겁니다. 어느 곳을 가도 한리버 만큼 다양하고 많은 회원을 받아들인 곳은 없을 겁니다.”

국내의 육성몰도 아마존과 제휴를 맺었다. 도서와 슈퍼마켓 등 다방면으로 기업들과 제휴해 영업망을 늘려가고 있었다.

하나, 그런 육성이라도 회원은 간신히 2백만 명 턱걸이.

한리버에 비하면 무척 적은 회원 수였다.

“그래서 드리는 제안입니다. 모든 물품에 대한 우선권을 저희에게 주세요.”

돈도 아닌 우선권을 원했다.

한강의 머릿속엔 무엇이 떠다니고 있는 걸까?

“우선권?”

“그렇습니다. 저희 측에서 주문이 늦게 들어가도 먼저 챙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

“......”

“아마존의 목표가 모든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데 있을 겁니다. 저도 아마존과 같은 방향으로 정해 함께 움직이고 싶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후발주자인 만큼 특별함이 필요했다.

한강은 이를 위해 ‘빠른 배송’을 첫 손으로 뽑았다.

“예술가라 그런지... 생각이 아주 독특하십니다.”

“독특하지만 아마존에 있어서 쉬운 요청은 아니리라 봅니다.”

“그걸 알면서 이런 제안을 한다는 건, 어떤 의도에서 하는 걸까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정도라 말씀드리면 될까요? 아마존에 있어서 오히려 이득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한리버의 성장은 아마존의 성장을 의미할 테니까요.”

“어째서죠?”

“우린 파트너고 미국에서 들어오는 물건 대부분은 아마존을 통해 들어올 테니까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한강은 한 치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말했다.

자동차는 CC가 깡패다. 플랫폼은 회원이 깡패다.

거기서 나오는 힘은 세상 위에 올라설 동력이 되리라.

“후후, 좋아요. 흥미가 동했어요. 어디 잘해 봅시다.”

한강에 대한 팬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리버가 보유한 회원에 크게 동했다.

제프 베조스는 손을 내밀어 한리버의 든든한 협력 제휴사가 되었음을 알렸다.

***

그 시각.

“상표가 등록됐습니다.”

호주에서 애플에서 만든 iPhone 상표가 등록됐다.

***

[더움 커뮤니케이션 전자우표제 철회... 이유는?]

[쇼핑몰 운영권 한리버에게 넘어가다. 매매가 3백억 원 추정.]

[한리버, 더움 지분 5% 넘기다.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서버 증설을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한다 밝혀...]

[한리버 더움 커뮤니케이션 대주주에 올라서다.]

한국에서는 연일 (주)한리버 기사를 쏟아냈다.

“어떻게 보나?”

이건호는 들려오는 소식에 대해 물었다.

빠르게 성장해나가는 한리버의 모습은 너무도 비상식적인 움직임이었다.

“지금 유 대표는 모든 자산을 회사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입니다. 분명 말도 안 되는 회원 수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적자 폭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그리 오래 버티긴 힘들 겁니다.”

김종식 비서실장은 한리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쇼핑몰과 광고업체를 인수해 세를 확장해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치지만, 그거 가지고는 한참 부족했다.

기업은 덩치를 키울수록 돈을 잡아먹는 괴물로 변한다.

“내 생각도 같아. 보육원도 최근 다섯 군데를 인수하고. 이 중에 제대로 된 사업이 없어.”

자동차 디자인으로 가져가는 수익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강의 외수익.

한리버의 수익이 아니었다.

“그 아이가 언제 들어온다 했지?”

“열흘간 미국에 머물다 한국으로 복귀하는 걸로 압니다.”

“그래... 귀국하면 내게 데려오게.”

이대로 모른 척 지나치기에 걸리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건호는 귀국하는 즉시, 이번 문제에 대해 해결을 보리라 결단을 내렸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앞 출입구로 승용차가 멈췄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위에 계십니다.”

출입문에 대기해 있던 남자가 차량에서 내리는 한강을 맞이했다.

“부탁드릴게요.”

한강은 안내하는 그의 뒤를 천천히 따랐다.

대기해 있던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밀어 넣어 위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바뀌다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열렸다.

“이곳입니다. 전 여기에 대기해 있을 테니, 나오면 이리로 오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한강은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걸음을 옮겨 회장실로 향했다.

어딜 가나 들리는 경첩 소리를 들으며 발을 안으로 밀었다.

“오랜만이네요. 선생님.”

TV는 사랑을 싣고 노래가 귓가에 들려오는 착각 속에 빠지며.

“오! 유한강.”

스티브 잡스와 마주했다.

어린 시절 이후 십 년 만에 만난 스티브를 보며 한강은 밝게 웃음꽃을 피웠다.

“제 기억의 모습 그대로세요.”

“어른을 놀리면 못쓰네. 정말 훌륭하게 잘 컸어. 설마 예술인이 아닌, 사업가로 나를 보러올 줄 몰랐네만. 잘 왔네.”

스티브 잡스는 기분 좋게 한강을 맞이했다.

한강의 작품으로 영감을 얻어 모토롤라와 협업해 희대의 발명품 개발에 나섰다.

[키보드가 없는 완벽한 핸드폰을 만들겠어!]

당시 마이크로 소프트와 경쟁하다 스티브 잡스가 꺼낸 한마디이기도 하였다.

동시에 한강이 다섯 살이었던 당시 그렸던 디자인을 참조했다.

“제 어릴 적 꿈이 사업가였습니다.”

“하하하, 평범하지 않다 여겼는데, 정말 대단해. 아마존 민머리와도 자리를 가졌다지?”

‘아마존... 민머리... 회장님이 그런 말씀은 좀...’ 속마음을 삼키며.

“소식이 빠르시네요.”

말을 받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도 있고, 자네가 제법 유명해야 말이지. 기자들이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더군.”

스티브 잡스는 책상 위에 있는 신문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렸다.

[한리버 유한강 대표 아마존 방문.]

[아마존 제프 베조스 회장 팬심에 회사 초대로 밝혀...]

“하, 하하.”

약속대로 모든 정보를 숨기고 그저 팬으로서 초대한 걸로 일축했다.

중간에 사인을 받았다며 자랑한 사진도 실려 있었다.

“이제 자네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된 게야.”

“확실히 그렇네요. 설마 이렇게 제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사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유명해진 건, 밥 로스를 만나고부터다.

TV가 있는 곳이라면 빠지지 않고 전 세계로 나간 만큼 얼굴이 알려지고 긍정의 표를 받아 성장했다.

“그렇겠지. 그걸 안다면 미래인이겠지.”

“그렇겠죠. 아마도요. 하하.”

‘뜨끔’ 거리는 속을 슬쩍 갈비뼈로 좁혀 막고 가볍게 웃었다.

“내 정신 좀 보게. 이걸 봐주겠나?”

이마를 탁 친 스티브 잡스는 옆에 자리한 가방에서 파일철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이걸 제게 보여도 되는 건가요?”

파일철을 펼친 한강은 깜짝 놀랐다. 거기에는 여러 디자인 시안이 파일철 안에 자리했다.

“자네이니 말하는 거네만, 난 자네 덕에 큰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일세. 솔직히 자네의 디자인을 완전히 복제해 나의 것으로 만들려 했으나, 이게 또 쉽지 않더군.”

한강의 질문에 스티브 잡스의 얼굴에 변화가 일었다.

사업가로서 모습이 아닌, 예전 한강을 처음 봤던 호기심 많던 얼굴이 되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냈다.

“자네가 생각한 그걸 만들 디자인을 구상해 봤으나, 쉽지가 않더군.”

다른 건 초월적 능력을 보이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였으나, 그들에게도 벽이란 게 있었나 보다.

스티브 잡스는 그림을 내어놓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차마 자존심 상하지만, 부탁 좀 하지. 우리 애플을 위해 자네가 직접 디자인을 해주지 않겠나? 사례는 톡톡히 하겠네.”

스티브 잡스가 한강을 보고자 한 이유, 그건 바로 디자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강에게 프로젝트 디자인을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아직 이르지만, 초기 디자인은 무척 중요했다.

디자인에 따라 설계가 달라지고 부품 위치가 달라졌다.

그리고 디자인은 평생을 기업과 함께하기에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음... 그거 저에게 의뢰하는 게 맞나요?”

의외의 일에 한강은 깜짝 놀랐다. 다른 볼일로 들렀는데, 대박의 기회와 마주하고 말았다.

“그렇네.”

“그럼 저도 회장님께 부탁을 좀 드려도 될까요?”

이건 어쩌면 기회다.

한강은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너무도 잘 알았다.

그걸 이용하는 방법 또한.

“사실 애플과 맞아떨어지는 디자인을 만들어 본 게 있습니다.”

“오!”

“그걸 드릴 테니 디자인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싶습니다. 대신 디자인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

“제가 드린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기기가 양산이 되어 판매가 되는 날을 기점으로 10년간 판매 대수당 2%를 로열티로 주신다면 그 후에 애플에 넘기겠습니다.”

평생을 가지고 있고 싶었지만, 아무리 친분과 호감을 가진 상대라도 그건 무리였다.

디자인을 특허한 것도 아니었고, 먼저 머리를 숙여 부탁을 하였다.

장시간 좋은 사이로 지낼 사이인 만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는 게 좋았다.

“허허, 이거 완전 된통 당했구만. 하지만 역시 10년은 너무 기네. 8년으로 하지. 대신 자네에게 2.2%를 주겠네.”

8년간 2.2%.

백만 대만 팔려도 가뿐하게 2백억이 넘어가는 자금.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또 다른 미래수입이 생겨버렸다.

디자인으로만 먹고 살아도 충분할 성싶었다. 하지만...

“0.2%는 빼주세요. 8년간 2%면 충분할 거 같아요. 대신 회장님께서 만들고 계시는 기기에 우리 한리버 메신저를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스티브 잡스를 찾은 진짜 목적을 밝혔다. 한강의 두 눈동자가 똑바로 스티브 잡스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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