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17살, 아마존 주식 80만 주
1994년 7월,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미국 온라인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고 있는 희대의 괴물 온라인 기업 아마존의 창업주인 제프 베조스 회장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빌어먹을.”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기분이 무척 저조해 보였다.
“내가 내 자산을 마음대로 굴리겠다는데, X 같은.”
무얼 하든 뜯어 먹기 좋아하는 기자들의 공격적인 악성 기사에 분노가 치밀었다.
이러한 효과는 약간의 기사만 떠도 2차 3차로 기사를 내보내, 마치 악당처럼 기사화가 되어 사람들의 비난을 이끌었다.
아주 망할 놈들의 아수라 판타지가 따로 없었다.
“후... 그나저나 100달러가 넘던 주가가 아주 처참하구나.”
한때 주당 113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2000년에 50달러를 건들더니, 이젠 그의 5분의 1 수준인 10달러에 거래가 됐다.
1억5천만 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아마존.
올해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떨어진 20% 대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성장을 이룩한 기업치고 닷컴 사업의 기대치가 낮아졌다지만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덕분에 기업의 운영 또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따르릉.
[회장님, (주)한리버 김동진 실장이 방문했습니다.]
머리를 싸맬 때, 인터폰이 울렸다.
“들이게.”
제프 베조스는 인상을 펴고 시선을 문 쪽으로 두었다.
얼마 전 약속을 잡은 (주)한리버에서 찾아왔다.
“회장님을 뵙게 돼 영광입니다. 한리버 김동진 실장입니다.”
“그 어린 친구도 올 줄 알았더니, 혼잔가 보군요.”
한리버, 미국인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이름.
국민의 세계 동생, 밥 로스를 살린 추억 속의 아이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그의 근황을 듣게 된 시점,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주)한리버입니다. 아마존에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80만 주 저희가 매수하고 싶습니다. 현 시세보다 좋은 값에 가져가겠습니다.]
궁금증이 생겼다.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어떻게 성장해 사업을 이끌고 있을지.
당시 제프 베조스도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직접 만나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지금 열일곱 살 학생이시라, 미국으로 직접 넘어오지 못하셨습니다.”
학생 신분을 벗지 못해 오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표정이 얼굴 위로 나타났다.
“이거 이럴 줄 알았으면, 방학 때를 노려볼 걸 그랬군요.”
“방학 때 미국에 방문하실 예정입니다. 회장님께서 시간을 내주신다면, 대표님께 일러 일정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굿, 당신 센스 있네요. 좋아요. 그날을 기다리며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죠.”
방금 전까지 얼굴 위로 짙게 깔렸던 화는 사라지고, 미소가 입가에 자리했다.
“자신의 별명을 기업의 이름으로 짓다니, 센스가 좋네요. 이름을 듣고 설마 했는데 말이죠.”
“대표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처음엔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이었다고요. 하필 별명이 한리버가 뭐냐고.”
“하하. 그렇지. 맞아요. 나도 처음에 그 이름을 듣고 아이의 이름을 왜 저리 지었을까 싶었죠.”
“하지만, 지금은 무척 애착을 가지고 있다 했습니다. 자신을 지금에 이르게 해준 아주 값진 별명이라고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 별명을 듣고 확실히 한 번에 각인이 되더군요. 그래서 처음 한리버란 회사 이름을 들었을 때 당시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더이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
사업 초창기로 아직도 그때의 일은 잊지 못했다.
[한리버요. 무척 마음에 들어요. 작은 곳에서 시작해 대해로 나가라는 의미에서 지어준 이름이라 생각해요.]
어느 방송에 출연해 말한 그의 한마디는 어려움 속에 힘이 되었다.
아이보다 못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 각오를 다져 아마존을 지금까지 키우게 되었다.
아주 강한 자극을 주던 한마디였다.
“세상에 다시 없을 분이시죠.”
“최근 러시아 피아니스트가 유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다지요?”
“그 사실이 여기에까지 퍼졌군요. 그렇습니다. 덕분에 꽤 바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허허, 그럼 그림은 그리지 않는 겁니까?”
“아직도 작품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한국에 자리한 육성 전시관에 작품을 전시할 예정으로 그곳에 들어갈 작품을 구상해 준비하고 계시지요.”
“이거 참 궁금해집니다.”
“완성되면 회장님께 초대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기다리지요. 그럼...”
둘의 첫 자리는 썩 나쁘지 않았다. 긴장하지 않고 말을 잘 받아치고 넘기는 모습에 제프 베조스는 그를 좋게 보았다.
“...분위기를 바꿔 본 대화로 들어가 볼까요?”
공기가 변했다. 동네 흔한 아저씨와의 대화는 사라지고, 기업가로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김동진은 말라오는 목에 갈증을 느끼며 음료를 입에 가져갔다.
“한리버에서 80만 주를 인수하겠다는데, 그만한 자금 있는지 궁금하군요.”
“하하, 대표님의 자산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접하지 않으셨나 보네요. 대표님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호오, 열일곱밖에 안 됐는데, 그 정도라고요?”
제프 베조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상상도 못 한 자산 능력에 정말 놀란 모습이다.
“그렇습니다. 한때 60억 달러가 넘기도 했습니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정보.
이 정도 노출은 괜찮았다.
“허, 허허...”
제프 베조스의 자산은 37억 달러 초입 수준.
한참이나 위에 위치해 있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겁니까?”
40세 미만 젊은 자산가 1위가 델 컴퓨터 마이클 델 160억 달러.
그 외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작 열일곱 살밖에 안 되는 아이가 2위에 도달해 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한리버의 미래는 무척 밝습니다.”
분명 아마존은 한리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기업이었다.
하나, 자산 면에서 보자면 유한강이 한참 위였다.
서로의 위치가 단번에 동등하게 변했다.
“이거 너무 황당해 말문이 막히는군.”
“방송에 출연했을 다섯 살 당시 자산이 10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말하고 있는 김동진도 사실 엄청 놀라고 있었다.
당시 자료들을 인수인계를 받으며 확인한 자산은 정말 역대급 그 자체였다.
“창고에서 일하고 있던 때가 바보처럼 느껴지긴 처음이야. 휴. 좋습니다. 한리버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확인 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가진 권한이 어디까지인가인데?”
“대표님께선 저에게 전권을 위임하셨습니다.”
“호우, 꽤나 신임을 받고 있나 봅니다.”
“믿어주시는 거죠.”
“직원을 믿는다... 좋은 말이군요. 그럼 80만 주를 얼마나 부를지 기대가 되는데 말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점점 흥미로워지는 대화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과연 한리버 측에서 값을 얼마나 부를지 기대 어린 심정이 되었다.
“지금 주가가 10달러에서 12달러를 오가고 있습니다. 상황을 보면 1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10달러에 달라?”
“아니요. 그러면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고 10달러는 부르지 말라 하셨습니다.”
“대표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최소치를 11달러로 잡고 회장님과 협의하라 이르셨지요.”
“허, 왜죠?”
“회장님께선 그간 막후협상으로 대형 고객 중심으로 신주인수권을 이용해 저렴하게 내주면서 시장 주가를 조작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우리가 10달러에 가져간다면 회장님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것이 대표님의 생각이십니다.”
“음...”
제프 베조스는 한 방 먹은 얼굴로 김동진을 바라봤다.
“우리는 아마존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기에 투자 손실을 감수하고 11달러 이상을 보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동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말을 막힘없이 풀었다.
“그러다 내가 막무가내로 나가면 어쩌려 그러시오?”
“그럴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또한 우리만큼 좋은 값에 쳐주는 곳도 없을 겁니다.”
“12.5달러 이 정도면 투자자도 대표님께서도 충분히 만족하시리라 봅니다.”
할인가가 아닌 현 주가보다 소폭 높여 불렀다.
“정말 알 수 없군. 그리되면 최소 손실이 40만 달러요. 더 내려가 200만 달러를 손해 볼 수도 있는 짓을 하겠다 이 말이요?”
“손실은 투자자의 몫이죠.”
“...정말 못 당하겠군. 돈이 많아 그런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를 일이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좋소. 김 실장님의 말대로 12.5달러에 넘기도록 하지요.”
80만 주가 12.5달러에 매수가 이뤄졌다.
김동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약간의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손실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아마존 사이트에 한리버 메신저를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고정 배너를 해주셨음 합니다.”
“음...”
“대신 저희 메신저에서도 아마존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끔 해놓겠습니다. 서로에게 충분히 이득이 되는 거래라 봅니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메신저는 일본에 진출하여 현재 회원 20만 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하게 될 겁니다.”
한리버 메신저는 일본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나가고 있었다.
실제로 인출이 됐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회원들을 빠르게 모았다.
거기에 힘입어 한강은 미국까지 영역을 뻗어 메신저 사업을 키워갔다.
“능력자라면 능력자라 이건가? 좋아요. 그 정도면,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길 바라지요.”
한리버 메신저는 하천을 넘어 강을 지나 바다로 영역을 확대했다.
앞으로 (주)한리버에 어떤 영향을 미쳐 결과로 나타날지 이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휴... 핸드폰 겨우 찾았네.”
압수당하고 5일이 지나서야, 핸드폰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한강은 진땀을 빼며 핸드폰을 켰다.
“어이쿠야.”
[보고드립니다. 아마존 주식 80만 주 12.5달러, 주식시장에서 추가로 1만 주 11달러에 매수를 진행했습니다.]
핸드폰을 켜자마자 확인하지 않은 문자가 쏟아졌다.
“오늘 귀국했나 보네.”
그중 먼저 김동진의 문자를 확인했다.
[제프 베조스 회장께서 자리를 가지고자 합니다. 가능한 일정 말씀해 주시면 시간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호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와의 자리가 잡혔다.
좀만 기다리면 방학, 학교의 속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12월로 잡아주세요.]
문자를 전송했다.
[12월 중으로 잡아두겠습니다.]
“한리버 메신저 건은 어떻게 됐어요?”
[다음 주부터 바로 적용돼 아마존 사이트에 올라가게 될 겁니다.]
“고생했어요. 쉬세요.”
김동진과 연락을 끝냈다.
“이번 일도 마무리됐고, 이제 전시회 일에 집중하자.”
한리버 메신저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한강은 만족은 미소를 입가에 품고, 육성 미술 전시관에 전시할 그림을 떠올렸다.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피아니스트로 떠올리게 된 그림.
“음악을 그리자.”
음악을 그려보기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