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17살, ㈜한리버, 5천억 원
[한리버 메신저 일본 열도를 장악하다.]
[가입과 동시에 추천을 받으면 10엔씩 지급되는 광고가 일본과 한국을 휩쓸다.]
[일본 회원 가입자 수 20만 명 육박!!]
[대한민국 가입자 수 1천만 명 근접, 초대형 대박 터트려 쓰나미를 일으키다.]
[내년 2천만 명 기대...]
세상에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며 기사가 터졌다.
한리버 메신저가 대한민국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는 시간, 일본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소식은 대한민국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대박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대박이에요!”
이는 곧바로 한리버의 가치를 올리며, 직원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 올려 주었다.
“이게 전부 여러분의 노고로 이룩한 성과예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한강은 맞아떨어진 결과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한데, 대표님... 이 타이밍에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그때 한 인물이 불쑥 끼어들어 뜨겁게 높여가는 온기에 찬물을 뿌렸다.
“기탄없이 말하세요.”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문제를 한강은 웃음으로 넘겨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분명 지금 순간은 우리 회사에 있어 좋은 일이나, 반대로 위험한 시기이지 않나 싶습니다.”
막상 입을 여니 조심스럽다. 남성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한강과 눈을 마주하고는 간신히 입술을 뗐다.
“우리 회사는 제대로 된 수익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탭니다. 그런 상태에서 회원 수가 증가할수록 회사에 가중되는 비용적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실지...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운영에 어려움이...”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겠는지,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그게 걱정이던가요?”
그러나 한강의 얼굴에선 여유가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사실 모두 그 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관리부서장 김이태로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들어오는 돈 없이 나가기만 하는 적자로 얼룩진 회사의 미래는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과연 남아 있어도 되는 것일까?
월급은 밀리지 않고 제 날짜에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이거 어쩌죠. 당분간 제대로 된 수익 활동은 없을 건데.”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바뀌었다.
“......”
그에 불안감이 증폭하는 김이태였다.
“오히려 돈을 더 쓸 거예요.”
“큭.”
한강의 말에 김이태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전 광고회사도 인수할 겁니다. 한리버에 편입을 시키겠다 이 말입니다.”
한강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
그에 부서장은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게 무엇일지 생각을 해보며.
“이렇게 말해도 모르시겠어요?”
“아!”
그제야 크게 수긍하는 김이태였다.
회원이 많을수록, 힘을 얻는 건 광고사업.
즉, 광고 수입이 거대해짐을 의미했다.
“이대로 흐르면 우리나라만큼은 아닐지라도 일본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게 될 거예요. 그 정도만 하더라도 기업에 있어서 우리 회사의 광고는 꽤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예요.”
“광고 배너 공간을 늘리는 게 좋겠군요.”
김이태의 눈빛이 변했다.
꽤나 돈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나 보다.
“아뇨. 메신저에서 수익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위에 한 칸, 아래에 한 칸이 적당해요. 더 늘리면 좋지 않아요.”
사람들이 메신저를 사용해 대화를 하는 이유는 광고를 보기 위한 목적이 아닌, 지인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방해하는 요소를 늘린다면 메신저의 가치를 잃게 된다. 소통에 방해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
그래서 기업의 초심은 중요하다.
초심이 흔들리고 모든 걸 돈으로 따지고 들어간다면 기업의 수명은 매우 짧아진다.
“오히려 회원이 이탈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투자하는 게 가장 좋아요.”
“......”
“안심하세요. 회사가 망할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은 점유율을 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세요. 그것이 우리 회사가 살길이에요.”
“알겠습니다.”
백기를 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부서장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털레털레 자리로 돌아갔다.
“흠, 내 재산에 대해 모르나? 관리부서장이란 사람이...흠.”
왠지 괘씸해서 알려주기 싫어졌다. 알았다면 저런 걱정도 하지 않았을걸.
한강은 김이태 부서장을 힐끗 보다, 쯧쯧 혀를 차며 개발실로 발길을 옮겼다.
“팀장님 저 좀 보죠.”
“아, 네.”
개발팀장 서연주는 하던 업무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이동했다.
“바쁘신데, 불러 미안해요.”
“아닙니다. 한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이동한 장소는 소회의실이었다.
서연주는 한강과 마주 보고 앉았다.
“다른 게 아니고, 메신저에 간단한 게임을 넣었음 해서요.”
“게임이요?”
지금 회사에 게임을 만드는 부서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 게임을 넣겠다 하니 미간이 좁혀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돈 많이 들어가는 게임을 만들자는 게 아니니까요. 플래시 게임 같은 아주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잔 겁니다.”
“음...”
“사람은 늘 새로운 걸 원하고, 서로 경쟁하길 좋아하죠. 그래서 생각한 게임이 친구끼리 경쟁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순위를 다투게끔 유도하는 그런 게임을 개발해 넣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 안에 광고까지 넣는 걸로 하고.”
일종의 기록 게임.
차츰 지루해진다 싶을 때 소정의 상금을 건다면?
“어떤가요?”
“아! 매우 기발한 생각입니다.”
개발팀장은 깜짝 놀란 눈으로 한강을 응시했다.
그저 단순히 메신저의 가치로만 바라봤던 부분을 확 틀어버렸다.
“잘만 건들면 짭짤한 수익을...”
“아, 그것도 무료로 풀 거예요.”
“......”
환하게 비추던 미소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그림자가 되었다.
“다들 불안들 하신가 보네요. 회사가 망하고 월급도 받지 못할까 봐서.”
그냥 넘길까 하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불안하세요?”
“사실 그렇습니다. 직원들도 이 부분을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위메이킹에 있을 때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여기나 보다.
한강은 어떻게 말할까 고민을 하였다.
“저... 혹시, 제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세요?”
“......”
“허, 허허.”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신문에 잠깐이지만 공개됐었는데’ 한강은 헛웃음을 작게 터트렸다.
“휴, 좋아요. 말씀드리죠. 당장 제 현금만 3조가 넘어요. 이 빌딩도 제 거니 세는 나가지 않죠.”
“......?!”
서연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몰랐구나’하고.
“...육성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로열티가 판매 대수만큼 제 계좌로 들어와요. 이것만 하더라도 우량기업 매출 수준이고. 그럼에도 불안하세요?”
“......”
대충 부자라고만 알고 있었지, 상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알게 된 지금은...‘대박!’이라 외쳤다.
“망할 거 같은가요? 곧 추가로 디자인이 그리로 넘어가 새로운 수익이 들어올 건데.”
역사 속의 K5 외관에 벤츠 내부를 가져와 YS5를 전혀 다른 차로 디자인을 해버렸다.
이번에도 충분히 먹히리라 자신했다.
“그, 그 정도면 문제없습니다. 하하.”
그제야 표정이 확 펴졌다.
“회사에 수익은 없어도 저에게 수익이 발생하니, 이 회사가 망할 일은 없습니다. 아시겠죠?”
대기업이 무서운 이유가 왜일까?
그건 가지고 있는 자본금에 있다. 완성된 인프라도 그렇고.
즉, (주)한리버도 대기업에 버금가는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소리가 되었다.
“이제야 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적자회사에 직원만 채워져 걱정했는데. 하하.”
서연주는 시원하게 웃어 젖혔다.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게임은 단순할수록 좋아요. 그건 이번에 보육원에서 채용되는 사람들을 넣어서 진행 부탁드릴게요.”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휴, 이제 끝났다.
이제 회사는 무리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한강은 소회의실을 나와 모두에게 ‘모두 화이팅!’ 격려의 외침을 전하고 퇴근길에 올랐다.
***
열흘이 지난 날, (주)한리버의 아침.
“얼마나 뽑았지?”
모든 면접을 끝내고 추려낸 인원을 확인하는 자리.
김이태가 물었다.
“소망 보육원에서 세 명, 경력직 스무 명을 뽑았습니다. 이 중 보육원 출신 한 명은 관리팀으로 두 명을 개발팀으로, 경력직은 부서별로 배치시켰습니다.”
“그래, 대표님이 신경을 많이 쓰고 계셔. 학력 연줄 이런 거 무시하고 모두 공평하게 대해.”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만약 프로젝트 중간에 편 가르기 하면 옷 벗는 게 좋아.”
‘정말 놀랐지. 서연주 팀장에게 그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직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김이태는 며칠 전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알고 있었어?]
[뭘요?]
[대표님 자산이랑 수익 말이야.]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래, 거참. 진즉 말씀해 주셨다면... 듣지 말고 놀라지 말어. 지금 대표님 통장에만 3조 원이 들어가 있고 매달 육성에서 디자인 로열티...]
그때 알게 된 정보는 무겁던 마음의 짐을 시원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
그건 잠가 두었던 금고를 개방해,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알았으면 해산. 모두 일 시작하자.”
모처럼 마음 편히 웃어 본다.
[입금 금액: 500,000,000,000원(오천억 원)]
[입금자: 유한강]
“크크크.”
(주)한리버 계좌로 5천억 원의 자금이 입금됐다.
입금자는 대표 유한강.
보는 것만으로 무척 행복했다.
***
비 소식이 전해지며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대지로 쏟아졌다.
쏴아아아, 여름을 알리는 빗소리는 더운 오후를 시원하게 적셔 주었다.
지이이이이잉.
빗소리에 맞춰 책상 위에 올려 둔 핸드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김동진 실장]
주인공은 김동진 실장.
김광석을 대신해 앞으로 한강의 자금을 관리할 사람이다.
[지시대로 미국 부동산 5천억 매수했습니다.]
한강의 지시로 미국까지 날아가, 미국 월 스트리트를 시작으로 뉴욕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
[아마존은 어떻게 됐나요?]
[증권가에 들려오는 소식으로 제프 베조스 회장이 지분 80만 주를 처리한다고 합니다.]
‘역시인가... 알아보길 잘했어.’
한강이 노리고 있던 투자처, 그곳은 바로 아마존이었다.
[제프 베조스 회장을 만나 그 주식 우리가 흡수한다 하세요. 얼마가 들어도 좋아요. 전권을 드릴 테니 80만 주 우리가 담습니다.]
[알겠습니다.]
일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한 그에게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 아마존 회장 제프 베조스를 만나 주식을 매수하라 일렀다.
“한강아... 한강아...”
그때 옆에서 짝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에 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응?”
“...저기.”
“무슨 일이기...에...”
어둡게 내리깔리는 그림자 속에 살기가 느껴진다.
한강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어 시선을 위로 가져갔다.
“매우 바빠 보이더구나. 한강아.”
“그... 것이...”
“내 수업보다 바쁜 걸 보니 질투가 나는데 말이다.”
“......”
“핸드폰 압수. 복도로 나가서 벽 보고 선 후 수업 끝나면 핸드폰을 사모하는 고백 편지 들고 교무실로 오케이?”
“......”
유명하고 육성의 뒷배가 있어도 얄짤없었다.
한강은 매우 공평한 선생님의 사랑을 흠뻑 받으며 교실에서 쫓겨났다.
“끙... 이게 뭐람. 쪽팔리게, 이 나이에...”
복도에서 벽을 보고 서 있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