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57화 (57/237)
  • 57화. 17살, 버디버디 일본 상륙

    [버디버디 대표 유한강(17), 최연소 타이틀을 연신 경신하는 유한강 대표는 네이컴과 담판 짓기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서로 간 링크 공유, 협업을 통해 시장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이겠단 계산이 깔린다.]

    “저희 버디버디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회원들이 버디버디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붓겠습니다.”

    한강은 찾아온 기자들의 인터뷰를 받아들여 질문에 대한 답변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모두 처음 뵙습니다. 버디버디를 인수하고 현재 신분이 이래서 지금에서야 인사드립니다.”

    인터뷰를 끝낸 한강은 주말을 이용해 회사를 방문했다.

    직원은 20명 남짓, 버디버디가 운영하는 회원 수를 보자면 너무도 초라한 인원이었다.

    “앞으로 버디버디는 지금보다 더욱 거대한 조직이 될 겁니다.”

    서로들 간단히 소개를 하고 한강은 버디버디 직원들에게 앞으로 걸어가게 될 방향성을 제시했다.

    “해서 버디버디를 제 소유로 있는 빌딩으로 이전하는 한편, 서버를 확충하고 그에 맞추어 직원들을 추가로 채용할 방침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대한민국 메신저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겁니다.”

    최강자는 쉽다. 어려운 건 자리를 유지해 경쟁사들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어려울 뿐이다.

    “앞으로 버디버디 사명은 한리버로 사명을 바꾸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뻗어 갈 겁니다.”

    한국에서도 해외에서도 알려진 이름 한리버.

    한강은 자신의 별명을 회사 상호로 사용키로 하였다.

    나름의 의미도 있었다.

    하천에서 시작해 바다로 가겠다는 숨은 뜻이 담겼다.

    2001년 6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초여름.

    버디버디는 한리버로 상호를 변경하고 사옥을 기획사가 밀집된 청담동으로 옮겼다.

    건물 층수는 6층.

    외환위기 시절 똥값으로 변한 빌딩을 사들여 지금까지 들고 있던 건물을 이제야 사용하게 됐다.

    “돈이 줄줄 새네. 아주 그냥.”

    버디버디로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엔 무리.

    하지만, 이 순간을 버텨야만 하였다.

    “김 과장님.”

    나이가 들고 청소년에 접어들고부터 김광석의 호칭은 아저씨가 아닌 과장이 되었다.

    “말씀하시죠.”

    “방 하나 드릴 테니 거기서 금융업무를 보시죠. 사람도 채용하시고. 직함은 팀장으로 해드릴게요. 어떠세요?”

    김광석 과장은 한강을 전담해 자산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육성에서 일할 게 아닌, 청담동 한리버 빌딩에서 자리를 잡고 업무를 보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 부분은 대표님과 회장님께 보고를 올려보겠습니다.”

    김광석은 육성소속.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유롭다 하지만, 육성에 소속된 몸이기에 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한리버란 회사를 차리셨으니... 소속을 정할 때가 온 것인가...’

    언젠간 이런 날이 오게 되리라 내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를 일이나, 느껴지는 기운은 이제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란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하세요. 제 자산은 이쪽에서 관리를 하게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한 김광석은 복잡한 얼굴로 변했다.

    ‘내 자금 흐름이 일일이 육성으로 흘러가는 건 그리 좋지 못하지.’

    한두 푼도 아닌 무려 몇조다.

    어느 기업도 운영자금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제 자산 흐름이 이건호에게 들어가는 건 사양이다.

    ***

    “그 아이가 그랬다고?”

    “회장님께 자산이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함 같습니다.”

    소파에 앉아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때 들려온 보고에 이건호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졌다.

    “그렇단 말이지.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쯤에서 제가 빠지는 게 좋으리라 봅니다.”

    “확실히 매우 영악한 아이야. 자네의 뜻이 그렇다 하니,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감사합니다.”

    김광석은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한 후, 방을 나섰다.

    “조금은 아쉽게 됐어.”

    이건호는 차를 홀짝이며 입맛을 다셨다.

    앞으로 한강에 대한 정보는 직접 알아보지 않는 이상 힘들게 되었다.

    ***

    언제 들어오게 된 건지 모른다. 원장 선생님의 말씀대로면 작은 바구니 안에 이불에 감긴 채 보육원 앞에서 울고 있었단다.

    다행히 겨울이 찾아오기 전 가을이라 얼어 죽지 않았다는 것이 당시 원장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부모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행복이란 걸 모르고 살았기에 무엇이 행복인지도 몰랐다.

    그저 잘 먹고 따스하게 잘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을 해볼 뿐이었다.

    나이가 차면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듣게 되었다.

    당장 앞날이 걱정되었다.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다.

    돈도 없었고, 무엇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우울감에 허우적거릴 때.

    [이곳은 앞으로 제가 관리하게 될 거예요.]

    한강이가 등장해 보육원을 직접 관리하게 되었다며 발표했다.

    [나이가 찼다고 무조건 나가라 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할 거예요.]

    사회는 전쟁터라며 믿을 건 자신의 능력과 실력뿐이라고 하였다. 모두가 경쟁 상대가 거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단다.

    [반년마다 시험을 자체적으로 보고, 합격하면 더 지낼 수 있고, 쓰리아웃을 받으면 보육원에서 나가야 해요.]

    하지만 기뻤다. 조건이 붙었지만, 희망이 생기자 우울한 마음을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때 이곳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를 하였다.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그런 과정에서 하나둘 장기가 생기고 특기를 살려 전문 교육을 받았다.

    하나둘 결과를 내기 시작했고, 모두 만족한 성적을 거뒀다.

    ╔(주)한리버(구 버디버디)에서 직원을 채용합니다. 소망 보육원 희망자 우선 채용╝

    ╔채용인원: 0명

    모집 부서: 관리직, 회계,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서버 관리 등

    면접 방법: 실무자와 1대 다수로 진행

    면접 장소: 소망 보육원 1층에서

    연봉: 1000만 원부터(성과급 별도)

    합격자 중 희망자 기숙사 제공╝

    “지원하자.”

    오랜 시간 전문가의 교육을 통해 ‘육성’ ‘(주)한리버(구 버디버디)’에 채용되기 위하여 ‘행정’ ‘관리’ ‘기술’ 등의 기술을 갈고닦아 실력을 키웠다.

    현장감을 배우기 위하여 보육원 운영을 도왔다.

    “저도 한리버에 지원하겠습니다.”

    아직도 행복이 뭔진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꿈을 꾸세요. 꿈은 여러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목적지가 되어 줄 겁니다’ 왜 그런 말을 매일 같이 반복해 말했는지를.

    “난 너희들 모두 다 잘하리라 본다. 부담가지지 말고 너희들의 꿈을 펼쳐 보거라.”

    보육원 원장의 한마디에 올해 성인이 된 사람들은 한리버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주)한리버 유한강(17) 대표가 운영하는 걸로 알려진 소망 보육원에서 처음으로 취업자가 나왔다. 유한강 대표는 “보육원도 바뀌어야 합니다. 보호만이 전부가 아닌, 아이들의 개발을 도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겁니다. 운영이 어렵거나 힘든 곳은 언제든 한리버를 찾으세요. 제가 인수해 운영하겠습니다” “말로만 아이들을 미래라고 하지 마세요. 행동으로 보이세요” 보육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고아가 된 아이들을 미래의 인력으로서...]

    “얘 걔 아냐?”

    신문을 펼쳐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 사이로 들려오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나돌던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의 편지 주인공. 쇼팽 콩쿠르에서 보자던.”

    “아! 맞네. 그렇네. 와, 완전 된 놈이네.”

    “듣기로 돈도 겁나 벌었다고 하던데, 버디버디를 인수한 게 얘일 줄이야...”

    너무 놀라 얼떨떨한 심정도 들었지만.

    “이런 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지. 기부도 최연소 순위에 랭크 됐잖아. 된 놈이지.”

    “아직 세상은 살만해. 그렇지?”

    “살만하긴, 개뿔. 쓰레기 대표 때문에 가장 고생하는 녀석이. 버스다. 어서 타자.”

    저 멀리서 버스가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해 들어오는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

    남자는 손에 든 신문을 가방 넣고 버스표를 꺼냈다.

    ***

    “죄송합니다.”

    선화예고 교문 앞에 주차된 차량 안.

    김광석은 죄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한때 기회라며 줄을 잡고자 하였지만, 막상 펼쳐보니 금줄이 아닌 동으로 만든 줄이었다.

    자신이 가고자 했던 방향과 달랐기에 노선을 바꾸기로 정했다.

    “아녜요. 빠르게 결정해 줘서 고맙고, 그간 고생하셨어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타의든 자의든 김광석의 도움은 무척 컸다.

    다섯 살부터 열일곱 살에 이르기까지, 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리는 힘들었을지 몰랐다.

    “이건 퇴직금이에요.”

    그의 도움과 그와의 정은 돈으로 정산해, 빚을 지우기로 하였다.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의 인연이고 정이었다.

    “감사합니다.”

    총 5천만 원을 건넸다.

    더 주고 싶지만, 이 이상은 문제가 있기에 책정한 보상이다.

    “이걸로 우리의 관계는 정리된 거예요. 무슨 의민지 아시겠죠?”

    “...네.”

    인수인계가 끝나는 그 순간, 김광석은 이제 한강에 대한 자산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된다.

    한강은 그 부분을 확실하게 집고넘어갔다.

    며칠 후, 한강은 새로운 관리사를 채용하였고, 인수인계가 끝난 김광석은 머릿속에 들어 있던 모든 정보를 깔끔히 비우고 자리를 떴다.

    ***

    [네이컴 재팬, 일본 메이저 포털에 솔루션 제공.]

    [일본의 대형 포털 사이트 파나소식 하이호 검색 솔루션 제공 및 운영계약을 체결!]

    2001년 09월, 네이컴이 일본에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동시에...

    [한리버 메신저 다운로드]

    ‘한리버 메신저 다운로드’ 배너가 좌측에 떡하니 떠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뭐지, 이건?”

    일본인 남성은 흥미로운 눈으로 해당 배너를 살피다 커서를 가져가 클릭했다.

    [한국 친구와 대화를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한리버 메신저는 신원을 보호고 익명을 보장합니다.]

    [심심하신 분들은 모두 클릭!]

    [한국 친구를 얻으면 10엔 지급!]

    [일본인 친구에게 소개를 해주면, 10엔이 지급됩니다.]

    [친구도 얻고 돈도 벌자.]

    [방법! 추천인에 추천한 사람의 닉네임을 적으면 10엔씩 받습니다.]

    [1만엔 단위로 인출이 가능합니다.]

    “우와... 정말로?”

    일본인 남성은 창에 뜬 정보를 빠르게 메모 후 메신저를 다운로드하였다.

    [야 당장 한리버 메신저 검색해서 다운로드 받아라.]

    [거기 가입할 때 추천인 있을 거야. 니코짱_타요 입력해라.]

    남성은 실실 쪼개며 자신이 알고 지내는 모든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한리버 메신저를 알렸다.

    [빠가야로凸]

    그 와중에 몇몇 이들은 다짜고짜 보낸 메시지에 황당함을 느끼고 욕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흥, 붕어 뇌에서 태어난 새끼. 그것보다... 흐흐.”

    남성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주 번뜩이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탓이다.

    그는 곧 손가락을 급하게 움직여...

    [모두 돈을 벌고 싶나요? 그럼 “한리버 메신저”를 다운받으세요.]

    [다운로드 10엔, 가입 시 추천인 작성 시 10엔을 받습니다.]

    [혹시 추천인이 없다면 “니코짱_타요”를 입력하세요.]

    온 사이트에 자리한 인터넷 카페를 돌아다니며 한강의 의도와 같으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일본에 빠르게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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