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56화 (56/237)

56화. 17살, 네이컴 파트너십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정부는 컴퓨터 보급률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001년에 접어들어 PC 보급률은 70% 이상에 이르게 됐다.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은 78.2%. 300만 원 미만은 90%, 그 이상은 99% 컴퓨터를 보유했다.

즉,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걸 의미했다.

어느 때보다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게 됐고, 그만큼 인터넷 이용자도 대폭 증가했다.

╔......당신의 피아노 소리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15회 쇼팽 콩쿠르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의 글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인터넷 창에 하나의 편지가 사람들 앞에 공개가 되면서 이슈를 타기 시작했다.

└ 늙은노을: 유한강이라면 예전에 밥 로스와 같이 그림을 그렸던 그 아이? 만약 맞다면 왜 걔가 쇼팽에 나옴?!

└ 외로운 별이: 몰랐음? 요즘 동영상 겁나 떠도는데, 지금 거기 난리도 아님.

└ 늙은노을: 뭔 개솔? 화가면 그림이나 쳐 그리지 갑자기 왜 피아노 치겠다 나댐?

└ 핑클 짱: 무식하면 그냥 아닥하고 있지. 쯧쯧. 화가이면서 음악가였던 유명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ㅂㅅ.

└ 고장난 심장: 헐랭;;

└ 고장난 심장: Https://blog..... 멍청한 종자를 위해 자비를 베풂.

└ 늙은노을: 마이 묵었다 아이가, 그만해라.

카페, 블로그, 채팅방은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의 편지와 한강의 이름으로 도배됐다.

“와, 이게 한강이 실력이라고? 진짜 겁나 잘친다. 대체 못하는 게 뭐야?”

“생각할수록 아깝네. 내가 더 빨리 알았음... 한강아...”

같은 반 여학생들은 멍하니 창 너머 하늘을 올려보며 웃는 한강의 얼굴을 보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미로슬라브 꿀띠쉐프라...”

한편, 한강은 인터넷에 나도는 한 인물의 이름을 작게 되뇌었다.

“덕분에 좋은 작품이 떠올랐어.”

2007년인가,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라.

왜 이름을 모르겠나?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살다 보면 무조건 알아야 할 이름이었다.

“그런데 쇼팽 콩쿠르는...음...”

5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3대 쇼팽 국제 콩쿠르.

그 대회가 2005년에 열리게 된다.

“대체 그 영상은 어디서 구한 거래. 참 신기한 세상이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뿌리지 않고서, 인터넷이나 영상이 크게 발달하지 않던 당시의 자료가 여기저기에 떠돌아다닐 리 없었다.

“누굴까? 경기초? 육성?”

딱 생각나는 곳은 두 곳밖에 없었다.

자신이 노출되어 이득을 볼만한 곳은.

“뭐 아무렴 어때. 졸업하자마자 군대 가긴 글렀으니... 도전을 해볼까?”

어차피 대학은 갈 생각 없었다. 경험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더는 학교란 울타리로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두근거리네.”

전시관에 배치할 작품 하나를 떠올리자,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도 바로 집?”

미나가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아니, 다른 데.”

창가로 넘기던 시선을 돌려 미나에게 향했다.

얼마 전 얼짱 잡지 모델로 캐스팅된 미나.

한강의 영향으로 모델이 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너무 바쁘게 사는 거 아냐?”

어렸을 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진 미나를 보며.

“목표가 있거든. 그걸 이루려면 어쩔 수 없지.”

단 한 톨의 감정도 흔들리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그 모습이 미나에겐 새로우면서 섭섭하게 만들었다.

“정말 세상 불공평하다. 하루를 공부에 투자하지도 않고, 매일 1등이라니...”

다른 부분에선 질투도 났다.

성적을 관리하기 위해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 자는데.

한강은 성적에서 너무도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크게 공부를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늘 전교석차를 놓치지 않았다.

“어허 남의 머리 부러워하면 안 되는 것이야.”

“베이이이. 됐거든!”

“크크, 암튼 그러니 너도 지금 하는 일 열심히 해. 응원하고 있으니까.”

“그래, 너도.”

미나와 이야기를 끝낸 시각, 수업 종이 울렸다.

어수선하던 교실은 고요하게 바뀌었다.

***

2000년 포털 사이트 100위권에 머물던 네이컴은 넥서치를 개발하면서 단숨에 35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가치는 100억 원 수준.

방문 순위는 41위.

단시간 내에 업적을 기록한 네이컴 새로운 검색엔진을 오픈해 야후를 앞지를 수 있을 거라 포부를 밝혔다.

하나 승승장구하는 네이컴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새롬과 합병이 무산될 줄은...”

유가증권에 기업을 공개한다는 계획이 하나의 조각이 맞춰지지 않으면서 뒤로 늦춰졌다.

지난해 등록을 추진했으나 새롬기술과의 합병무산으로 심사청구가 늦어졌다.

“88억 원 매출에 80억 원의 적자도 뼈아프게 됐어.”

한문철은 두 손을 얼굴로 가져가 피부 면을 눌러 위아래로 움직였다.

마치 스트레스를 씻기라도 하듯 싹싹 문질렀다.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

“들어와요.”

한문철은 문지르던 손을 내려 문 쪽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대표님, 유한강 대표가 출발했다는 연락입니다.”

버디버디 대표가 된 유한강.

그간 직함이 없어 부르는 데 애매했는데, 대표란 직함이 생겼다.

“아, 그게 있었지. 내 정신 좀 보게. 잊고 있었어. 언제 도착한대요?”

“1시간 내 도착할 거 같습니다.”

“알았어요. 오는 대로 안으로 들여요.”

직원을 내보냈다.

“열일곱 살에 자산 6조 원을 넘기고, 육성의 사위에... 버디버디라... 대단한 인물이긴 해. 허투루 모시면 안 되겠지.”

[하반기 매출 목표]

[게임 유료화, 전자상거래 솔루션 판매...]

[매출 3백억, 순이익 50억.]

“일단 이건 치워두자.”

한문철은 보고 있던 종이를 결재판 사이에 넣어 두고 좌측으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지럽혀진 자리를 정리하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

부릉! 턱.

YSP7(육성 프리미엄 7)자동차가 녹색으로 칠해진 간판이 달린 건물 앞에 멈췄다.

육성 자동차에서 프리미엄을 얹어 제작한 YSP7.

국내 자동차 시장을 흔들며 동급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 영광은.

“으자자자자.”

뒷문을 열고 내려서는 미모의 남자에게 향했다.

“위에서 기다리십니다.”

주인공은 유한강.

네이비색 맞춤 슈트로 무장한 한강은 유명 만화 언플러그더 보이의 남자 주인공을 연상케 하도록 비율이 완벽했다.

“이쪽으로.”

걸음을 앞으로 옮겨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쳐, 따로 나눠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누구야?”

“와, 진짜 엄청 잘생겼다.”

“무슨 남자가 저래?”

한강을 본 여성들은 감탄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은 경영진들이 별도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한강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잘 쳐줘 봐야 스무 살 초반.

과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까지 자리에 멈춰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자들의 시선을 독차지한 한강은 여직원이 안내하는 문으로 손을 가져갔다.

“안녕하세요.”

녹색집답게 녹색으로 꾸며진 대표실 안으로 인상 좋게 생긴 안경 쓴 남성이 입가에 함박 미소를 머금고 손을 내밀었다.

“한문철입니다. 네이컴을 찾아주어 감사합니다.”

한문철 네이컴 대표는 한강의 나이를 알고 있음에도 기업의 대표로서 대우를 해주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내민 손을 맞잡으며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둘은 간단히 서로를 소개하고 자리로 향했다.

“이건호 회장님께서 매우 아끼신다 들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좋게 봐주셨을 뿐입니다.”

“하하, 겸손도 하십니다. 화가로서 성공하고 최근에는 음악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죠?”

한강의 정보는 정재계에서 재밌는 이슈로 떠올라, 늘 화두가 되었다.

“계속 칭찬만 하시니 제가 다 부끄럽네요.”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강에게 있어 큰 감흥도 주지 못했다.

“그것보다 제가 대표님을 뵙고자 했던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러다 칭찬으로 시간을 날릴 거 같아 말머리를 돌렸다.

“하하, 이런. 제가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저를 보자 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육성그룹 이건호 회장에게서 직접 연락이 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내 막내 사위 좀 만나주게’ 이 한마디는 미리 짜둔 일정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네이컴과 파트너십을 맺고 싶습니다.”

“파트너십이요?”

“그렇습니다.”

“정확히 어떤 파트너십을 원하십니까?”

“네이버에서 개발한 검색엔진을 버디버디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한강이 네이컴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네이컴은 이 검색엔진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다음과 야후를 제치고 대표 포털 사이트로 자리를 잡았다.

“버디버디로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할 생각인가요?”

“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정확히 원하는 건, 버디버디 채팅창과 네이컴 사이트와 연동해 회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음...”

한문철은 고민했다. 뭔가 느낌이 오면서 반대로 너무 손해라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다.

“분명 네이컴이 버디버디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회원 수도 가히 압도적이죠. 한데 말입니다. 버디버디를 이용하는 회원은 24시간 켜놓기도 하고, 짧아도 한 시간 이상을 머무릅니다. 반면, 네이컴은 어떨까요? 원게임을 제외하면 네이컴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길어봤자 1시간도 채 되지 않을 겁니다.”

사이트에 있어서 회원 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동시접속과 머무는 시간이다.

한강은 버디버디가 가지고 있는 최대 장점을 내세우며 한 치 물러섬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즉, 버디버디와 파트너를 맺는다면, 네이컴의 접속률이 크게 늘고, 좀 더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될 겁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것 같군요.”

고심하던 한문철의 얼굴에 긍정의 빛이 떠올랐다.

한강의 의견이 먹혀든 것이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방식이었다.

메신저에서 네이컴으로 넘어오는 방법.

꼭 윈도우창에만 아이콘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 따윈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서로에게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주게 될 겁니다. 대신 네이컴 최상단에 버디버디 다운로드 칸을 만들어 유입이 가능토록 해주셨음 합니다. 이것이 제가 원하는 네이컴과의 파트너십입니다. 이럼에도 손해란 생각이 든다면, 이건 어떤가요? 회원들이 네이버 창에 뜬 버디버디 창을 클릭하여 다운로드를 받아 회원으로 가입 시, 회원당 백 원씩 네이컴에 지불토록 하지요.”

“......!!”

한문철은 몸을 작게 ‘움찔’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돈이 꽤 필요한 상태에 마침 잘됐다는 생각을 하였다.

“대표님과 좋은 파트너가 될 거 같습니다. 그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기술을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연결하여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링크를 공유하자는 의미.

고정적인 수익원은 기업에 있어 호재다.

모든 계산을 마친 한문철은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네이컴과 버디버디가 파트너가 되었다.

한강은 원하는 바를 이뤘다는 생각에 ‘씨익’ 짙게 웃었다.

‘네이컴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 보자.’

장기적인 계획이 될 것이다.

한강은 인터넷 시장 강자로 떠오르게 될 네이컴을 최종 보스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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