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53화 (53/237)
  • 53화. 17살, 지분정리

    [육성그룹 XX골프장 시행사에 공사설계 지적, “육성에서 1천억여 원 투자한 잔디가 죽은 것에 대한 원인을 시행사의 잘못된 설계 탓...”이라며 비판했다.]

    [육성그룹 XX골프장 직접 나서 잘못된 부분을 뜯어고치겠다 선언...]

    며칠 뒤, XX골프장의 잔디가 죽은 원인이 시행사의 설계 오류로 밝혀졌다. 그 과정에서 비리 부분도 언급이 됐는데, 그런 부분은 사라지고 XX골프장에 대한 공사가 다시 이뤄졌다.

    저벅저벅.

    “오빠!”

    “대표 형!”

    잔디밭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일제히 달려와 품에 안겼다.

    “잘들 있었어?”

    응!

    하나 된 목소리로 아이들이 대답했다.

    “앞으로도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귀여운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뒤로하며 건물로 들어갔다.

    [소망 보육원] 간판을 지나쳐 계단에 올라 3층으로 향했다.

    “엇, 한강아.”

    방 안에는 올해 스무 살이 된 소망 보육원 소속이었던 김지환이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남게 된 그는 더움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소망 보육원 카페를 관리했다.

    “일은 어때요. 재밌어요?”

    그리고 신의 아들이 되어 군 면제를 받게 됐다.

    어떤 면에선 남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재밌어. 이게 파고들수록 알아야 할 것들이 많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친절하게 잘 알려주시고.”

    보육원에 컴퓨터가 들어온 날,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지환이었다. 지환은 상담을 통해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밝혔다.

    이건 바로 받아들여져 일대일 개인 교습을 받았다.

    당연히 이 돈은 한강의 주머니에서 나갔다.

    “이래서 돈이 좋은 거죠.”

    “그렇네. 하하.”

    “그런데 이건 뭐예요?”

    “연습 삼아 홈페이지 만들어보고 있어.”

    “오옷, 이야. 형 능력자네.”

    “뭘, 다 네가 도와줘서 가능한 것들인데.”

    한강은 그간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위해 꾸준한 투자를 이어갔다.

    연기를 하고 싶다면 연기학원을 다니게 하였고, 노래를 배우고 싶다면 노래를 배우게 하였다.

    공부에 뜻이 있다면 학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환은 그중 하나의 결과물이었다.

    “앞으로도 부족하거나 필요한 거 있음 말해요. 필요한 만큼 준비해 줄게요.”

    “고마워.”

    “고마우면 세계 1등이 되세요.”

    “하하.”

    지환은 머쓱함에 웃었다.

    ‘가만 이 형 가능하려나?’

    불현듯 떠오른 생각.

    나가기 위해 문 쪽으로 향하려던 시선을 지환에게 다시 가져갔다.

    “형, 혹시 말이에요.”

    “응, 말해.”

    “회원들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만화 캐릭터 같은 거 꾸미거나, 특정 공간에 이런 형태로 꾸미고 가꿀 수 있게 만들 수 있나요?”

    한강은 종이를 들어 지환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 이거 나 혼자 못해. 최소 10명 아니지 15명은 있어야 할걸? 프로그래머야 내가 한다 치고, 이걸 다 하려면 서버 개발자, 컨텐츠, 기획자, 프론트센드, 디자이너, 백엔드 받쳐줄 사람이 필요해. 백엔드만 10명 미만은 필요할 거야. 운영을 하겠다 치면.”

    “와... 그래요?!”

    몰랐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보육원을 통해 플랫폼 사업을 해볼까 했는데.

    ‘그렇다면 역시 버디버디를 인수하는 방법 외엔...’

    2001년 아직 대기업이 이쪽 시장에 진입하기 전이다.

    “주식 일부와 부동산을 팔아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작게 중얼거린 한강은.

    “형 고마워요.”

    지환에게 인사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재미는 있겠다. 하여간 생각 하나는 참 비상하다니까.”

    지환은 종이를 고이 접어 파일철에 넣어 두었다.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혜: 오빠 어댬?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연: 배곺...

    천ㅎ┣미남™: ?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혜: 딘짜 답장 보소 성의 어디 감?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연: 아이 원트 취킌!

    천ㅎ┣미남™: 짐 PC방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혜: 울 언니 배곱프뎀

    천ㅎ┣미남™: ?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연: 옵, 치킨!

    천ㅎ┣미남™: 즐~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혜: ㅡㅡ

    도도한[email protected]ㅖ쁜スI연: ㅡㅡ;;

    초등학생인 지혜(9)와 지연(11).

    조막만 한 아이들은 어느새 성장해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었다.

    “용돈 가지고 싸우지 말라고 현금카드에 100만 원씩 넣어 줬는데, 그걸로 먹으라니까. 어휴.”

    둘에게 미션을 주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백만 원을 가지고 6년을 버티면 중학교 때부터 용돈 매년 3백만 원을 주기로.

    그 뒤로 눈에 불을 켜고, 공격적인 거머리로 변했다.

    딩동.

    딩동.

    버디버디에서 계속 메시지가 도착했다.

    깔끔히 무시하고 인터넷창을 열어 다음 검색창에 마우스를 가져갔다.

    ‘버디버디’를 치고 엔터.

    “위메이드가 100% 지분을 들고 있구나. 이건 몰랐던 정보네.”

    전생에는 PC방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PC방은 가난한 사람들만 가는 그런 장소로 인식했었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지.”

    PC방에서 볼일을 끝내고.

    “아주 유용하고 좋은 곳이야. 사업성도 있고.”

    나오면서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주머니에서 흑백 애니콜 핸드폰을 꺼냈다.

    “아저씨, 저예요.”

    핸드폰 액정에 ‘김광석’이 떴다.

    한강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응했다.

    “저 부탁이 있어서요. 버디버디 인수 도와주세요.”

    ***

    도곡동 육성그룹 사옥.

    “한강이가 버디버디를 인수하겠다 말했다고?”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랬지. 녀석은 늘 자기 사업을 하겠다 했지.”

    [넌 뭘 하고 싶으냐?]

    [사업요.]

    [어떤 사업?]

    [시대를 따르면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사업이요.]

    몇 년 전 일이다. 한강에게 장래를 물었더니, 그리 답을 하였다.

    시대를 따르면서 성장률이 높은 사업.

    ‘그것이 버디버디라고?’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깟 메신저 사업이 왜?

    “어떻게 할까요?”

    “부탁이니 돕는 게 맞겠지. 어차피 육성과 하나 될 아이고.”

    데릴사위로 들어오게 될 한강이다.

    돕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그 아이 자산이 얼마나 되나?”

    그러다 문득 스치고 간 생각.

    육성 자동차 디자인 로열티를 꼬박꼬박 받아가는 한강의 재산이 지금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그에 김광석은 수첩을 펼쳐 들었다.

    “최근 조사한 바로는 육성전자 5조4천억, 애플 222억, 마이크로소프트 162억, 부동산 보유 5백억. 부동산은 97년 말경 매매로 10배 이상 차익이 발생했습니다. 디자인 로얄티와 기타 수익까지 약 6조2850억 원가량 됩니다. 여기서 한강 자동차 지분은 제외했습니다.”

    2000년 접어들어 아연제조는 한강 자동차로 사명을 바꿨다.

    한강의 지분은 40%, 육성이 40%를 가졌다.

    “육성만 5조라 했나?!”

    대충 돈을 제법 벌었다 생각은 했는데,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수치였다.

    이건호는 놀라 물었다.

    “한때 7조까지 올랐었습니다. 육성전자 지분 10.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 좋아.”

    이건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간 문제 삼지 않았는데, 승계작업에 들어가는 이때 특정 인물에 너무 많은 지분이 몰려 있었다.

    “잠시 버디버디 인수 건은 뒤로 미루게. 내 그 아이와 협상을 해야겠어.”

    아무리 사위라 하지만 육성의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건, 매우 위험했다.

    당장 윤희만 하더라도 육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칫 승계작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또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아닐세. 가서 육성호텔로 그 아이를 부르게. 거서 협상을 할 거야. 자네도 함께 참석하게.”

    “알겠습니다.”

    김광석은 고개를 작게 숙이고 방을 나섰다.

    “허허... 그 아이가 비공식으로 국내 최고 부자라니...”

    크게 활동도 하지 않고 재벌 순위에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 모든 걸 쓸어 담고 지금껏 주식을 단 한 번도 매도하지 않았던 한강.

    이건호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실속은 그 아이가 다 챙겨가는구나.’

    생각했다.

    ***

    “...토탈 약 6조 2580억입니다. 한강 자동차는 자산에서 뺏습니다.”

    “......”

    ‘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현자타임의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다.

    전생 시절 이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가졌지만, 당시 나이 50대.

    지금은 아주 창창하고 미래가 보장된 10대.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밀려왔다.

    “한때 자산이 7조까지 올랐었습니다.”

    “그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몇 위죠?”

    “지금 이 회장님의 자산이 2조 5천억, 미래 회장님이 2조 1천억입니다.”

    “그 말은? 즉...”

    “역대 최연소 부자가 되셨습니다.”

    김광석의 얼굴엔 질린 표정이. 한강의 얼굴엔 얼떨떨함이.

    서로 상반된 감정이 얼굴 위로 드러났다.

    “...... 아버님은 아나요?”

    “어제 보고드렸습니다.”

    “엄청 놀라셨겠네요. 저도 여태껏 내동 신경 안 쓰다, 듣고 나서 놀랐는데.”

    “회장님께서 이 문제로 뵙자고 하셨습니다.”

    “역시.”

    육성전자 주주 지분율로 따져 봤을 때.

    국민연금 9.58%.

    생명과 물산 14%.

    소액주주 23%.

    육성 일가 지분 6%.

    유한강 10.1%.

    나머지는 외국인...

    이것만 봐도 한강이 얼마나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위화감을 느낄 만하였다.

    “아버님을 뵙도록 하죠.”

    주가가 2백만 원이 넘어서는 시점까지 버티고 싶었지만, 현시점에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육성에서 위기를 느끼지 못했다면 모를까, 승계작업을 위해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한강이 들고 있는 지분은 누군가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터다.

    충분히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버디버디 인수는 딜에 포함시키겠군.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이 없는 걸 보면.’

    치사하다 할 수 있지만, 사회가 원래 치사하고 냉혹했다.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넘겼다.

    “모시겠습니다.”

    “부탁드리죠.”

    한강은 이번 지분을 정리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로 하였다.

    “왔는가. 한국 제일의 부자.”

    “하... 하하.”

    이건호가 웃으며 반기지만, 그 안에 뼈가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한강은 가장 좋은 대답인 웃음을 이용해 얼렁뚱땅 넘겼다.

    “왜 불렀는지는 알겠지?”

    “네, 제 지분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요.”

    “미안하게 됐어. 내 모른 척 넘기기엔 여러 사정이 있어 말이야.”

    “이해합니다. 저라도 아버님처럼 그랬을 겁니다.”

    “이해해주니 고맙구나. 내 대신 섭섭하지 않게 쳐주마.”

    이건호도 조금은 미안했는지, 선심을 쓰기로 하였다.

    곧 가족이 될 사람에게 너무 매정하게 구는 것도 좋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곳에 투자하면 그만이니까. 더 벌 곳도 많고.’

    이동 중에 이미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이참에 미래가치가 월등한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이 지분을 어디까지 정리하는 게 적당한지인데...’

    한강은 이건호와 대화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지금 육성전자 주가가 30만 원에서 32만 원 사이를 오고 가고 있어요. 전년도엔 40만 원대였죠.”

    “그렇지.”

    “전 그간 육성전자의 가치를 2백만 원에서 3백만 원 사이를 보고 있었어요. 그때까지 쭉 들고 있을 생각이었죠.”

    “거기까지 가리라 보느냐?”

    “물론이죠. 반도체 가격은 상승하고 있고, 핸드폰 매출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점유율도 그만큼 오르고 있죠.”

    그 밖에 가전제품의 매출도 나쁘지 않았다.

    이대로 흐른다면 다시 50만 원대로 올라 급격히 치고 오를 것이다.

    ‘그렇다고 50만 원대에 정리하는 건 무리고. 그렇다면...’

    한강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머릿속으로 정한 숫자를 끄집어냈다.

    “주당 38만 원 쳐주세요. 1%를 제외한 9.1%를 정리할게요. 아, 저 정말 많이 양보한 겁니다. 버디버디 문제도 걸려 있고. 여기서 더 빼면 저 여기에 드러누울 거예요. 아.버.님.”

    “허...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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