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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50화 (50/237)
  • 50화. 13살, 거래하다

    “......?!”

    방 안으로 울리는 당당한 목소리에 이건호의 두 눈동자에는 수만 가지의 물음표가 새겨졌다.

    “오늘 결정한 거라 사업계획서는 작성하진 않았지만, 이번 사업은 분명히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직 어떤 사업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게 또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말 어이없군. 다짜고짜 10억에 50% 지분을 줄 테니 투자하고?”

    무턱대고 도움이 될 터이니 투자하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이나, 대상이 한강이란 점이 문제였다.

    “네!”

    “끙, ......멍청하기라도 했으면 이러지 않을 것을. 내게 어떤 사업인지 말하지 않고 돈 달라 이런 말이더냐?”

    너무도 여유로이 앉아 웃고 있다. 저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지, 무척 궁금했다.

    화법이 갈수록 날로 먹으려 들었다.

    “주로 어디에 투자하세요?”

    “이번엔 갑자기 투자 얘기냐? 투자와 관련된 사업이로구나.”

    “네.”

    “말 안 해줄 거냐?”

    “질문을 드린 건, 제가 왜 이 사업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는지 말씀드리기 위한 과정이에요. 불편하시더라도 부탁드려요.”

    “끙.”

    이건호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자신이 이 정도인데, 다른 그룹의 회장이었다면 답을 찾다 스트레스로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

    ‘투자라, 투자란 말이지...’

    손으로 딱딱 테이블을 치며 눈을 감았다. 한강의 의도를 알고자 하였지만, 그건 내려두었다.

    ‘단순히 주식을 하기 위한 투자는 아닐 것이고. 부동산... 역시 이것도 아냐. 뭘까...’

    시간이 있다면 즉시 조사해 알아보라 지시를 내리면 될 일이거늘, 정말 오랜만에 깊게 생각을 가져본다.

    ‘보통이라면 주식과 부동산이겠지. 그런데 저 아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단 말이야.’

    아무리 따져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당장 한강이 벌이고 있는 일은 미술, 음악, 모델, 주식, 부동산이 다였다.

    이 중에 투자라고 할 만한 건 미술, 주식, 부동산인데.

    그 외 다른 게 있던가.

    “무슨 의도로 묻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기업이겠지.”

    생각을 그만두었다.

    이건호는 한강이 하려는 말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그럴 거예요. 기업은 투자로 기술력을 올리고 그걸 바탕으로 삼아 경쟁력 높여 성장하죠. 그렇다면 그 기술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기업? 사람? 돈?”

    “옳거니. 이제야 알겠구나. 사람에게 투자를 하겠다 이 말이로구나.”

    “네, 맞아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될 거예요.”

    “어떤 사람이지? 너 같은 사람?”

    한강이 같은 사람이 또 있을 린 없다 생각했지만, 내심 기대를 하였다.

    “전 미래에 투자를 하고 싶어요.”

    “미이래?”

    갑자기 미래?

    “정확히는 아이들입니다.”

    “......”

    이쯤 되니 무언가 와닿는 게 있었다.

    이건호는 더 들어보고 다음 말에 맞는 답을 내기로 하였다.

    “전 최근 길바닥에서 구걸하는 여자아이를 집으로 데려왔어요. 사랑도 꿈도 버려야 했던 아이를요. 너무 화났어요. 그렇게 쉽게 버릴 거면 아예 남자 자체를 만나지 말고 아이를 낳지 말지 하고요.”

    “......”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이야기다. 중간에 놀라운 부분도 들었지만, 일단 잠자코 들어보기로 하였다.

    “그러다 다른 아이들은 어떨까? 생각에 미쳤어요. 그래서 직접 보육원을 찾았죠. 보게 된 현실은 참혹했어요. 사랑조차 받지 못하고 버려진 아이들에게 미래는 없었어요.”

    노력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냉혹한 사회.

    현 사회에서 고아는 이력에 마이너스 요소다.

    혼자이고 싶어 혼자가 된 것이 아닌데도, 사회는 좋지 않게 받아들였다.

    “현실적으로 모든 아이들을 거두진 못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성인이 되면 자립할 기회를 주고 싶고요.”

    “네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 혹 보육원이더냐?”

    “네. 맞아요. 하지만, 일반적인 보육원과는 달라요. 학교에선 교과목을 배우게 하고 안에서는 아이들의 장기를 살려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취업까지 알선해 주려 해요.”

    이것이 한강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한 방향성이다.

    “제2외국어에 관심이 있고, 조건만 충족되면 유학도 보내줄 생각이고. 대충 제 사업은 이래요.”

    “이득 없이 돈만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구나. 그걸 육성에 지분을 50%나 주겠다는 거고?”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이건호는 어이없는 시선을 한강에게 던졌다.

    “크흠. 넵.”

    한강은 이걸 또 뻔뻔하게 당당한 얼굴로 받아냈다.

    ‘육성의 도움은 무조건 이득이다.’

    모든 걸 감성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현실과 감성은 엄연히 다른 것.

    그렇기에 육성과 협업해 안정적으로 보육원을 운영해 볼 계획이었다.

    “허허, 거참. 왜 그게 육성에 도움이 된다는 거지?”

    “이미지 개선과 평판을 첫 번째로 꼽겠습니다.”

    “그리고?”

    “인적자원입니다.”

    “인적자원? 이상하구나. 내가 왜 명문대를 졸업한 이들을 뒤로하고 저들을 뽑아야 하는 거지? 그리고 육성으로 취업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손해 아니더냐?”

    한강의 대답에 또 반대된 의견을 던졌다.

    “지금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육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충성도가 높은 직원이 몇이나, 아니 몇 퍼센트나 될지 말입니다.”

    “음...”

    “사람은 말입니다. 궁지에 몰릴수록 한 가지에 집중하여 때론 믿을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요. 전 그 아이들에게 꿈을 주어 목표를 이루게 할 겁니다. 아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가 된다면... 육성에 취직을 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매우 유용한 아군이 될 겁니다.”

    “......”

    “혹시 누가 알까요? 그 아이들 중 진짜 뛰어난 아이가 나와 저나 회장님을 위한 빛이 되어 줄지는.”

    “너무 추상적이야.”

    하나, 이건호는 한강의 의견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전 어떻습니까?”

    이건호의 계속된 반대에 굴하지 않고 한강은 더욱 과감하게 나갔다.

    “너를?”

    “네. 아버님...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제 가치에 투자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버님이 아닌 회장님이라 불렀다.

    기업의 총수로서 냉정하게 자신의 가치를 따져달라 하였다.

    “너는 늘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구나.”

    “회장님께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이번 사업은 단기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보통의 보육원처럼 운영을 한다면 제 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나, 전 그런 단순한 보육원은 제 머릿속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돈은 많이 들어갈 겁니다. 꼭 학교와 기업에만 프리미엄이 붙으란 법은 없지요.”

    한강은 보육원을 거대 집합단체로 키울 계획을 가졌다.

    지금은 아주 작지만, 점차 늘려 최소한 버려진 아이들에게 행복이란 단어를 심어주고 싶었다.

    “보육원을 제대로 키워볼 참이더냐?”

    “네.”

    “참으로 별나. 그것도 아주. 세상에서 기업 총수의 돈을 강탈해 수익도 나오지 않은 곳에 쏟아붓겠단 놈은 네놈밖에 없을 게야.”

    “그 뜻은...?”

    “초기자금 10억을 주지. 이걸로 결과를 보여봐. 그에 따라서 더 투자를 하지... 보다시피 들어갈 돈이 많아서 말이야.”

    “감사합니다. 아버님.”

    “......이야기 끝났으면 나가 봐. 네놈 덕분에 골이 당겨오니까.”

    이건호는 검지로 미간을 지그시 누르며, 등을 소파 뒤로 젖혔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한강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

    그 시각.

    “설거지 제가 할게요.”

    미화가 일하는 주방으로 지숙이 들어와 말했다.

    “아냐. 됐어. 저기서 편히 쉬렴.”

    미화는 작게 당황했다.

    설마 일곱 살이 직접 찾아와 설거지를 하겠다 말할 줄 몰랐다.

    미화는 지숙을 조심을 달래며 편히 쉴 걸 종용했다.

    “아니에요. 집에서도 제가 했어요. 저 설거지 정말 잘해요.”

    그러나 지숙은 쉽게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동자에 불안감이 서렸다.

    “너... 설마...”

    “제가 청소랑 빨래랑 설거지 다 할게요. 그러니까 저 내보내지 마세요.”

    “...어떻게.”

    그랬다.

    지숙은 또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뭐라도 하기 위해 주방을 찾은 것이다.

    유기되기 전 집에서도 해오던 일이기에 잘할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너 집에서 설거지에 빨래까지 네가 다 한 거야?”

    끄덕.

    “정말 잘할 수 있어요.”

    “......”

    미화는 그만 말이 막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지숙아...”

    미화는 무릎을 꿇고 지숙과 눈높이를 맞춰 조용히 안아주며 말했다.

    “안 내보낼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아들과 딸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상상도 못 해본 말이었다.

    ‘이 아이는 대체 어떤 환경에서 생활을 하고 있던 걸까?’ 머릿속으로 아이의 생활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

    그 뒤로는 덕화가 모든 걸 바라보고 있었다.

    덕화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아저씨랑 아줌마 너무 좋아요.]

    [우리 엄마도 이랬다면...]

    [엄마 잘못했어요. 제발 버리지 마세요.]

    지숙이 했던 말, 혼잣말, 잠꼬대 모두를 들은 덕화였다.

    ‘개X끼보다 못한 X발 놈의 새끼들’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래, 지숙아. 걱정하지 말고 지혜랑 같이 백화점 가서 옷도 사고 그러자.”

    덕화는 처음으로 지숙을 친절하게 대했다.

    지켜보던 자세를 고쳐,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지숙아. 내가 하나 물어봐도 될까?”

    “...네.”

    눈물로 젖은 눈을 비비며 덕화를 바라봤다.

    “혹시, 입양과 수양이란 단어를 아니?”

    도리도리.

    “음, 그래. 모를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다른 부모의 아이를 데려와 내 자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의미란다. 이해했니?”

    “...네.”

    “난...큼. 널 우리의 가족으로 받아들일까 한단다. 난 너의 아빠가 되는 거고 여기는 너의 엄마가 되는 거야.”

    덕화는 지숙이 최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쉬운 단어들을 선택해 설명했다.

    “...아빠... 엄마.”

    지숙의 눈동자가 떨렸다.

    생각도 못 한 단어가 튀어나온 탓이다.

    “어떠니? 우리의 딸이 되어 주는 게. 아니지. 우리의 딸이 되어 주겠니?”

    “......아... 빠. 엄... 마. 감사해요. 감사해요.”

    으아앙.

    끝내 지숙은 울음을 터트렸다. 불안하게 살아온 7년의 생활.

    그 모든 한을 풀기라도 하듯 덕화의 품에 안겨 울었다.

    “언니 울어? 흐응... 흑흑.”

    무슨 일인가 싶어 옆으로 다가온 지혜는 지숙의 울음에 미화에게 안겨 같이 울었다.

    으아앙.

    두 부부는 두 아이를 서로 안고 잠시간 그렇게 온기를 나누며 가족의 정을 나누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시끄럽던 한 해는 저물어 1998년이 되었다.

    변호사를 사서 지숙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애 부모를 만나야 된다, 이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일단 아이 부모를 찾아 친자를 포기하겠다 협의를 보거나 재판을 통해 양육권자를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자칫 두 분께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아이를 버린 부모가 다시 찾아올 확률은 극히 낮으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다면 악한 마음을 가지고 버린 자식을 돈벌이로 이용할 수 있었다.

    신고라도 한다면 아이를 납치한 납치범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거 황당하군요. 세상에 무슨 법이 그렇답니까?”

    “...죄송한 말씀이나, 친부모를 찾지 못한다면 보호시설로 보내 기다렸다 입양절차를 밟는 방법 외에 없습니다.”

    “그 부모들을 찾으면 된다 이 말이죠?”

    “그렇습니다.”

    “알겠어요. 그러도록 하죠.”

    덕화는 변호사의 말에 수긍하고 아이의 부모를 찾아 나서기로 하였다.

    “계약금 1천입니다. 이 아이의 부모를 찾아주세요.”

    지숙의 신원을 확인하고, 심부름센터에 의뢰를 넣었다.

    덕화는 통 크게 계약금 1천만 원을 걸어 지숙의 부모를 찾기로 하였다.

    하루, 이틀, ... 시간은 흘러 1998년 1월 중순이 넘어가는 날.

    “아이의 엄마를 찾았습니다.”

    아이의 부모를 찾았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그런데 조금 이게 난감한데...”

    “왜 그러시죠?”

    “지금 남편과 사별하고 새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한 상태입니다.”

    “......”

    덕화는 들려온 소식에 어이가 없었다.

    제 자식을 유기하고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상태로 잘살고 있다는 소식은 이성의 끈을 양쪽에서 강하게 잡아당겼다.

    “갑시다.”

    오늘 이야기는 비밀로 하기로 하였다.

    참기 힘들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을 따르기로 하였다.

    지숙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기 싫었다.

    저벅저벅.

    심부름 직원을 따라온 덕화는 동네를 한 바퀴 둘러봤다.

    “지숙을 보낼 수 없는 이유가 추가로 생긴 건가...”

    주변은 유흥업소로 들어찬 시끌시끌한 동네였다.

    한 걸음 천천히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걸음은 조금씩 페인트로 지저분하게 낙서 된 건물로 다가섰다.

    ‘오십만 원만 빌려줘. 다음 달에 줄게. 응?’ 안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잠시 몸이 멈추다 손을 올려 문을 두들겼다.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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