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3화 (213/270)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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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에메랄드 활력 팔찌가 판매를 개시했다. 당연히 한정된 개수가 존재했고,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했다.

5×5mm의 에메랄드 합성 보석은 0레벨, 3만 원. 7×7mm의 에메랄드 합성 보석은 1레벨, 3만 9천 원. 10×10mm의 에메랄드 합성 보석은 2레벨, 9만 원. 모두 공통되게 다섯 개씩 생산했다.

다만 0레벨은 온라인 쇼핑몰에 없었다. 56국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곳에서 납품될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1레벨과 2레벨 상품만 팔았다.

처음에는 50% 세일에 들어갔다. 입소문을 위해서였고, 사람들의 리뷰를 듣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택배 기사들에게는 10%의 추가 세일이 제공되었다. 한정 상품이라 능히 관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에메랄드 활력 팔찌 산업의 주 구매 고객을 위한 장미 꽃다발이었다.

택배 기사면 단돈 1만 5천 원 정도에 1레벨 던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할인 혜택이었다. 싼 맛에 구매할 마음이 충분히 생길 수 있었다.

심지어 필요하지 않아도 구매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 덕에 제법 경쟁이 붙었다. 한 명도 놓칠 수 없었기에 바로 선착순 예약제에 돌입했다. 구매해 놓으면 차례로 번호표를 주고 예상 배송일을 보내주는 식이었다.

리뷰는 금방 달렸다. 산박은 제법 자주 모니터링을 했다. 에메랄드 활력 팔찌가 어떤 반응을 일으켜 내는지 궁금해서였다. 특히 전과 달리 이제는 진짜 제대로 추진해볼 만했다. 치료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익이 예정되어 있었다.

‘2레벨만 다섯 개씩 팔려도 하루에 45만 원의 매출.’

윽 소리가 난다. 현실에서 남아도는 힘을 에메랄드 활력 팔찌에 쏟아부어서 생기는 이익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리뷰를 확인한 산박이 웃었다.

[원룸 많이 있는 곳에서 택배 합니다. 일주일이나 기다려서 샀습니다. 심플하고요, 에메랄드가 검은색에 가까운 녹색이라 티가 확 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습니다. 이제 생수통 들고 계단 달려가는 것도 가능 ^^]

[개새끼들아, 택배 기사만 사람이냐? 니미럴 X펄! 소주 생각나게 하네. 장사 개같이 쭉~ 하다가 확 망해라!]

[졸음운전 때문에 식겁한 기억이 있는 저한테는 진짜 필수템. 일부러 차에 탈 때만 낍니다. 그러면 더 절약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오래갑니다. 체력 수치 올려주는 게 아니라 활력을 올려주는 거라 체력 향상 던전 장비보다 오히려 가성비가 죽여줍니다.]

[근육통은 그대로지만 힘이 나서 퇴근하고 나서 게임 할 때마다 낍니다. 물론 마누라는 일할 때 쓰는 거로 알고 있는데, 미안해, 여보.]

[강추, 안 사면 30대 남자 아님. 그냥 직장 다니는데도 2만 원 돈에 이 정도 활력…….]

[경리 일 하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부장님 생신 선물로 드렸는데, 더는 커피 심부름 안 하게 되었어요. 진짜 미친 거 같아요. ㅋㅋ 싸다는 게 정말 좋은 듯.]

[싸다고 샀는데 지금 전 가족 전부 차고 다니는 중. 다른 던전 기업은 이렇게 싸게 못 파는데 여기 기업 찾아봐도 뭔가 이슈 된 게 없음.]

[싸고 좋습니다.]

[양로원 필수템. 장기 두러 공원 자주 가시는 아빠 때문에 샀는데, 팔찌 디자인이 별로……. 개선 좀 했으면 하네요.]

반응들을 확인하며 산박이 빙그레 웃었다. 활력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했다. 열의를 태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1레벨 쓰다 보면 무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또 2레벨도 사겠지.’

1레벨 가격이 3.9만 원인 것부터 냄새가 풀풀 풍기는 상술이었다. 하지만 대중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는 똑똑하다. 좋으면 무조건 산다. 산박이 하는 건 그냥 그곳으로 안내하고 이정표를 세워둔 것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산박은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보급형 스마트폰이었지만 벌써 30개월이나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양품의 물건이 손에 들어왔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중히 집어넣었다.

‘인원은 다 정해졌다.’

소환수를 통해서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하며 삽시간에 성장할 계획. 투 톱 던전 공략 체제의 첫 번째 타자는 서충호였다. 전방 직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옥시모론 기업이었고, 당연히 그가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은은 굳이 맞서지 않았다. 싸워서 손뼉 소리가 나면 패배하는 건 이시은이었다. 굳이 서각 파벌에 들어가지 않아도 전방 직업치고 서충호 팀장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은근히 그림자 기사 서충호의 편을 들 건 안 봐도 뻔했다.

그 덕에 일이 편했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팀원 배분……. 휴우…….’

여기서 사달이 났다. 문제가 생겼는데, 다름이 아니라 아예 전방 직업과 후방 직업이 갈려서였다.

이시은의 팀에는 이번에 새로 영입한 마법사 견동수와 사제 임지유 그리고 법성 사제 김연정이 들어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김각두도 그녀가 가져갔다. 의외로 충호는 이를 허락했다.

‘첩자지.’

서충호는 이시은 팀장이 어떻게 던전에서 활약하는지 김각두의 눈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게 틀림없었다.

‘곰같이 생겨서는 할 건 다 하네.’

소독한답시고 분무기로 소금물을 입에 뿌리는 현대인 평균을 생각한다면 충호는 대단히 똑똑한 엘리트였다.

문제는 이시은도 팀원 분배에 대해서 싸워야 했는데 싸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서충호는 방패 전사 길탕만에 암살자 장굉려 그리고 전사 전재환 마지막으로 공성 궁수 성보성, 이렇게 다섯 명을 확정시켰다.’

두 명은 신입이지만 전부 주문 사용자가 아니었다.

‘반면 이시은은 성기사 김각두, 법성 사제 김연정, 검사 주하승, 마법사 견동수, 사제 임지유를 가져갔다.’

주문 사용자를 대거 고용했다. 앞으로 전방 직업의 파벌이 될 충호는 신입 두 명을 주문 사용자가 아닌 이들로 채웠고, 이시은 또한 후방 직업의 파벌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후방 직업을 모았다.

‘여기에 하청 네 명, 세 명을 쓴다면…….’

확연하게 다른 하청 팀을 영입할 터였다. 산박을 믿고 까부는 짓이었다. 산박이 두 팀 모두에 속해 공략을 연속해서 갈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끔찍한 정신적 피로감과 소모를 겪겠지만 산박은 소환수로만 싸울 생각이었다. 그러면서도 카르마는 카르마대로 먹고, 보상은 보상대로 먹을 계획이었다.

‘이 팀장은 그래도 용용 형제한테 오퍼를 주면 되니까 나쁘지 않다고 여기겠지.’

용걸섭, 용갑균. 쌍둥이 형제였고 모두 전사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후방 직업을 많이 가져간 이 팀장에게는 필수나 다름없다.

‘서 팀장에게도 용용 형제는 좋은 선택이다.’

그냥 잘 싸운다. 어차피 물량을 콘셉트로 잡고 달려드는 2레벨 던전이었다. 범위 주문은 산박처럼 자주 사용할 수 없었고,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영혼’과 관련된 오래된 중고를 산 것이 산박이었다. 그만큼 범위 주문이 깃든 2레벨 아티팩트 장비는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럴 바에는 그냥 A급 전사를 기용하는 게 낫다.

‘용용 형제는 서 팀장의 오퍼를 받아들일 텐데.’

자신의 옆에 서는 전방 직업이 많아지면 자신 또한 안전해지는 법이었다. 이 팀장의 판단 미스였다.

‘오퍼 팀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겠어.’

그 동향을 살피지는 않았다. 그저 보고서가 들어올 때마다 찬찬히 훑어봤다. 그것으로 충분했는데, 산박 또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서였다. 자기 계발은 끝없이 계속해야만 했다.

‘실전과는 달라.’

던전에서는 하나의 단초로도 진리를 얻어냈다. 그만큼 산박은 성장이 빨랐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단초를 얻기란 힘들었다. 우직하게 기술이나 주문을 하나 잡고 끈덕지게 삽으로 파야 했다. 그렇게 해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산박이 던전을 남들보다 두 배나 더 많이 돌 생각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부산을 주름잡는 가문.’

동래 송가(家)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산박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하고 있었다. 산박은 가문이 없고 기반이 적었다. 내세울 건 자신, 그거 하나뿐이었다.

송서아가 결혼이나 사귀자는 말을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는 것도 산박의 배경 탓이었다. 가문의 반대가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문을 버리기에는 송서아의 꿈과 야망은 너무 컸다. 데이트를 해도 사업 이야기가 종종 나올 정도니 말 다 했다.

‘모든 면에서 달려야 한다.’

실로 피곤한 일이다. 번아웃이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산박은 남들보다 강한 신념을 지니고 강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장님, 안 바쁘세요? 벌써 와계시네요.”

“예. 사업 이야기 하는데 늦으면 됩니까? 제가 을인데요.”

그 말에 시은이 깔깔 웃었다. 여자는 애정이 가는 남자의 작은 말에도 천사와도 같은 웃음이 자연스럽게 지어진다는 걸 이시은은 최근 깨달았다. 그건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다. 자신의 피비린내 나는 조용한 호수와도 같은 마음에 던져진 하나의 기분 좋은 파문이었다.

전에는 ‘배운 대로’ 웃었다면 이제 산박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거기서 오는 행복감 덕분에 시은은 최근 살인 충동의 ㅅ 자도 겪지 못했다.

그 덕에 그녀의 안색은 전과 다르게 굉장히 생기발랄했다.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피곤한 기색이 내비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엄청난 무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이제는 싹 사라졌다. 인간은 감성적인 존재였다. 행복은 때로는 육체의 피곤함도 정신의 마모도 없애줬다.

“짤랑짤랑~ 이거 보여요?”

“사셨네요. 에메랄드 활력 팔찌.”

“사장님이 만든 건데 제가 안 살 수 없죠~ 체력 수치는 안 올려주고 활력만 돋워 준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높죠.”

“예. 잘 아시네요. 그것보다 블랙 바는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소식이 없어요?”

“그게, 엎어졌어요. 이게 좀 황당해요. 사장님도 들어보면 인정하실 듯해요.”

“예? 갑자기요? 아니… 블랙 바에 넣을 주문 확정 짓는 날인데…….”

산박이 황당해했다. 그 주문 리스트 때문에 조사한 시간만 해도 아까웠다.

“죄송해요. 근데 포스코 타워 때문에…….”

‘포스코 타워?’

인천의 랜드마크 포스코 타워. 그곳은 대한민국의 모든 네크로맨서가 등록된 초월의 힘 최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런 곳이 블랙 바 2레벨 기술을 넘본다고?’

선을 넘었다.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이시은이 옥시모론 기업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걸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근데 어쩌다가 들켰어요?”

“아. 그게요. 지금 블랙 바 기술을 쓰면 어정쩡하게 자투리가 남거든요? 그걸 네크로맨시에 적용을 시켜 봤는데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논문을 썼죠.”

“그게 대박이 났다?”

“네. 그렇게 되어 버렸네요. 상당한 돈을 준다고 해서요.”

이시은은 산박과의 관계도 중요했지만 동시에 산박에게 돈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관계 증진>산박에게 돈 주지 않기’였기에 블랙 바 사업을 같이하자고 했지만 포스코 타워가 이렇게 나오면 시은은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투 톱 체제를 통해서 태 사장님은 나보다 더 빨리 강해질 거야. 여기에 돈까지 쥐여주는 건 아니지.’

강해진다고 해도 암살이라는 것은 강함의 유무와는 크게 상관없었다. 기습은 그만큼 큰 이득을 부여한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뱀의 독에 죽는 버펄로처럼, 현실은 냉혹했다.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했다. 그래서 송서아가 치렁치렁 던전 방어 아이템을 차고 다니는 것이기도 했다.

“자세히 말해 보세요. 블랙 바가 어떻게 언데드에게 사용됩니까?”

산박 또한 흥미가 있어 보였다. 그 또한 드루이드. 후방 직업이며 주문 사용자였다.

“그릇이죠.”

“그릇?”

“초월의 힘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블랙 바예요. 근데 생각보다 형태가 자유롭단 말이죠. 블랙 바라고 말하고 있지만 처음 주문을 사용했을 때는 형태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가장 적당한 형태가 골드바 같은 형태였을 뿐이다. 특히 부피에 비해서 무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게 블랙 바였다.

“3레벨 미만의 저레벨 던전에 동원되는 언데드의 수준은 하위 언데드에 불과해요. 있다고 해도 소모품에 불과하죠. 그건 아시죠?”

“네. 그래서 포스코 타워라는 대단한 곳에 들어갔지만 유골 하나 못 받으시잖아요?”

“그걸 블랙 바로 해결이 가능해졌습니다. 혁명이죠.”

“예? 저레벨 던전에 중위 언데드를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겁니까?”

시은이 고개를 저었다.

“너무 나갔어요. 하위 언데드를 블랙 바의 ‘그릇 여분’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죠. 그렇게 되면 저레벨 던전의 하위 언데드임에도 능히 1인분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은근히 언데드에 대한 호환성이 뛰어났어요.”

“마녀가 만든 거니까요.”

“직업이! 마녀죠.”

“흠…….”

언데드에 대한 호환성이 높다는 게 아무래도 포스코 타워의 욕심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블랙 스컬(Black Skull)이라는 하위 언데드예요. 검은 뇌에 어떤 강화 사령술을 넣느냐에 따라서 강함이 달라지죠.”

“좋네요.”

산박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렇다면 블랙 바 사업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산박의 손으로 들어오려고 했던 블랙 바 사업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 팀장이 주도하고 산박은 뒷짐 지고 있는 던전 공략 일정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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