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3화 (203/270)
  • 203화

    <새로운 사업>

    [2레벨 주문, 자연의 축적 부여를 획득했습니다.]

    산박이 눈을 빛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부여.’

    척 봐도 ‘인챈트’다. 설명을 볼 것도 없었다. 인챈트는 썩어도 준치고, 상품성이 존재했다. 효력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싸게 팔면 된다.

    특히 온라인 마켓 덕분에 소상공인이 살기 좋은 게 대한민국이었다. 쿠팡에서는 볼펜값만 봐도 연일 수백 개가 넘는 제품 사이에 마진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계산기 두들기고 볼펜 사는 사람이 잘 없기에 가능한 마진 상술! 개수도 다르고 이것저것 다 다른 게 인터넷 쇼핑의 음흉함이었다. 그만큼 마진 싸움이 독하지만 그렇기에 살 만했다.

    ‘운이 좋군.’

    드루이드인데 인챈트가 나왔다? 운이 좋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복불복 카드 뽑기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산박은 이를 자세히 확인했다.

    [근처에 있는 자연의 힘을 끌어모아서 힘으로 삼습니다. 자연물이 많을수록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목재에만 부여할 수 있습니다.]

    딱 듣자마자 발전기가 생각났다. 거기에 초월의 힘을 생산하는 발전기였다.

    ‘자연물은 복층 구조로 키우면 된다.’

    기업 농업처럼 건물 내부에서 키우는 방식을 쓰면 금방이다. 그만큼 초월의 힘은 값비싼 자원이었다. 적어도 전기보다는 몇 배는 비싼 상품이었다.

    ‘꿀꺽.’

    동시에 산박은 이게 지금 자신의 손에 들어오면 안 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표정이 절로 안 좋아졌다. 레벨이 낮은데 고레벨 아이템이 나온 격이었다. 당장 사용할 수 없기에 들키는 순간 큰일이 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는 가르면 안 되지만, 그 거위가 빌딩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면? 죽이고 집문서 챙기기 바쁠 터였다.

    ‘적어도 레이드 기업이 되어야 한다.’

    3레벨 던전을 공략하는 던전 기업. 10인 이상의 인원으로 3레벨 던전을 공략하게 된다면 더는 소기업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는 중견 기업 취급이다.

    ‘절대 다른 이들이 알면 안 된다.’

    부산 은행이나 다른 곳이 이걸 알아차린다면 산박의 두 팔을 자르고 두 다리를 묶고 어떻게든 같이하려고 애를 쓸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연기 장가(家)는 부산을 이길 수 없지만 엉뚱한 날파리와 굶주린 하이에나를 불러올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피를 보는 건 산박이었다. 다 들키는 순간 몸살이 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산박을 찾을 것이었다.

    ‘특히 정치인.’

    정치도 쉽게 보이지만 결코 아니다. 그리고 그런 놈들은 정말 조심해야 했다. 겉으로는 웃고 시간 지나면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은 비단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았다.

    ‘그렇다고 장 노인에게 주기에는 너무 큰 사업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내가 먹어야 한다.’

    그 정도로 ‘힘 발전소’는 굉장한 포텐셜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식물 성장을 위한 인력만 확보하면 끝이었다.

    ‘그마저도 스마트 농법이면 기계가 다 알아서 하지.’

    컴퓨터로 식물이 잘 자라게 만들 수 있었다. 산박은 큰 사업 아이템을 획득했고, 이 사업은 남 주기에 너무 아까웠다.

    ‘내가 가지고 싶다.’

    재료가 나무라는 것도 일품이다. 대단한 공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수확하지 않는 스마트 농법을 하면서 나무를 가져다 놓고 거기에 힘을 부여하면 잉여 초월의 힘을 획득할 수 있었다.

    ‘나무? 비싸지 않다.’

    한국에서 나무는 비싸지만 산박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바로 국내산 나무를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역시 일본이지.’

    나무가 무지막지하게 남아도는 게 일본이었다. 오죽하면 휴지의 98%를 자기 나라에서 만들겠는가? 그만큼 나무 강국이 일본이었다.

    ‘대한민국의 목재 자급률은 낮다.’

    편백나무 사업을 하는 놈을 죽여야 했을 때 조사한 적이 있어서 산박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목재 자급률은 15% 내외로 왔다 갔다 한다. 즉, 그 외는 모두 수입품이라는 소리다.

    거기에 일본산 편백나무는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목재 강국이 바로 일본이었다. 근 50년 동안 삼나무 꽃가루에 코가 털리던 시절을 딛고 목재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래서 최근 일본은 ‘도벌’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었다. 곳곳에 수출이 되다 보니 주인도 아니면서 벌목을 해서 가져가 버린다.

    ‘싸고 좋지.’

    하지만 몰래 구입할 수는 없었다. 싸게 사려면 기본적으로 대량 구매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 고로, 단가가 비싼 한국 나무를 써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산박은 일단 그 생각을 뒤로 물렸다. 더 고민해야 하는 사업이었다. 그리고 그 구상은 그 누구도 알면 안 됐다. 지금 당장 하면 배가 터질 게 분명했다.

    정부가 돈 되는 사업 가지고 있는 걸 아니꼬워하는 게 이 바닥이고 전기조차도 민간 기업으로 돌릴 정도인데 힘을 자연 충전시키는 발전소가 나타난다면? 돈 되는 사업은 죄다 민영화시키고 싶어 하는 게 탐욕스러운 인간의 본모습이었다. 산박의 뇌가 통에 담길지도 몰랐다.

    그는 다시 주사위를 던졌다. 이번에도 주문이었다.

    [회복요정꽃 2레벨 주문을 획득했습니다.]

    ‘드디어 회복 주문이 떴구나.’

    드루이드는 그야말로 전 분야에 걸친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야 회복 주문이 산박의 손에 들어왔다. 그동안 회복에 관해서는 대장삵에게 일임하고 있던 차였다.

    회복요정꽃은 피어나며 주변에 꽃가루를 발산하는데 그것이야말로 회복의 힘이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존재에게만 작용하며 알아서 상처를 찾아가서 들러붙는다.

    ‘나쁘지 않은 회복 주문.’

    난전 그리고 진형이 붕괴하였을 때 좋았다. 물론 사업적으로 뭔가 있지는 않았다. 꽃가루를 뱉어내고 시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회복을 위한 주문이었다. 즉발성이 강하다. 그렇기에 유지력은 낮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주문은 힘을 많이 소모한다.

    ‘이걸로 대장삵은 더욱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2레벨 주문 워터 샷은 상당히 강력한 저지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산박은 대장삵을 오직 공격을 위한 후방 포지션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 이를 전력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힘을 아끼지 않고 워터 샷, 적을 사살하는 데 사용되는 대장삵은 전보다 더 강력한 면모를 보일 것이었다.

    ‘다만 2레벨 던전에서는 더는 전력이 강화되어도 의미가 없는데.’

    2레벨 던전은 이미 볼 것도 없이 클리어 확정 티켓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산박은 속으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분명 산박은 회복 주문, 그것도 즉발성 있는 범위 회복 주문을 얻었기에 좋아해야 했지만 크게 좋아할 수는 없었다. 상대적으로 불필요할 때 찾아왔다. 아쉬운 일이었다.

    ‘마지막은 기술.’

    [에메랄드 자연술 1단계를 획득하였습니다.]

    ‘운이 좋군.’

    딱 봐도 있어 보였다. 산박은 설명도 듣지 않고 바로 그냥 자신의 운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에메랄드에 자연술을 담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1단계에서는 자연의 활력을 담을 수 있습니다. 가장 추천되는 것은 반지와 팔찌입니다.]

    [에메랄드 하나에 체력 수치 1 분량의 활력을 부여할 수 있고, 최대 세 개의 에메랄드 자연 아티팩트를 착용할 수 있습니다.]

    [던전 아티팩트 제한에서 벗어납니다. 다만, 수준에 따라서 하향 조정 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던전용이군.’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상품성이 있었다. 바로 ‘던전 아티팩트 제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었다. 어느 던전을 가든 착용하고 갈 수 있었고, 레벨에 따라 제한되지만 효력이 반드시 있기는 있었다.

    ‘즉, 0레벨 던전에서도 능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쁘지 않았다. 정말로 나쁘지 않았다. 상품성은 충분히 존재했다. 0레벨 던전 상품이 잘 없다는 것도 유효했다.

    ‘활력은 0레벨 던전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체력을 올려 주지는 않지만 스태미나를 늘려주는 셈이었다. 일단 수틀리면 빤스런 치는 게 0레벨 던전의 제1 철칙이다. 레인저식 싸움이 주류였기에 거리 유지를 위해서 도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수틀리면 튀고 다시 와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게 0레벨 던전 사용자의 클리어 방식이었다.

    ‘적당히 하기 좋다.’

    매우 적당한 사업거리였다. 특히 치료수의 가격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기도 했다. 일단 최소한의 수요가 있었기에 점점 공급자가 많아졌고, 그 결과 단가의 하락과 마진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갈아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무리 회복 아이템이 필수라고 해도 공급이 많아지면 마진율 거지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거기서 에메랄드 활력으로 휙 갈아탄다? 제법 돈이 될 수 있었다.

    ‘합성 에메랄드가 얼마였더라?’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지만 그렇게 비쌀 것 같지는 않았다. 특히 합성 에메랄드는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어서 되레 인기였다. 자연, 천연 다이아몬드의 시대는 가고 인공 보석과 합성 보석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다.

    모든 걸 선택하고, 산박은 새하얀 카르마의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정산은 빨리 끝냈다. 임프 날개를 시은이 매입하겠다고 해서였다. 그래서 장당 5천 원인 걸 할인해서 4천 원에 팔았다. 인연이 있는데 정가 그대로 파는 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탕만도 당연히 수긍했다.

    “뒤풀이는 역시 곱창이죠.”

    실패할 수가 없는 게 곱창이었다. 웬만하면 그 집이 그 집이다. 이시은이 있는 술자리다. 실패할 수가 없었다. 탕만이 가고, 산박도 갔다.

    그리고 산박은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시은이었다.

    [같이 사업하실래요? 사업할 만한 거 떴어요.]

    [다음에 날 잡겠습니다.]

    산박은 당연히 콜을 외쳤다. 그는 아직도 많은 돈이 필요했다.

    돌아가는 길에 산박은 송서아의 문자도 받았다. 통화보다는 문자를 좋아하는 건 직책과는 다르게 영락없이 젊은 신세대였다.

    [던전 클리어하셨다고 들었어요. 축하해요. 조심히 들어가시고, 푹 쉬세요. 그리고 할 말이 있으니까 연락 한번 주세요.]

    산박은 바로 송서아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전화 달라고 하면 바로 직행하는 남자가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왜냐하면 분명 송서아의 문자 앞에 ‘푹 쉬세요.’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언어적인 능력이 낮은 남자들은 두 번, 세 번 문장을 나눠서 봐야 했다. 그래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연락 달라는, 자기가 딱 좋아하는 말만 듣고 연락하면 상대가 오히려 불편해질 뿐이었다. 던전 갔다 오고 바로 연락하는 집착남이 되어 버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렇기에 연애가 힘들다. 물론 잘생기면 장땡이었다. 그러나 산박은 미남은 아니었고, 훈남 정도만 될 뿐이었다. 송서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급이 낮아서 조심해야 했다.

    ‘부산 은행을 꿀꺽할 수도 있으니까.’

    다분히 세속적인 생각이었다.

    하루를 쉬고, 전투 피로를 짊어진 채 산박은 송서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통화가 되냐는 문자였다. 곧 답장이 왔고, 산박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던전에 갔다 오느라요.”

    ―네. 어느 던전에 가셨어요?

    송서아는 부드럽게 산박이 하는 일에 대해서 물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남자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수다쟁이가 되는 법이었다.

    “임프 던전이라고, 던전 키로만 갈 수 있는 곳을 갔습니다.”

    ―오, 정말요? 보통 비싼 게 아닐 텐데요. 2레벨은 특히나 그렇잖아요.

    수익성이 가장 안 나오는 구간이 2레벨 던전이었다. 오죽하면 하청 사업이 성행할까?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인원수를 풀로 당겨야 하는 물량 던전. 그곳에서 수익이 증가해 봤자 나누면 남는 게 없었다. 산박처럼 무지막지한 존재가 팀장으로 있지 않으면 형편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를 달라고 하셨나요?”

    ―아, 맞다.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이렇게…….

    산박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송서아가 이제 본론을 꺼냈다.

    ―아무래도 산박 씨를 주시하고 있는 나쁜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저를 미행하더라고요.

    “괜찮으세요? 다치시거나 위협을 받지는 않으셨죠?”

    산박의 말에 송서아가 코를 문질렀다. 왠지 코가 간질거려서였다.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서 기분이 좋아졌다. 자기 걱정해 주는 남자는 항상 마음을 흔들기 마련이었다.

    ―네. 전 괜찮아요. 증조부님 걱정 때문에 본가에서 벗어나지를 못해서 정말 답답하긴 하지만요.

    “정말 지겨우시겠네요. 배드민턴이라도 하시는 게 어떠세요?”

    ―하고 있지만, 집에서 하는 거라서 답답함이 여전하네요. 원래 다니던 곳은 사우나도 겸하고 있는 곳이었거든요.

    “정말요?”

    ―헬스장에도 요즘 사우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트렌드 못 따라가면 망해요.

    “한국은 특히나 빠르니까요. 언제 한번 같이 배드민턴 해요.”

    ―저야 좋죠. 그리고 조심하세요, 미행. 전에 알려주신 이메일로 해당 정보를 보내 드리겠지만, 저희도 놓쳐서 디테일하지는 못해요. 제법 돈을 먹었는지 바로 잠수 탔고 남은 게 없거든요.

    “예. 고마워요. 스케줄 되실 때 말씀해 주세요.”

    ―네. 산박 씨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은 산박은 문자로 몇 마디 하다가 이내 장 노인에게로 향했다. 그를 달래줄 시간이었다.

    ‘치료수는 지금까지 던전 대전 상인 공회 쪽으로 대줬지. 그걸 끊고, 장 노인에게 집중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