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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178/270)

178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지. 그 레시피 절반을 알고 있는 박조조를 버린다? 상상하기 힘들다.’

동시에 크루키히 카르텔 또한 산박과 끝장을 갈 수 없다고, 태 사장은 생각하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러니까 덮친다.’

예의를 갖추고 온 척하면서 바로 뒤통수 때려 버리기. 그게 지금 추자해구가 하려는 짓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은 노향왕과 연결하고 스피커폰으로 해놓은 상태였다. 전투가 시작되거나 뭔 일이 생기면 바로 박조조의 멱을 딸 생각이었다. 그리고 노향왕은 만주로 도망친다.

결국 서로 찜찜한 상태로 끝나게 된다. 고로, 태 사장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연관되어 있기에 어느 정도에서 멈출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어림도 없다. 우리가 왜 크루키히인지 보여주마.’

이들은 단번에 차에서 내렸다. 산박에게 연락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모든 걸 조사해 두고 박조조로부터 알아낸 지 오래였다.

쿵쿵쿵.

창고의 철로 된 대문을 두들겼다. 아주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그때 주변을 둘러보던 곤료총림이 낌새를 알아차렸다.

“뭐야, 제기랄! 형님!”

그 말을 하자마자 곳곳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어디에 그렇게 숨어 있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몇 없는 골목에서도 여럿 나왔고, 선팅이 진하게 된 차량에서도 사람이 튀어나왔다.

“야, 이 개새끼들아! 손 들어!”

그 말에 손 드는 카르텔 조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바로 차량으로 뛰면서 품에서 권총을 꺼내서 그냥 한 발 바로 발사했다.

탕!

소음기를 끼고 있었음에도 흉악한 소음이 퍼져 나왔다. 총성은 조금 덜 멀리 퍼지겠지만 가까이서 들으면 사실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형사들이 바닥에 엎드리며 자신들도 권총을 꺼냈다. 전봇대 뒤에 숨어 단번에 권총을 뽑은 형사는 경고 사격 없이 바로 사격을 시행했다.

탕! …탕! 탕!

한 번 쏘고 이어서 전봇대의 반대편으로 움직여서 다시 두 발을 내리 쐈다. 순식간에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짬밥을 제법 먹은 형사는 흙을 뒤집어쓴 상태로 적들에게 알려야 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안경도 쓴 것이 제법 공부를 많이 한 듯했다.

“이 쌍노무 개새끼들아!”

종종 욕이 들어가기는 했다. 캠이 모두 녹화를 하고 있었지만 점잖게 상대하기에는 총기가 지니는 무서움이 매우 컸다.

“컥!”

한 달에 아흔 발씩 의무적으로 권총을 쏴야 하는 강력계 형사들이었기에 명중률은 당연히 카르텔 조직원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명중률이 낮다고 해도 한국의 군수 업체는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곳이 많았고, 권총 또한 무시하지 못할 상품으로 중동에 수출이 확정된 적도 많았다.

“이런 젠장할! 더러운 경찰 새끼들!”

‘태산박 이 개새끼가 아주 돌아 버렸구만!’

추자해구가 단번에 조수석으로 파고들어 갔고, 다른 이들도 너도나도 차에 올라탔다. 권총 때문에 형사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한 채 총만 쏘고 있었다. 시동을 끄지 않았기에 바로 후진을 했지만 타이어는 진작에 다 터진 지 오래였다.

“하, 빌어먹을. 뒤차 상태는 어떠냐!”

차량에 있는 무전기로 추자해구가 뒤차에 무전을 보내자 그곳에서도 똑같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

―형님! 타이어가 벌집입니다, 벌집!

그제야 추자해구는 모든 걸 포기했다.

“모두 쏘는 거 멈춰! 죽고 싶은 새끼만 쏴라! 알았냐?”

“예!”

일단은 살아야 한다. 특히 한국은 교도소 짬밥이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이었다.

조직원들이 조용해지자 형사들도 사격을 멈췄다. 그제야 간한적산이 손을 내뻗었다.

“쏘지 마라! 항복이다!”

“나와서 엎드려, 몽골리안, 말 우유 쓰레기 새끼야!”

제법 젊은 형사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 바로 옆에 있던 형사가 그의 뒤통수를 쳤다.

“너 공무원 맞냐? 깡패 새끼처럼 말해.”

“아니, 선배님도 개지랄을 떠셨잖아요.”

“개지랄? 나중에 뒤졌다.”

“예? 아… 그게!”

상황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허벅지에 한 대 맞은 놈은 서둘러 119에 실려 가고 형사 두 명이 같이 갔다. 나머지는 그대로 줄줄이 포승에 묶여서 차에 올라탔다. 신나게 권총을 쏜 것치고는 뭣도 못 했다. 던전 장비도 여럿 차고 있었지만 한번 휘두르지도 않았다.

그야 그럴 것이 겉만 으리으리한 게 카르텔 깡패들이었다. 자신들이 약자가 되면 냉큼 항복하기 바빴다. 그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하이에나였다.

특히 한국 경찰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포상으로 천만 원도 안 받고 그냥 실적 하나 올라가는 것뿐인데도 목숨을 걸기로 유명했다. 도주가 실패한 이상 항복하는 게 가장 베스트였다.

“마카로프. 이 새끼들… 또 좋은 건 알아서. 역시 러시아 여자가 좋지.”

형사들이 킬킬거렸다. 다친 사람 하나 없이 권총에, 그것도 실탄을 지닌 놈들을 일망타진했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박조조 어딨어?”

“누구요? 모르겠는데요?”

그들은 박조조라는 말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미 총성이 들렸을 때 전화는 끊겼고, 추자해구는 스마트폰을 부수고 유심까지 꺼내서 뚝 부러뜨렸다. 지금쯤 노향왕은 반지하 원룸에서 나와서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똥고가 탱탱해질 때까지 달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배를 탈 것이다.

“하, 이 개새끼들이. 빨리 말 안 해?”

“모른다니까!”

결국 반나절 이후에 열린 반지하 문에서 흘러나오는 피 냄새를 맡고 박조조의 시체를 건질 수 있었다.

산박으로서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했다. 추자해구 일당 중 박조조를 죽인 한 명 이상이 살아남아서 만주로 돌아갈 것이고, 박조조는 살지 못하고 죽었다.

‘이도 저도 아니네.’

그러나 그들도 이제 주제를 알았을 것이었다. 부산 은행이 잔잔벼락 사업을 시작하면 더는 산박에게 찝쩍거리지 못할 터였다.

산박은 자신의 앞마당에서 탄피를 찾으러 쫓아다니는 경찰들을 봤다. 하나같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경찰이 된 지 얼마 안 된 이들을 여기에서 짬 처리 시키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과학 수사를 하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총기가 불법인 나라에서 총격전이 벌어졌으니 말 다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산박이 아니라 총격전에 집중되고 있었다. 항구 도시는 하나같이 총기 집중 단속 3개월을 결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이슈에 시장이 안 낄 수 없었고, 정치권도 들썩였다.

그걸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던 산박의 눈에 경찰들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게 보였다.

‘뭐지?’

산박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경감 상순료는 현장에는 잘 나서지 않는다. 그런 짬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행차해야만 했다.

“어딨다고?”

“저기서 쉬고 계십니다.”

“이놈이? 장난쳐? 총격전에 큰 정신적 피해를 당하신 분인데 의자 하나 없이 그냥 현장 처리하는 거 보게 했다고?”

그는 호통을 먼저 쳤다. 경찰들은 너도나도 굽신거리기 바빴다. 그 모습을 뒷짐을 지고 바라보던 송답종이 인상을 썼다.

“저, 경감님, 제가 바쁜 사람이라서요. 빨리 태산박이라는 사람을 보고 가야 합니다.”

“아! 예! 차장님. 이쪽으로 오시죠.”

상순료가 안내를 도맡았다. 경감이면 어디를 가서든지 대부분 대우받는 처지인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안내원이 되어 버렸다.

부산 은행 세종 지점의 차장인 송답종은 걸어가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아무리 송서아가 집안에서 대단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한다고? 가주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지?’

외부인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니, 열불이 터졌다. 아무리 밀려나고 한참 밀려나서 그저 일만 열심히 해야 하는 혈족이라고 하더라도 해도 너무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아무리 저런 외부인이 사업거리를 가져왔다고 해도……. 돈이라면 썩어 넘치지 않나? 참으로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건 무사한지를 봐야 했다.

“안녕하십니까, 태산박 씨. 많이 놀라셨죠?”

“예? 누구십니까?”

말투가 전혀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저는 부산 은행에서 온 송답종이라고 합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현재 저희도 백방으로 놈들을 찾고 있습니다. 최대한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예. 그게 답니까?”

“네?”

두 명이 서로 눈을 마주친 채로 아무 말 없이 섰다. 그 사이에 낀 상순료 경감이 침을 삼켰다.

‘뭐야, 왜 싸우려고 그래?’

“하하하! 이거 보면 볼수록 매력이십니다.”

굽히지 않는 산박을 보며 송답종이 웃어넘겼다. 산박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딱 봐도 자신이 무사한지 안 무사한지 보려고 온 사람이었다. 아무런 힘도 없고 그냥 돈만 좀 버는 사람이다. 같은 핏줄이니까 부족하지 않게 먹고살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차장급은 상당한 연봉을 가지고 있다. 남한테 주는 것보단 자기 혈족에게 주는 게 낫다. 그런 놈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렇기에 산박은 설렁설렁 그를 대했다. 이는 자신의 위치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이 정도 녀석은 와봤자 태산박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걸 알려줘야 했다. 그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부산 은행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의외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들은 던전 산업에 진출하고 싶어 하고, 산박은 현실에서 영향력 있는 세력과 관계를 다지고 싶어 한다. 잘만 하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태 사장님은 무서울 게 없나 보군요.”

송답종 차장의 말에 산박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물러난 것은 송 차장이었다. ‘동래 송씨’임에도 50대에 차장에 머무르고 있는 것만 봐도 답이 나왔다.

몸을 거칠게 돌려 돌아가는 그는 스마트폰으로 확인 문자를 보냈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빌어먹을, 개같네.’

일정 이하 직급이 찾아가면 되레 무례로 여길 것 같다는 이유로 차장급이 가야 했는데, 갑자기 가주가 ‘송씨 집안의 차장’으로 제한을 올렸다. 그 덕에 아주 더러운 꼴을 봤다. 끝없이 높은 곳만 바라보고 매번 비교당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송답종에게 오늘 하루는 끔찍했다. 단 1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음에도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창녀촌으로 가!”

“예!”

운전기사가 차를 움직였다.

‘더러운 걸레 년들, 끝장을 본다, 오늘!’

끔찍한 생각을 하며 검은 외제 차가 창녀촌으로 향했다. 가문에서 언제나 약자였던 송답종은 또 다른 약자를 찾아다녔다. 그게 그의 살아가는 추악한 방식이었다.

부산으로 퇴로를 마련했던 노향왕은 만주로 가지 못했다. 그는 무거운 돌과 연결된 밧줄에 묶인 채 깊은 동해 속으로 들어갔다. 기업화가 이루어진 중소기업형 조폭들이 기를 쓰고 돌아다닌 결과였다.

박조조의 친구였던 매허망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친구가 죽었는데 그의 빈소를 찾아가기는커녕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주했다.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은 친구도 가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사건은 금방 잊혔지만 태산박은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다음에 또 문제가 일어난다면 다른 이들 또한 파리 떼처럼 달려올 것이고 하이에나처럼 돈 냄새를 맡고 킁킁거릴 것이었다.

* * *

산박은 ‘2레벨 던전 공략’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진행했다. 자신들의 팀에 부족한 A급 전사 두 명인 용갑균과 용걸섭에게 외주를 넣은 것이었다.

그들은 장물쟁이로 나쁜 곳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여겨지지만 실력만큼은 대단했고, 이를 은폐하고 깨끗한 척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깨끗한 척하는 순간만큼은 그들은 믿을 만한 자들이었다.

산박의 판단으로는 포스코 타워조차도 깜빡 속고 있을 정도로 말끔한 외부 활동을 하고 있는 게 그들이었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쓸데없는 수작질을 벌이는 것보다는 들키지 않고 양지에서 살아가는 걸 원하는 자들로 보였다.

비록 전화상이었지만 둘 다 일정을 잡고 산박을 도와주기로 했다.

드루이드였지만 2레벨 장비인 ‘영혼 불꽃 상체’와 ‘영혼 대지 하체’ 등의 풀 장비를 통해서 전투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확약하고 있는 게 그였다. 든든한 2레벨 던전 사용자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회사에 소속된 이들로 가기 때문에 내분이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 없었고 명령 체계도 뚜렷했다.

‘안 갈 수가 없겠지.’

전화로 확답을 받고, 따로 만나서 깔끔하게 계약을 맺었다. 일정도 바로 잡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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