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1화 (91/270)
  • 91화

    소나무 향이 강한 외뿔이 돋아나는 변신 주문이었다. 인간일 때에는 지혜×1cm의 외뿔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산박이 외뿔 주문을 사용하면 26cm의 뿔이 이마 위쪽에 돋아나는 셈이었다.

    ‘그것도 상당하지.’

    인간 상태일 시 얻는 효과는 지혜 +2. 높다면 높은 보정이었다. 또 외뿔을 무기로도 쓸 수 있었다. 부러지면 효과는 사라지겠지만, 유사시에 좋았다.

    다만 투구를 쓸 수 없고 쓰더라도 특별 제작을 해야 했다. 다행스러운 건 산박은 강철 투구 같은 걸 착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야의 문제 때문이다.

    ‘다만 이게 주 용도는 아니지.’

    진짜 용도는 다른 변신 주문과의 시너지 효과였다. 동물 변신 시 동물에 따라서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육식 동물의 경우 체중이 10% 증가한다. 또한 공통적으로 가죽이 1cm 두꺼워지며 뿔 길이 또한 압도적으로 길어진다. 기본 30cm에 지혜x2를 합친 길이를 지닌다. 산박의 경우 56cm다. 56cm면 대단히 길었다. 검이나 다름없었다.

    ‘나쁘지 않다.’

    산박은 동물 변신으로 많은 재미를 봤다. 신경질을 낼 정도는 아니었다.

    “이걸로 끝인가?”

    [아닙니다.]

    ‘맙소사!’

    산박은 경악했다. 레벨 업을 통해서 직업 특성 하나, 2레벨 주문과 기술 하나, 거기에 능력치까지 1을 추가로 받았다.

    ‘끝이 아니라니.’

    [1레벨 주문과 기술 중 한 개를 강화하실 수 있습니다.]

    “대장삵 소환 주문도 가능한가?”

    [안 됩니다.]

    진리 회수의 보상으로 받은 주문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강화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있겠지?”

    [출력합니다.]

    산박은 1레벨 기술은 뒤로 미뤘다. 중요한 건 주문이었다. 기술은 주문에 비해서는 강화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들뿐이었다. 있다면 별의 수련자 하나뿐이었다. 다만 별의 수련자의 경우에는 강화가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아쉽다.’

    특성으로 천문학자를 택하고, 기술로는 별의 수련자를 쥐고, 주문으로는 별빛탄을 강화한다면……?

    세 곳에서 받쳐주는 별 계통의 주문은 강력한 강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2레벨 던전에서 활동하면 1레벨 주문의 강화 기회는 언제고 온다. 다만, 그럴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제한할 필요성은 있지.’

    레벨, 사용자의 수준에 상관없이 작은 별의 힘을 얻기 때문에 추가적인 힘을 획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진리 회수의 경우를 봤을 때 대단한 특혜로 볼 수 있었다. 이를 강화하도록 놔둘 리가 없는 것. 그렇기에 산박은 동물 변신 주문을 강화시켰다.

    [동물 변신 주문을 강화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래.”

    [동물 변신 시 체중에 30kg이 추가됩니다. 가죽의 성능이 좋아지며 육식 동물로 변신 시 근력과 민첩, 이빨의 길이가 증가합니다. 또한 레벨 상승 배수가 지혜 배수에 추가됩니다. 현재 레벨 상승 배수는 0.2입니다.]

    지혜 배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었다. 만약 지혜 배수가 늘어난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주문이었다.

    산박의 기본 체중이 현재 78kg이었으므로 30kg 증가했으니 108kg. 거기에 지혜 배수 1.3+레벨 상승 배수 0.2. 1.5를 곱하면 162kg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산박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 강화의 세트를 통해서 얻고 있는 지혜는 4. 0.4의 지혜 배수가 추가된다. 108x1.9인 셈이다.

    ‘205.2kg.’

    암산을 마친 산박이 웃었다. 단순 주문 강화로 124.8kg에서 205.2kg으로의 성장세를 보였다. 80.4kg이나 차이가 났다. 이것도 사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다만, 1레벨 공략 시에는 2레벨의 스펙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향당해서 적용된다. 던전 레벨에 맞는 장비 사용이 이미 제한되어 있었기에 능력 또한 제한되어 있었다.

    ‘결국, 양으로 승부하는 게 좋지.’

    2레벨 주문이라도 1레벨로 하향당한 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산박은 소나무 향기 외뿔 주문을 1레벨 수준으로 1레벨 던전에서 사용 가능했다. 곧, 던전 공략이 보다 더 쉬워진다.

    [1레벨 사용자의 평균 1레벨 주문 사용 횟수는 5회입니다. 컨디션에 따라서 1~2 회의 주문을 더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전투 이후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사용자 태산박은 2레벨 주문을 평균 5회 사용할 수 있고, 1레벨 주문의 경우에는 10회 사용 가능합니다. 물론 둘 다 각각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아니니 주의하십시오. 그릇은 하나입니다.]

    즉 2레벨 주문은 5회, 1레벨 주문은 10회 쓰면 힘이 바닥난다는 소리였다. 다만 나무 생육 주문의 경우에는 그 두 배였다. 20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힘의 총량 증가. 내가 얼마나 기다려 왔나.’

    못 기다려서 증강의 장비를 네 개나 맞췄다. 그 덕에 1레벨 주문을 네 개 더 쓸 수 있는 포텐셜을 획득한 상태였다. 곧 2레벨 주문 두 개를 더 쓸 수 있는 셈이었다.

    [2레벨 던전 사용자는 한 달에 두 번 1레벨 던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알고 있던 것이다.’

    그 덕에 1레벨 던전 앵벌이들이 정규직에 종사하고 매년마다 상당한 성과금을 받는다. 돈에 묶인 던전 사용자인 셈이다. 이를 유지해야지 경제가 유지될 수 있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특성이 쌓이고 주문과 기술이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기에 던전 횟수 제한도 당연한 일이었다. 다분히 사업적인 판단이었다. 그게 산박은 불쾌했다. 그 탓에 전 세계로 따지면 던전 사용자의 사망률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특성을 정하십시오.]

    “야수 조련사.”

    산박은 1레벨 던전의 리스크를 짓이길 특성을 선택했다. 계속해서 1레벨 던전을 한 달에 두 번 돌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즉, 2레벨 던전에서의 동물 변신 시 236.58kg의 괴멸적인 야수의 모습을 취할 수 있고, 1레벨 던전에서도 143.52kg의 무식한 놈이 탄생한다.

    ‘특성은 던전 레벨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 이점을 살리려면 야수 조련사 특성이 최고지.’

    무엇보다 야수 소환수의 능력치도 5% 증가하고 체력 능력치도 1 증가한다. 그건 야수일 때나 인간일 때나 상관없다. 이걸로 산박의 체력 수치는 7이 되어 버렸다. 전사 직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를 끝으로 하얀 공간은 사라졌다. 산박은 많은 걸 획득했다. 아주 단시간에 2레벨 던전 사용자가 되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1레벨 던전을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밖으로 나오자 산박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이미 부산물도 옮기고 박조조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오셨어요?”

    “예. 모두 빨리 올라오셨네요.”

    산박의 여유로운 웃음에 시은의 눈이 빠르게 이를 캐치했다.

    “무슨 좋은 거 얻으셨나 봐요.”

    “뭡니까? 뭐요?”

    이에 다른 이들도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은 또한 팀 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꼼꼼함으로 승부하며 팀원에게 작은 빚을 만들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자라서 그런 꼼꼼함과 세심함, 동시에 자잘한 중재 역할을 하는 게 아니었다. 산박에게 도움이 되고 또 이를 증명해 나간다면 그의 최측근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고, 산박이 축포를 터트릴 때 그 심장을 도려낼 수 있었다.

    “레벨 업 했습니다.”

    “……!”

    모두 순간 입을 살짝 열었지만 뭐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그건 아주 잠시일 뿐이었다. 축하하는 소리가 상투적으로, 습관적으로 튀어나왔다.

    “정말 빠르세요!”

    시은은 속으로 입술을 몇 번이나 깨물면서도 가장 앞장서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말은 공짜였기 때문에 너도나도 입에 침을 바르기 바빴다. 옹졸한 자존심을 챙기기보다는 공짜 아첨으로 돈을 버는 게 더 이득이었다.

    “이거 오늘 뒤풀이는 크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그러는 중에 소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모습도 내비쳤다. 질투가 불쑥 튀어나와서였다. 못해도 돈은 깨지게 만들겠다는 음흉한 속내였다.

    “좋습니다. 역시 소 먹으러 가고 싶으신 거죠?”

    “소! 소! 소! 소!”

    모두가 축제를 벌이듯이 주먹을 휘두르며 소를 외쳐 대었다. 돈은 깨지겠고, 오늘의 흥청망청도 기억 속에 희미해질 날이 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산박 또한 오늘을 축복하고 싶어졌다.

    “술값은 제가 분담할게요.”

    “와아, 이거 너무 썸 타는 거 아닙니까?”

    너도나도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황량자 던전이 너무 쉽게 클리어된 게 컸다.

    “말도 안 되는 소릴…….”

    산박은 선을 그었다. 산박×시은으로 장난을 치던 충호와 굉려는 박조조가 오자 잠잠해졌다. 남의 연애사만큼 재미난 게 없었지만, 상황을 봐 가면서 해야 했다.

    “혹시 말하려면 지금 말하세요. 사막신의 증표 사실 분?”

    카르마로 변환할 수 있는 던전 물품이었다.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는데, 비싸기 때문이었다. 수요가 굉장히 많은 물품 중 하나였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결국 던전에 들어가서 공략을 해야지 카르마를 얻어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위에 있는 자들은 그런 위험도 짊어지기 싫어했다. 그 덕에 사막신의 증표는 개당 10만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박조조가 발품을 팔면 얼마든지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2레벨이 되셨다고요?!”

    박조조가 까무러쳤다. 엄청난 성장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산물을 파악해 나가며 그는 하나씩 매입 가격을 이야기했다.

    “증표는 개당 10만 원에 깔끔하게 매입하겠습니다.”

    “오……! 옷!”

    모두 감탄했다. 마진을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분명 루트가 있을 터였다. 돈 많은 사람이 원하는 물품이 사막신의 증표였다.

    증표는 모두 여덟 개. 소위 말하는 근위병 잭팟이 터졌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수익이 평균을 크게 초과해 버렸다. 두당 20만 원씩 가져가기 때문이다.

    사막 은총 무기와 갑옷은 스크랩 처리 되었고, 5만 원이 쥐어졌다. 간헐적 충격 감쇄 능력은 선박에서 원하는 것 중 하나였다. 소형선에 특히나 자주 쓰인다. 단가가 낮기 때문이었다. 너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배의 크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비싼 축에 들었다.

    “호박석 목걸이는 스무 개……. 20만 원입니다.”

    마지막으로 호박석 목걸이는 개당 1만 원에 팔렸다. 중요 장비 중 하나였기에 만 원이나 할 수 있었다.

    ‘나한테는 황량자 던전이 가장 편하면서도 수익률도 높네.’

    어마어마했다.

    마지막으로 황자의 검이 남았다. 호박석이 가득 들러붙은 검은 황자가 써보지도 못하고 산박의 손에 들어왔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합금검이라고도 불리는 겁니다. 다른 검과 섞기 위한 검이죠. 이건 무조건 경매이고, 경매가가 최소 10만 원이 넘을 때도 많습니다.”

    “헉.”

    충호가 놀랐다. 웬만한 1레벨 장빗값이었다.

    박조조가 웃었다.

    “팀 자체에서 경매하신다면 양보해 드릴 수 있습니다.”

    “박 사장님한테 맡겨야지, 누구한테 양보합니까?”

    산박이 팀원들 표정을 훑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되면 큰일이고, 생각보다 비싼 것이라 가지고 있기도 뭣했다.

    박조조가 말한 대로 최소가가 10만 원이었기에 평균을 따져서 15만 원을 받았다.

    “왜 이렇게 비싸죠?”

    “섞어도 장비 레벨이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검이 만들어지죠. 기초가 되는 검의 레벨에 변동이 없는 게 큽니다.”

    박조조가 검을 소중히 집어넣으며 말을 늘어놓았다. 무조건 강화가 이루어지는데 레벨은 변동 없음. 1, 2레벨 던전 정규직들이 군침을 흘리는 게 당연했다. 종종 가난하거나 자본금이 파괴된 3레벨 던전 사용자들도 원하는 게 황자의 호박검이었다.

    두당 30만 원씩 가져가는 최고의 날이었다. 거기에 산박은 레벨 업을 했다. 겹경사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던전 피로도가 낮았다. 모래 슬라임 언데드인 황량자들의 카운터라 할 수 있는 물의 마법사가 큰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뒤풀이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맛집을 검색하는 사이에 편의점 앞에서도 맥주 한 캔을 땄다. 계산은 너도나도 하겠다고 나섰는데, 수중에 큰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1레벨 던전을 두 번 클리어한 셈이었다. 심하면 세 번 한 것과 같았다.

    “크하아.”

    충호는 기분 좋은 목 넘김을 느꼈다. 편의점의 입구에 둔 TV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마카오 공화국이 필리핀을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사설 해적단을 운용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서일본과 대한민국의 협조 아래 남해에서 벌였던 소탕 작전에서 많은 범죄자를 잡았는데, 그들을 조사한 해안 경찰의 주장입니다.]

    […서일본 측은 하루빨리 협동 소탕 작전을 통해서 부산과의 해양 교역을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