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2레벨>
[레벨 업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사용자 태산박을 인식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출력합니다.]
[던전 사용자 태산박의 존재를 특정합니다. 당신은 카르마의 선택을 받은 자입니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충분한 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을 위해서 남겨놓을 수 있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새로운 주문과 기술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진리 회수에 대해서 듣고 싶은데.”
[…….]
침묵은 길지 않았다. 이미 결론이 났을 터였다. 그게 아니라면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사용자 태산박으로부터 진리를 몇 번 회수한 적이 있습니다. 본래는 1레벨 던전 사용자가 가질 수 없기에 회수 조치를 하고 나중에 해금을 통해서 돌려주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보상 지급은 존재하지 않았으나,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습니다.]
산박은 잠자코 들었다. 대신 마음속으로 반박할 준비를 마쳤다. 분명 되지도 않은 짓을 할 게 분명했다.
[즉시 2레벨로 레벨 업이 가능하고, 동시에 인조 정령 물의 연어에 대한 반영구적 소환 주문을 보상으로 드릴 수 있습니다. 혹 보상을 바꾸고 싶거나 다른 의견이 있다면 받겠습니다.]
‘음!’
제법 크다.
“물의 연어에 대한 걸 조금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까.”
[소환 주문을 통해 인조 정령 물의 연어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서 인조 정령의 약화와 강화가 이루어집니다. 한 달 단위로 갱신이 이루어지며 갱신 여부는 사용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계속 갱신하셔도 좋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자동 갱신은 아니라는 말이네.”
[예.]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듯했다. 좀, 쓸데없는 것처럼 보였다. 산박은 나쁘다고 생각했다. 한 달이면 1레벨 던전을 적어도 1회 이상 복수로 공략할 시간이었다. 아무리 일이 겹쳐도 한 번은 다녀온다. 거기에 갱신이 겹치면 참 아쉬운 일이었다.
인조 정령의 갱신일 때문에 팀의 던전 공략이 미루어지면 그걸 납득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산박의 얼굴을 보고 그저 삭이겠지만 그 불만은 확실하게 남고 마음속에 응어리진다. 그런 리스크를 산박은 가지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꿈 때문이었다. 그의 꿈을 생각하면 팀원들의 호감을 오랫동안 높은 수치로 꾸준히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던전 진입 전에 추가 갱신을 해주면 받아들일 수 있다.”
[…던전 전에 추가 갱신이 가능토록 하겠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던전 전 갱신 추가. 둘을 비교해서 도출되는 건 하나뿐이었다.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상대가 생각보다 산박을 훨씬 배려해 준다는 건 확실했다.
“나중에 진리를 모두 획득할 수 있는 날이 확실하게 오지?”
[예. 수준이 된다면 바로 해금됩니다.]
“그 수준은 레벨 몇인지 상세하게 알 수 있을까?”
[불가능합니다. 사용자께서는 1레벨 던전 사용자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납득하면서도 산박은 고민에 빠졌다. 최대한 모든 걸 파악해 나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며, 쉽게 선택할 것도 아니었다. 시간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했다. 어려운 고민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당면한 위기도 시간 속에서 해결법을 찾을 수 있었다.
“해금된다는 뜻은 바로 사용된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카르마를 통해서 구매를 하셔야 합니다. 이곳은 레벨 업 시스템이 지배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경험치를 얻지 않고 레벨 업 하고 기술을 등록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했으며, 실제로 산박은 순응했다. 결국 카르마가 레벨 업 시스템의 주요 자원인 셈이었다.
이를 통해서 산박 또한 평범한 사람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이 경제는 결코 변해서는 안 됐다. 그곳에서 산박이 큰 혁명을 일으킬 확률은 0%에 가깝다. 철저히 개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한 벽을 산박의 높은 지혜가 더듬었다. 카르마에 연연하는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벽이었다. 산박은 그 벽을 부술 생각도 없었다.
[사용자 태산박은 물의 연어(Water salmon) 소환 주문을 획득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주문에 대한 정보를 갱신할 수 있으며, 던전 전에 한 번 더 갱신할 수 있습니다.]
[물의 연어는 물로 이루어진 인조 정령이며 소유자 혹은 수원에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시 물의 연어의 힘은 빠르게 감소합니다.]
송사리 같은 크기를 지닌 게 산박의 물의 연어였다. 전투 능력은커녕 물 생산량도 보잘것없을 게 분명했다. 지금은 지속적으로 갱신하며 수원에 두는 게 옳았다.
‘물의 나무랑 잘 어울리겠지.’
산박이 물의 연어에 이렇게 큰 투자를 한 건 물의 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둘은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 분명했고 이는 물의 마법사이자 용맹하고 명예로운 대장삵에게도 영향을 끼칠 터였다.
[2레벨로 승급되었습니다. 우선되는 다섯 가지 특성 중 한 가지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혹은 기존의 특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특성은 현재 사용자의 배경과 노력 그리고 직업에 따라서 변경될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 특성은 자연주의, 다신교, 학자, 균형자였다. 자연주의는 지혜를 +1 해주지만 과격한 행동을 하는 데에 거부감이 들며 의미 없는 환경 파괴를 싫어하게 된다. 이 특성을 강화하면 과격 자연주의가 되는데, 그 혜택이 실로 파격적이었다.
‘모든 능력치 +1. 지혜 +1.’
중복이 아닌 강화가 이루어지기에 지혜 수치는 그냥 1만 오르는 셈이었다. 하지만 모든 능력치가 오르면 실로 무서워진다. 드루이드인데도 지팡이로 한 대 때리면 전사의 무릎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자연을 위해서 드루이드의 봉사와 헌신을 요구했다. 혹은 복수를 원하기도 했으며 자연물에 속박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연물을 위한 지성 종족이 되는 식이었다.
‘할 수 없지.’
강력하지만 자아의 변화가 너무 극심해 보였다. 능력뽕에 취하기에는 태산박의 신체는 태산박의 것이다. 게임 아바타가 아니었다. 아직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만, 자연주의는 최대한 피해야 했다. 식물을 지키다가 뒈질 판이었다.
다신교의 경우에는 주체 다신교로 다신교 종교를 하나 만드는 것이었다. 교황이 되는 셈이다. 그 외에 변하는 건 없었다. 지혜가 +1에서 +2가 될 뿐이었다.
‘학자 특성을 강화하는 건 좀 구미가 당긴다.’
학자는 학문을 배우는 데 도움을 줌과 동시에 지능을 올려준다. 이를 강화하면 대학자가 되며 알지 못하는 학문도 기본을 익힐 수 있었다. 그 이상을 얻으려면 사용자의 수준이 높아야 했다.
아쉽게도, 산박은 지능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고로 쓸모는 있었지만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아닌 부족함을 보충하는 선택이었다. 그가 높은 수치를 보유하고 있는 건 지혜였으며 즉흥적인 반짝임과 영감이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특성 중 마지막은 균형자였다. 5 미만의 능력치를 모두 5로 높여주는, 인간에게 최강의 보정률을 보여주는 강력한 특성이었다. 그저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산박의 낮은 체력, 근력 수치는 5가 되었다.
준수한 균형자가 되면 6 미만인 능력치를 6으로 올릴 수 있었다. 즉 5에 머물고 있는 근력과 체력 스탯이 1씩 증가하는 셈이며, 이는 1레벨 던전 공략의 수준을 봤을 때 유의미한 것이었다.
다만, 산박의 장점을 확 끌어 올리는 건 아니었다. 또한 근력과 체력의 상승은 사실 호랑이로 변하거나 곰으로 변해도 가능한 일이었다. 드루이드는 결국 지혜 스탯이 좋아야 했다. 혹은 현실에서의 활동을 생각해서 매력 능력치의 보정을 받고 싶었다. 현재 산박의 매력 수치는 6이었다.
‘균형자 직업 특성을 계속해서 꾸준히 높인다면 평균적인 능력치를 계속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그때까지의 시간이 아쉽다.’
산박은 매우 공격적으로 사업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 방향성을 생각하면 균형자는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 자금이 고일 틈도 없이 달려가는데 후반 캐리형 특성을 선택하는 건 별로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페이스를 늦출까?’
균형자 특성에 투자한다면 페이스를 늦추면 될 일이었다. 올 라운더는 산박에게 좋은 선택지 중 하나였다. 높은 근접 능력과 동시에 선천적으로 뛰어난 지혜를 보유하고 있었다.
‘흠.’
일단은 고려해볼 일이었다.
레벨 업 시스템이 레벨 업을 통해서 보여주는 추가 특성 선택지는 다섯 개. 산박은 이를 눈에 담았다.
천문학자, 물의 선택자, 멀티 플레이어, 인조 정령학자, 야수 조련사.
‘별의 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천문학자.’
점성술에 약간의 조예와 경험을 부여해 준다.
‘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 사용법 또한 능숙하게 해주는 물의 선택자.’
물의 연어 인조 정령을 획득해서 나온 특성 같았다. 또한 대장삵과도 연관이 있어 보였는데, 산박이 대장삵에게서 가르침을 받으면 물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는 레벨 업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는 힘이었다. 사용하는 데 까다롭고 소모가 크다는 소리다. 그 부담은 컸다.
‘바로 실전에 사용할 수 없겠지.’
대장삵이 할 수 있는데 산박이 굳이 그걸 배울 이유는 없었다. 바로 제외했다.
‘두 가지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다만 상승하는 능력치가 민첩이었고 특성 강화가 불가능했다. 이래서야 레벨 업 해서 획득하는 특성이라기에는 가치가 낮았다.
‘인조 정령의 성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나중에는 인조 정령을 제작할 수 있는 작업장도 운영할 수 있는 인조 정령학자.’
이것 또한 후반 캐리형 특성이었다. 아마 레벨 업을 해서 몇 번이고 선택해서 강화해야 할 터였다. 건드리기 힘들었다.
‘야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체력 1 상승, 야수 변신 시 15%의 체중 보정, 야수 소환수에 대한 능력치 5% 증가.’
가장 스펙만을 생각하고 있는 특성이 야수 조련사였다.
이들 모두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천문학자는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자들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 물의 선택자는 불의 힘이 담긴 공격에 취약해진다. 다른 것들도 하나씩 단점이 존재했다.
‘골치 아프네.’
“일단 특성을 나중에 선택해도 될까? 다른 것부터 보고 싶다.”
[특성 선택을 일시적으로 보류합니다. 추가 능력치 분배가 가능합니다.]
[능력치
근력(Strength) 5
민첩(Agility) 6
체력(Stamina) 5
지능(Intelligence) 6
지혜(Wisdom) 12
매력(Charisma) 6
추가 능력치 : 1]
“지혜에 투자한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드루이드의 기술과 주문은 대단히 지혜에 치우쳐 있었다. 동물 변신조차도 지혜와 기본 체중에 따라서 달라진다. 지혜는 드루이드에게 만능의 능력치였다.
[2레벨 기술과 주문이 한 개씩 무작위로 지급됩니다.]
산박의 눈에 짧고 단편적인 숲지기의 기억이 새겨졌다. 그는 방금 죽은 나무로 오두막을 짓고 장작을 주워 불을 피웠으며 강 곳곳을 고이게 해서 많은 생명이 꽃피우게 하였다.
자연을 벗 삼으며 홀로 산다는 건 여유로운 삶이었다. 자고 싶으면 잠자면 되고, 겨울 준비는 가을에 바짝 하면 끝이다. 그 외에는 한량처럼 살아도 문제가 없었다.
숲지기가 주문을 읊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상처 입은 동물도 자연 선택에 의해서 대충 잘 끝나기 때문이다. 고로, 숲지기의 덩치는 숲지기가 되기 전보다 커졌다.
‘이런 미친.’
산박이 입술을 깨물었다. 말한들 무엇 하리. 이 기술은 육체를 강화하는 기술이었다.
[숲지기의 몸(기술, 2레벨) ― 가장 낮은 육체 능력 2개를 +1.]
그에게 가장 낮은 육체 능력은 근력과 체력이었다.
‘아오……. 돌고 돌아서 이렇게 되네.’
쓸모가 없지는 않았지만 산박의 방침과는 맞지 않았다. 그는 송곳같이 튀어나온 쐐기형 성장을 꿈꾸고 있었다.
뒤이어서 주문에 대한 것도 스며들어 왔다.
푸르르륵!
말의 투레질? 콧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큰 숨결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 산박의 눈에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곳의 외길에 홀로 서있는 수사슴이 보였다. 그건 괴상한 뿔을 지니고 있었다.
‘외뿔?’
도깨비 뿔처럼 솟아난 뿔이었고, 정확히는 코뿔소의 뿔과 닮았다. 놈은 멀뚱히 서있었다. 그 눈과 마주친 산박은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켠 기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코로 맡아지는 향기는 깊은 소나무 향기였다.
[2레벨 주문 소나무 향기 외뿔(Pine tree Scent Horn)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