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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69/270)

69화

* * *

오버시어 팀이 움직였다. 그들은 네 명(+한 마리)으로 열 마리에 달하는 괴물을 상대로 승리하려고 하고 있었다. 주제넘는 생각이었다.

‘만약 1팀이었다면…….’

적을 양분하여 유도, 각개 격파를 노리거나 타격하고 허둥지둥 도망쳐도 모자랄 일이다. 평범한 팀이었다면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오버시어 팀은 아니었다. 그들은 강력한 콘셉트 팀이었다.

“보이십니까?”

산박이 손가락으로 산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하지만 휼간은 눈을 비볐다. 그는 보이지 않아서였다. 산박이 그의 뒤에 서며 무릎을 조금 낮췄다. 산박은 그보다 키가 컸다. 그는 휼간과 눈높이를 맞추고 시야를 엇비슷하게 맞춘 뒤에 휼간의 머리를 잡아서 움직였다.

“똑바로 앞을 보세요. 나뭇잎 사이로 뭔가 움직이죠?”

“…아뇨.”

산박이 손가락을 뻗어서 유도했다. 그제야 휼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찾았습니다.”

“거리는 약 300m입니다. 정신 집중과 얼음 화살이라면 능히 닿을 수 있습니다.”

이미 훈련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휼간은 말없이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손으로 옷을 훑었다. 푸른 마력이 가루를 내며 흐트러졌다. 꽃가루가 팡 터진 듯한 광경이 손에서 터져 나왔다. 마법사의 옷 기술. 아티팩트 한 개의 효력을 증가시켜 준다. 선택한 장비는 주문 강화의 가죽 갑옷이었다.

그 뒤에 휼간은 정신을 집중했다. 특별히 이펙트가 터지거나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푸른 빛이 약간 새어 나왔지만 햇빛보다 많이 약했다. 워낙 거리가 멀어 들킬 일은 없을 듯했다.

“흐으으…….”

휼간이 습관적으로 소리를 냈다. 그는 사실 정신 집중 기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피가 식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감성이 사라지고 서서히 얼어붙는 듯한 감각이었다. 인간이 지닌 이성이 차갑게 식으면서 생기는 냉철함. 그로 인해서 마법의 실력이 소폭 상승하고 자연스럽게 마법이 강화된다.

특히나 사거리에서 우위를 지닐 수 있었다. 위력이 낮고 드루이드의 주문이긴 해도 별빛탄이 겨우 50m를 날아가는 것과 비교해 생각하면 압도적인 사거리였다. 물의 마법인 ‘얼음 화살’은 그만큼 탁월한 효율성을 지닌 마법이었다.

다만, 준비 시간이 제법 길게 느껴졌다. 주문이 완성되고도 서리 같은 것이 들러붙었다. 약 8초 동안 완성된 주문을 덧씌워 나갔다.

쒸익!

흉악하게 공기를 가르며 얼음 화살이 뻗어 나갔다. 30cm에 불과한 작은 화살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확신하고 있었다.

‘명중만 하면 한 방이다.’

수풀을 헤치고 나뭇가지를 뚫고 뻗어 나간 얼음 화살은 일정한 속력으로 산행을 하고 있는 약탈자의 머리에 정확하게 박혔다.

푸―걱!

얼음 화살은 박히자마자 한기를 토해냈다.

“꺼…….”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고통에 혀가 말려들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부르르…….

전신이 떨렸다.

“적이다(Ota)!”

“하늘에서 떨어졌다(OrunO si subu)!”

약탈자가 손가락으로 대충 방향을 찍었다. 그곳에서 조금 오른쪽에 산박과 휼간이 있었다. 약탈자들이 서둘러 달려 나갔고, 그중에 두 마리는 왼쪽으로 움직였다. 운이 나빴다. 만약 오른쪽으로 움직였다면 빠지는 산박과 휼간이 정확하게 시야의 중심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약탈자들의 굵은 머리카락이 뱀처럼 흐물거리며 곤두섰고 얼굴의 피부가 서로 뭉치며 피어올라 지렁이 같은 돌기로 변했다. 흉측한 모습이었다. 한 마리의 약탈자는 목 위의 피부색도 변색이 이루어졌다. 붉은 피부로 변한 약탈자는 다른 이들보다 재빨랐지만 체구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작았다.

그들은 산을 올랐지만 두 명을 찾을 수 없었다. 워낙 거리가 멀어서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멈춰 서서 유심히 봐도 산을 오르고 있는 약탈자를 못 본 휼간처럼 그들에게 또한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도망친 산박과 휼간을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달리면서 찾는 건 더더욱 말 그대로 요행에 기대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산과 숲이 훼손된 현대와는 전혀 달랐다. 이곳에서는 나무와 수풀이 거대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무성했다.

약탈자들은 낙엽 소리를 크게 내며 푹신거리는 땅을 거칠게 올랐다. 점점 약탈자들의 진형이 넓게 퍼졌다. 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끄악!”

멀리서 얼음 화살에 어깨를 당한 약탈자가 비명 소리를 냈다. 그러자마자 또 다른 약탈자의 곤두서 있던 머리와 피부가 홱 방향을 돌렸고, 한 타이밍 늦게 고개도 홱 돌려졌다. 약탈자는 서둘러 그곳으로 달렸다. 안 찾아지는 적 때문에 흩어졌던 약탈자들이 다시 한번 모였다.

“크으으……. 그놈들, 분명하다! 겁을 먹었다(Mo ti beru).”

처음에는 머리에 명중했지만 달리는 약탈자를 상대로는 머리에 명중시키지 못했다. 약탈자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약탈자 모두 성급하게 달려가지 않았다.

“유인일지도 모른다(Se o nse idanwo).”

“숫자가 적다(Ni awon nomba). 잡는다(Diewo).”

그들은 간단한 어휘를 사용했다. 유인이라도 숫자가 적은 게 확인되었기에 잡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들의 시선이 목과 얼굴이 붉게 변해있는 약탈자에게로 모였다.

“색깔 머리(Awo Ori). 어떻게 해야 하는가(Kini o ye)?”

색깔을 지닌 약탈자들은 아우 오리로 불리며 약탈자들의 숭배를 받고 있었다. 그들에게 없는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보스로서 인정받고 있었다.

“잡는다(Diewo)!”

디에우우!

디에우우!

약탈자들이 발을 구르며 그 말을 따라 외쳤다. 열 마리 중 한 마리가 죽고 한 마리가 다쳤지만 아홉 마리가 그 명령을 따랐다. 다섯 마리는 우직하게 들어갔고 네 마리는 오른쪽으로 향했다. 울퉁불퉁한 산길이라 좌우익을 모두 챙기는 건 어리석었다. 왼쪽으로 가면 높은 턱이 존재했기에 오른쪽에 네 마리가 훅 쏠렸다.

그게 정상이었지만 약탈자들은 곧 전부 개인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시야를 확보해서 적이 원거리 공격을 날리면 어떻게든 빨리 포착하기 위한 모습이었다. 산의 나무는 불규칙했고, 그 때문에 뭉치면 그만큼 시야가 많이 축소되었다.

‘산을 잘 아는 놈들이다. 이래서는 함정으로 끌어 들이기 전에 잡힌다.’

특히 왼쪽으로도 간다는 게 중요했다. 턱만 넘으면 단번에 능선이 이어진다. 짐승 같은 피지컬로 단번에 그들 앞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그것만은 반드시 저지해야 했다.

‘쯧. 흩어져도 왼쪽으로는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앞뒤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식함이 뭣도 모르고 장기전의 핵심을 찔렀다. 상황이 변했고, 산박의 높은 지혜가 수 싸움을 통해서 앞일을 꿰뚫었다.

“휼간 씨, 상황이 변했습니다. 전 왼쪽의 턱을 넘으려는 약탈자 두 마리를 잡고 복귀하겠습니다. 우측 우회하는 놈들을 견제하세요. 저희가 향하는 방향이 우측으로 돌아가는 놈들에게 더 유리합니다.”

“예? 저 혼자요?”

제작되고 있는 산 지도를 꼼꼼히 파악하고 있는 산박이었다. 휼간은 이를 현실에 적용하지 못했지만 산박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산박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단번에 호랑이로 변했다. 입고 있던 장비가 피부와 뒤섞이며 호랑이 가죽으로 변하고 그 가죽에서 털이 솟아나 온몸을 뒤덮었다.

‘이런 X발.’

단번에 독박을 쓰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 휼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찌 되었든 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가 된 산박은 단번에 턱을 올라갔다. 나무도 어느 지점까지는 순식간에 오를 수 있는 게 호랑이였다. 오르지 못하는 높이가 있지만, 턱은 그 정도로 높지 않았다. 달리는 속력이 체중을 힘차게 받쳐줬다.

턱 위로 올라선 산박은 몸을 낮췄다. 아래턱이 땅에 닿았다. 느낌이 이상했지만 그렇게 몸을 낮추고 앞으로 나아갔다.

곧 거친 소리와 함께 단번에 턱 위로 무기를 던져놓고 손을 탁탁거리며 약탈자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밧줄도 없이 2m가 넘는 턱을 그냥 올라온다고?’

미친놈들이었다. 역시 괴물이었다.

산박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덮칠 준비를 했다. 꼬리가 살랑거리며 엉덩이가 본능적으로 실룩거렸다.

약탈자의 손이 올라오고 머리가 턱 위로 올라올 때 산박은 정확하게 도약했다. 턱 위를 볼 수 있게 된 약탈자의 눈에 호랑이의 쩍 벌려진 아가리가 들어왔다.

콱!

단번에 머리가 물어뜯겼다. 산박은 고개를 털며 그대로 땅에 착지했다.

뿌득!

목이 꺾였다. 120kg이 넘는 산박의 체중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그 반동은 괴물이라고 해도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인간 체격을 지닌 소형 괴물은 더더욱 버틸 수 없었다.

산박이 고개를 휙 돌렸다. 턱의 중간에 서서 어찌할지 고민하는 약탈자가 보였다. 놈은 이내 턱으로 몸을 돌렸다. 턱에 먼저 올라갈 생각이었다. 무기를 그 위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산박은 뒤로 조금 물러났다가 단번에 뛰어올랐다. 약탈자는 호랑이를 본 적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그게 놈의 최후였다. 산박은 놈의 등을 앞발로 짓밟고, 아가리로 목을 물고, 단번에 끌고 내려왔다. 버둥거리는 놈이었지만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크흐으응.

거친 콧소리에 약탈자가 더욱 버둥거렸다. 목을 물렸음에도 거세게 저항하는 게 대단했다. 역시나 괴물이었다.

‘목뼈가 너무 단단하다.’

아까는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며 체중, 땅에 부딪힐 때의 반동을 이용해 단번에 부러뜨렸지만 이번에는 오로지 턱 힘으로 승부해야 했다. 몇 번이나 목을 틀었지만 살만 뜯어낼 뿐이었다. 결국 산박은 뒤로 물러났다가 뛰어서 앞발로 쿡 하고 약탈자의 상체를 찍었다.

“카악!”

놈의 몸이 크게 출렁거렸고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그런데도 약탈자는 일어서려고 했다. 다리 하나가 올라갔을 때, 산박은 그대로 냥냥 펀치를 날렸다. 레프트, 라이트로 두 방을 처맞은 놈은 그제야 죽어 버렸다.

산박은 서둘러 되돌아갔다. 약탈자의 숫자는 이제 일곱 마리가 되었다. 그중 한 마리는 어깨에 얼음 화살이 박혀 있었다.

“놈들이 온다!”

땀으로 흥건해진 휼간이 장애물을 지나고 함정을 천천히 통과하며 외쳤다. 몸을 움직이며 달구어둔 둔표가 장궁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바닥에 꽂힌 화살을 집어서 단번에 당겼다. 그의 눈에도 약탈자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투웅!

화살은 단번에 쏴졌다. 활시위가 위협적으로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헤엑. 헥헥.”

휼간은 서둘러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둔표가 관심을 받으며 적이 투창을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둔표가 있는 곳은 수풀이 제거되어 있어서 확실하게 잘 보였다. 의도적인 환경 구성이었다. 투창하기 딱 좋은 표적이었다. 날씨도 화창한 것이 투창하기 딱 좋은 날이기도 했다.

뭐라 뭐라 지껄이면서 약탈자들은 둔표의 궁술 실력에 제법 피해를 입어야 했다. 다만 머리를 다친 놈은 없었다. 정면으로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둔표가 머리를 노리지 않고 하체를 노리고 있어서였다.

그 덕에 약탈자들의 피해는 더 컸다. 안 맞을 것 같아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화살이 허벅지나 발목에 박힌 세 마리는 경상임에도 기동성을 크게 잃었다. 특히 발목에 맞은 놈은 정말이지 재수가 없었다. 고통 속에서 질질 다리를 끌며 적을 향해 움직여야 했다.

“크르르…….”

앞으로 질주하는 약탈자들을 뒤로하고 다리를 질질 끌며 걷는 약탈자의 귀에 짐승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기 전에 산박이 그를 덮쳤다. 발로 짓누르고 아가리로 머리통을 물었다. 발톱이 잔뜩 곤두섰기에 앞발에 밟힌 등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약탈자가 고통 속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실제로도 들썩, 들썩거렸다.

‘미친 광전사 놈이…….’

산박이 머리통을 거칠게 흔들었다. 균형 감각이 크게 흔들리며 약탈자의 힘이 방향을 잃고 휘청거렸다. 산박은 약탈자의 머리를 몇 번 다시 물고 뱉고를 반복해서 곤죽으로 만들어 놓고 다시금 그들의 뒤를 밟았다.

‘최고다.’

즉흥적으로 후방을 친 것이 야만적인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효과적이었다. 눈먼 화살이 날아왔지만 산박을 노린 것도 아니라 빗맞았다. 털이 워낙 굵고 거칠어서 맞아도 튕겨질 뿐이었다.

그사이에 약탈자들은 둔표를 향해서 투창질을 하기 시작했다.

“방어 막! 방어 막! 방어 막!”

둔표는 투명한 방어 막을 세 번 외쳤다. 방어 막 세 개가 펼쳐졌고, 위력이 약해진 단창과 부딪치며 균열이 나거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소지한 투창 모두를 소모할 수 있었다.

놈들의 공격이 중단되자마자 둔표는 서둘러 미리 기름을 뿌려놓은 곳에 화염 물약을 던졌다.

펑! 화아아아악!

폭음이 들리며 공중에 불꽃이 크게 일렁거렸다. 둔표가 있는 곳으로 바로 향할 수가 없는 약탈자들이 바로 방향을 틀어 그를 쫓았다. 장애물들이 방해했지만 도끼로 내려쳐서 부쉈다.

“켁!”

함정에 걸리기도 했다. 단순히 푹 꺼져있는 함정이라서 휘청거리는 것에 불과했지만 확실하게 이동 속도를 줄였다. 한 마리가 그렇게 휘청거리면 뒤에 있는 놈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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