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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66/270)
  • 66화

    <개방형 던전>

    2팀 오버시어의 기본 준비는 다른 공략 팀과는 많이 달랐다. 가장 먼저 보급이 8일 치였다. 보통 5일 치인 걸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수량의 보급이었다.

    물론 이 때문에 보급 식량을 챙길 때는 오로지 칼로리만을 생각했다. 말린 과일이나 야채의 비율이 낮아지고 고칼로리, 고단백질의 육포가 더욱 많이 자리 잡았다. 식수는 줄일 수 없었지만, 먹을 것이 많이 건드려졌다.

    동시에 산박은 고구마나 감자 같은 종자도 한 묶음 넣은 상태였다. 2팀의 가장 큰 이점은 버티면 일단 어떻게든 된다는 점이었다.

    ‘이동이 느려서 별수 없기도 하지만.’

    정찰을 확실히 하고 움직여야 하는 팀이었다. 적이 팀을 먼저 찾아내면 큰 패배로 직결될 수 있었다.

    개인 물품도 많았다. 물품 여분이 많았는데, 특히 루둔표의 개인 가방은 터질 것 같았다. 기름이 든 나무 병부터 화살촉과 화살대를 비롯한 화살 수리 도구와 최소한의 공구류를 소유하고 있었다. 거기에 화살까지 서른 발을 소지해야 했는데, 일반적으로 공격을 나가는 궁수가 쥘 수 있는 소지량이 아니었다.

    “후우.”

    조금만 대기해도 바로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는 게 당연할 지경이었다. 팀의 공용 배낭부터 개인의 짐이 든 개인 배낭까지 합치면 다른 팀보다 1.5배는 가볍게 넘는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게 오버시어 팀이었다.

    다행인 건 마법사 종휼간이 던전 내에서는 둔표의 짐을 어느 정도 짊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1레벨 수준의 마법 소비 아이템은 제한 수량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장 여유로웠다.

    그건 산박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릴 수밖에 없었다. 척후병으로 송유나가 앞으로 나가서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산박은 팀의 콘셉트에 맞는 활동을 거듭 언급하며 주의를 줬고 그 뒤에 던전에 진입했다. 이동하는 감각이 전신으로 들어왔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을 뜬 산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고지대에서 맛볼 수 있는 흉포한 바람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도 잘 안 들릴 정도로 강렬했다. 약간 쌀쌀한 정도의 바람이었다. 아래로는 구름이 보였고, 곳곳에 우뚝 솟은 산들이 있었다.

    ‘개방형 던전이다.’

    가장 최악의 던전이었다. 거대한 시련이 오버시어 팀의 앞을 가로막았다.

    폐쇄적인 던전은 사실 오버시어 팀에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폐쇄적인 만큼 적이 오는 방향이 일정하기 때문이었다. 구불구불하고 협소하면 더 이득이었다. 그곳에 화력을 집중시키면 죽어 나자빠지는 건 괴물들이었다.

    ‘반대로 이런 개방형 던전이 의외로 장거리 타입의 무덤이 될 수 있다.’

    장거리의 이점을 잘 살릴 수 있지만 물량에 둘러싸이기 좋기 때문이다. 느린 이동 속도 때문에 적에게 간파당하면 사냥당할 수도 있었다.

    ‘입으로 하면 뭔들 못 하겠느냐마는.’

    상황에 따라서 모든 게 달라진다. 이런 판단조차 엎어질 수 있었다.

    “1레벨 던전의 개방형 던전 타입 중에서 산에서 시작하는 게 있습니까?”

    “있긴 한데 확 떠올려지는 건 없네요.”

    “산에서 내려가서 적을 마주해 봐야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하피의 던전이 아닐까요?”

    하피는 계곡과 반지하의 종족이었다. 던전은 괴물 친화적이기 때문에 하피는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완벽하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 계통인 ‘물량형 던전’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처럼 광활한 대지에는 많은 괴물이 살고 있을 겁니다. 그 종류도 많겠죠. 무엇보다 계곡이 없이 산이 너무 띄엄띄엄 있습니다.”

    산박이 손으로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능선이 무척 완만한데도 교차된 산이 없을 만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일단은 구름 밑으로 내려갑시다.”

    모두 움직이려고 하자 산박이 제지했다.

    “정지. 지금부터 팀은 던전에 들어왔습니다. 송유나 씨는 짐을 내려놓고 척후병으로 활동하세요. 100걸음 앞에서 활동하겠습니다. 체감 시간으로 10분마다 표식을 남겨 주세요. 그래야 선두가 거리를 가늠하고 대장삵을 통해서 더 빨리 가야 할지 느리게 가야 할지를 말해줄 수 있습니다.”

    “네.”

    선두와 본대의 거리 감각 공유는 매우 중요했다. 몇 번이나 훈련했지만 지형이 달라질 때마다 체감에 실패했기에 대장삵이 고생을 좀 해야 했다.

    송유나는 짐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한 번 했다.

    “후웁……. 후우우…….”

    “없는 가슴을 왜 내밀어.”

    마법 궁수 루둔표의 말에 유나가 그의 옆구리를 손날로 쑤셨다.

    “커윽.”

    둔표가 크게 반응했다.

    약간의 농담 이후에 유나는 스트레칭을 한 번 더 했다. 산을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발목을 예열해야 했다. 접질렸을 때 달구어져 있으면 못 걸을 상처도 걸을 상처로 반감되어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검은색으로 가득한 유나의 복장은 신축성이 특히나 높아서 몸에 착 달라붙었다. 허벅지에는 고정대가 존재해서 도구가 들어가 있었다. 조끼에도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었다. 전사가 아니었기에 괴물을 상대로 시간을 끌기 위해서는 많은 종류의 소소한 것들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후추와 고춧가루, 간단한 철사 트랩부터 섬광 단검까지 많았다.

    석궁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힘이 부족하고 몸이 작아서 몸의 큰 움직임을 통해 추가적인 운동성을 크게 얻을 수 없어서였다. 발과 허릿심으로 장전할 수는 있었지만 그러려면 땅바닥에 눕고 다른 한 명이 도와줘야 했다. 정신 나간 짓거리나 다름없었다.

    그 대신에 단궁을 썼다. 엄청나게 짧은 단궁이었는데, 장력은 유나가 단 세 발밖에 연속적으로 못 쓸 정도로 한계치까지 끌어 올려 있었다. 모두 현대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주문 제작 한 다목적 복합식 단궁의 길이는 90cm. 무게는 0.9kg. 1레벨 장비로 ‘힘의 보조’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 덕에 세 번 쏠 것 다섯 번 쏠 수 있었다.

    화살통은 어깨에 걸치는 형식이었다. 딱 다섯 발이 들어갔다. 쏠 때는 불편하더라도 화살통을 내려놓아야 했다. 보통은 발이나 무기로 땅을 파고 그 작은 구덩이에 화살통을 꽂는 식의 요령을 써야 했다.

    그 밖에 유나는 대거와 롱 소드도 사용했다. 대거는 초근접전에 좋았고 놀라운 편의성에 더해 길이가 짧았기에 기습하여 적의 수비력을 뚫기도 좋았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롱 소드보다 막기 힘든 게 대거였다.

    또 롱 소드는 유나가 가장 좋아하는 무기였다. 한 손으로는 쓰기 힘들지만, 그녀 같은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길이를 지녔음에도 양손으로 들면 편하게 쓸 수 있었다. 롱 소드는 검술을 배운 지 일주일도 안 된 사람도 자기 롱 소드에 자기가 안 베일 정도로 무게 중심이 손잡이에 잘 기울어져 있어서 초심자용으로도 좋고 마스터급의 검사가 쓰기도 좋았다. 정교한 검술을 펼치기 좋기 때문이었다.

    유나의 롱 소드는 모든 게 검게 칠해져 있었다.

    “칠흑의 암살자……!”

    “시끄러워, 진짜! 입 좀 다물어.”

    그녀가 장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을 때, 루둔표가 또 시비를 걸었다. 그에게는 장난이었지만 유나는 속으로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홀로 정찰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장삵이 최대한 척후병의 마음가짐을 알려주고 가르쳐 줬지만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응.”

    띠동갑보다 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있음에도 둔표가 쭈구리처럼 쪼그라들었다.

    ‘좋아.’

    유나가 몸을 일으켰다. 던전에서 장거리 타격도 겸하고 있지만 그녀의 실질적 가치는 은신에 있었다. 그 때문에 유나의 장비는 무기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은신과 기척 줄이기, 적의 간파, 이 세 가지에 몰려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 3분 뒤에 출발해 주세요.”

    유나가 먼저 산의 정상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요즘은 민트가 대세라더라.”

    “아, 그건 좀 너무…….”

    “민트에… 삼겹살…….”

    “헉.”

    아저씨 두 명이 있었기에 남성 호르몬이 거세된 것처럼 수다를 재잘재잘 떠들다가 시간이 됐다 싶어서 나머지 세 명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짐이 워낙 많았기에 속력이 매우 더뎠지만 유나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또 그렇기에 척후가 더욱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구름이 지나가는 곳을 지나갔다. 마치 안개를 걷는 것 같았다. 구름 밑으로 내려오고 나서는 나무 때문에 주변을 보기가 힘들었다. 다만 시은이 나무에 새겨놓은 표식을 따라갈 뿐이었다. 눈높이에 해놓은 표식이었기에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지.”

    ‘정’이라고 적혀있는 표식을 가장 앞에서 걷고 있던 산박이 읽었고, 둔표와 휼간이 좌우로 빠지며 나무와 수풀로 몸을 엄폐했다. 동시에 짐을 풀었다. 산박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대전과는 다르게 산개를 크게 하지 않았다. 고작 다섯 걸음 내외로 멀어졌을 뿐이었다. 일제 사격 당하기 딱 좋았지만 던전 내에서 총으로 사격당할 일은 없었다.

    눈은 이리저리 굴려지고, 몸은 휴식을 취했다. 그사이에 유나가 돌아왔다.

    “내려다보기 좋은 바위 터를 찾았어요.”

    “가봅시다.”

    “길은 안전해요.”

    네 명 모두 함께 이동했다. 송곳처럼 우뚝 솟은 넓은 바위가 존재했다. 흙이 지나칠 정도로 단단했는데, 누군가가 쓰고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흙을 손으로 여러 번 긁은 산박은 확신했다.

    “누군가가 여길 아주 잘 써먹은 듯하네요. 흙이 돌덩이 같습니다.”

    식물도 살지 않고, 바위 터인데도 흙이 단단하다?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일행은 바위 끝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광활한 자연이 그들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동시에 새하얀 연기가 숲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지성 종족.’

    그것도 괴물에 치우친. 산박은 단번에 그런 것들이 이곳에 있음을 깨달았다. 다른 이들도 똑같았다.

    “약탈자의 던전.”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괴물의 던전이었다. 가장 잡탕인 곳이기도 했다.

    “일단은 여기서 기습을 해서 약탈자 숫자를 좀 줄이겠습니다.”

    산박은 빠르게 판단했다. 자주 오는 곳이다. 산은 그만큼 정찰하기 좋았다. 매일 올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길이 두 개 아닙니까. 어느 쪽에서 오는지 어찌 압니까?”

    “그쪽 흙을 손으로 비벼보고 조금만 파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오르고 내리며 다져진 길. 어느 쪽이 더 길처럼 보이는지 확인하면 그만이었다. 산박은 양쪽으로 난 길을 모두 확인했다. 정답은 둘 모두였다.

    “아무래도 약탈자 부락 두 곳에서 함께 사용하는 곳인 듯합니다.”

    “부락은 서로 교류하지 않는 게 보통 아닙니까?”

    “여긴 던전이니까요.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목이 좋은 걸 서로 공유하는 것에 불과할 터였다.

    오버시어 팀은 되돌아가 적당한 곳에서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다시 한번 의견을 고쳐 잡아야 했다. 아는 게 많은 정보꾼이 세 명이나 있었기에 더더욱 혼선을 없애고 목적을 단단히 해야 했다.

    “잘못 알고 계시는 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물론 저까지 포함해서요. 그래서 차근차근 짚어 나가겠습니다.”

    “예.”

    “네에.”

    모두 짧게 대답했다.

    “약탈자의 던전은 개방형 던전이고, 약탈자의 개체수를 줄여야만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지하 동굴에 박혀있는 대못을 뽑아야 합니다. 다섯 개의 산에 흩어져 있습니다.”

    도망만 잘 치면 지하 동굴에 있는 대못을 뽑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어둠 속의 빛과 다름없는 클리어 조건이었다.

    “저희가 노리는 건 당연히 약탈자들의 개체수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해야겠죠.”

    “최소 두 개에서 세 개의 부락을 없앤다면 던전 클리어를 할 수 있습니다.”

    부락당 약탈자의 숫자는 최소 서른 마리에서 최대 쉰 마리였다. 곧, 백에서 백오십 마리를 죽이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 방법은 당연히 장거리 전투입니다.”

    “숫자가 많아서 게릴라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쳤다가 빠지고를 반복하는 거죠.”

    둔표가 의견을 냈다.

    “여기는 약탈자의 땅입니다. 오히려 저희들이 먹힐 수 있어요. 그들이 지름길을 알면 큰일이죠.”

    휼간이 동의했다.

    “샌드위치를 당하면 우리 팀은 끝입니다.”

    “하지만 한곳에서 활동하면 숫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산박은 그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한 부락에 최소 서른 마리가 살아가고 있으므로 전투가 길어지면 잡아먹히는 건 저희들입니다.”

    “그럼…….”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부질없고, 리스크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산박은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던전은 우리 팀에 있어서 큰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산박이 말을 이었다.

    “우리들이 해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산 곳곳에 우리들의 입김을 불어넣는 것. 다른 하나는 지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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