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270)
  • 65화

    “장거리 타격 팀이라는 거군요.”

    “예.”

    유나가 대답했고, 산박은 유인물을 한 번 딱 흔들며 2팀의 능력을 살폈다. 콘셉트는 확실했지만 이들로부터 만들어지는 능력과 주문, 기술이 매우 중요했다.

    [(기술) 기본 간파술

    (기술) 기본 투척술

    (살법) 늑대 은신

    (살법) 포물선―살(殺)]

    송유나가 지닌 기술은 나쁘지 않았다. 적이 접근해 오는 걸 간파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오감의 증가를 불러일으키고, 그런 ‘기술’이 수련 및 훈련한 것처럼 몸과 머리에 녹아들어 있었다. 다만 오감의 상승은 만만치 않은 것이고 자연스럽게 그 수준이 일천할 수밖에 없었다.

    ‘투척술은 말할 것도 없지.’

    다양한 것에 대한 보정치를 준다. 범용적이기에 한 방이 없었다.

    “늑대 은신은 뭡니까.”

    “그냥 효과적인 은신법이라고 보시면 돼요.”

    살법(殺法)이기에 효과는 상당할 터였다.

    “포물선 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머리를 맞히는 살법이에요. 강력하죠.”

    필중 급소술의 일종으로 포물선을 그리기 때문에 어둠과 은은한 빛만 있는 던전에서는 최강의 저레벨 살법이라고 해도 아깝지 않을 평가를 지니고 있었다.

    ‘일단은 넘어가고.’

    정확한 효과는 실질적인 훈련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음은 마법 궁수 루둔표! 그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기술) 초급 궁술

    (기술) 멧돼지 코

    (주문) 화살 마법―불꽃

    (궁술) 단삼사(短三射)]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좋은데.’

    시작부터 초급 궁술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특히나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그냥 궁수도 초급 궁술을 못 얻어서 2레벨이 되었음에도 1레벨을 돌 정도였다. 궁수에게 궁술 경험을 때려 넣는 초급 궁술은 그만큼 좋은 기술이었고, 필수적인 기술이었다.

    “단삼사는 뭡니까.”

    “순차적으로 빠르게 화살을 세 발 쏘는 요령입니다.”

    “아, 그렇군요.”

    화살 마법―불꽃은 화살에 불꽃을 담는 마법이었다. 다른 아이템과 섞어야지만 괴물에게 위력을 낼 수 있을 정도로 형편없기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궁수 직업을 지닌 사람들 중에는 로이더가 많았다. 짊어져야 하는 짐과 활의 장력 때문이었다.

    민첩함을 버리고 고자가 되면서까지 무거운 장력을 보유해야 하는가는 개인의 선택이었다. 최근에는 연금술 덕분에 로이더도 발기탱천(勃起撑天)할 수 있었다. 음경의 모세 혈관이 팽창하여 딴딴하고 꼿꼿하게 됨, 또는 그런 일이라는 게 발기의 사전적 의미였다. 그게 로이더도 가능하게 된다는 건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다음은…….”

    마법사 종휼간.

    [(기술) 정신 집중

    (기술) 마법사의 옷

    (주문) 얼음 화살

    (주문) 얼음 방패]

    ‘비겁한 얼음 마법사군. 아주 좋지.’

    정신 집중은 마법 사거리 증가, 단거리 위력 증가를 노릴 수 있지만 주문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다. 최소 5초~최대 9초로 매우 긴 시간의 추가 집중이 필요했다.

    마법사의 옷은 아티팩트를 보정할 수 있는 독특한 기술이었다. 현재로서는 단 하나만 보정할 수 있었다. 얼마나 좋은 장비를 입느냐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지는 셈이었다.

    이 팀원 속에 산박이 들어간다.

    ‘나쁘지 않다.’

    암살자와 동물로 변신한 드루이드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 또 거리를 두고 적을 상대할 때의 드루이드도 강력하다. 평범한 드루이드는 그렇지 못하겠지만, 산박에게는 높은 지혜로 만들어낸 집중성탄이 있었다. 덩치가 큰 괴물에게 효과적인 주문이었으며 가장 1레벨 주문답지 않은 주문이다. 무엇보다 2레벨 주문도 아니었다. 규정되지 않은 주문이었기에 어느 곳에서든 사용할 수 있었다.

    “어때요?”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훈련을 해보기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2팀의 훈련이 시작되려고 했지만, 루둔표와 종휼간 때문에 중단되었다.

    “팀 이름을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텅!

    아이스박스가 테이블 옆에 내려졌다. 안에는 얼음과 물이 섞여 있었고 맥주와 소주가 가득했다. 제대로 날을 잡은 듯했다.

    ‘윽.’

    산박은 벌써부터 술 냄새가 맡아졌다. 그사이에 이들은 바비큐 파티를 벌일 생각인지 몇몇 설비를 단박에 세우고 봉지에 담긴 참숯을 집어넣었다.

    깡깡!

    집게 두 개를 부딪치며 루둔표가 숙성된 목살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쁘지 않았다. 프리미엄 고기 가게에서 수급해 온 고기다웠다.

    쉬이이이익!

    휼간은 참숯에 불을 붙이기 바빴다.

    ‘어울려 주는 수밖에…….’

    2팀은 산박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성을 크게 생각하는 팀이었다. 그런 곳에서 붕 뜨는 건 좋지 않았다. 가만히 있더라도 그 자리에 함께해야 했다. 그게 사교적인 팀에서 살아남는 법이었다. 이를 가볍게 여기면 그 사회 조직에서 나갈 때까지 무관심 속에서, 마치 물에 잠긴 기분에 휩싸인 채 살아야 했다. 팀의 사소한 건 유나가 하겠지만 중대 사안은 산박이 판단하기 때문에 이들과 술자리를 여는 건 피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탕!

    “시작은 벌주를 만드는 것부터죠.”

    큰 사발이 올라왔다. 벌주라고 해도 음식물을 넣는 미친 짓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마시고 싶은 술을 넣는 정도에 그쳤다. 나름 선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사회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 즐겨도 그 정도에서 즐길 수밖에 없기도 했다.

    ‘보통은 일이 끝나고 뒤풀이식으로 하는 게 고작인데.’

    “저건 뭡니까?”

    “아, 노래방 기기입니다.”

    산박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그 모습이 세 명을 자극했다. 남의 약점은 후벼 파고 짓밟고 소금을 뿌려야지 재밌는 법이었다. 그게 벌려지고 상처가 나든 말든 알 바가 아니었다. 우리가 재밌어야 하니까. 그런 고통을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흥이 식었으니 책임지라고 할 게 뻔했다.

    “저 노래 못하는데.”

    “역시 빌드업 하는 것부터 남달라. 그지?”

    “꼭 노래 잘하는 사람이 못한다고 약 치더라. 그치?”

    “그치이이이잉!”

    술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텐션이 저세상으로 올라가 있었다. 이미 그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산박이 소주의 바닥을 팔꿈치로 쳤고, 뱅글뱅글 돌린 다음에 역으로 뒤집으며 그대로 뚜껑을 땄다. 회오리치며 소주가 빠르게 쏟아졌다.

    “와! 잘하신다!”

    “이쯤이야.”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배운 거지만, 쓰기 나름이었다.

    그날 술자리에서 얻은 건 친밀감과 오버시어라는 팀명뿐이었다.

    * * *

    2팀의 훈련은 그다음 주에 잡혔다. 그사이에 산박은 여전히 일상을 살았다. 최근에는 0레벨 던전을 거의 가지 않았다. 오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얻는 수익이 적어서였다. 그 시간을 다른 곳에 이용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내실을 다지는 데 써야 했다.

    대표적으로는 창고에 있는 텃밭이 있었다. 비닐하우스처럼 꾸민 곳이고, 물의 나무가 자리 잡은 곳이었다.

    쪼르르르.

    인공 연못에 물이 졸졸 흘러내렸다. 그 옆에서는 물의 나무와 대충 심은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대장삵과 교감하고 있는 물의 나무였기에 대장삵은 꾸준히 그 곁에 머무르는 게 좋았다. 물의 나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동 운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물의 나무가 죽으면 대장삵은 큰 영혼의 상처를 입는다. 강해진 대신에 역린이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던전 공략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는 없었다.

    혼자서 0레벨 던전 공략을 할 수 있었지만 산박은 텃밭을 관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특별한 텃밭이 되어 버렸지.’

    물의 나무가 있어서 텃밭에 심은 작물들은 결코 평범한 놈들이 아니었다. 싱싱함은 물론이고, 생육에도 속도가 붙어있다. 그 덕에 쌈 재료가 언제든지 있었다. 고기만 사 오면 그만인 셈이었다.

    그 외에는 던전 정보를 암기하는 데 힘쓰고, 앞으로의 계획을 적은 것도 다시 한번 검토했다. 산박의 계획서에서 그 시기가 빨라진 게 있다면 당연히 ‘2팀의 출범’이었다.

    ‘빠르긴 빨랐지.’

    적어도 2레벨에 올라서고 나서 두 번째 팀을 운용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복수의 팀을 관리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산박의 계획 중 하나였다. 그게 가속화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스크는 있다.’

    허나 던전 콘셉트가 강한 두 번째 팀인 오버시어는 오히려 옥시모론보다 더 강력한 팀이 될 수 있었다. 옥시모론이 반듯한 대리석이라면 오버시어는 곧추세워진 죽창이다. 그 편향된 능력치는 성공한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반대로 까딱 잘못하면 엎어지겠지.’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산박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던전 정보를 훑으며 외우고 있던 산박이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팀장님, 바쁘세요?]

    ‘유나 씨네.’

    [무슨 일이신데요?]

    [훈련 일정을 좀 타이트하게 할 수 없을까요. 3일에 한 번이나 4일에 한 번으로요.]

    ‘엉?’

    오히려 산박이 바라던 바였다. 1팀이 휴식할 때 스파르타식으로 하고 싶었지만 너무 그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일단은 평균으로 일정을 잡았다. 팀의 훈련 일정을 팀원에게 하나하나 묻지는 않았다.

    [3일에 한 번씩 합시다.]

    유나가 달리니 산박이 거기에 올라탔다. 그들은 그만큼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빨리 1레벨 던전에 들어설 터였다.

    3일에 한 번씩 하는 훈련 때문에 루둔표와 종휼간이 세종시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투룸에 월세로 들어간다고 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당장 유나도 산박이 사는 창고의 옆집에 살고 있었다. 팀 전체가 순식간에 세종시로 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팀 옥시모론에 속한 시은과 강합, 충호와 탕만과도 연락을 꾸준히 했다. 팀원 하나하나의 근황과 현재를 꾸준히 파악, 갱신해야 하는 게 팀장의 책무였다. 산박은 한번 잡았다고 밥을 안 주는 낚시꾼은 아니었다.

    특히 충호에게는 더더욱 신경을 썼다.

    “요즘 뭐 하고 있습니까?”

    ―0레벨 던전 돌기 바쁩니다. 몇 번 1레벨 던전에 갈려고 했는데, 전에 팀장님이랑 산업 팀에 가지 않았습니까?

    “예.”

    ―그 이후로는 학을 뗍니다.

    산박이 시원하게 웃었다. 확실히 분위기 좋은 산박의 팀과 다른 팀을 비교하는 건 어려웠고, 설사 있다고 해도 약간의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팀의 분위기가 좋을수록 배타적인 게 보통이다. 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좋을수록 그 차이는 심했다. 당연히 옥시모론 팀 내에서 충호는 전자에 해당했기에 다른 팀에 속하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러운 건 그저 그런 팀에 권유받은 것뿐이라는 점이었다.

    ‘산업 팀 때문에 오히려 우리 팀에 대한 애착이 생겼네.’

    전화위복이었다. X같은 팀을 만났는데, 그게 되돌아와 득이 되었다.

    이렇듯 산박은 1팀과도 인연을 단단히 다졌다. 시은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던전 내에서는 조용하지만 던전 밖에만 나오면 수다쟁이가 되는 시은이었다. 조금만 메신저를 꺼둬도 메시지가 서른 개는 쌓일 정도였다. 이를 틈틈이 확인하고 몇 단어가 아니라 몇 문장을 쓰는 것도 산박의 업무였다. 시은의 지대한 관심은 반대로 거대한 분노나 싸늘한 무관심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었다.

    그 속에서 오버시어 팀은 훈련을 마치고 강렬한 색채를 지닌 채 던전에 들어설 준비를 마쳤다. 물론 모든 훈련이 만족스럽게 끝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실전을 하지 않고 훈련만 해서는 던전 사용자라고 할 수 없었다.

    “조금 부족해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겠어요?”

    “안정성 하나만은 톱급 아닙니까!”

    “좋습니다. 3일 동안 푹 쉬고 봅시다. 개릉 던전 앞에서…….”

    “그러지 말고 팀장님, 제 트럭 타고 다 같이 갑시다.”

    “예? 그렇다면야 좋습니다. 주소를 말씀하시면 찾아가겠습니다.”

    산박은 옆집에 살고 있는 유나 때문에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루둔표에게 주소를 말해 달라고 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팀장님!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뇨! 그런 말씀 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가겠습니다!”

    유나는 그걸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매력이 없나?’

    탈색하고 염색했음에도 붉은 머리카락은 찰랑거린다. 단발인 것도 모두 머리카락의 건강도를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그 덕에 유나는 독특한 외모를 얻을 수 있었다. 키는 작지만 색채가 자극적이었다. 뚝뚝 끊어지는 머리카락이 아니기에 남자 한둘 꼬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남들은 바닥부터 닦고 커리어를 시작하지만 그녀에게 계단 한두 개 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기를 쓰고 옆집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산박의 모습은 고자, 고자 그 자체였다.

    격렬한 산박의 반응에 결국 물러난 건 루둔표였다. 서른세 살인 그는 물러설 줄 아는 남자였고, 아침에도 고개를 숙이는 남자였다.

    산박은 1팀의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그곳에 장기간 출장을 간다고 말했다. 2팀에 관해서는 오버시어가 성공적으로 공략을 완수했을 때 알릴 생각이었다. 미리 말한다면 실패한 커리어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이는 확정적으로 1팀 내에서 권위의 위축을 가져가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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