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270)
  • 62화

    “던전 광물이다. kg당 팔리는 것들이지.”

    거의 폐지나 다름없었다. 물론 폐지보다는 값어치가 높았지만, 광부가 되는 셈이었다. 피와 땀으로 캐내는 것이 던전 광물이었다.

    “불완전한 키메라를 잡을 수 있었다면 이런 거 안 캐도 수익이 충분하거든.”

    커트라인을 맞출 수 있었다.

    “그놈이 그렇게 가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던전 광물로 커트라인을 맞춰야 해.”

    덜도 더도 말고, 딱 그 수준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거기에는 향상심이나 욕심이 적었다. 마치 매번 받는 월급을 받기 위해서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상한 사람이다.’

    산박은 돈 대리의 그 모순적인 감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곳은 피를 흘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돈 대리가 왜 저렇게 되어 버렸는지, 왜 저렇게 일그러졌는지 알 수 있었다.

    ‘창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뒤에서 싸우는 것과 같았다. 무너질 것 같으면 아군을 희생양 삼는다.

    처음에는 양심이 찔렸을 터다. 하지만 양심은 뾰족한 삼각형과 같아서 굴리고 찔리다 보면 그 끝이 무뎌지다가 이내 아무런 고통도 주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돈 대리에게 있어서 1레벨 던전 공략은 일상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기 때문이고, 남이 죽는 건 으레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일지…….’

    마음 한편이 아려 왔나? 아니다. 산박은 그저 돈 대리가 만들어낸 산수적 인명 피해를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게 안타까웠다. 다른 감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도 살기 위해서 인간 백정 노릇을 했기에 잃어버린 게 많았다. 그저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또한 살인하기 전의 열 살까지 쌓아 올렸던 그 시절의 산박이 지녔던 모든 걸 매번 떠올리고 있기도 했다. 그게 지금의 산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캐야 합니까?”

    “배낭을 다 채워야지. 최소한의 커트라인에 들어가야 하니까.”

    이 일에는 돈노금 대리 또한 땀을 빼야 했다. 보급은 한정되어 있었고 인원은 한 명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등 빠지게 힘을 줘야 했다.

    “색깔 구분 없이 그냥 때려 넣어. 어차피 회사에서 알아서 구분하니까.”

    “예.”

    미묘하게 색이 다르거나 특이하게 색이 완전히 다른 것들도 싹 다 집어넣었다. 던전 광물은 수많은 금속과 비슷하고도 달랐다.

    “여기에서 나는 던전 광물은 어떤 것들입니까?”

    산박이 노금 대리에게 물었지만 그는 짧게 대답했다.

    “시끄럽고, 캐기나 해!”

    “예.”

    던전 광물이 어떤 것인지 알면 수익금이 탄로 나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었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노금 대리를 보며 산박은 속으로 웃었다. 그와 섞이면 섞일수록 그를 알 수 있어서였다.

    이곳에서 나오는 던전 광물은 총 세 가지다. 미약한 은철, 흩어지는 잡광석, 뒤섞인 합금. 물론 각각의 명칭은 사람 따라, 조직 따라 다르다. 은철의 경우 철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메이아스릴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은과 철의 성질을 동시에 띠고 있다고 여겨지는 던전 광물이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광물이지.’

    모든 곳에 합금으로서 능력치를 상향 보정할 수 있는 게 미약한 은철이었다. 말 그대로 합금을 하기만 하면 전체적인 광물의 스펙이 올라간다. 많이 쓰이기 때문에 그나마 광물 중에서 ‘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수익금을 주고 있었다.

    나머지 두 개는 그냥 흔한 던전 광물이었다. 흩어지는 잡광석의 경우에는 상품 가치가 거의 없었다. 심해 터널이나 물이 많은 곳에 쓰이는데,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지닌 매우 특이한 광석이었다.

    다만 쓰이는 곳이 한정적이라 값이 매우 낮았고 동시에 구하기도 힘들었다. 오더를 넣어도 손에 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상업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잘 없었다. 건축 회사가 혹시나 쓸 일이 있겠지, 싶어서 구매하여 쟁여놓는 정도였다. 그것 또한 대부분 외국 회사가 구매한다. 그 운반료 때문이라도 한국의 던전 사용자들이 굳이 캘 것은 아니었지만, 세종일산의 경우에는 그 회사 지분 구도 때문에 이런 것들도 일단 챙기는 편이었다.

    뒤섞인 합금은 독특한 곳에 쓰인다. 합금을 녹인 곳에 금이 섞여있는 제품을 집어넣으면 거기에 있는 금만 표면 위로 살짝 떠오른다. 이를 건져내면 순수한 금을 쉽게 채취할 수 있었다.

    금 채취에 쓰인다고는 하지만 사실 금 채취는 다르게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기에 취미나 사업으로 사금을 채취하는 곳에서만 쓰는 실정이었다. 끓는점이 낮아서 간단한 가스버너와 냄비로 얼마든지 금 채취에 쓸 수 있는 독특한 것이 뒤섞인 합금이었다.

    이 광물 모두 빛을 내고 있었기에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단숨에 뽑기도 수월했지만 배낭을 채우려면 역시 한참 걸렸다. 노동을 하러 왔는지 던전 공략을 하러 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오염물은 결코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첫날에 실패한 괴물을 사냥하고, 그 뒤로 2일 동안 던전 광물을 캤다. 그리고 4일째에 오염물로 가득한 곳에 들어설 수 있었다. 모두가 합심해서 일했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 모두 오물 똥통이나 다름없는 이런 던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돈노금은 위생적인 인간이라 남들만큼 일했다.

    “앞으로 가면 바로 오염물 생산 시설이다. 그곳에는 족히 수백 마리가 넘는 오염물이 서로 뒤엉켜 있을 거다. 서로 밀쳐져서 수로에 빠지는 식으로 던전으로 퍼뜨려지지.”

    실로 괴이쩍은 증원 방식이었다. 지성이 없어서 수로를 통해서 던전에 퍼뜨리는 식이었다. 문제는 수로의 물살이 너무나도 불규칙적이라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그런 방식이 비틀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바로 물살이 한쪽 수로로 너무 몰렸다. 그 결과 생각보다 더 많은 숫자의 오염물이 생산 시설에 존재했다. 수원이 전체적으로 고루 퍼져서 가야 하는데 한 방향으로만 터진 셈이었다. 모두 불규칙한 오염물 수송 방식 때문이었다.

    ‘왜 이런 던전이 있는 걸까.’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던전 곳곳에 퍼지지 못한 오염물 때문에 오염물 생산 시설은 생각 이상으로 더 많이 꽉 차있을 게 분명했다. 그들을 처리하려면 생각을 좀 해야 했다.

    “화염 물약을 쓰고 물을 토해내는 분수를 부수면 모든 게 끝나고 던전은 붕괴된다.”

    “돌진해서 빠르게 부수자는 겁니까?”

    “그렇지. 생각해봐. 수백 번을 칼질할 수 있겠어? 힘들지. 그러니까 단기전을 노리는 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돈노금의 목소리 속에는 동요하는 마음이 존재했다.

    ‘이번에는 우리 둘을 희생시킬 생각인가.’

    하지만 같이 달린다면 장창을 쥔 돈노금이 먼저 죽는다. 둘러싸인 상태에서는 검방을 쥔 전사가 더 오래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산박의 경우는 호랑이로 변하면 그만이었다. 오염물의 이빨이 두꺼운 호랑이 털과 가죽을 뚫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물론 이는 산박이 잘 모르는 것이었다. 물을 홀딱 맞은 호랑이의 털은 방호력을 잃기 쉬웠다. 오염물이 내뱉는 썩은 액은 호랑이의 굵은 털 갑옷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가죽이 남았지만, 생체 갑주는 내구력이 강철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무두질하지 않은 생가죽이 얼마나 빨리 상하는지 현대인은 잘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산물을 못 얻는다.”

    “무슨…….”

    산박이 말을 줄여 나갔다. 돈노금이 말하는 부산물은 그도 잘 알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얻는 게 불가능했다. 또한 이미 던전 광물로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했다. 그러기 위한 이틀이었다.

    그걸 보기 좋게 무시하며 돈노금 대리가 돈독이 올라서 말했다. 그는 확곡 사원을 버렸고, 그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올려야만 했다.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기업은 돈노금을 신뢰하고, 그 수익성을 보고 그를 품에 안고 있었다. 돈노금 또한 이 핵심을 잘 알고 있었다.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이 정말로 역겨웠다.

    “분수에 있는 ‘녹음의 보석’을 수거해야 한다.”

    “그렇다면 돌진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지. 그게 아냐!”

    돈노금이 산박과 충호를 검지와 중지만 들어 올려 가리켰다.

    “두 사람이 먼저 돌진해서 시선을 끌어. 분수 쪽에 남은 오염물들은 내가 처리하지. 그리고 배낭을 펼쳐서 썩은 물 속에서 녹음의 보석들을 채취한다.”

    “그다음에 분수를 부순다는 겁니까?”

    “그러취. 시선을 끌어야 하니까 계속 외쳐주고 소란을 떨어줘야 해. 완벽한 작전이지.”

    ‘지랄.’

    “예.”

    생각은 그렇게 해도 산박은 그냥 바로 대답했다. 일말의 생각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야 뒤통수를 쳐도 칠 수 있었다.

    ‘아쉽게도 확곡이 죽어서 노금을 죽일 수 없다.’

    “더 궁금한 거 없으면 바로 들어가자.”

    실로 단순한 전술이었다. 노금이 창을 지팡이 삼아서 일어났다. 충호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산박이 오케이를 던졌기에 별수 없이 일어나긴 일어났다.

    그들은 그대로 진입했다. 산박은 충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생각보다 오염물이 많이 뒤엉켜 있을 겁니다. 자리를 계속 옮기면서 싸우다 보면 끝나있을 겁니다.”

    “예.”

    물이 한쪽에 몰릴 정도로 개판으로 뭉쳐있을 게 기대되었다. 물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산박과 충호는 그 거친 물소리처럼 오염물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길 기대했다.

    “뭐야, 이게?”

    돈 대리가 황당해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돌격해야 할 두 사람도 입을 다물었다.

    “그에에엑.”

    뒤엉켜 있는 오염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천장에서 뚝 떨어진 오염물 하나가 오염물로 만들어진 산비탈을 굴렀고 목이 부러져서 그대로 엎어졌다. 그 운동성 때문에 팔이 떨어져 나갔고, 가장 맨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전투가 이루어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쏴아아아아!

    수원은 오염물의 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쳐져서 거세게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 물살을 비튼 곳의 오염물들은 신체가 물에 의해서 훼손되고 파여져 죽어 있었다.

    “운이 좋군.”

    돈노금 대리가 희희낙락해 했다. 의외의 큰 수확이었다. 혼란스러운 던전답다고 해야겠지만,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어서 채취하자!”

    그가 돈독에 올라서 재촉했지만 산박은 홀로 외쳤다.

    “전 혹시나 모를 움직이는 놈들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래라!”

    기분이 좋아진 돈노금 대리는 짧게 대답하며 서둘러 분수로 향했다.

    ‘대박, 대박이다!’

    그는 계속해서 희희낙락해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불완전한 키메라와 싸우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클리어하는 곳이 이곳, 오염물 생산 시설의 파괴였다. 그 분수를 부수기 위해서는 평범한 전투가 일어날 리 없었다. 천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 때문에 보통은 전투가 매우, 심각할 정도로 난전 상태에 돌입하는 게 이곳이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오염물들이 수로를 흐르는 물을 타고 빠르게 사위를 포위할 수 있었다. 아까의 수로는 기이할 정도로 물살이 거셌지만 일반적으로는 오염물도 운신할 정도의 작은 흐름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천장에서 떨어지고 수로를 통해서 빠르게 접근이 가능한 데다가 사위를 포위한다. 중앙에 있는 분수에 가면 갈수록 그것은 가속화되고 더욱 체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감당하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돈노금은 두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챙길 거 챙기고 분수를 파괴하는 꿀맛 같은 일만 맡으려고 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소수의 오염물에는 능히 대처할 수 있었다.

    ‘거기에 충호의 덩치는 컸지.’

    큰 만큼 오염물의 시선을 끌기도 좋았다. 성량도 크기 때문에 더 큰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었다.

    돈노금은 정신없이 보석을 배낭 속에 넣었다. 충호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천장에서 오염물이 떨어져 내렸지만 위협은 되지 않았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였다.

    그사이에 산박은 환도로 오염물의 목을 잘랐다. 혹여나 빛의 신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성불? 그런 것으로 참작될지도 모르지.’

    그렇게 정신없이 죽였을 때, 던전이 붕괴되었다. 새하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력한 괴물을 상대하다가 이런 던전을 마주하니 오히려 난이도가 쉽게 느껴졌다. 던전 자체의 알고리즘이 꼬였기 때문이기도 했기에 요행으로 클리어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수로와 거기서 대량으로 오염물이 흘러내려 왔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던전은 보여줄 근거를 모두 보여준 셈이었다.

    [레벨 업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사용자 태산박을 인식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출력합니다.]

    [던전 사용자 태산박의 존재를 특정합니다. 당신은 카르마의 선택을 받은 자입니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충분한 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을 위해서 남겨놓을 수 있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새로운 주문과 기술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레벨 업을 위해서 남겨 놓겠다.”

    [카르마를 축적합니다.]

    그 외에 어떤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아쉬울 따름이었다.

    산박이 가장 먼저 밖으로 나왔다. 그림자 기사인 서충호와 창병인 돈노금은 다른 걸 선택하느라 바쁜 듯했다.

    그때, 산박의 앞에 확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몰골은 끔찍했다. 산박은 서둘러 자신이 지닌 치료수를 먹이고 대장삵을 통해서 물을 뿌려 씻어내며 풀 플레이트 아머를 벗겼다. 태아처럼 몸을 말고 있는 그는 다른 상처는 없어 보였다. 산박은 확곡의 코에 손가락을 대고 다른 손으로는 목을 짚었다. 맥박은 뛰고 있었고 숨도 쉬고 있었다.

    “용케도 살아남았네.”

    “숨은 쉴 수 있었으니까 물살에서 빠져나와서 그대로 들러붙은 채로 오염물로부터 숨어 있었던 것 같은데.”

    대장삵이 산박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치료수 덕분에 눈을 뜬 확곡은 시리도록 차가운, 뭔가 포기한 듯한 눈을 한 채 무표정하게 일어났다.

    “대리님은요?”

    “아직 안 나왔어요.”

    “그런가요.”

    산박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살아남아서 천만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확곡이 일어서서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산박은 배낭을 옮기기 시작했다. 던전 광물과 녹음의 보석들이 든 배낭들을 하나씩 옮겼다.

    “쉬세요. 큰 트라우마를 겪으셨을 텐데…….”

    “네. 감사합니다.”

    산박의 말에 확곡은 짧게 대답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돈노금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환도로 돈노금의 목을 쳐버렸다.

    “커억!”

    한순간이었고, 산박은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돈노금의 목에서 피가 미친 듯이 흘러나왔다. 돈노금 대리가 치료수로 손을 가져갔지만 손목이 깔끔하게 베였다. 확곡은 그대로 돈노금의 머리를 환도로 내려치고, 또 내려쳤다.

    “멈춰요! 멈춰!”

    산박이 서둘러 내려왔다. 하지만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상태였다. 피범벅이 된 표확곡은 환도를 버리고 그대로 지하철 위로 올라갔다.

    산박은 돈노금의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갔다. 그사이에 먼저 올라간 확곡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경찰에게 자수하고 있었다.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담담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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