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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42/270)

42화

뿌득!

충호가 이를 가는 소리를 냈다. 산박 또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개새끼가.”

누구 할 것 없이 놈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탕만은 생각 없는 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곧장 사과를 하는 인성이 있는 팀원이었다. 서로 존대를 하면서도 탕만은 그래도 제법 막내 노릇을 하며 막내 대우는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개념인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등판을 갈기갈기 난도질당해서 널브러졌는데 이를 두고 비웃는 듯한 모습을 취하는 근위 곧개미에게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큰 분노를 느낀 충호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산박도 크게 놈을 압박했다. 근위 곧개미는 네 개의 앞다리로 쥔 무기를 거칠게 휘두르며 두 사람의 맹공을 버티려고 했지만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무기를 쥔 손이 네 개라도 그걸 운용하는 건 하나의 객체였다. 그 정신에는 한계가 존재했고, 두 명을 상대하기란 여전히 힘겨운 일이었다. 충호는 우직하고 산박은 날렵하다. 그 다른 전투 스타일에 하나하나 다르게 접근해야 했다. 손이 어지럽게 변할 수밖에 없었고, 판단도 매번 크게 달리해야 했다.

촤악!

잘린 앞다리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근접전에서 거의 아무런 저지력도 가지지 못하는 창을 쥔 앞다리였다. 충호가 힘으로 승부를 겨룰 때 산박이 기회를 잡고 뱀처럼 앞다리를 베어낸 것이었다.

‘마무리!’

두 사람이 동시에 생각했을 때, 전황이 바뀌었다.

“놈이 내려갔다!”

시력을 회복한 근위 곧개미 때문에 대장삵이 소리를 치며 뒤로 빠졌기 때문이었다.

‘쳇!’

대장삵도 합류하며 혀를 찼다. 그는 용맹하게 저 덩치 큰 괴물과 1:1로 싸우고 싶었다. 산박에게서 힘을 받을 수 없었기에 물의 마법을 쓸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끝장을 내고 싶었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산박이 죽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한순간의 무훈을 세우기 위해서 다른 이와의 약속을 깨는 것은 대장삵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대장삵은 물러났다. 체급 차이가 심한 상대로는 승률이 낮다는 걸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특히나 물의 마법이 없어서 더더욱 승부수를 띄우기 힘들었다.

“물러나며 버텨!”

산박 또한 증원군이 왔기에 승부수를 던질 수 없었다. 한 명과 둘의 차이는 크다. 그 변화의 시작 속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전사는 있어도 리더는 상황이 노도와도 같이 밀려오지 않는 이상 모험을 선택할 수 없었다.

캉, 쾅!

충호의 방패가 크게 흔들렸다. 뒤로 빠지는 낌새를 느끼자마자 근위 곧개미가 세 개의 앞다리에 쥔 무기로 한 번에 내려친 것이었다. 탕만이 당했던 기술은 아니었다. 한쪽 앞다리가 잘리면서 균형이 미묘해졌고, 뒷다리 두 개를 허공에 올리려고 했지만 흔들릴 것 같아서 다시 땅에 뒷다리를 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충호를 살렸다. 방패가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충호의 몸체는 굳건할 수 있었고, 넘어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방패가 거침없이 흔들릴 때 충호는 공포감을 느꼈지만 생각보다 빨리 방패를 고쳐 잡을 수 있었다. 숨조차도 쉬는 걸 깜빡했기에 그제야 숨소리를 터트렸다.

“헉, 헉헉!”

단번에 호흡이 무너졌다. 휴식 시간도 없다. 적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호흡이 깨졌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다행이라면 곧개미가 한 걸음 물러났다는 점이었다.

“까르라라락.”

근위 곧개미 두 마리가 서로 몸을 비비면서 소리를 냈다. 강한 유대감이 그들에게 존재했다. 약간의 소강상태 속에서 산박과 충호는 추위를 느꼈다. 하지만 근위 곧개미들은 체온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온화한 자수정 가죽 갑옷 덕분이었다.

“후욱!”

새하얀 입김이 가득 쏟아져 나와서 눈에 보였다. 한 번 당황한 대가로 충호는 흐트러진 호흡을 쉽게 되찾지 못했다.

“저 왔어요!”

곧개미의 피로 샤워를 한 시은이 외치면서 합류했다. 다시 한번 충호가 악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시은 또한 대장삵과 신호를 맞춰서 후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최대한 충호와 산박의 반대편에 서려고 노력했다.

4:2의 싸움. 그 속에서 단연코 압도적인 피지컬을 드높인 건 근위 곧개미들이었다. 그들은 괴물이었다. 인간과는 신체 조건이 달랐다.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고 똑같은 스윙을 날려도 압도적인 힘을 과시할 수 있었다.

이것은 첫 공격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상대가 다수로 밀어붙이는 가장 첫 순간에 확실하게 최대한의 공격력을 보여줘야 했다. 하이에나 무리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단번에 한 놈을 물어뜯어 죽여야 했다.

이 야만 전사 두 마리는 단기전을 노렸고, 죽음을 각오했다.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집에 쳐들어온 적에게, 모두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큰 피해를 입힐 생각을 했다.

산박의 공격이 그대로 근위 곧개미의 다리를 자르고 쭉 이어 나가 하체를 도려냈다. 허망할 정도로 쉽게 공격을 허용해 줬지만, 다른 이가 근위 곧개미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끅!”

온몸을 던진 근위 곧개미의 짧은 돌격. 거기에 충호가 그대로 휩쓸렸다. 산박이 놈을 베고 지나갔기 때문에 놈의 균형이 무너졌고, 그게 충호에게는 악수(惡手)가 되었다. 방패의 좌측 부분에 강하게 돌진이 들어갔다. 단번에 방패가 옆으로 돌아가며 가드가 풀렸다.

뿌득!

방패를 쥔 왼 손목이 기괴하게 꺾였다. 충호는 신경계를 달리는 통증을 감당하지 못했지만 그 속에서도 충호의 육체는 우직하게 버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틀어진 돌진 방향성 때문에 몸은 넘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퍽, 캉!

망치에 어깨를 얻어맞고, 충호의 무기가 적의 도끼와 부딪쳤다. 충호가 휘두른 게 아니었다. 그저 얻어걸린 것에 불과했다. 그만큼 양측 전사 모두 상태가 안 좋았다.

그렇게 산박은 순식간에 한 놈에게 큰 피해를 주고 지나갔고, 시은은 날렵하게 다른 근위 곧개미와의 전투를 시작했다. 대장삵이 놈의 등 뒤를 타고 오르며 체중을 실어 할퀴었다. 갑각 피부를 날카롭게 벼린 발톱으로 찔렀다. 이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시은 또한 놈과 싸웠다. 재수 없는 건 적이 동귀어진을 하려 했다는 점이었다.

‘우웃!’

시은은 공중제비를 돌며 그냥 몸을 던지는 놈을 피했다. 그것만으로도 근위 곧개미는 바닥에 엎어졌다. 하지만 시은은 놈을 공격하지 못했다.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제단 위에서 껑충 내려온 근위 곧개미는 전혀 지치지 않았고 네 개의 앞다리 중 단 하나의 앞다리가 쥔 검이 시은의 허벅지에 큰 자상을 남겼다.

피가 쏟아져 나왔다. 동맥? 정맥? 알 수 없었다. 그럴 여유도 되지 않았다. 시은은 단번에 전투 불능에 빠졌다. 철철 흐르는 혈액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민첩하면 할수록 한 방에 약한 법이었다. 무엇보다 네 개의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 근위 곧개미는 민첩형 전사의 카운터나 다름없었다.

툭. 푸슛, 푸슈웃!

시은의 피가 묻은 검이 바닥에 뚝 떨어졌다. 피가 흘러내렸다. 놈이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을 펼쳤고, 그것 때문에 시은이 욕심을 부린 것도 있었다. 그 대가는 서로 피해를 보는 일이었다. 수비를 회피로 버틸 생각을 하며 공격한 시은이나 수비를 포기하고 공격한 근위 곧개미나 똑같았다.

“꾸릑!”

쓰러진 놈의 뒷다리를 대장삵이 노렸다. 체중을 실어서 발톱을 찔러 넣고 이빨을 갑각 피부에 박아 넣어서 몸을 덜렁거리며 뜯어냈다. 다리 하나가 뚝 떨어지며 체액이 산박의 온몸에 묻었다.

끔찍한 피해를 당한 두 사람과는 다르게 산박은 피해가 전무했다. 어차피 팔 하나가 날아가 전투력이 망가진 상태였던 근위 곧개미는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덩치가 큰 인간을 크게 다치게 하면 이득이라고 여겼다. 반대로 제단에서 내려온 멀쩡한 근위 곧개미는 약한 놈을 먼저 노려 머릿수를 줄이려고 했다. 그 결과 산박만 공격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콱!

다리가 대장삵에 의해 뜯겨 나간 근위 곧개미에게 산박이 뛰어들어서 몸을 부딪쳤다. 그가 충호에게 가지 않은 이유는 충호를 덮친 놈의 하체를 길게 베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놈은 이미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놈을 노린다!’

치명타가 들어가지 않은 놈부터 조지기로 했다. 다리가 굳건하게 일어서 있지 않았기에 곧개미가 옆으로 홱 넘어졌고, 그대로 산박의 환도에 의해서 머리가 찍혔다.

콱!

부르르!

놈이 사지를 떨며 발악했지만 그 힘은 매우 약했다. 일어난 산박은 마지막 한 놈을 처리하고 그제야 주저앉을 수 있었다.

“헉. 헉.”

전신의 근육이 뻣뻣했다. 하지만 몇 번 숨을 쉬고 나서 산박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는 품에서 드루이드 빛 무리 치료수를 꺼내서 시은을 치료했다. 그리고 끙끙 앓고 있는 충호의 상태를 살폈다. 충호는 손목이 꺾여 있었다. 기절했을 때 돌리고 물약을 붓는다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어 보였지만 충호는 기절을 하지 않았다. 그저 땀만 뻘뻘 흘릴 뿐이었다.

‘젠장할, 이건 마법으로 회복해야 한다.’

“대장삵의 도움으로 치료해야 할 것 같아요.”

“으으…….”

충호는 산박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저 태아처럼 웅크리고 죽은 것처럼 근육을 경직시킨 채 온몸에 힘을 빡 주고 있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신경이 놀랐을 수도 있고,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가 겹친 듯했다. 손목은 시퍼렇게 멍 들고 피가 잔뜩 고여 있었다. 쉽게 건들기 어려웠고,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마비 독이나 마비약을 가지고 있어야겠는데.’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산박은 강력한 흥분제 혹은 진통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괴물과 싸우기 시작하는 1레벨 던전에서는 인간의 감각을 무너뜨리는 약물이 반드시 필요했다.

시은은 금방 멀쩡해졌다. 물약이 아까웠지만 충호의 정신력이 소모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손목에 치료수를 조금, 조금씩 발라주며 통증을 완화시켰다.

또한 탕만도 치료했다. 난도질당해서 가장 우려했지만 생각보다 깊게 잘리지 않았다. 치료받은 탕만은 다쳤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충호 씨한테 고맙다고 해야겠어요. 생각보다 근위 곧개미가 위협을 많이 느낀 듯하네요.”

“예.”

이번 전투로 치료수를 생각보다 많이 쓰게 되었다. 근위 곧개미의 판단이 너무 좋아서였다.

‘오히려 싸움을 길게 끌고 갔어야 했다.’

팀이 모두 갖춰지자 공격한 것은 어리석었다. 빠지면서 지치게 하고 그때 죽였다면 안전한 전투가 되었을 터였다. 소수인 탓에 화염 물약을 쓰려고 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아쉬운 전투였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다수를 상대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 그중에 하나는 단기전임을 산박은 뼈저리게 느꼈다.

‘벌써부터 이러면 팀의 사기가 너무 안 좋아지는데.’

하루를 제단에서 보내며 산박은 팀의 사기를 추스르기 위해 노력했다.

“다음에는 더 나은 싸움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예. 그래야죠.”

산박은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며 그들이 전투 의지를 꺾지 않도록 노력했다.

자정은 금방 찾아왔다. 산박은 단번에 충호를 치료했다. 꺾였던 손목이 자연적으로 그 어떤 고통도 없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휴!”

충호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다른 이들도 한숨을 돌린 표정을 지었다. 산박은 제단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놈들이 한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근데 무슨 특별한 힘은 안 깃들어 있는 것 같던데요.”

학구적 탐구심으로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산박에게 충호가 실효성을 제기했다. 산박은 근위 곧개미가 쓰던 도끼를 들어 올렸다.

“웃.”

깡.

쥐자마자 그대로 떨어뜨렸다. 돌과 부딪힌 철제 무구가 소리를 냈다. 모두의 시선이 산박에게 모였다.

“왜 그러세요?”

그제야 산박은 ‘야만 제단’에 대한 정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방대한 1레벨 던전들이었다. 아무리 정보를 읽어도 상세하게 모든 걸 천재처럼 기억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뇌 속에서 누락되었던 정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야만의 무기라는 겁니다. 가공해서 실제로 팔기도 합니다만 마이너한 무기고, 부무장으로나 씁니다.”

주 무장이 아닌 다른 무기를 1레벨 장비로 쓰는 돈 많은 것들은 알 법할 무기였지만 산박의 팀은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다. 주 무기로 쓰고 있는 환도조차도 공장에서 나오는 무기였고, 능력이 부여가 안 되어 있었다.

“어떤 효과를 지닌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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