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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302화 (302/30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302)

눈부시나 따스하다고 느낄 만한 햇살과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

그리고 아래에서 씨앗을 뿌리고 있는 농부들.

“후아아암!”

성에서 가장 높은 루에 올라 그것을 지켜보던 오리사암은 크게 하품을 했다.

“아따! 따분하네.”

바라는 건 다 이뤘다.

산적이라는, 자신의 이름 앞에 달렸던 수식어는 이제 드랍탑의 대영주라는 수식어로 바뀌었고.

“주군, 오늘은 이번에 편입된 영지를 시찰하셔야 합니다.”

아랫사람들에게 대장, 두목 따위로 불리던 호칭은 어느새 주군으로 바뀌어 있었다.

“코딱지만 한 영지, 뭐 시찰까지…….”

오리시암은 약간 거들먹거리면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래. 지겹다, 지루하다고 하나 이게 바로 자신이 그토록 손에 넣고 싶었던 삶 아닌가.

제 손안에 있는 것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던 그는 지루할지언정 자신의 할 일은 반드시 했다.

그렇게 자신의 신하들을 데리고, 새로 편입된 작은 마을에 도착한 오리시암은 뜻밖의 손님을 맞이했다.

“오리시암 경, 잘 지내셨습니까?”

어느 동물 가죽인지 모를 검붉은 가죽으로 만든 갑옷, 허리춤에 찬 단창만으로도 잘 차려입은 귀족을 압살할 만한 멋을 뿜어내는 그는 바로 테라였다.

“테라 경! 이 변방까진 어떻게……!”

“변방이라니요. 요새 드랍탑을 중심으로 새로운 영지가 개편된다는 소문이 에렌까지 파다합니다.”

“그래서 직접 여기까지 감찰을 나오신 건가?”

테라는 로라스의 측근이나 아직 영지를 하사받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라는 게 더 명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는 늘 영주 옆에 머무르고 싶어 했으니까. 하지만 로라스가 능력 있는 자를 써먹지 않을 리 없었고, 그래서 테라는 영지 감찰직을 맡았다.

감찰직은 로라스가 정한 세율 삼십 프로를 넘거나, 귀족의 지위를 이용하여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하는 자를 솎아 내기 위한 지위.

덕분인지 그 탓인지, 봉토가 없을 뿐 실제 권력은 다른 영주들을 압도하고 남음이 있었다.

“감찰이라니요. 주군께서도 이곳만큼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도 하셨고요.”

테라의 말에 오리시암은 씩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말씀하셨나? 혹시 또 뭐라 말씀하신 건?”

“오리시암 경은 현명하여 절대 제 것을 잃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또한 명확한 선이 있어 혼란스러울 때 가장 능력을 발휘하신다 하셨지요.”

테라의 대답에 오리시암의 표정은 매우 밝아졌다.

‘이래서 사람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건가?’

평생 단 한 번 그리고 단 한 명에게 허리를 숙였다.

성조차 없는 가문에, 비루한 산적 출신의 자신을 알아봐 준 이에게 말이다.

뭐, 정확히는 그 강함의 압도당해 알아서 숙인 것이나, 그게 뭐가 중요한가? 제 능력을 알아봐 줬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래서인지 오리시암은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주군께서 내 얼굴에 금칠을 해 주시는구먼.”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뭔가, 그 표정은?”

“옆 영지의 재정 상황이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안정화되었다가도 자리를 잡지 못한 난민들이 국경에서 계속 유입되다 보니…….”

오리시암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거긴 몇 달 전에도 충분한 지원을 했어.”

“알지요. 매년 북부의 발전에 엄청난 거금을 지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또 이천여 명이 유입이 되어…….”

“어쩐지. 테라 경답지 않게 너무 좋은 말만 한다 여겼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제 말 중에는 거짓은 없습니다.”

“결국 돈 내놓으라는 말을 잘 꾸민 거겠지.”

“어쩌겠습니까? 영지 운용을 오리시암 경만큼 잘하는 분도 드무니 말입니다.”

테라는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주군께서 보내신 선물입니다.”

오리시암은 테라의 손바닥 위에 놓인 보랏빛 상자에 쉽게 손을 뻗지 못했다.

저기에 뭐가 들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뜯겨야 할 돈의 가치보다는 못할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열어 보십시오. 이번 선물은 주군께서 내리신 거지만, 그걸 준비한 건 주모시니까요.”

“매지스터께서?”

오리시암이 급히 상자를 가져와 여니, 거기에는 검은 구슬 여러 개가 박힌 팔찌가 보였다.

“이게 뭔가?”

오리시암의 물음에 테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착용해 보십시오.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렇게 오리시암이 손목에 팔찌를 거는 순간이었다.

‘응?’

마법 물건이라 신체 강화나 뭔가 특별한 기운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래서 오리시암이 이게 뭔가 물으려 할 때였다.

―오리시암 경?

“매지스터!”

귓가로 들린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알았다고 해야 할지.

에르자일의 부름에 오리시암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천하 무서울 게 없는 오리시암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로라스가 기분 좋을 때 슬쩍 제 욕심까지 마음껏 차리는 그였다.

거기에 모두가 경애와 동시에 두려워하는 교황 아델리나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는 그였지만, 그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에르자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모두 예측이 가능하나, 그녀만큼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상한 곳에서 핀트가 나가 사람들을 사람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오기도 했고 말이다.

상황이 어찌 됐든 그녀에게만큼은 늘 깍듯한 예의를 갖추는 것을 잊지 않는 그였다.

―반가워요, 경.

“어떻게…….”

―에렌의 특별한 영주님들과는 이렇게 바로바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족쇄로구나!’

오리시암은 그리 생각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영광입니다, 매지스터.”

―이번에 또 사람들을 위해 엄청난 재물을 기부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공작님을 대신하여 제가 감사드려요.

“하하하하.”

오리시암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또다시 막대한 재물을 뜯기는 것이 정해졌다.

“저라도 도움이 되면 큰 영광입니다. 제가 아니면 또 누가 그럼 부담을 지겠습니까?”

―늘 감사드려요, 오리시암 경.

“저만 믿으십시오.”

오리시암의 힘찬 대답.

―저도 보답해야지요. 이번에 괜찮은 물건들을 제작 중이에요. 반드시 오리시암 경부터 보낼게요.

거절하고 싶었다. 내년에 또 기부금을 내놓으라는 소리일 테니까.

“하하하하! 지대한 관심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의 오리시암을 보며, 곁에 있던 테라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이걸로 올해 급한 불은 다 껐네.’

테라도 느긋한 마음이 되었다.

* * *

“오리시암 경이 우는 게 여기서도 보이는 것 같네요.”

마법 통신을 마친 에르자일이 하는 말에, 옆에 있던 번천이 말했다.

“가끔 감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안될 것 같으니 막판에 생색은 잔뜩 내지 않았습니까?”

“그런 생색은 백 번이라도 받아 줘야지요. 실제 영지를 운용하여 재물을 벌어드리는 건, 모든 영지 중에서도 그가 한 손에 꼽히니까요.”

“이런 것까지 신경 쓰게 하여 죄송합니다, 주모.”

얼마 전 헤르메스가 은퇴하여 영광 찬란한 마탑까지 물려받은 에르자일이었다.

이미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락의 마탑과 함께 두 개 마탑의 주인이 된 그녀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거기에 공작부인의 역할까지 맡아야 하니 번천으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만에요. 오히려 제게 휴식이 되는걸요. 그런데 로라스는 아직인가요?”

“마지막 남은 거대 게이트를 닫았다 하셨습니다.”

“이놈의 마족들은 뭐 그리 자주 나오는지.”

“그래도 이제 큰일이 나기 전에 정리가 되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해야 해요. 이후 시대에도 막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주군께서 구축하실 겁니다.”

“로라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생고생하니 문제지요.”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좋지 않습니까?”

긍정적인 번천의 반문에 에르자일도 어느새 미소를 지었다.

“번천 경이 곁에 있으니 제가 늘 든든하지요. 죄송해요. 이번에도 원정대에 함께하고 싶으셨을 텐데.”

“저야 마탑에서 마법 수련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제 근골로는 한계에 이르렀다 하시니…….”

“마법도 좋지요. 그나저나 집에서 뭐라 하는 거 아니에요? 베오체에게 또 한 소리 듣겠네요.”

“그럴 리가요. 안사람도 마탑에서 나오질 않는걸요.”

번천은 재작년에 혼인했다. 락의 마탑 출신, 마법사와 말이다.

“이쪽 일은 거의 다 수습되었으니, 이제 곧 볼 수 있겠네요. 어쩌면 로라스와도 일정이 맞겠는걸요.”

“그럼 그 전에 잠시 볼일 좀 보고 와도 되겠습니까? 판드와 쥬시스를 보고 오려고 합니다.”

“아! 물론이지요.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대요?”

“거칠 게 있겠습니까? 주군께서 뒤를 봐주고, 렌이 투자하고, 고스트와 손을 잡았으니 말입니다.”

“쥬시스가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그녀보다 판드가 운이 좋은 편이긴 합니다. 가끔 주군께서 왜 그리 그를 아끼시는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 있잖아요.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 귀족 작위를 내렸어도 용병이 좋다고 거절한 사람이에요. 늘 한결같으니 로라스도 그를 좋아할 수밖에요.”

에르자일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번천 경이 받는 신뢰보단 못하겠지만요.”

* * *

“이번 건 재미가 없었습니다.”

악군의 말에 라이너가 대답했다.

“사제, 요새 들어 뭔 일만 있으면 재미 타령을 하는구나.”

“안 그러면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할 게 없지 않습니까?”

“자잘한 일들은 많지. 그런 일들이 네겐 성에 차지 않나 보구나?”

“사부께서 차라리 세계 통일이라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별 피해도 없이 모두 무릎 꿇겠지만요.”

“그러고 나서?”

“그러고 나서…….”

악군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하긴, 세계 통일 해서 뭐 하겠는가?

한 이후에 또 지금과 같은 생활이 이어질 텐데 말이다.

“이 세계에도 혈교 같은 놈들이 있으면, 고놈들 때려잡을 텐데 말입니다.”

“아서라. 기억 안 나느냐? 그때 사부께서 분노하셔서 모시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지루하더라도 그런 잡것들이 있길 바라서는 안 되지!”

“제가 말실수를 하였습니다.”

“넌 지루할지 모르지만…… 난 지금이 너무 좋다.”

“대사형은 사람들과 다투는 걸 즐기진 않으시니까요.”

“그걸 떠나서, 정말 좋지 않으냐? 사람들이 우리를 의지하고 우리는 그들을 돕는다. 천왕성 시절엔 오로지 무림일통만 생각하느라 아무것도 없지 않았더냐.”

“그래서 문제인 겁니다.”

바로 그거라는 듯이 말하는 악군의 말에, 듣고만 있던 아델리나가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문제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 무림일통을 이룬 후에 천하 통일을 노렸다면, 사부가 갑작스럽게 떠나셨겠습니까?”

“그게…… 또 그렇게 해석이 되는구나.”

“물론이지요. 끊임없이 일을 창조해야 삶의 목적이 생기고, 또 그 목적을 향해 가지요.”

“못 말리겠구나. 하지만 나도 대사형과 같은 생각이다. 나도 이곳이 좋다.”

“두 분이 좋다면야…… 그런데 사부께서도 좋으실까요?”

“두말하면 입 아픈 이야기지. 근래 사부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으셨다.”

라이너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에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 고 조그만 녀석이 대사형, 대사형 하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그렇긴 합니다. 저도 막내 사제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데요.”

“네가 막내 생활을 오래 하긴 했지.”

그렇게 세 사형제는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 * *

“네가 물려받을 때가 된 것 같구나.”

“아직 정정하신데,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로라스의 말에 에듀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아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그 힘에 비례하는 책임감까지 가지고 있는 권력자를 아들로 둔 에듀는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네 덕분에 능력 이상의 일을 해야 했다.”

“락의 그 누구도 그리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아버님이시니 락이 이토록 발전했고, 저 역시 락이라는 기반이 있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힘들어서 그런다.”

“…….”

“락도 이제 에렌 못지않은 대영지. 일이 정리가 되면 어느 정도 나아질 줄 알았으나, 규모가 커지니 이제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죽을 때까지 일에 치여 살 순 없지 않겠느냐?”

그냥 앓는 소리가 아니란 걸 깨달은 로라스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 힘드신 겁니까?”

“힘든 것도 있지만 이제 좀 자유롭게 살고 싶구나. 토벌이 아닌 여행으로 세계 각지를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네 어머니와 함께 말이다.”

“어머니께서는 좋아하실 겁니다. 늘 동경하셨으니까요.”

“그래. 그러니 네가 맡아라. 아니면 에젤을 후계로 해도 될 것 같고 말이다.”

“아직 어립니다.”

“어려도 떡잎이 남달라. 영지 일은 너보다 그 아이가 더 관심을 가진다.”

“그래도…… 아직 이릅니다.”

“사람들이 있지 않으냐. 어린 것이 벌써부터 용인술이 보통이 아니야. 얼마 전에 제 혼자 천년나무 일족과의 협상도 훌륭하게 해낸 것을 보면, 어쩌면 네 그릇보다 더 클지 모르겠다.”

로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준비시키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버님께서 곁에 두시고 가르치세요. 몇 년 후에는 제가 두 분을 모시고 세계 여행을 다니지요.”

“아서라. 네가 없으면 안 되지.”

로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뭐냐?”

“아버님, 아주 옛날에 말입니다. 이 흉터가 사라지기 전까지 두 분의 아들로 충실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여전히 또렷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재생을 해도 몇 번이나 했을 텐데 사라지지 않는구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로 사는 걸 제가 왜 포기하겠습니까? 이 흉터는 무덤에 묻히기 전까지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너는…….”

“그러니 몇 년만 더 계세요. 제가 두 분을 모시고 천하를 유람할 것입니다.”

에듀는 로라스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로라스가 선포했던 십 년의 평화협정이 끝나는 날.

각국은 잔뜩 긴장했다.

서로가 힘을 비축했던 시기 아닌가?

하지만…… 불안과 우려와는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지나친 우려였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로라스가 잠정 은퇴 했음에도 감히 에렌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위정자들은 없었으니까.

세계는 태평성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 * *

“저도 데려가셨어야 합니다.”

악군의 투정에 로라스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로지 내 부모님만을 위한 여행이었다. 악군이 널 데려가면 반드시 일이 생겼을걸.”

“아무리 그래도…….”

“나중에 에젤이 에렌의 영주를 감당할 그릇이 되면, 그때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우리 막내 사제를 단련시켜야겠네요.”

“너는 안 된다. 또 얼마나 골탕을 먹이려고.”

“사부도 참. 지금 황제를 보십시오. 제 지도하에 제법 그럴듯한 황제 노릇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에젤도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겁니다.”

듣고 있던 라이너가 말했다.

“막내를 괴롭히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어딜…….”

아델리나도 웃으며 말했다.

“나도 곁에 바짝 붙어 있어야겠네.”

“아! 막내 때는 모든 관심이 제 차지였는데 말입니다.”

로라스와 세 제자가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였다.

쿠르르릉.

순간 천지가 뒤흔들리고.

쏴아아아아!

동시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간 로라스와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지진과 마른하늘에 갑작스러운 폭우.

이런 인위적으로 보이는 자연현상이 가리키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로 통하는 길이 열렸을 때 벌어지는 현상.

설마!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

어쩌면, 이 자리에 있지 않은!

가장 무공 진도가 떨어져 넘어오지 못했던!

누군가에게는 둘째 제자였고, 누군가에는 둘째 사제, 둘째 사형이었던 이일지도 모름으로…….

네 사람은 일제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완결

작가 후기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보통 완결을 치면 시원 또는 섭섭함이 먼저인데, 이번 작품은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끝까지 탄탄한 구조를 짓는데 집중하는 바람에, 디테일하게 들어가는 연출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재미있는 글을,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제가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나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020년 11월 30일 노경찬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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