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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228화 (228/30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228)

반오베른 연합.

제국의 침략 전쟁에 주변 다섯 개 나라가 뭉쳤다.

대부분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는 왕국들.

뭉치면 전력만으로 봤을 때 제국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세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전력이 비슷하다고는 하나, 병사, 지휘관, 기사 들의 질은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매지스터와 마스터들의 숫자는 다섯 나라가 합쳐도 제국의 반이 되지 않았다.

유명한 용병, 기사와 마법사를 초빙하려고 해도 상대는 오베른 제국. 그 탓에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반오베른 연합은 그래서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그랬는데 말이다.

소문.

그건 베스타인 공작이 전쟁 불참을 정했다는 것.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제국의 황제보다 더한 힘이 있다는 베스타인 공작이다. 제국이 전쟁을 시작했는데, 공작의 의도가 없다고는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비에 집중한 반제국연합군이 역공을 취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제국의 반 이상의 전력을 보유한 베스타인 공작의 북부가 전장에 없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제국군이…… 생각 이상으로 형편없다는 사실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지휘관들은 너무나도 허술한 제국의 움직임에, 이게 함정이 아닐까 고민을 할 정도였다.

여하간 초전 빼앗긴 땅을 수복하고 제국의 영지 하나를 빼앗았다. 연합국의 사기는 높아졌지만, 연합국 지휘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늘 에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아아아아아!”

하지만 제국의 주력 부대를 상대로 궤멸에 가까운 승리를 거뒀을 때 그들은 경각심을 풀었다.

제국은 종이 호랑이다.

결과가 그것을 증명했고, 반연합국은 제국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

황도 오베른을 향하여 각 전선의 전령들이 수없이 들락날락하였다.

좋은 소식은 없다시피 했다.

대부분 전투에 패했다거나, 아니면 후퇴를 했다는 소식뿐.

“루니 백작의 군단이 궤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그동안의 안 좋은 소식을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침략군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루니 백작이 이끄는 군단의 궤멸.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귀족들은 그야말로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 공포의 물결 속에서 유일하게 침착함을 가진 이가 있었다.

“호들갑 떨지 말라. 고작 한 번의 전투에 졌다고 무너질 제국이 아님이니.”

그 주인공은 황제 오베른.

귀족들은 황제가 세상 물정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력 군단의 궤멸.

이건 한 번의 전투라 칭할 수준이 아니었다. 드러난 전력의 반이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근심과 두려움 따위는 조금도 없어 보였다. 지금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도 귀족들을 압박하기 위함일 뿐.

‘이리 패했으니 수도 내에 있는 루니 백작의 기반을 모조리 뺏어도 끽소리도 못 할 터.’

생각해 보면 젊은 날 자신은 너무 나약하고, 멍청했다. 그러니 루니 따위에게 자신의 권력을 그리 나눠 준 것이다.

그걸 깨달은 후 수습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이제 제국의 황제로 자신의 위엄을 세상에 보여야 했다.

“대패의 책임을 물어 루니 백작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수도 내 그의 재산을 압류한다.”

황제는 그 명령을 시작으로 이미 구상해 두었던 자신의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평상시라면 이리이리해서 안 되고, 저리저리해서 불가능하다는 귀족들의 말이 쏟아졌을 테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 누구도 황제의 명령을 거역하는 이는 없었다.

“당장 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지휘관은 누구를 생각하시는지.”

한 귀족의 물음에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짐이 친정할 것이다! 간악한 역적 무리를 소탕하여 제국의 위엄을 대륙에 바로 세울 것이다.”

충격적인, 그야말로 폭탄과 같은 발언에 귀족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폐하, 존귀하신 옥체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것이 염려되옵니다.”

“폐하, 친정은 신중히 결정하셔야 하옵니다. 제국에 수많은 인재가 있는데, 어찌 직접 전장에 나가시려 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귀족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지만.

“짐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 왔다. 그리고 현재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장수가 있는가? 있다면 이야기하라. 책임을 감당할 수 있다면, 짐이 기꺼이 쓰겠노라!”

황제의 발언에 맞대응할 수 있는 귀족은 없었다.

강성한 귀족들은 루니를 따라 전장에 나갔으며, 그나마 몇 있어도 책임을 감당할 수 있냐는 황제의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 알고 한 달 내로 짐이 명령한 것을 이행하라. 감히 짐의 땅에 발을 들이민 역적의 무리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충성!”

황제 오베른의 외침에 귀족들은 그리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귀족들이 회의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황제가 명령한 물자와 병력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없었다.

“이제 나와도 좋네.”

홀로 남은 황제가 활기찬 표정으로 입을 열자, 그의 앞으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두터운 후드를 뒤집어쓴 젊은 사내.

황제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떤가? 짐의 연설이.”

“조금의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연설이었습니다. 귀족들이 아무 말도 못 할 정도로 말입니다.”

“다 자네 덕분이지. 천운이야. 자네 같은 이가 내 옆에 오다니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폐하.”

“지나친 겸손이지. 루니 백작을 처리하고, 동시에 에렌의 그 고집불통 영감 대신 그의 큰아들하고 손을 잡으라는 것까지 모두 자네 머리에서 나온 의견 아닌가.”

후드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그저 사람들의 욕심을 이용했을 뿐.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기에는 너무 큰 도움이지. 그런데 정말 괜찮은가? 자네의 현명함이라면 이 전쟁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

황제의 물음에 후드가 황제를 직시하며 말했다.

“저를 또 다른 루니 백작으로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

“욕심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제가 불충을 저지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습니다. 그저 폐하의 사람으로 필요할 때 이용만 당하는, 그런 신하로 남고 싶습니다.”

황제 입장에서 후드의 말은 꿀을 바른 듯 달콤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그런 신하를 아무 대가도 없이 이용할 수가 있나. 우리가 군신 관계라 하더라도 오는 것과 가는 것이 없으면 관계는 유지되지 않아. 짐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 말씀만이라도 소신은 기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황제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자네 말대로 나와 힘을 다투는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까지 밀릴 수야 있겠나? 대업을 이루는 순간 내가 자네를 그리 만들어 줄 것이야.”

황제는 스스로 말하면서도 흥분한 듯, 후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오로지 나만을 섬겨라.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섬기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저 폐하께서 주시는 것만 받을 것이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는 바닥에 넙죽 엎드리는 후드를 보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물었다.

“다시 가야 하는가?”

“디존슨은 의심 많은 자. 제가 사라진 것을 알면 엉뚱한 상상을 할지 모르니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짐의 친정은 어찌 움직여야 하는가?”

“에렌의 일군단은 숙련된 군단. 또한 천생 군인들의 집단이라 어떠한 정치적 계산 없이, 임하는 전투에 승리하려 할 것입니다.”

“으음.”

“폐하께서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시고, 그들의 의견대로 명령을 내리시면 절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짐의 부대가 아니니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이다.”

황제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듯이 후드가 말했다.

“디존슨은 욕심이 많습니다. 분명 군단에 자신의 사람들을 심어 두었을 터. 하지만 그는 황제 폐하께 정통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북부니, 에렌이니 하지만 결국 폐하의 땅이니 말입니다.”

“그렇지. 그 고집불통의 영감이 그걸 알아야 하는데.”

“그도 늙었습니다. 세상 초인이라고 해도 시간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한 일. 그와의 직접적인 충돌은 자제하시고 기다리시면 곧 폐하의 세상이 올 것입니다.”

후드의 말에도 황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 않나. 그는 초월자야. 병으로 확 죽는 그런 일도 없을 텐데.”

“수명壽命이 괜히 수명이겠습니까? 그 시간은 하늘이 정해 주는 법. 그건 초월자가 아니라 초월자보다 더한 존재라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소문대로라면 그는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무슨 소문? 죽을 거라는 소문이 있나?”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치관 때문에 수명을 갉아 먹는 타입. 애초에 그만한 자리에 있는 자가 직접 원정대를 꾸미는 것부터가 평범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것 역시 자네 작품 아닌가?”

“있는 걸 잘 활용했을 뿐입니다. 여하간 길어야 삼 년. 지금쯤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을 터. 그러니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그 던전을 토벌하려는 것이겠지요.”

황제는 순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그 영감이 그렇게 상대해야 할 정도의 몬스터라면, 이후에 문제가 되지는 않겠나?”

“마족은 전설상에서나 나오는 몬스터. 흔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베스타인 공작이 나섰으니 지금 나온 그 마족은 제 세계로 돌아갈 것이고 말입니다.”

“걱정할 것 없다는 거지?”

“믿어 주십시오. 이미 계획한 것이 다 있습니다.”

그제야 황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이면 거기서 같이 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말이지.”

“그것도 가능성이야 있지요.”

후드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제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강녕하십시오.”

“조심하게. 다음에 꼭 볼 수 있도록.”

“염려 감사드립니다.”

후드는 그 말을 끝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처럼 그렇게 사라졌다.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란 말이지.’

황제는 방금까지 그가 있었던 자리를 멍하니 보면서 생각했다.

‘분명 쓰임새는 많지만 능력이 너무 뛰어나. 에렌과 이곳이 거리가 얼마인데, 고작 며칠 만에…….’

황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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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아! 작작 좀 먹지 않으련. 누가 마물 아니랄까 봐.”

맹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탐욕스럽게 고깃덩어리를 뜯어 먹고 있는 말 대가리.

그런 말 대가리가 셋.

너무나 탐욕스러운 그 모습에, 로라스는 괜히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형편이 펴서 그렇지, 안 그랬다면 저놈, 아니 저놈들의 사료…… 아니 고깃값을 걱정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근래 충분히 먹지 못했습니다, 주군.”

테라가 슬쩍 말들과 로라스의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놈들이 매일 이리 먹지는 않고 며칠에 한 번씩 오랜 시간 먹는데, 부대 이동 시간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해서.”

푸르르르르.

테라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세 마리의 말이 머리를 들며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로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많이 먹어 둬라. 밥값만 제대로 한다면야.”

보통 말들과는 달라 몇 년이나 살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크기는 이미 성인 말과 같다. 처음 녀석들을 구할 때 그 어미가 이만한 크기였으니 다 자랐다고 봐야 할 터.

그래서 처음으로 전장으로 끌고 나왔다.

“시그탑 경께서는 이미 훈련에 타고 다니십니다. 힘도 그렇고 지능도 일반 말보다는 훨씬 뛰어나다 하셨습니다.”

“사고도 쳤다던데?”

“사람들이 말로 착각을 해서……. 하지만 그것도 옛날 일. 지금은 그런 일 없습니다.”

로라스는 말에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흑아의 콧등을 쓸며 말했다.

“그래. 꼭 밥값 해야 한다, 우리 검둥이.”

푸르르르르.

말 머리를 세차게 흔드는 검은 말.

“앙탈은! 검둥이나 흑아나 다 똑같은 뜻이다. 원래 이름은 직관적인 게 좋은데 말이지.”

로라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계속 콧등을 쓰다듬어 줄 때였다.

……!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머리를 바닥에 처박는 흑아. 그건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서 와.”

그 모습에 로라스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마마(魔馬) 놈들이 이토록 두려워하는 이는 한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뭐 해?”

그 한 사람은 바로 에르자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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