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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210화 (210/30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210)

“또 언제 합니까?”

“손이 근질근질하는 게.”

“파도 파도 끝이 없습니다.”

헤벌쭉 웃으며 좋아하는 수하들을 보며, 오리시암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해해야 했다.

자신이야 다른 곳에 뜻을 두었지만 수하들은 아니다.

예전에는 들어올 곳이 많아 알아서 주머니들을 채웠다지만, 지금은 자신을 따라 군에 소속된 이후로 그런 돈이 사라졌다.

그러다 이렇게 돈이 들어오니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돈을 밝히긴 했지만 탐욕스러운 놈들도 아니다. 그저 주머니가 두둑해서 한두 달 걱정이 없으면 족하는 녀석들이다.

‘이렇게라도 챙겨야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쁜 일도 아니다.

해피랜드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돈 관리를 하던 사제들이 사라지면 놈들도 한참 헤매게 될 터.

이렇게 흔들어 다른 이권 사업에 눈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있는 것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해야 한다.

오리시암은 그렇게 판단했다.

돈은 거기에 그냥 따라왔던 것.

한 푼도 손대지 않고 수하들에게 전부 푸는 이유도, 나중에 로라스를 봤을 때 떳떳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이런 걸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너희끼리만 먹으면 곤란해.”

오리시암은 수하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잠시 주의를 주자, 수하 중 하나가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흐흐흐흐, 저희도 알 건 압니다. 토니 대장님 쪽 사람들과 정확히 반으로 나눕니다. 이번에도 이미 나눴고요.”

어느새 자신을 닮아 가고 있는 수하들을 보며 오리시암은 다시 한 번 피식하며 말했다.

“그래. 혼자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나는 법.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위험이 줄어든다. 명심들 해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대장.”

“왜?”

“제가 들은 게 있는데 말입니다.”

수하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그 사이비 교주 놈 말입니다. 근래 별의 시선에 다니고 있다는데요.”

별의 시선은 룸 스타일의 펍인데, 일반 펍과는 다르다. 일단 가격대가 골드 단위로 나온다 하여, 일반인들은 출입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

술에 금가루를 뿌린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비싼 이유는 그곳이 사창가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사실을 아는 오리시암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거기는……? 해피랜드 사제들은 금혼 아닌가?”

“금혼은 무슨. 뭔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결국 다 신도들을 이끄는 장치에 불과한 거였지요. 그러니 사이비 아닙니까?

“언제부터지?”

“며칠 되었답니다. 이제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세가 커졌다는 거지요.”

오리시암은 입을 꾹 다물며 다시 코끝을 긁었다.

‘근래? 시기가 공교롭지 않은가?’

해피랜드를 사이비 종교라 욕은 하고 있지만 그리 쉽게만 볼 수는 없다.

대놓고 사이비 종교였다면 영지에서 진즉 퇴출당했을 것이다. 종교만 봐서는 꽤 좋은 교리를 가진 종교가 해피랜드. 그러니 이렇게 와카디아에 자리를 잡은 것이기도 했다.

‘함정인가?’

놈들이 자신들이 한 짓을 눈치챘다면 분명 함정일 것이다.

‘내가 놈들을 쓸어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놈들도 우리에게 날을 세우지는 못할 테니.’

오리시암이 어떤 함정인지 고민할 때, 정보를 준 수하가 입을 열었다.

“대장. 어차피 해피랜드를 쓸어버리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이건 기회입니다.”

“…….”

“그 사이비 교주만 때려잡으면 남은 놈들이야…… 비리비리해 보이는 게 한주먹감도 안 되는 것 같던데. 해치웁시다.”

고민은 그때 끝났다.

오리시암은 츠어질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보였다.

‘그 사이비 놈도 이걸 예상하고 있겠지? 그래도 사람을 이끌어 본 놈이라 그런가! 담은 크군. 스스로를 미끼로 던져 증거를 직접 잡겠다는 거지?’

오리시암은 코를 계속 긁었다.

‘좋은 미끼야. 아주 좋은 미끼.’

일이 잘못되면 사이비 놈에게 걸림돌은 없어진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 미끼가 너무나 탐스럽다.

‘분명 믿는 구석은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를 미끼로 던지지는 않았을 터.’

오리시암은 수하들을 보며 말했다.

“근래 마을로 들어온 외지인들을 샅샅이 조사해. 특히 용병들.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해. 상당한 실력자가 사이비 놈들에게 붙었을지도 모르니까.”

“네, 대장.”

수하들이 흩어지는 걸 보며 오리시암은 몇몇 인물들을 떠올렸다.

만의 하나 사이비 놈에게 실력 좋은 호위가 붙어 있다면, 잡으려다 잡힐 수도 있다.

‘서두를 것 없다. 내게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일차적인 목표는 이룬 것이니. 다른 일에 신경 쓰지는 못할 거 아닌가.’

오리시암은 서두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 * *

하나의 공간. 하나의 탁자. 그리고 일곱 개의 의자.

스스로를 칠 인의 좌 중 일인이라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그들의 역사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건 칠 인의 좌에 속한 사람들도 모른다.

권력자끼리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리고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그런 일곱 개의 자리를 채우는 이는 다섯.

“제대로 한 방 먹더니 틀어박혔나 보오.”

한 인물이 공석 중 하나를 보며 입을 열었고, 또 한 인물이 그 말을 받았다.

“마법사란 늘 그렇지요. 언제 한번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 본인 실력을 믿고 세력을 키우는 데는 소홀했으니.”

“그래도 의외 아닙니까? 전장에서 당했다는 건 말입니다.”

“그래 봤자 용병단. 결국 큰 전쟁에서 할 수 있는 건 제한적. 가끔 그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지요.”

“그의 스승이었던 자가 대단한 인물이었지요. 세력 없이도 홀로 휩쓸고 다녔던 존재이니.”

시작은 가벼운 잡담들.

“그런데 해피좌는 무슨 일로. 원래 이리 모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아니었습니까?”

“와카디아 지역을 해피하게 하겠다고 나선 지 꽤 되었지요.”

“와카디아? 하늘 산맥 말입니까? 거기에 뭐 먹을 게 있다고?”

“뜨거운 관심 지역이지 않았습니까? 현재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확실히 놀랄 만한 지역이긴 합니다. 제 밑에 있는 사람들이 그쪽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가벼운 잡담임에도 오가는 정보.

“금광이 그리 큰 것 같지는 않던데. 고작 그거 하나로 이리 관심을 줍니까?”

“금광뿐만이 아니라, 마정석 최대 생산 지역이 되고 있어요. 마물이 많다는 건 위험하지만 그만큼 이득을 취할 기회도 얻으니까요.”

“그보다는 에렌의 노괴가 그 지역 후계자를 자신의 후계자로 눈독 들이고 있다는 게 더 대단한 일 아닙니까?”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한 사람의 물음에 다른 한 사람이, 옆의 한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 말씀하실 건 아니지요. 여기 스카이캐슬도 거기 소영주 또래인데.”

그 말에 모인 이들 중 가장 어린 걸 넘어 앳되어 보일 정도로 어린 자가 반응했다.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을 다 하십니다. 본론으로 갑시다. 지금 제국 황제가 가장 큰 먹잇감인데, 어쩌실 생각들이십니까?”

사람들은 잠시 스카이캐슬이라 불린 청년을 쳐다봤다.

‘싸가지없는 놈!’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속내를 입 밖으로 내는 이는 없었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볼 뿐.

“대부분 관심이 있지 않습니까? 이거 잘만 이용하면 큰 기회인데.”

잡담이 끝나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칠 인의 좌.

제국의 황제, 조이 오베른은 침략 전쟁을 시작했다.

많은 피가 흐를 것이다. 그리고 그 양만큼 돈도 흐르고, 권력도 흐른다.

그들은 그것을 어찌 효율적으로 이용할지, 또 어찌 서로를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작당질이 끝난 이후 그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은 청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 짓도 지겹네. 일단 먹어야 하니 먹고는 있지만.’

다 귀찮았다.

당장이라도 뜻에 둔 일을 하고 싶지만, 효율을 생각하면 이게 맞다.

일단 이 세계의 정점에 서야 원하는 것을 빠르게 취할 수 있다.

‘할 건 해야지.’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그녀가 움직이면 움직이고, 멈추면 멈췄다.

에르자일.

원래부터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는 마법사였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곳은 하나의 세계. 정확히는 하나의 길이에요. 로터리?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우리가 그걸 인지할 수 없을 뿐.

에르자일은 게이트 안을 그렇게 규정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원래 있던 게이트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그녀는 토벌대의 유일한 희망이 되었고.

“왼쪽으로 가겠습니다. 체크해 주세요.”

그녀가 계산을 끝내며 움직이고 사람들은 그 뒤를 따랐다.

에듀가 슬쩍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한 장으로는 이곳의 지도가 완성이 되질 않겠더구나. 축적을 더 높여야겠어.”

“나중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겁니다. 영주님,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건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뜻이냐?”

“보시다시피 같은 중심지가 많았습니다. 우리가 들어온 이 게이트. 우리 쪽만 형성된 건 아닐 겁니다.”

“다른 곳에서도 게이트가 생겼고, 모두 연결되었다는 뜻인 거냐?”

바로 알아듣는 에듀를 보며 에르자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사실 지금이라도 바깥으로 나가려 하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곳이 어디일지 몰라서 그렇습니다. 대륙이 아닌 어떤 섬으로 나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다시 들어오면 되지 않느냐?”

에르자일은 고개를 저었다.

“양방향이면 상관없지만, 일방향일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나가서 못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지요. 무엇보다 이리 공간을 왜곡하는 힘이 있을 텐데, 나감으로 그게 사라지면 언제 그 힘이 다시 모일지도 모르고요.”

“으음…….”

“일방향이냐, 양방향이냐? 또 일회성이냐, 영구적이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락으로 돌아가는 게 우선이니까요.”

에듀는 그제야 이 공간을 조금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기회라는 게 이걸 길로 이용할 수 있겠다는 거구나.”

“네. 락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수만 킬로 떨어진 장소에 도착할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을 득 볼 건지, 손해 볼 건지 계산해 봐야겠지만 시간 왜곡의 힘을 끊는 방법도 있을 테니.”

에르자일은 살짝 흥분한 듯이 말을 이었다.

“정말 많은 연구를 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 알지만, 언제쯤 나갈 수 있을 지 예측할 수 있겠느냐?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왜곡되었다 하니 불안한 건 사실이구나. 내가 이 정도라면 다른 이들은…… 어떤 마음이겠느냐?”

“계산상으로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발표해 줄 수 있겠느냐?”

“어렵지 않습니다. 제 수식에 확신이 섰으니까요.”

에르자일의 대답에 에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를 믿고 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지는 건 사실. 하지만 그녀가 이리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나가는 건 문제가 없을 듯 보였다.

“그런데 영주님.”

“말하거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의 하나…….”

에르자일은 순간 입을 다물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모두 누워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지도를 이용하여 이레 전 파괴했던 공간으로 이동하신 후 그곳의 구석을 살피시면 작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을 겁니다. 거기에 마정석 가루를 뿌리십시오.”

“그게 뭐냐?”

“수식에 확신을 얻기 전에 만들어 둔 건데, 무조건 나갈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알려지면 일단 나가자고 할 사람들이 있을 테니…….”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에르자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로라스 이야기가 걸린다. 그 게이트는 사라졌으니까.’

에듀가 말한 로라스의 비밀.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가 베스타인의 핏줄이 아니라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 탓에 머릿속이 시끄러워졌고, 궁금증이 폭발했다.

‘묻어야 할 일.’

애써 그 사실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알아도, 몰라도 변할 건 없다.

에르자일은 잡념을 털어 내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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