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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200화 (200/30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200)

“의외로 신경 써야 할 게 많구나.”

에듀는 골치 아픈 듯이 말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기사 셋의 오십여 명의 정규병을 가졌던 옛날의 락이 아니었다.

이제는 오십여 명의 기사. 팔천의 정규병을 지니게 되었다. 그 팔천도 그냥 병사가 아니다. 최소 반수는 정예라 할 수 있는 병력이다. 다른 영지와는 군사적 경험치가 다른 병력들.

“오리시암과 토니 경이 통솔하는 병력은 이제 편입시켜도 되지 않을까?”

에듀의 물음에 로라스가 대답했다.

“호송 사업에 벌어들이는 돈이 상당합니다. 안전해지면 호송 사업은 위태롭습니다.”

“마물들이 늘어났다. 마물들 때문에라도 병력은 늘 필요할 것이다. 여태 모른 척했지만 계속 그러기에는…… 이 아비가 마음이 편치 않구나.”

로라스는 그 말에 더 이상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호송 사업의 수익이 크지만, 그게 아버지의 불편한 마음보다 크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수익이야 사라지겠지만, 그에 따른 세금을 더 부과하면 어느 정도 손해를 상쇄할 것이다.

“그런데 정규 병력으로 편성하기 위해 병력이 꽤 됩니다.”

“그래도 이제는 품을 수 있지 않겠느냐.”

“이천입니다.”

로라스의 대답에 에듀는 깜짝 놀랐다.

사실 에듀는 무법지대의 병력을 로라스의 사병 정도로 여겼다. 그래서 끽해야 수백 정도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의 숫자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많았구나. 여태 어찌 버틴 것이냐?”

“호송 사업에 이용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쪽에 형성된 시장이 있습니다. 도망자들은 계속 흘러들어 오던 지역이라 밀수의 암시장도 상당히 큰 편이었습니다.”

“으음, 내가 너무 몰랐구나.”

“죄송합니다. 진즉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공개적으로 내세울 일은 아니었으니까. 거기에는 나도 책임이 있지.”

“그럼 총 일만의 병력이 되는데. 편성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생각해 둔 게 있느냐?”

로라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고, 에듀를 비롯한 기사들과 조율하기 시작했다.

일단 시그탑과 기사단. 그리고 그 아래로 락의 원주민이 주축이 된 천 명의 병력을 락의 영주 직속 부대로 편성하여 별동대 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나머지 인원은 세 개의 부대와 두 개의 소규모 부대로 나누기로 했다.

첫 번째 부대는 브렌드를 대장으로 한 삼천의 병력을 락과 하늘 산맥, 그리고 메타린 평야의 치안을 책임지기로 했다.

두 번째 부대는 드리블을 대장으로 영지 전역에 배치하기로 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대는 토니를 대장으로 기존의 무법지대를 책임지기로 했다.

그때 드리블이 입을 열었다.

“오리시암이란 자가 통솔력이 상당하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나타족까지 휘어잡을 정도로 말입니다. 토니 경을 대장으로 삼으면 불만을 가지지 않을까요?”

“그는 제가 따로 만날 예정입니다. 원하는 게 있으니 그걸 들어주면 통제에 잘 따를 겁니다.”

드리블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 제안을 더 했다.

“엔케이가 이끄는 부대를 독립부대로 놔둘 생각이라면 작위를 내려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에듀는 동의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야겠지. 은근히 하는 일도 많으니 공로를 치하할 필요도 있고.”

엔케이 부대는 소규모였지만 실력이 상당하여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게다가 전원 용병 출신들이라 어느 곳에 투입을 해도 적응이 빨랐다. 그리고 락으로 흘러들어 오는 용병들을 흡수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군 체계를 개편하고 세부 사항까지 결정한 이후였다.

“한 가지 안건이 더 있습니다.”

드리블이 에듀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해피랜드. 그들에 대해서는 어찌하실 것인지, 영주님께서 확실한 방침을 내려 주시길 바랍니다.”

에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은 왜? 잘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네.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락뿐만 아니라 와카디아 전역에서 말입니다. 아마 모든 종교 중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교리가 나쁘지 않더군. 에펠리온 교단과 비슷하면서도 좀 더 세심하다고 해야 할까?”

“네. 교리는 분명 좋습니다. 가족과 주변 이웃을 사랑하자는 교리는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활동 범위가 너무 큽니다. 그러니까…….”

드리블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영지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말입니다.”

“그게 문제가 되나?”

“전혀. 오히려 영지 입장에서는 괜찮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건축 사업에 그들을 통하면 보수가 반밖에 나가지 않으니까요.”

시그탑이 물었다.

“그러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자네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야.”

“재정을 아낄 수 있으니 좋지. 하지만 영향력이 너무 커지고 있어. 무엇보다 그들은 신도들을 동원하면서, 그들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건 문제가 돼.”

“그게 말이 되나?”

“신도들이 헌금 대신 노동력을 제공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신도들 역시 그걸 인정했고요.”

듣고만 있던 에듀가 말했다.

“장기화되면 좋지 않을 텐데.”

“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게 장기화되면 돈은 교단으로 가고, 돈은 영지에서 돌지 않습니다.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드리블의 대답에 에듀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돈이 교단으로 흘러만 들어갈 뿐, 시장으로 돈이 돌지 않으면 위축 될 확률이 컸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교단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금을?”

민감한 문제였다.

그 어떤 영지도 종교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곳은 없었다.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헌금한 돈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이 없었고, 무엇보다 그 반발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해피랜드에만 세금을 부과할 수는 없을 터. 다른 교단에서까지 세금을 부과해야 할 테니, 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분명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문제는 와카디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건 각 종교에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다.

와카디아에서 시작했으면 다른 지방에서도 세금을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테니, 어떻게든 저지하려 할 테니 말이다.

“락도, 그리고 와카디아의 다른 영지들도 아직 교단들의 세가 크지는 않습니다. 이쪽은 워낙 척박했으니 자신과 이웃만 믿었으니까요.”

드리블은 오랫동안 고민한 듯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 냈다.

“헌금뿐만 아니라, 그들이 보유한 토지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된 내용은 지금 체계를 잡지 않으면, 이후에는 아예 시도조차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내용들.

“자네가 그리 생각했다면 해야겠지. 공고를 내리고 조율해 보세.”

한참을 고민하던 에듀가 그리고 결정을 내렸을 때, 드리블은 다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주모께서도 해피랜드의 독실한 신도이십니다. 혹시 일을 진행하는 과정 중에, 주모의 뜻을 거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건 내가 말하지. 일단 계획을 잡아. 각 교단에는 반년쯤 유예기간을 두고 세금을 부과한다는 공고를 미리 해 두고.”

에듀는 잠시 생각했다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토벌전이 더 중요하니, 일단은 그것에 집중하지.”

“네, 주군.”

회의는 그리 끝났다.

기사들이 나간 후 에듀가 로라스를 보며 물었다.

“어찌 생각하느냐?”

“무엇을 말이십니까?”

“해피랜드 말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한 게 없지 않느냐.”

“크게 생각은 없습니다. 종교란 장단점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 같은 단점도 있다시피, 마음의 위안을 주고, 단결시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정말 그리 생각하느냐?”

로라스는 반문했다.

“마음에 걸리시는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걸린다기보다는 드리블 경이 말한 것처럼 우려는 있구나. 너무 커져도 곤란한 건 사실이니까. 게다가 그들이 너무 적극적인 게 우려가 돼.”

“아직까지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교리는 나쁘지 않다 아버님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다가 우상화되면 문제가 급격하게 달라질 것이다. 제어할 수 있을 때 제어하는 게 상책이야.”

“그들이 주제도 모르고 나선다면 그때 움직여도 늦지는 않다 생각합니다.”

에듀는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도 그곳의 신도냐?”

“네?”

“그들에 대해서는 너무 유해 보여서. 네가 이끌 락이다. 경계는 하는 것이 좋겠구나.”

“아직 한창이신데 제가 무슨……. 그리고 말씀하신 건 명심하겠습니다. 저도 주제넘게 군다면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고요.”

“그럼 됐다.”

“나가 보겠습니다.”

로라스는 밖으로 나오며 생각했다.

‘으음. 이제 논란이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인가? 하긴 공격적으로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니.’

사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계시니까.’

해피랜드의 교리는 정말 나쁜 게 아니었다.

모친인 메어리를 따라 설교도 몇 번 듣기까지 했다. 대부분 가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웃들을 배려하라는 내용들.

실제로 그들은 봉사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보람이 있으신 것 같으니.’

그리고 그런 활동의 선두에는 그들의 교단과 함께 메어리가 있었다. 그래서 별생각이 없었다.

로라스는 어머니가 좋아라 활동하는 걸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으니 말이다.

‘단점이 있긴 하겠지만.’

정말 그들의 단점이 장점을 뒤덮을 정도로 표출될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대책도 있긴 했다.

‘그녀가 돌아오면 알아서 잘하겠지.’

아델리나.

그녀가 약속대로 와카디아에 자리를 잡게 되면, 해피랜드는 경쟁 상대가 생긴다. 그건 그녀의 에펠리온 교단도 마찬가지일 터.

‘서로 적절한 견제를 하고 장점만 취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고.’

그보다 신경 써야 할 건 마물 토벌이었다.

게이트가 생기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로 마물들이 늘어났다는 건 분명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다 때려잡으면 뭔 답이 나오겠지.’

조급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하나씩.’

일단은 군에 모든 것을 집중하기로 했다.

* * *

“로라스 백작님을 뵙습니다.”

정중한 듯하면서 능글거리는 미소.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나빠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자.

오리시암의 인사에 로라스는 저 정도면 타고났다 생각하며 말했다.

“토니 경에게 그간 원하는 대로 일을 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어떤가? 괜찮나?”

“나쁠 건 없습니다. 저도 나름 높은 사람 아닙니까?”

“밤 거리는? 덤비는 놈은 없고?”

오리시암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큰 조직들은 싹 정리했습니다. 작은 조직들은 필요에 의해 남겨 뒀고요. 어차피 저쪽에서 이쪽으로 들어왔을 때 할 일도 있어야 해서.”

“저쪽은 무법지대의 사람이고, 이쪽은 락이냐? 어차피 모두 아버님의 영지다.”

“같은 와카디아, 락이라고 해도 정말 똑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락의 높으신 양반분들이 신분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도망자. 그 낙인은 지울 수가 없다니까요.”

웃는 얼굴로 말하고는 있지만, 로라스는 그의 표정에서 열망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불만도 보았다.

로라스는 말했다.

“약속했었지. 몇몇 인원들은…… 그래, 이쪽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만 지키지 않으셨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사실 이제는 사람도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특히 황도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백작님을 정말 신처럼 떠받들고 있으니…….”

“약속을 어겼다 생각하는 건가?”

로라스의 옅은 미소를 봤던 것인가?

오리시암은 웃음기를 지운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닙니까?”

“어긴 건 아니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었으니까.”

“그렇지요. 다만 언제인지는 말씀 안 하셨을 뿐이지요.”

“그래서 지금 말하려고.”

오리시암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저는 백작님의 말을 의심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요.”

빠른 태세 전환에 로라스의 웃음이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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