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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197화 (197/30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197)

“그 정도로 출몰 빈도가 높습니까?”

“네. 그래서 긴장 상태입니다. 만의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대처가 가능해야 하니까요.”

브렌드가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눈앞의 삼백의 최정예병은 물론이고, 금 수송로, 영지 주변의 감시탑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그리고 용병대까지, 락만의 순수한 병력만 이천에 가까웠다.

거기에 마탑의 마법사들까지 있음에도 그의 말에는 경계심이 잔뜩 담겨 있었다. 말만이 아닌 실제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영주님께서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준비 중에 소영주님께서도 돌아오셨으니.”

브렌드는 안심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제 크게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마스터가 셋이니까요. 그 어떤 영지도 이만한 전력을 갖추지 못했으니까요. 게다가 매지스터 에르자일 님도 돌아오셨으니, 언제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샤이한을 만나 봐야겠군요.”

“곧 토벌대가 편성될 거라는 건 알리긴 했습니다.”

“거기도 변화가 많았겠죠?”

“건축에는 소질이 없다 보니, 무리는 늘었는데 마을의 규모는 여전해서 토벌이 끝난 후로 바로 확장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믿을 수 있고 강력한 힘을 가진 곳이니 지원해 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지원해야지요.”

“네. 그들의 일은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같이 피를 흘린 전우니까요. 그런데 그 아이들 말입니다.”

“아이들요?”

“에렌에서 소영주님이 내려 보내신 젊은이들 말입니다. 아직 앳돼 보이는.”

“아!”

고스트에서 락으로 가길 희망했던 아이들.

“어떻습니까?”

“기초는 잘 잡혀 있었습니다. 제식은 락의 병사들보다도 낫습니다. 하루 이틀 손발을 맞춰 본 게 아닌 건 분명한데. 어디서 보내신 아이들인지.”

“에렌에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목적도 뚜렷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불쌍한 아이들을 거둬들이는 것뿐이었으니까.

“서로 공유하는 게 많은 아이들이니 따로 부대를 편성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브렌드 경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러려고 생각합니다. 단결력이 뛰어나니 중갑보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음.”

“기병이 가장 오랜 훈련이 필요한 병종이라 하나, 중갑보병도 만만치 않습니다. 병종의 특성상 서로간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용병들과 어중이떠중이들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래서 중갑보병으로 특화시키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제대로 훈련만 시키면 그 어떤 병종보다 압도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 왔고, 같은 훈련을 받아 왔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걸리는 건 있었다.

“제가 데리고 올 때 그 아이들에게 자유를 약속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직업군인이 되겠다고 선택한 거지요. 군에서 명령은 절대적이긴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도 선택권이라는 걸 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히 편성 전에는 충분한 설명을 할 것입니다. 고된 훈련, 실전에서는 최전방에 배치되는 위험한 임무도 맡을 것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브렌드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사실 여기 있는 우리 병력들도 엄밀히 따지면 직업군인들. 고된 훈련과 위험에 따른 수당도 당연히 받습니다. 그것도 충분히 설명할 겁니다.”

“그럼 별문제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그 아이들은 물론이고, 락의 병력들의 훈련에 매주 두 번 정도 참관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브렌드는 슬쩍 곁눈질을 하며 말했다.

“대환영이지요. 저 눈빛들이 안 보이십니까?”

브렌드의 시선을 따라가니 거기에는 묘한 눈빛의 병사들이 있었다. 뭔가 기대에 가득 찬 표정까지 하며 말이다.

“아! 제가 잠시 잊었군요. 우리 영지의 사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말입니다.”

“늘 욕구불만인 상태이지요. 언제, 어디서든 말입니다.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영주님.”

“브렌드 경은 나중에 시그탑 경과 함께 보지요.”

“영광입니다.”

브렌드는 내 경지를 아는 사람 중 하나.

시그탑과 함께 보자는 말에 그가 물러나자, 난 병사들을 향해 몸을 돌리고 말했다.

“나와 함께 훈련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대부분 아실 텐데?”

말 대신 미소로 대답하는 병사들. 몇몇 신입들만이 뭔가 싶어 나를 볼 뿐이다.

“뜻이 그렇다면야, 기꺼이 봉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짝이는 눈빛 세례를 받으며 목검 하나를 쥐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니 어느새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은 전의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들었다.

훈련은 즐겨야 한다. 그래야 효율이 극대화된다.

“금화 열 개 정도 들어 있습니다.”

“…….”

“뭣들 하십니까?”

“……?”

“들어오세요. 유효타를 때리는 분이 이 주머니의 주인이 될 겁니다.”

“우아아아아!”

눈치 빠른 병사들이 먼저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거 진심인데?’

낭심을 노리고 달려드는 봉을 보니 상금이 크긴 컸나 보다.

물론 내 전낭을 이들에게 줄 생각 따윈 눈곱만큼도 없었다. 최소한 지금은 말이다.

마냥 쉽지는 않았다.

일대 다수의 경우 한 번에 한 명씩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군을 상대로 그럴 수는 없으니 포스를 제한해야 했고.

“으으윽!”

가끔 고통을 참고 달려들면 나라고 해도 손을 좀 많이 써야 했다. 사방팔방이 적인 상황.

힘 조절도 까다로워져 두 손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즐겁지 아니한가!

@.

“포교하지 않는 이상 걸림돌이 될 겁니다.”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상,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자칫하다가는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만둘 수는 없습니다. 그건 호의보다는 적의에 가까웠습니다. 우리 교단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으니 이후 분명 문제가 될 겁니다.”

“그보다 얼마 전에 에펠리온의 사제들이 들어왔습니다. 땅을 알아보고 있다더군요. 이게 더 큰일이 아닙니까?”

“락은 물론이고 와카디아 자체는 에펠리온의 교세가 크지 않습니다. 대부분 다른 신과 함께 믿지, 충실한 교인들은 없어요.”

“그게 문제지요. 같이 믿는다는 건 언제든 충실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로브 형태로 발목까지 내려온 노란 옷을 착용하는 이들은 해피랜드의 사제들. 이들은 각자 한마디씩 하면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슬쩍 시선을 상석으로 던졌다.

거기에는 가슴까지 수염이 내려온 노인이 있었다.

아니, 노인이라기에는 뭔가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일단 머리카락과 수염도 전부 새카맣다. 얼굴에 주름도 많지는 않아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들 중 가장 높은 지위를 지닌 이였는지, 그를 보는 눈빛들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지금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교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그리고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일단 여기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가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나서야지.”

노인은 사제 하나를 보며 말했다.

“특히 귀족들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 그들만 손에 넣는다면 그 이후부터는 시간문제지.”

“그렇지 않아도 일이 있을 때마다 성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가 아니라, 일을 만들어서라도 그리해야지. 어차피 나중에 다 회수할 수 있으니 지금은 모든 걸 끌어들여서라도 환심을 사는 게 우선이야. 말론.”

“네, 교주님.”

“골드맨스 쪽에서는?”

“연락이 오기는 했는데…… 교주님, 그들과의 거래는 위험합니다. 만의 하나라도 기간 내에 갚지 못하면…….”

“그걸 왜 네가 신경 쓰나?”

“네?”

“결정을 내리는 건 나다. 사람들이 사제님, 사제님 하고 떠받들어 주니 네가 뭐라도 된 것 같나?”

“교주님!”

말론이라 불렸던 사제는 급히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하겠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야.”

“감사합니다, 교주.”

“모두들 들어. 한 명이라도 더 포교해. 이곳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끈끈하다. 한 명을 포교하면 그다음은 점점 쉬워질 터.”

노인은 목소리에 힘을 줬다.

“와카디아는 귀족의 땅이 아닌, 우리 해피랜드의 땅이 될 때까지 모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네.”

“나가라. 그리고 그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라.”

그렇게 사제들이 우르르 나간 후에 노인은 의자에 몸을 묻으며 생각했다.

‘괜찮은 땅이야.’

락은 그리고 와카디아는 정말 괜찮은 곳이었다.

척박한 북부의 땅?

하지만 실제로 본 와카디아는 모든 것이 개발되고 있는 부유한 땅이었다.

추운 날씨를 제외하면 정말 모든 것이 괜찮았다. 사람 손이 필요한 곳이 천지라, 어린아이들까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은 활력에 차 있고, 그 덕에 사람들은 점점 몰려들었다.

그런데도 뚜렷한 세력은 없었다.

오로지 락의 영주만이 전체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그는 정치력이 없다.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장악만 하면 돈이 굴러온 사업들을 민간에 맡기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렌 상단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물자의 독점권을 쥔 상단.

에듀 백작이 바보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회를 엿봤다. 그러다 찾아왔다.

바보 같지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그가 에렌으로 떠났을 때 그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세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들 부부가 돌아왔을 때 긴장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영주는 돌아오자마자 주변 몬스터들로 인한 토벌전 준비에 정신이 없었고, 순진한 영주 부인은 자신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끝난 게임. 영주 아들이 꽤 현명하다고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 * *

“거긴 제대로 올려야지.”

“밥값을 하란 말이다, 밥값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공사 현장을 뛰어다니는 이는 헨켈러.

락의 외곽에서 대형으로 지어지는 거주 지역의 현장감독이다.

그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락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공사 현장이 생기는 곳이고, 건축 기술자로서 그는 여러 현장을 감독했다. 하지만 이번 현장은 좀 다르다.

‘내가 이 큰 걸 총괄하다니.’

건물 한두 개 올리는 게 아니라, 마을 하나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 규모의 공사.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 마을 하나를 채울 정도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소영주의 급명으로 시작된 공사.

‘어디서 전쟁이라도 터졌을지도.’

어찌 됐든 이 정도의 규모는 자신도 처음 도전하는 프로젝트다.

부실 공사는 있을 수 없고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으려면, 자신이 더 움직이고 소리를 질러야 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공사는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렇게 뛰다가 ‘앗!’ 하는 순간 뒈지는 거야. 조심 안 해!”

목소리가 갈라지다 못해, 그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기이한 음성을 내고 있을 때였다.

“공사는 잘 진행돼 가고 있습니까?”

“소영주님!”

헨켈러는 반가움에 소리를 지르다 급히 고개를 숙였다.

너무 어렸을 때 봐 와서 그런지 가끔 로라스의 신분을 잊는 것이다.

“왜 또 그러십니까?”

“그럴 수 있습니까? 그래도 예는 지켜야지요.”

“그러셔도 됩니다. 옛날 락의 초기 시절 생계 다 팽개치고, 목책이니 함정이니 무보수로 일하시면서 피로로 쓰러진 것까지 제가 다 기억합니다.”

헨켈러는 감격 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바쁘신 분이 뭘 그런 것까지 기억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전 기억을 해야지요.”

“소영주님…….”

감격하다 못해, 이제 눈물까지 흘릴 것 같다. 일부러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아버님도 기억하고 계십니다. 중요한 회의 때마다 아저씨의 이름은 거론되니 기억 못하실 리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하하하하.”

그럼에도 눈물을 글썽이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곤란해졌지만 아직 방법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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