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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136화 (136/30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136)

터어어엉! 터어엉!

갑옷을 울리는 소리.

검날에 포스를 입혀 갑옷을 찢어 낼 수 있어 낼 수도 있지만, 검면으로 치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었다.

“커허억!”

헛숨을 터트리며 뒤로 나뒹구는 용병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잘 통한다.

내공과 포스, 그리고 무림인과 포스 유저.

기본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이 두 가지는 정확히 따지면 다르다.

무림은 많은 무리가 있으나, 포스는 순수한 힘에 가깝다.

좀 더 따지고 들면, 포스가 더 강력한 힘을 가진다.

따로 수련하지 않아도 포스의 특질은 발전한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힘의 세밀하게 이용하는 능력은 내공보다 떨어진다.

같으면서도 다른 그 미약한 차이는 익힌 무공의 수준이 높을수록 명확해진다.

그래서 분류한 적이 있다.

무인의 등급을 나누는 데는 수많은 조건이 있어, 명확하게 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무리를 만들 수는 있다.

유역후의 기준이 아닌, 일반인 기준에서 무림에서 고수라 할 만한 자들은 여기서 포스 유저. 절정고수는 포스 상위 유저. 초절정고수는 마스터.

이리 급을 나눈 이유는 무리를 가르칠 때 필요해서다.

시그탑을 예를 들면, 그에게 일반 무리는 별 필요 없었다. 이화접목이니, 사량발천근 같은 타인의 힘을 이용한 무리는 이미 통달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시그탑은 알려 주기가 편했다.

슬쩍 시그탑을 보니 용병단장을 상대로 고전을 펼치고 있었다.

‘너무 똑똑해. 그러니 저리 애를 먹지.’

격산타우의 무리는 아주 단순하다.

내공의 특성으로 따지면 증(增: 늘어나다)의 무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그탑은 재능이 뛰어나다. 한 번 적과 격돌할 때,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격산타우에 애를 먹는 것이다.

무리 자체는 너무 단순하기에. 그것에 명확한 믿음,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허엇!”

그때 번천의 위급한 소리가 들렸다.

“번천! 힘으로 밀어붙이지 마! 좀 더 주변을 보라고!”

“테라! 차분히! 수비에 좀 더 치중해!”

두 사람은 위태위태하게 보이면서도 나름 잘 버티고 있었다.

‘역시!’

싸우는 것도 두 사람의 성격이 잘 보였다.

번천은 우직하다. 게다가 육체적인 힘과 특히 포스의 양은 엄청나다.

우직함은 무인의 중요한 항목이지만, 그는 너무 우직하다. 살이 짓무를 정도로 물에 머무르며 강제로 터득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체감되는 것만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상상력이 부족하니 일취월장하는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이다.

반대로 테라는 좀 다르다.

‘저놈의 승부욕!’

이 상황에서도 수비보다는 공격이 우선이다. 한칼 먹으면 한칼 돌려주는 식이다.

그 탓에 갑옷은 엉망이었고, 곳곳에 상처도 잔뜩이었다. 그럼에도 눈이 살아 있다. 상대하기에는 최악의 적이 저런 타입이다.

쩌어어어엉!

그때 들려오는 강렬한 파괴음.

‘성공했구나!’

파괴음을 만들어 낸 장본인은 바로 시그탑이었다.

“크흑!”

그리고 상대는 신음과 동시에 눈이 커다래져 있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의 갑옷이 유리처럼 금이 가 있었다.

‘깨달은 걸까?’

갑옷을 넘어 그 육체에 타격을 줘야 하는데, 증폭이 앞으로 나아간 게 아니라 주변으로 뻗어 나간 듯하다.

재능은 정말 타고났다고 봐야 한다.

‘그나저나 끝난 건가!’

미카이는 죽었고, 용병단의 지휘부라고 할만한 고수들도 제압했다. 하지만 번천, 테라의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고, 시그탑 역시 이겼지만, 탈진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협상, 아니 협박이란 걸 할 때였다.

그리고 협박을 해야 한다면.

힘의 차이를, 협박을 당해야 할 만한 그 차이를 보여 줘야 했다.

“흐으읍!”

숨을 들이켜고, 진기를 끌어 올리며 창을 내밀었다.

선택한 것은 무공이 아닌 마법.

다수로 압박을 느끼게 하는 데 이만한 수는 없다.

연습을 몇 번 해 보지는 못했으니, 실전은 처음. 하지만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목적은 협박. 그렇다면 실효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지레 겁을 먹을 정도의 막강한 위력을 말이다.

―여기에 부른다.

대기가 흔들리고.

―부르고 불러 끊임없이 모은다.

풍압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그 공간을 나의 지역으로 선포하니.

사방에 휘몰아치던 바람은 한곳으로 좁혀졌고.

―그 안에 있는 것들 굴복할지어다.

4써클의 마법. 아레아 윈드커터.

규칙 없는 폭풍이 휘몰아쳤다.

‘부족하지!’

마지막은 무공이었다.

창해출언(蒼海出言)! 언지도(言知道)!

아레아 윈드커터와 가장 비슷한 무공.

만물흔적(萬物痕迹)!

그것을 전개함으로 나의 협박은 끝이 났다.

* * *

“으으윽!”

사람들의 신음에 일레아는 멍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볼 수밖에 없었다.

‘미친…….’

머릿속에는 단지 그 두 글자뿐이었다.

포스 마스터라는 건 이해했다.

‘그런데 저 마법은 대체…….’

일레아는 4써클 마법에 무공을 연달아 쓴 것을 몰랐다. 그래서 로라스가 마법의 경지에서도 매지스터급의 마법사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

일레아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탓에 그 엄청난 마법에도 실제로 다친 수하들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샤이하라도 쓰러지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희망이 보였겠으나, 그는 쓰러져 생사도 알 수 없었다.

‘그 협상을 받아들여야 했나?’

그랬다면 남은 동료들은 살아 나갈 희망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아!’

일레아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을 때였다.

“다 죽을 필요는 없지 않나?”

“…….”

“이런 경우 어떻게 되는 거지?”

절대적인 무력을 선보인 락의 소영주의 계속되는 물음.

일레아는 뜻밖의 상황에 답할 타이밍을 놓칠 뻔했다.

“어떤 경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가까스로 그렇게 반문하는 데 성공했고.

“당신들은 용병들. 다 진 전투에 충성을 바쳐 같이 죽자고 덤비는 게 이상하지 않아?”

“몸! 몸값을 지불합니다!”

“그렇게 되나?”

“네. 전투에 지고 포로로 잡힌 경우 몸값을 지불하여 자유를 얻습니다.”

“몸값 지불할 여력은 되고?”

일레아는 다급히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 정도의 여력은 됩니다.”

“우리가 관리하기에는 포로가 너무 많아서. 숫자를 좀 줄여야 하나?”

“아닙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일레아는 오랫동안 함께해 왔던 수하들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생각이라는 걸 할 겨를이 없었다. 급히 품에 손을 넣고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로라스의 눈에도 익숙한 색과 재질의 그것.

“마법사이니 이게 무슨 효력을 발휘하는지 알고 계시겠지요.”

일레아의 말대로 로라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미카이를 안심시켜 막대한 이득을 얻게 해 준 물건. 약속의 증서다.

“저희들은 용병. 약속을 어긴 용병들은 그 어떤 곳에서도 쓸모가 없습니다. 여기에 몸값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하겠습니다.”

로라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로라스는 발아래의 시체로 변해 버린 미카이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놈과의 계약은 어찌 정리되는 거지?”

“저희 용병단은 의뢰에 전력을 다했고 패했으니, 계약은 끝이 났습니다.”

“몸값은 어찌 책정되는 거지?”

“그건 협상을 해야 하지만…….”

일레아는 바로 말을 하지 못했다.

용병단 창설 이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애초에 유리한 측의 의뢰를 받았지, 불리한 쪽으로는 가지 않아서다.

그렇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기에, 전쟁 전문 용병단으로 명성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불패의 신화는 깨지고 말았다.

고민하는 일레아를 보며 로라스가 말했다.

“그래서 제안 하나 할까 하는데.”

“무슨 제안을.”

“당신들 우리들이 고용하지. 물론 그 조건은 우리에게 매우 유리할 거야. 당신들의 목숨값이니까.”

그 제안에 일레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우려하는 일은 없었다.

새로운 계약을 했고, 약속의 증서까지 작성했다 하나, 불안한 건 사실.

의뢰금이 자신들의 몸값. 게다가 동료들도 꽤나 죽고, 상했음에도 일레아 용병단은 어떠한 적대적인 분위기도 풍기지 않았다.

그들이 원래 락의 용병인 것처럼 행동함에 로라스는 생각했다.

‘뼛속까지 용병이란 건가?’

그래서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이들을 이용해서 전술을 계속 실행해 나가는 게 이득이 아닌가 생각해 본 것이다.

‘아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그탑을 비롯한 번천, 테라의 상태가 좋지 못했고, 용병단 역시도 부상자가 많은 상황이다.

‘알지 못했던 칼을 제거한 게 제일 크지.’

전화위복이라고 미카이가 준비한 이들을 몰랐다면, 많은 사람을 잃을 뻔했다.

‘그나저나 디존슨은 끝까지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잃은 사람은 없지만 그럴 뻔했다는 사실에 열이 오른다.

‘아직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전쟁을 끝내는 게 최우선이고, 그다음에는 그걸 토대로 락을 발전시키는 게 그다음이다.

그걸 생각하면 참을 만했다.

그렇게 철수를 하고 아버님이 이끄는 본진과 합류했다.

“소영주님!”

“소영주님이 돌아오셨다!”

돌아가니 전장에 가는 이들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표정으로 날 반겼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올랐군.’

하긴 싸우기도 전에 승전에 대한 소식. 특히 기사단을 무너트렸다는 소식은 전쟁의 압박을 엄청 줄여 줬을 터.

“수고 많이 했다!”

“아버님!”

손을 굳게 잡는 아버지의 손이 차가웠다.

‘살도 많이 빠지신 것 같고.’

이해한다.

싸울 때 보다, 싸우기 직전이 가장 심장이 녹아내리는 시간.

“저 사람들은 누구냐?”

아! 한시름 덜어 낼 수 있겠다 싶었다.

“일레아 용병단입니다.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고용했습니다.”

“일레아! 전장의 용병대 말이냐?”

대답 대신 일레아를 쳐다봤고.

“용병단장 일레아. 베스타인 가문의 일원이시자, 락의 최고의 영주이시며, 실버스워드의 소유자이시고…….”

그냥 두면 한도 끝도 없이 뭐라 말할 것 같다. 남쪽에서 왔다더니 그쪽 귀족들은 저런 수식어를 붙이는 게 일상인가 싶다.

“그런 겉치레는 필요 없습니다. 단장.”

그 한마디에 일레아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에듀 영주님의 깃발 아래 소속됨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십대용병단인 그대들의 명성은 익히 들었네. 어려운 선택을 해 줘서 감사하네.”

확실히 밝아진 목소리에 일레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희는 용병단. 그 말씀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용병단을 적절한 곳에 써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부가 있겠는가. 우리 진영에 합류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겠네.”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가 슬쩍 눈빛을 보내셨다.

아버지와 함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냐?”

“힘이 되십니까?”

“네가 또 큰 공을 세우는구나. 고용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게 저 용병단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네 경지가…… 네가 또 한 번 락을 구하는구나.”

“과찬이십니다. 아버지. 그리고 당연한 일이고요.”

“아니야. 아냐. 이건…….”

아버지가 살짝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당신의 손을 잡았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최대한 피해 없이 이 전쟁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로라스…… 이놈, 벌써부터 이 아비를 감동시키는구나.”

“아버지의 아들이니까요.”

잡던 손이 잡혔다. 그리고 힘이 느껴졌다.

“이런 소식은 널리 알리는 게 좋다. 일레아 용병단이 합류한 걸 알면, 병사들은 물론이고 우리를 택한 용병단의 사기는 크게 오를 것이다.”

“네. 이미 시그탑이 그리하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래. 그래야지. 어디 다친 곳은?”

“자잘한 부상이 있으나, 신경 쓸 만큼은 아닙니다. 저보다 다른 사람들이 좀 심한 부상을 입었으니, 그들은 잠시 쉬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자꾸나. 드리프!”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 소리로 드리프를 불렀다.

“네. 주군.”

“회의다. 전부 소집하도록.”

“네! 주군!”

“로라스!”

“네. 아버님.”

“며칠은 푹 쉬거라. 부상은 부상. 당분간은 치료에만 집중해라.”

육신 멀쩡하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그게 아버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일일 테니.

‘이제는 더 이상 마음 졸일 일은 없으실 겁니다!’

그럴 것이다. 결정적 한 수가 아직 남아 있지 않으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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