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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101화 (101/302)

등선인 줄 알았더니 전생이었다 (101)

“우우우우!”

관중석의 야유가 비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다. 거기다 가장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는 실버대회의 우승전이다.

그런 비무인데 비무대 위의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절로 야유가 나오는 것이다.

수많은 관중 중에 몇이나 현재 상황을 알고 있을까?

두 사람은 엄청나게 격렬하게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있음에도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둘 다 갑주를 입지 않은 상태인데도 그랬다.

“제가 졌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라이너가 대검을 떨어트리며 하는 말에, 야유는 절정에 달했다.

“무슨 결승이 이래!”

“이건 승부 조작이다!”

야유와 함께 비난까지 들렸다.

로라스는 검을 거두며 눈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대회장 주변을 탐색했다.

‘의외로 많군.’

로라스의 시선은 야유와 비난을 쏟아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침묵하고, 표정이 굳어 있는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대회에 무형의 기운을 유형으로 바꿔 볼 수 있는 고수가 몇이나 되는지 말이다. 그래서 놀랐다.

그 숫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 라이너가 입을 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었을 때 찾아가 다시 한 번 가르침을 청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든지. 기쁘게 기다리지요. 락은 강한 무인은 언제든지 환영하니까요.”

로라스는 옅은 미소와 함께 그리 대답했다.

겉치레가 아닌 진심이었다.

그는 라이너에 대해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런 강자가 왜 골드대회가 아닌 실버대회에 나왔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곁에 뒀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욕심도 났다.

라이너가 지금처럼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면 그 자신에게도 이득이지만, 자신에게도 이득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만한 대련 상대를 구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말 욕심나네.’

로라스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무리한 욕심일 것이다.

이나마 제국은 서대륙에서 첫째를 다투는 강국이니 라이너 같은 무인을 받아 줄 곳은 많다.

또 귀족가문인지 센터인지,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리 만들 때 엄청난 투자를 했을 터.

라이너 본인이 락에 오길 원해도, 그쪽에서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여하간 비무는 그리 끝났고. 실버 대회 역시 끝이 났다.

“이건 분명 뭔가 있어”

“이게 무슨 비무야!”

곳곳에서 들리는 욕설에 로라스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거, 이거. 성공적인 데뷔 무대는 아닌데 말이지.’

그래도 우승 타이틀은 어디 가지 않고, 무엇보다 오늘 비무로 얻는 게 많기에 신경 쓰이지 않았다. 특히나 라이너라는 무인을 안 것으로도 지극히 만족스러웠다.

“주군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로라스 공자. 축하하네.”

비무대에 내려오니 수많은 사람이 로라스의 승리를 축하해 줬고.

“세 배! 세 배!”

포플러는 연시 세 배를 외치며 기뻐하고 있었다.

로라스는 피식했다.

‘얼마나 걸었길래?’

포플러도 나름 있는 집 자식인데 저리 외치는 걸 보면, 그에게도 무리한 액수로 도박한 것 같았다.

“내가 크게 쏜다.”

“얼마나 걸었는데?”

“바보 같은 놈들이 널 몰라보고 상대에게 걸려고 그러잖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거 내가 전부 빌렸지.”

로라스가 보니 똥 씹던 얼굴을 하고 있던 자들은, 더더욱 똥 씹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멍청한 놈들. 그리 같은 편을 못 믿어서야. 그리고 덕분에 라이너한테 돈을 안 걸고, 소액이나마 너에게 걸어서 땄으면 좋아해야지. 안 잃고 딴 건데.”

포플러는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흉을 보다, 로라스를 툭 치며 말했다.

“돈도 두둑하겠다. 오늘 정말 제대로?”

검지와 엄지를 살짝 말은 채로 손목을 까딱거리며, 양 눈썹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너나 가라. 아니, 타라나 데려가던가.”

로라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타라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그쪽으로는 취미가 없습니다. 고향에 여자친구도 있고요.”

“뭐야! 재미없게.”

그리 로라스 일행이 떠들썩 내려갔고, 그런 그들을 보는 눈이 있었다. 그것도 여러 개가 말이다.

‘그건 뭐였을까?’

그리고 그 시선의 주인 중 하나는, 바닥에 박힌 못처럼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그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빨리!’

혼자 알고 있어서는 안 될 사안이다. 그는 급히 움직였다.

* * *

“우아아아!”

골드대회의 우승자까지 결정된 순간 대회는 끝이 났다.

수많은 이변을 낳은 대회.

새로운 영웅의 탄생에 일반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목에 힘 좀 줘 가면서 할 이야기를 본 것에 기뻐했고. 무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으며 강해져야 할 동기를 부여했다.

한마디로 이번 대회는 무척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는 뜻이다.

기사의 왕국.

무인의 천국.

포스의 성지.

미딩은 자신 가진 수많은 수식을 이 대회로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공식적인 대회는 끝이 났지만, 아직 대회에 참가한 기사, 무인들, 정확히는 상위권의 무인들은 아직 공식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

사실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피날레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정이기도 했다.

그 행사는 클래스별 우승자에게 검을 수여하고, 상위를 차지한 무인들에게 주어지는 증표 전달식이다.

수많은 무인이 미딩 왕성에 초대를 받았다.

당연히 우승자를 두 명이나 배출한 로라 일행도 초대를 받았다.

어디 우승뿐이랴?

타라와 다른 센터 수련생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골드대회에 한자리는 굳이 차지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원래 로라스는 실버대회는 물론이고 골드대회도 참가를 고려하기도 했었다.

세자 요단이 골드대회에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이기도 한 건데, 결과가 이리되니 괜히 한자리를 뺏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따로 보상하면 되겠지.’

로라스는 그리 정리하며, 사람들의 떠들썩함을 지켜보며, 그것을 즐겼다.

그리고 그날 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나젤이 찾아와서 하는 이야기에 로라스는 귀를 기울였다.

미딩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듯했다.

나젤의 말에 의하면 현재 미딩의 상황은 단순하게 아버지와 아들의 불화에 시작된 부자간 전쟁의 선을 넘어섰다.

“내전 직전에 대회가 시작되어, 양측 모두 사람들의 눈 때문에 관망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곧 내전이 벌어지겠군요.”

“네, 그럴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내일이 기대되는군요. 무장을 계속 유지한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지요.”

“알겠습니다. 만의 하나의 사태에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는 하겠습니다.”

나젤이 돌아가고 로라스는 생각에 잠겼다.

‘내전이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우리 싸움이 아니라 남의 싸움이다. 조급하게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

‘얻을 수 있는 거라…… 아니, 그보다…….’

로라스는 순간 검왕이 왜 할아버지를 모욕했는지. 그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차도살인지계까지는 너무 나간 건가?’

마들린은 할아버지 밑에서 수년을 있었다. 당연히 그의 성격도 알 터이고. 대회에 맞춰 할아버지를 도발해 자기 아들을 처리하려 했다는 가정은 너무 한 걸까?

‘보면 알겠지.’

로라스는 관망하기로 했다.

* * *

국왕의 주최하는 파티는 성대했다.

일단 규모가 컸다.

왕의 이름으로 초대장이 발부되었던 터라 초대장을 받은 이들은 물론이고, 초대받지 못한 이도 상당수 있었다.

‘이거…… 세자가 뒤통수 제대로 맞겠는데.’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나, 내게는 지금 흐름이 보였다.

개인들이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고, 그 무리가 또 하나의 큰 무리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무리가 국왕 마들린의 주변으로 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오베른 제국의 로라스 베스타인.”

그리고 그 세는 검 수여식을 치른 이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베스타인 가문은 늘 강자를 배출하는군. 베스타인 공작이 사적으로 짐의 스승 중 한 분이신 만큼, 기쁘기 이를 데 없군.”

언제 소홀했냐는 듯 친밀한 미소와 함께 건네주는 은으로 만든 검을 받았다.

실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예검으로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 같았다.

“짐과 공작의 관계는 자네도 익히 알 터. 공작을 대신하여 잘했다고 칭찬도 해 주고 싶군.”

다시 한 번 할아버지를 거론한다.

‘왜 친한 척이지?’

아직 누구의 편을 들지 결정하지 않았다. 사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에렌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남의 싸움, 거기에 에렌에서도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얻어 갈 것이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감사합니다. 국왕 전하.”

일단은 예의 바른 후기지수의 모습을 보여 주고 물러났다.

검 수여식은 계속됐고, 골드대회의 상위권자들도 왕의 하사품을 받는 사이 요단이 다가왔다.

“다시 한 번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로라스 공자.”

이제야 눈치챈 것인가?

인사를 건넨 요단의 표정에 불안감이 보인다.

‘뭐, 한마디 해 주는 것이 나쁘지는 않겠지.’

요단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응이 조금 늦는 것 같습니다. 세자.”

흠칫하는 그를 두고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사건은 벌어졌다.

* * *

“반역을 꾀한 세자를 잡아라!”

누군가는 당황했고, 누군가는 겁을 먹었으며, 또 누군가는 어쩔 줄 몰라 헤맸었다.

하지만 반수 이상의 사람들은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이라는 듯이 평온했다.

그리고 그건 두 가지 사실을 확실하게 했다.

지금 당연하다는 듯이 이 사건을 받아들인 이는 국왕의 편이라는 것. 또 하나는 마들린이 요단을 잡기 위해 이미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였군.’

국왕 쪽으로 붙어 있는 자들을 보니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상했었다.

국왕은 관중 중 하나일 뿐인데, 왜 대회 때 누군가 이겼을 때 그토록 기뻐하고, 또 누군가 졌을 때 우거지상을 했었는지 말이다.

국왕의 편에 선 기사들 그리고 그 세력들. 전부 대회에서 이긴 자 들이었다.

‘국왕 자체의 무력이 적었던 거야. 그래서 미리 대회 참가자들을 포섭한 것일 테고.’

하긴, 이번 파티에 자신 쪽의 인원을 많이 배치했다면, 세자도 눈치채고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회 참가자의 수상 자리이기에 미딩 원래의 무인들보다 외부 세력이 더 많았다.

집안일에 남의 손을 빌릴지 예상하지 못했을 터. 그것도 미딩의 최고 권력자인 왕이 말이다.

‘끼어들 틈은 없을 것 같은데.’

이미 이렇게 진행된 이상 요단 입장에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 당연히 나도 뭘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럴 이유도 없고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모함입니다! 재판을 요구합니다!”

당황한 세자가 입을 열기 시작했으나, 대세에 영향을 줄 수는 없을 듯했다.

‘아깝긴 하네. 왕의 자질은 있던 모양인데.’

왕의 세력에는 어림도 없으나 세자의 주변에서 무기를 뽑은 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세자의 편을 들면 같이 반역죄를 뒤집어쓸 터. 하지만 그들은 모습에서 그를 지키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미딩은 기사의 나라. 기사들의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을 원합니다!”

세자가 계속 외치자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맞다.

이곳은 기사의 나라 미딩이다.

그 상징적 의미는 대단히 컸고, 기사란 두 글자에 로망을 품은 자들도 많다.

그런 미딩에서 주최한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이런 암투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문제가 있다면 대놓고, 정정당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선호한 사람들이란 거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세자도 그것을 깨달은 듯 그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아무런 증거 없이 반역이라니요! 제 목을 치시겠다면, 정정당당하게 그 증거를 공개하십시오. 사실이라면, 저 스스로 자결하여 한 명의 기사로서 그 책임을 지겠습니다.”

웅성거림은 커졌고, 마들린이나 그 측근들의 표정도 좋지 않아지기 시작했다.

세자를 제거하려 손을 쓰기는 했지만, 사실 무리하게 일을 진행 시킨 건 사실이다. 그래서 부담스럽다.

‘으음!’

세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증거를 공개하라 주장할수록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저건 아니지.’

최악의 상황에서는 최상이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최고의 선택은 일단 고비를 넘겨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잠깐만!’

그러다 좋은 생각이 들었다.

‘얻을 수 있는 게 있겠군!’

손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려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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