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8. 눈에 보이는 하나 >
골대에서 대략 35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재혁이 길게 삼킨 숨을 천천히 흘려 뱉었다.
호흡이 안정되자 마음이 차분해졌고, 평소에 느끼는 안도감이 어깨에 내려와 앉았다.
그래, 이거다. 바로 이 감각이었다.
미소를 떠올린 재혁은 공이 놓인 자리에서 골대를 바라보았다.
직접 슈팅을 노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는지, 단 한 명의 선수만이 그의 앞에 서서 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뒤로 무리를 지은 양팀 선수들이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고, 골대에 자리를 잡은 골키퍼는 연신 수비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집중력을 잃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 모든 장면들을 한 곳에 서서 지켜보던 재혁은 다시 한 번 길게 숨을 삼켰다.
골대보다 센터 서클에 더 가까운 위치.
직접 슈팅을 노리긴 분명 무리가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혁은 끝까지 골문을 노려보았다.
딱 한 지점.
이 곳에서 노릴 수 있는 위치가 딱 하나 있었으니까.
물론 쉽진 않겠지만, 자신은 있었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연습을 해왔던 거니까.
그렇게 재혁이 마음을 다졌을 때.
삐이이익!
프리킥을 차도 좋다는 신호로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필드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재혁의 두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한 보는 정확하게 공을 향해서.
두 번째 걸음은 공과의 거리를 재기 위해서.
세 번째는 이제 속도를, 그리고 네 번째 발걸음은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길게 뻗었다.
그렇게 완성된 디딤발이 공 왼쪽에 놓였고, 재혁은 마침내 오른발을 뻗어 발등으로 공을 때렸다.
뻐엉!
큰 소리와 함께 잔뜩 돋아난 힘줄과 근육이 이완됐고, 재혁의 발끝을 떠난 축구공은 기다란 꼬리를 허공에 남겼다.
그리고 그 꼬리가 쭉 날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
하나둘 몸을 들썩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소리와 함께 재혁의 발을 떠난 축구공이 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벽을 넘어 15미터를 날았고, 그만한 거리를 날았음에도 축구공엔 여전히 힘이 남았는지 순식간에 선수들이 모여있던 25미터 지점을 넘었다.
그제야 재혁의 의도를 파악한 브라질의 골키퍼, 알리송의 낯이 굳었다.
‘거기서 직접 슈팅이라고?!’
다른 누군가가 저런 프리킥을 시도했다면 오만하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재혁이 지니고 있는 킥력을 확실히 눈에 익혀두었던 알리송이었기에 그는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공이 날고 있는 궤도를 보아 재혁이 노린 장소가 어딘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골대 좌상단 구석!’
자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위치와 정반대편의 구석 상단을 목표로 날고 있는 공을 노려보며 알리송은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분명 예상하지 못 한 기습 슈팅이었지만, 공기를 가르며 뻗어나가는 힘도 제법 대단한 슈팅이었지만!
‘못 막을 정도는 아니야!’
후웅!
모든 걸 읽었다고 생각한 알리송의 무릎이 한 차례 굽혀졌다 펴졌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양손을 길게 뻗었다.
펀칭보다 정확한 수비.
제법 먼 거리를 날아온 공은 이제 그 힘을 대부분 소진했을 것이니, 남아 있는 것은 추진력 뿐일 것이리라.
힘이 실리지 않은 공은 그저 빠르기만 할 뿐.
‘그걸 내가 무서워 할 이유가 없다!’
생각과 동시에 쭈욱 뻗어나간 손끝에 축구공이 걸리는 것이 보였고, 알리송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건 막았다.
그런 확신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후욱!
“···?!”
자신이 지금 무엇을 본 것인가.
크게 떠진 알리송의 두 눈이 흔들렸다.
마치 갑자기 터진 상승 기류를 탄 것처럼, 장갑에 걸렸다고 생각한 슈팅은 위로 떠오르더니 그의 손을 피해 지나친 것이다.
그제야 재혁이 찬 프리킥의 종류를 알 수 있었던 알리송의 동공이 떨렸다.
‘무, 무회전이었어?!’
저만한 속도로 날아오는 무회전이라니.
게다가 당연히 정확한 지점을 목표로 날아온 슈팅이었기 때문에 무회전일 것이란 생각 자체를 하지 못 했던 것인데.
알리송은 뒤늦게 멀어지는 공을 건드려보려 했지만, 이미 슈팅은 그의 영향력을 벗어나 있었고, 크로스바 밑둥을 강하게 한 번 때린 슈팅은···.
철썩!
송곳이 찌르듯 골망을 파고 들었다.
일순 정적이 찾아왔다.
숨을 죽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게 현실이 맞는 지를 의심하며 손을 올려 입을 가리고 있다가.
“고오오오올!”
“와아악! 와아아아악!”
중계자가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면서 정적을 깨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비명이 뒤섞인 함성을 터트렸다.
도저히 믿기 힘든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것에 다들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가 없던 것이다.
설마 한국 대표팀이 브라질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트리다니!
골이란 글자가 전광판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믿지 못하고 있을 상황에 사람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면서 연신 비명을 질렀고, 그건 한국 선수들이 모여 앉아 있는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최재혁! 이 자식아아!”
득점이 확인되기 무섭게 한국 관중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달려가던 재혁이를 덮치면서 선수들은 계속 그의 이름을 불러댔다.
“이 정신나간 자식아! 대체 어떻게 거기서 슈팅을 때릴 생각을 했냐?”
“근데 그걸 또 넣었어? 이 미친 자식! 넌 내가 아는 놈들 중 가장 미친 놈이야! 축구 잘하는 미친 놈!”
“크으, 재혁아! 사랑한다! 내가 정말로 사랑한다!”
주장인 김수용을 포함해 필드 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그리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벤치를 지키고 있던 선수들은 드디어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재혁의 머리를 잔뜩 헝클었다.
이걸로 이제 1대1.
후반전이 끝나도 연장으로 향할 수 있는 포석을 마련했다는 것에 다들 크게 기뻐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향해 쓰러져 있던 재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후반전 안 끝났어요! 끝나려면 10분이나 남았다고요! 그리고 10분이 지났을 땐, 연장이 아니라 승리를 확정 지어야 합니다!”
“그래! 재혁이 네 말이 맞다! 너무 분위기에 취하지 마!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경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알고 있어요, 주장!”
“그럼 이제 자리로 돌아가! 남은 시간도 죽어라 뛰는 거야!”
그렇게 손을 모았던 선수들은 하나둘 자기 자리를 찾아 떠났고, 김수용의 도움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재혁은 멀어지는 선수들의 뒷모습을 빤히 지켜보다가 참고 있던 숨을 토하며 자신의 두 다리를 내려보았다.
“후우.”
파들파들, 미세하지만 분명 떨고 있는 자신의 두 다리.
슬슬 한계에 가까워진 것이리라.
아무렇지 않은 척 경기를 뛰어왔지만, 파울리뉴는 분명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으니까.
잠시간 허리를 숙이고 있던 재혁은 양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내려쳤고, 그제야 떨림이 잦아든 것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이다.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재혁은 고개를 들어 관중석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준 후 단언했다.
“이길 거야. 무조건 이길 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무리해서 고집은 부리지 마.”
“응? 케이트 언니. 누구한테 이야기해요?”
“아.”
재혁이 득점을 터트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던 재희는 다시 자리에 앉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린 케이트의 목소리를 듣고 물었고, 그런 재희의 물음에 케이트는 빙긋 미소를 떠올리며 답했다.
“그냥···. 어느 멍청이한테 한 말이야. 항상 마지막에 꼭 무리를 하는 멍청이가 있거든.”
“마지막에 무리를 하는 멍청이요?”
“응.”
되물으며 고개를 갸웃인 재희
그런 재희에게 재차 미소를 보이던 케이트는 경기장 위에서 터벅터벅 걸어 자리로 돌아가는 재혁을 바라보며 또 한 번 중얼거렸다.
“아마 같이 살면 분명 피곤한 멍청이일 거야. 하지만 멍청한 편으로 쭉 남아 있는 게 좋을 지도···.”
케이트의 혼잣말이 끝맺는 순간 센터 서클 위로 돌아온 공이 굴렀고, 오늘 경기의 마지막 10분이 흐르기 시작했다.
***
‘최재혁, 역시 넌 엄청난 놈이다.’
파울리뉴를 대신해 경기장에 들어온 페르난지뉴는 자신의 앞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어린 선수를 내려보며 굳은 얼굴로 생각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살았다.
하지만 그만한 인생을 살면서 페르난지뉴는 재혁과 같은 종류의 선수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어리지만 심려가 깊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자만하기보다 모자란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 짧은 설명이 이제 막 겨우 20살이 된 선수를 설명하는 문장이라니.
페르난지뉴는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캐릭터인 재혁을 내려보며 침을 삼켰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가장 아끼던 팀동료였지만, 지금은 꼭 넘어야 할 적으로 만났으니.
재혁의 발밑에 떨어진 공이 구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페르난지뉴가 그를 거칠게 압박하며 눈을 모았다.
‘그러니까 네가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나도 최선을 다하마!’
투웅!
어깨가 충돌하자 기력이 떨어진 재혁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페르난지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방심하는 순간 당하는 건 오히려 자신이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어디로 올 거냐? 오른쪽? 왼쪽? 그것도 아니면···.’
투웅!
재혁이 가지고 있던 공을 가볍게 밀어 넣으며 전진하자 페르난지뉴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그가 노린 곳은 측면이 아닌 정중앙.
잔뜩 지친 주제에 여기서 자신을 상대로 속도전을 걸어온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이런 행동을 시도한다면 건방지다고 했을 것이나,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최재혁이란 사실에 페르난지뉴는 전력을 다했다.
공을 밀어 넣고 파고들려는 재혁을 어깨로 방해하며 부딪쳤고, 공으로 향하는 최단 거리를 모두 막아서며 자세를 견고히 했다.
이에 한 차례 휘청거린 재혁이 바깥으로 밀려나간 것을 확인하면서 페르난지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역시 너라도 더 이상은 무리겠지.’
90분에 가까운 시간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수비에서도, 공격에서도, 한국 진영에서 재혁이 빠질 자리는 없었다.
그가 경기장 위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전술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그를 막아서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싸워왔으니.
페르난지뉴는 비틀거리는 재혁을 상대로 정당하게 이겼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으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철저하게 결과를 만들 각오를 하며 공을 향해 뛰었다.
‘그게 너를 향한 내 존중이다!’
이제 이걸 걷어내면 추가 시간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주심은 휘슬을 불며 경기 종료를 알릴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연장전.
아마 연장전에선 재혁이를 빼겠지.
아무리 최재혁이라 할 지라도 저런 상태로 연장전을 소화하는 건 무리일테니 말이다.
그럼 그때 승리를 확정짓는 건 우리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이어가며 굴러가는 공의 바로 뒤에 위치를 잡은 페르난지뉴.
그는 구르는 공을 걷어내기 위해 발을 뻗었다.
곧게 뻗은 발등은 당장이라도 공의 밑둥을 깎아낼 기세였고, 이어질 미래가 어떨지, 페르난지뉴는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의심하기엔 모든 게 너무 순조로웠다.
자신의 위치도, 공의 방향도, 남은 시간도.
모든 것들이 잘 짜여진 퍼즐 조각들처럼 제자리에 맞춰져 있었으니까.
“···!”
문득 찾아온 섬득함에 페르난지뉴의 등골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러고 보니···.
‘옆으로 밀려났던 최재혁···, 재혁이의 마지막 위치가 어디었지?’
그런 의문과 함께 아주 조그만 망설임이 페르난지뉴의 마음 속에 자리했고, 그 짧은 망설임이···.
투욱!
“!”
맞춰진 퍼즐 조각들을 전부 뒤집었다.
분명 옆으로 밀려났던 최재혁.
그는 언제 달려왔는지 페르난지뉴보다 먼저 발을 뻗으면서 공을 건드렸던 것이다.
대체 어떻게?!
커다란 의문이 그의 머리를 때렸을 때, 재혁은 행동으로 대답했다.
완벽하게 지쳤을 것이라 생각한 바로 그 순간, 몸에 남아 있는 전력을 쏟아내 달린 재혁의 다리는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악, 하악, 하악!”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에 재혁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미 한계를 넘은 근육은 당장이라도 멈춰달라며 온 세포를 비틀었고, 더 이상 운반할 산소가 남아 있지 않은 폐는 헐떡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에 따라 눈앞도 흐려지는 게 느껴졌지만, 공을 가지고 질주하는 재혁은 멈추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딱 한 가지만큼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사각의 하얀 골대.
재혁은 눈에 보이는 오직 한 가지를 향해 계속해서 달렸고.
“웃기지 마!”
촤아아악!
그런 재혁을 향해 옆에서 튀어나온 네이마르가 깊숙한 태클을 찔러 넣었다.
공을 노린 것인지, 아니면 다리를 노린 것인지 의도를 알 수 없는 깊은 태클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목적이 무엇인 지는 확실했다.
달리고 있는 재혁을 어떻게든 멈춰세우겠다는, 이대로 가만히 녀석이 계속 뛰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목적만큼은 모두에게 확실히 보인 것이다.
허나 그 정도가 너무 깊었다.
주심은 충돌이 일어난다면 당장이라도 경기를 멈출 생각에 휘슬을 입에 물었고,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재혁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임종철 감독은 당장 욕설을 내뱉을 기세로 터치 라인에 달라붙었다.
김수용 또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고함을 내지르려고 했고, 안토루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며 인상을 구겼다.
도저히 같은 선수가 선수를 상대로 시도할 수 있는 태클이 아니었던 것이다.
중계자들의 입에서도 위험하다는 단어가 막 입술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갈 수 있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재혁의 드리블을 지켜본 케이트가 짧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재혁이 공과 함께 날았다.
발등으로 공을 차올리며 태클을 피하고, 자신도 높게 뛰어올라 네이마르의 태클을 피해냈다.
태클이 무산되자 주심은 어드밴티지를 적용시켜 경기를 계속 진행했고, 자리에 남은 브라질 선수들이 재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까지 와서 상대에게 돌파를 허용할 수 없다는 의지가 잔뜩 깃든 수비였다.
그런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서 재혁은 상체를 한 번 숙였고.
투웅.
퍼올리듯, 공을 높게 띄워 차보냈다.
순간 둥실 떠오른 공이 자신들의 얼굴을 지나치자 수비수들은 당황해 공을 쫓아 고개를 돌렸고.
“···아!”
수비수들이 그런 것처럼 앞으로 튀어 나와 있던 알리송 골키퍼도 짧은 탄식을 흘리면서 허둥지둥 몸을 비틀었다.
느릿하게 떠올라 무지개를 그린 공.
슬로우 모션처럼 뚝뚝 끊어져서 짧은 여행을 시작한 공은 몸을 날리는 알리송 골키퍼의 장갑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한 번 떨어졌고, 그렇게 두 번, 그리고 세 번을 튕겨서 골라인을 넘었다.
기습 로빙 슛.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브라질 선수들은 골라인 안에 멈춰 있는 공을 지켜보다가.
삐이익! 삑, 삑, 삐이이이익!
득점을 인정하면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리자 모두 잔디 위에 무너졌다.
뒤늦게 찾아온 현실감에 더 이상 자리에 서있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있던 선수들도 뒤늦게 찾아온 현실을 이해하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이겼어? 우리가 브라질을 이겼다고?!”
“오, 올라갔다! 우리가 8강에 올라갔어!”
< 218. 눈에 보이는 하나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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