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209화 (209/225)

< 209. 결국 >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재혁이 공을 걷어내는 걸 확인한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최재혁 선수! 위험했던 순간에 영웅처럼 등장하면서 공을 걷어냈습니다! 그의 발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습니다!”

“휘유, 지켜보다가 숨이 멎는 줄 알았네요. 이건 사네 선수가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골로 연결될 수 있었던 장면이었어요. 우리 입장에선 최재혁 선수 덕에 한 골을 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어떻게든 실점은 면했지만, 아직도 독일이 공격권을 쥐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 집중력을 끝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크로스 선수가 코너킥을 준비하고 있네요. 세트 피스에 특히 강한 독일인 만큼, 각별히 신경써야겠지요?”

중계진들은 이어지는 상황을 설명하며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내며 진땀을 식혔다.

어떻게 따라잡은 점수였는데.

만약 저기서 사네에게 실점을 허용했더라면 경기 결과는 실점하는 그 순간 한국의 패배로 정해졌으리라. 그리고 패배가 결정되는 순간 탈락도 함께 확정이었으니.

찰나의 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한국 관중들은 다시금 목에 힘을 주어 응원의 소리를 높였고···.

‘정말 귀신 같은 녀석이다.’

관중들의 환호와 비난이 뒤섞인 자리에 서서 사네는 가쁜 숨을 골랐다.

분명 노마크였던 것 같았는데, 갑자기 튀어나와 공을 걷어내다니.

‘···역시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사네는 여러 가지 의미가 섞인 미소를 떠올리며 그의 옆에 서있는 재혁을 보았다.

이런 선수와 동료이면서, 또 같은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연스레 지어진 미소로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떠올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박스 안을 노려보던 크로스가 신호에 맞춰 코너킥을 차 올렸고.

‘바깥으로 빠지는 공!’

공이 날아가는 궤도를 바로 읽은 재혁이 재빨리 몸을 움직이며 공을 쫓았다.

정형우 골키퍼가 ‘키퍼존’에서 선보이는 영향력이 엄청났으니, 독일은 그걸 최대한 피해 득점 코스를 만들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지금 공이 향할 장소는 단 한 곳.

‘박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로이스, 아마 그의 중거리 슈팅을 믿고 있는 거겠지!’

‘···대체 어떻게 이걸 다 읽고 있는 거냐고?!’

기껏해야 1초 정도였다.

크로스의 발에서 공이 떠나 허공을 가르며 궤적을 쫓던 시간으로 겨우 1초 말이다.

그런데 그 1초만에 모든 상황을 읽어내고 자신에게 압박을 넣기 위해 달려온다고?

로이스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재혁을 노려보며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렸다.

‘네 머릿속엔 슈퍼 컴퓨터라도 달려 있는 거냐?’

천재들이 즐비한 곳에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감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는 재혁.

그런 재혁을 지켜보던 로이스는 마음을 정한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

막을 테면 한 번 막아봐라.

‘그럴 능력이 된다면 말이지!’

“!”

투웅!

크로스의 코너킥을 가슴으로 받는데 성공한 로이스가 상체를 활짝 펼쳤고, 동시에 넓게 벌린 양팔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상대가 모든 걸 읽고 자신을 방해하려 든다면···.

‘그 공간 안에서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사용할 공간을 만들어 내겠어!’

콰악!

공을 노리고 달려드는 재혁의 행동을 막고, 자신만의 슈팅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자리를 지킨 로이스.

그런 로이스의 행동에 재혁은 연신 이리저리 파고들 틈을 찾기 위해 몸을 비틀었으나, 로이스의 왼쪽 팔에 상체가 단단히 걸리면서 공이 떨어지고 있는 장소까지 발을 뻗을 수 없었다.

이거면 됐다.

재혁의 존재가 확실히 느껴지는 팔에 계속 힘을 준 로이스는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짧은 한 마디에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떠올렸고, 떨어지는 공에 발등을 정확히 얹으면서 오른발에 힘을 주었다.

‘이번엔 확실히 성공이야!’

상대의 방해 없이,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내에서 온전한 슈팅을 시도하는데 성공했다며 로이스는 미소를 떠올리다가···, 그의 오른발과 함께 공을 막아서고 있는 다른 이의 발, 최재혁의 왼발을 발견하곤 놀라 헛숨을 삼키며 비명을 질렀다.

분명 왼쪽 팔에 걸려서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어야 했는데, 대체 어떻게?

그런 의문을 품고 다리를 따라 시선을 옮겼던 로이스는···.

‘내 팔에 기대서 중심을 잡고 있어?!’

쓰러질듯, 말듯,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면서 발을 뻗는 재혁을 발견하곤 헛숨을 삼켰다.

분명 불리했을 상황임에도 이 꼬맹이는 그 상황마저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한 것이다.

로이스의 입술이 비틀리면서 욕설이 튀어나왔지만.

“망할!”

뻐엉!

그런다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기어코 로이스의 슈팅을 걷어내는데 성공한 재혁은 제법 힘이 실렸던 슈팅이었는지, 반발력 때문에 멀리 뻗어나가는 공을 바라보면서 얼른 몸을 일으켰고, 또 다시 공을 쫓아 움직이면서 주변을 살폈다.

그의 눈에 십여 명의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복잡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눈에 담던 재혁은 갑자기 달리던 방향을 꺾었다.

그런 재혁의 선택을 사람들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모두가 재혁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보내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걷어낸 공을 소유한 뒤 돌리기 시작했던 독일이 사용하려던 공간에 재혁이 침투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막 공을 잡았던 케디라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재혁을 확인하곤 혀를 찼다.

‘공에 추적기라도 달아놓은 거냐? 대체 이걸 어떻게 읽고 여기까지 온 건지···.’

하지만 이 공을 뺏을 순 없을 것이다.

네가 아무리 빨라도, 주변 상황을 완벽하게 읽어내고 있다고 해도, 날아가는 공보다 빨리 이동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몸을 돌렸던 케디라는 훔멜스를 찾았고, 그를 향해 패스를 건네주려다가···.

“조심해!”

“?”

훔멜스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에 눈썹을 꼬았다.

조심하라니.

뭘?

조심할 거면 패스를 받게 될 네가 더 조심해야하지 않겠냐, 라는 생각과 함께 그대로 패스를 보내던 케디라는 이질적인 감각에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 이···.

‘···축구화는 누구 거야?’

상념에 잠시 넋을 잃었던 케디라는 축구화의 주인을 발견하곤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최재혁.

대체 언제 뻗었는지, 녀석이 공을 노리고서 몸을 날리고 있던 것이다.

아니, 노리던 게 아니었다.

파앙!

“마, 망할!”

녀석은 이미 공을 건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속도를 그대로 살리는 무지막지한 슬라이딩 태클.

그것도 공을 멀리 차내는 게 아닌, 옆면을 이용해 낚아채는 태클에 완벽히 당한 케디라는 당황하며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드디어 뺏었다.”

쓰러지는 케디라를 뒤로 하고서 공을 취한 재혁은 헐떡이는 숨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웃었다.

수많은 시도들 끝에 마침내 공을 뺏을 수 있었으니, 자연히 미소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미소가 사라지기 무섭게 재혁은 공을 몰고 이동하기 시작했고, 케디라에게서 패스를 받을 준비를 하던 훔멜스는 곧장 자세를 고치며 소리쳤다.

“다들 침착하게 수비해! 급하게 반응할 거 없어!”

결국은 안전이다.

기량은 우리쪽이 우월했고, 지키면 이기는 것도 우리다.

그 점을 동료들이 명심하길 바라면서 훔멜스가 소리쳤고, 그의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실점했던 상황을 기억하면 조급함에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이번엔 기필코 막는다.

그런 생각을 반복해서 떠올리던 독일 선수들은 한국의 공세가 전과 다를 바 없이 최재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5분···. 5분만 더 버티면 돼!’

이대로 5분이 지나간다면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무승부로 끝이 나면 승점이 유리한 자신들이 16강의 무대로 오르게 될 것이다.

무승부라는 경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실리는 챙기게 될 결말이었다.

그러니까 이 한 골은 무슨 일이 지켜야 한다, 라고 독일 선수들이 모두 공통된 생각을 떠올렸는데.

오히려 그 ‘실리’가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 선수들은 알아차리지 못 할, 아주 미세한 균열을···.

“···!”

하지만 재혁은 그의 눈으로 또렷히 읽을 수 있었던 균열을 말이다.

재혁은 가지고 있던 공을 김수용에게 건넨 뒤 최전방에 위치해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고, 그런 재혁의 행동을 통해 무언가를 감지한 독일 수비수들은 한국의 특징적인 구조를 기억해내곤 미간을 모았다.

‘그걸···,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무작위 공격을 시도하려는 거냐?’

재혁이 전방으로 찔러주는 무작위 패스를 통한 삼각 편대 공격.

이미 멕시코 전에서 쓰인 전적이 있는 해당 전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던 독일 선수들은 다들 몸을 긴장시키면서 그들이 마크하고 있는 선수를과의 간격을 보다 타이트하게 조였다.

결과적으로 슈팅을 때리는 선수만 막는다면 어떻게든 해결될 공격이었으니, 다른 무엇보다 확실한 수비법에 신경을 쏟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독일 선수들을 견제하면서 수용과 패스를 교환하던 재혁은 자신에게 공이 돌아오자 생긋 웃어보인 후.

투웅, 투웅, 투웅!

드리블을 시작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범한 드리블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재혁이라는 것에 독일 선수들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고, 분명 무언가 벌어질 거란 생각에 다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허나 ‘완벽’을 바라던 그 채찍질이···.

“?!”

약점으로 작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 했을 것이리라.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발견한 사람은 경기장 밖에 서있던 뢰브 감독이었다.

그는 거리를 벌린 채로 재혁이 다가오길 기다리던 선수들을 지켜보며 묘한 위화감을 느끼다가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완벽한 수비’를 위해 조정해두었던 라인들 사이에 일어난 균열을 말이다.

황급히 정신을 차린 뢰브 감독이 손을 모아 지시를 내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려 했으나.

투웅!

재혁이 그보다 먼저 선세를 취했다.

느린 속도로 꾸준히 거리를 좁히던 중, 길쭉하게 공을 한 번 차내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재혁의 드리블을 정면에서 맞이하게 된 헥토르.

그는 재혁을 향해 달려들려다가, 당황감보다 먼저 떠오르는 의문에 발이 멎었다.

‘왜지? 왜 저기서 저런 드리블을 시도한 거야?’

분명 기술적으로 성숙한 녀석일 틴데.

저게 실수는 아닐 것이다, 라는 판단에 동작이 멈춘 것이었고, 그 멈췄던 순간에···.

투웅, 퉁!

“헉!”

두 번의 또 다른 긴 터치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재혁은 헥토르를 제쳤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대로 균형이 무너진 헥토르.

그런 헥토르가 무너지는 것을 확인한 다른 독일 선수들의 표정이 변했다.

이번 재혁의 플레이가 전과 너무도 달랐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 변화를 알아차렸을 땐···.

“···아!”

이미 많이 늦은 뒤였다.

재혁이 돌파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중계진들은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격양된 목소리로 떠들었다.

“헥토르를 제친 최재혁 선수! 공을 가지고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최재혁 선수의 움직임에 맞춰 다른 한국 선수들도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요···, 최재혁 선수는 패스를 주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죠? 분명 패스를 보내줄 수 있는 공간이 열렸던 것 같은데요? 최재혁 선수, 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이어서 크로스 선수가 달려듭니다만···. 최재혁 선수, 크로스까지 제쳤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또 드리블을 시작! 단독 드리블 돌파로 벌써 30미터 째입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이동하는 최재혁! 설마 이대로···!”

“후욱, 후욱, 후욱!”

경기 막바지에 시도하는 전력 드리블.

그 고단함이 바로 느껴지는 거친 숨소리를 연신 삼키고 토하길 반복하는 재혁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독일 선수들을 피하지 않고 계속해서 뚫어냈다.

맞서는 게 아닌, 지키겠다고 마음 먹은 상대들을 도륙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명.

그런 재혁의 뒤를 쫓으면서 달려든 단 한 명만큼은 확실히 다른 기세로 재혁에게 달라붙었다.

‘사네! 역시 네가 따라올 줄 알았다!’

‘여기서 더 이상 못 갈거다, 최재혁!’

쿠웅, 초장부터 강한 어깨 충돌로 몸싸움의 포문을 연 두 사람.

하지만 어깨 싸움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거리를 재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사네는 침착한 얼굴로 이어지는 재혁의 행동을 살폈다.

어떤 행동을 취해도 이상할 게 없을 재혁을 막는 법을 아직도 강구해낼 수 없었지만, 재혁을 상대할 때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확실히 배웠으니. 사네는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서 재혁의 행동 하나, 하나들을 유심히 살피며 분석한 것이다.

그런 사네의 눈빛을 바로 읽은 재혁은···.

투웅, 퉁!

바깥으로 공을 한 차례 뺐다가 안으로 집어 넣으면서 그를 따돌려보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쉽게 속지 않는 사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재혁을 노려보며 읊조렸고.

“그동안 네 플레이를 수십, 수백, 수천 번을 지켜봐온 나다. 그정도론 속지 않아!”

“아무래도 그런 거 같네.”

사네의 읊조림에 재혁은 간단히 품평을 내려주며 고개를 작게 주억였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론 통하지 않겠다면서 말이다.

그런 혼잣말 이후.

“···?!”

갑자기 속도를 죽인 재혁을 발견한 사네의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여기서 드리블 속도를 죽인다니.

대체 왜?

그런 의문에 재혁에게 달라붙기 위해 앞으로 반 보 뻗던 사네는···.

“?!”

예상하지 못 한 무언가가 눈앞에 등장한 것에 놀랐다.

귄도안.

재혁이 속도를 죽이면서 뒤로 빠지는 타이밍을 노려 귄도안이 사네와 재혁 사이에 뛰어들어와 공을 노리고 몸을 날린 것이다.

그 짧은 순간 사네와 귄도안의 몸이 교차했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귄도안을 노려보던 재혁의 몸이 천천히 반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시작했다.

동시에 오른발로 공을 당기고, 왼발로 당겼던 공을 빼낸 재혁.

회전의 묘의 끝에 속도를 살리는 기술, 마르세유 턴을 시도한 것이다.

그제야 재혁이 왜 속도를 죽였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사네는 다시 재혁에게 따라붙으려 했으나.

“뭐, 뭐야?!”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귄도안을 넘은 후 이제 자신이 막을 차례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던 사네.

그는 당장이라도 재혁이 튀어나올 것이라 기대하고서 다리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었는데, 그의 예상과 달리 재혁은 그의 앞에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사, 사라졌어?!’

완벽하게 재혁의 존재를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당황한 사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재혁의 모습을 다시 찾았을 때, 재혁은 정중앙에 있었다.

패널티 박스와, 독일 수비수들이 모두 그를 바라볼 수 있는 정중앙 말이다.

대체 왜 저 자리에, 라는 의문을 모든 선수들이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재혁은 간단한 행동으로 자신이 왜 그곳을 찾았는 지를 증명했다.

지체 없이 때리는 중거리 슈팅.

바로 그 슈팅이 이유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슈팅이 골문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네가 중얼거렸다.

“···결국 또 너한테 지는 구나.”

< 209. 결국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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