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 준비된 바늘, 그리고 실 >
“판타지스타요?”
그런 바조의 목소리에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남성이 말끝을 높였다.
갑자기 판타지스타라니?
아니, 그것보다···.
“판타지스타는···, 앞으로 더 이상 없을 거라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현대 축구에서 판타지스타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그랬지, 물론 그랬지.”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신 겁니까?”
목소리 톤은 낮췄지만 전혀 진정되지 않은 목소리로 남성은 다시 한 번 바조에게 물었고, 그런 남성의 질문에 바조는 흐음, 입술을 끌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게 좋을까, 라는 짧은 고민에 잠시간 눈을 감았던 바조는 앉은 자세를 고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내 생각엔 변함이 없어. 현대 축구에서 판타지스타는 팀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 아니야. 오히려 제 살을 깎아 먹는 요소지. 그래서 지금도 축구장 위에 남아 있는 많은 판타지스타들은 본인의 재능을 최대한 숨기고 있어. 그걸 드러내는 순간 감독의 눈밖에 날테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그들이 사랑하는 축구를 할 수 없게 될테니까.”
“그렇지만 바조는 방금···.”
“그렇지만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재능도 있는 법이지.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그래. 호주머니의 속의 바늘처럼 말야.”
“호주머니 속의 바늘이요?”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재능을 바늘을 빗댄 비유.
바조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남성은 계속 고민했으나 쉬이 답을 찾을 수 없었고, 바조는 남성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멈추었던 말을 이었다.
“만약 지금 자네의 바지 주머니 속에 바늘이 있다고 생각해보게. 어떻겠나?”
“음, 엄청 불편하겠죠. 분명 찔릴 테니 말예요.”
“그래, 맞아. 아마 바늘을 그대로 가만 둔다면 허벅지가 멀쩡하지 못 할 거야. 그렇다면 자네는 편해지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선택할 건가?”
“아마···, 바늘을 주머니에서 빼서 다른 곳에 놓겠죠? 바늘이 주머니에 있는 게 문제인 거니까요.”
“그래. 주머니에서 뺀다. 그게 바로 팀에 판타지스타가 등장할 때 감독이 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야. 해당되는 존재를 제거하는 것처럼 간단명료한 해결책이 없으니 말이지.”
“···!”
“판타지스타란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든, 주변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법이거든. 그렇다면 감독으로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존재를 당연히 명단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말야. 만약 바지의 단추가 떨어진다면 자네는 어떡하겠나?”
“단추가···, 떨어져요?”
“단순히 단추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날카로운 모서리에 긁혀 면이 찢어지고, 꿰매야 할 일이 생긴다면 자네는 무얼 가장 먼저 찾겠나?”
“역시 바늘이겠죠. 바지를 고치려면 바늘이 필요할 테니까요.”
남성의 대답에 바조는 빙그레 미소를 떠올렸다.
누군가 듣는다면 억지라고 할 법한 비유였지만, 판타지스타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그랬으니까.
축구장 위에서 억지를 부려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또 경기를 흔드는 것이 판타지스타라는 존재였으니까.
바조는 여기서 중요한 점을 하나 더 꼬집었다.
“하지만 말야, 바늘만으론 바지를 고칠 수 없어.”
바조는 떠오른 미소를 숨긴 후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시선을 옮기며 말을 계속 했다.
“떨어진 바늘을 다시 꿰매려면 실이 필요할 테고, 찢어진 면이 넓다면 거기에 덧 댈 천도 필요해. 이처럼 바늘은 필수적인 요소지만, 바늘 그 자체만으론 상황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거지.”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요?”
“아까도 말했듯, 나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어. 판타지스타라는 존재와 그 존재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 지를 말이지.”
“···!”
“우리가 바늘을 사용하기 위해서 실과 천이 필요하듯, 판타지스타도 똑같아. 적절하게 사용되기 위해선 그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 필요하지. 그걸 나는 감독과 동료 선수들이라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두 명’의 판타지스타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지.”
두 명의 판타지스타.
이름을 말하진 않았으나, 남성은 바조가 말한 두 명이 누구인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최재혁과 유벤투스의 디발라.
지금 필드 위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맞부딪치는 두 명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하리라.
이에 남성이 두 눈을 반짝였고, 기대에 찬 얼굴로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바조는 오늘 경기가 양팀에 속해 있는 판타지스타에 의해 결정이 날 거란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거군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예?”
“아까도 말했듯이 중요한 건 바늘이야.”
“···아, 예.”
“이런, 전혀 이해하지 못 한 눈치군.”
그런 남성을 향해 혀를 쯧쯧 차며 검지를 좌우로 흔든 바조.
바조는 다시 한 번 앉은 자세를 고쳤고, 경기장 위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두 남성, 재혁과 디발라를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결국 중요한 건 바늘. 아무리 고쳐야 할 바지가 있고, 실과 천이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들, 바늘이 자신의 존재가 바늘임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 바늘은 사용될 준비가 되지 않은 거겠지 않겠나? 그렇다면 과연···, 오늘 사용될 준비가 된 바늘은 어느 쪽일까?”
***
투웅, 투웅!
발등으로 공을 밀며 재혁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센터 서클을 지나친 재혁은 한 차례 주변을 훑었고···.
“칫!”
뻐엉!
짧은 잇소리와 함께 재빨리 패스를 건넸다.
그 후 공은 빠르게 굴러 다비드 실바에게 전해졌고, 재혁은 그제야 안도한 듯 참고 있던 숨을 토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뒤에 바짝 따라붙은 선수를 확인하며 넌지시 말을 붙였다.
“수비를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타입인지 전혀 몰랐네요, 디발라.”
“티났어? 내가 마음을 먹으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거든.”
“그 말씀은 지금까지 수비에 전력을 다 하지 않으셨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또 아니고. 그저 그동안 필요한 만큼만 했다고 말하면 이해하려나?”
언제 다가왔는지 재혁의 등뒤에 바짝 달라붙어 자리를 떠난 공을 아쉽게 바라보고 있던 디발라는 재혁의 목소리에 싱긋 웃으며 답했고, 그런 디발라의 말에 재혁은 은근한 미소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동안 수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 오늘은 꼭 수비를 해야만 한다는 말이었으니.
‘이걸 기뻐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모르겠군.’
오늘 기필코 이겨야 하는 상대에게서 기묘한 칭찬을 받았다는 것에 재혁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고···.
‘···무서운 놈.’
그런 재혁의 뒤에 단단히 따라붙은 디발라 또한 복잡한 감정이 뒤엉킨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알레그리 감독과 케디라에겐 자신있게 말했지만, 막상 경기장 위로 올라오니 알 수 있었다.
재혁을 막는다는 것은 그가 가볍게 말했던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상대적으로 재혁과 마주쳤던 횟수가 적었던 전반전에 비해 재혁을 직접 상대하게 된 후반전에서 디발라는 재혁이 속에 품고 있는 칼날의 예리함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틈을 주면 돌파하고, 거리를 내주면 패스한다.
재혁은 그 기본적인 규칙을 흐트러짐 없이 반복하며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재능을 번득일 줄 아는 선수였으니.
디발라는 다시금 멀어지기 시작한 재혁의 뒤를 쫓으면서 한숨을 토했다.
‘평소에 수비 연습을 좀 더 충실히 해둘 걸 그랬어.’
뒤늦게 밀려온 후회가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후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것이었고, 잡을 수 없는 과거에 매달리는 것보단 현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나마 후회를 덜어낼 수 있는 행동이리라.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간 디발라는 달리기에 속도를 붙였다.
재혁에게서 공을 건네받은 실바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전방을 목표로 침투하기 시작한 베르나르두 실바의 발밑으로 절묘한 패스를 바짝 붙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측면을 목표로 이동을 시작한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공이 이어진다면 그 후 맨체스터 시티가 선택할 수 있는 플레이는 두어 개 정도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재혁을 이용한 플레이었으니.
‘만약 공이 이 꼬마에게 온다면 내가 막아야 한다!’
디발라는 그 점을 유의하며 재혁을 쫓아 이동하다가 베르나르두 실바가 올린 크로스가 부폰 골키퍼에 의해 끊어지는 것을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이걸로 한 번 막았다, 라는 안도감에 자연히 흘러나온 한숨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벤투스가 지향하는 축구는 수비와 함께 시작되는 축구였으니까.
“공 보내줘!”
부폰이 공을 던져줄 공간을 찾고 있는 것에 큰 목소리로 소리친 디발라는 재빨리 자리를 잡았고, 기대했던 대로 공이 자신의 발밑에 자석처럼 떨어지자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런 디발라의 미소를 발견한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숨을 죽였다.
지금부터 무언가 시작된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범상치 않은 것이 시작되려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시선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퉁!
디발라가 마침내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재빠른 2대1 패스! 퍄니치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전진을 시작한 디발라가 계속해서 공을 몰고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빨라요! 그리고 예리합니다! 순식간에 베르나르도 실바의 압박에서 벗어난 디발라! 계속해서 전진합니다!”
“이어서 열린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서 다비드 실바가 디발라의 앞을 막아섭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중앙선을 넘어 계속해서 맨체스터 시티를 압박하는 디발라.
그런 디발라를 앞에 두고서 다비드 실바는 침착하게 자세를 낮췄다.
아직 상대가 위험 지역까지 들어온 게 아니었으니, 안전하게 상대를 막아선 뒤 흐름을 끊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디발라가 다가오길 기다리던 다비드 실바는 자신의 판단이 안일했다는 것을 바로 다음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아직까진 괜찮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장소였거늘.
그곳에서 디발라는 높은 패스를 뿌렸고, 원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마, 만주키치! 디발라의 패스가 공간을 읽고 달리는 만주키치의 바로 앞에 떨어졌습니다!”
“세상에, 놀라운 패스였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빈 공간을 정확히 노리고 패스를 찔렀어요! 그런데 그걸 또 만주키치 선수가 제대로 읽고 공을 잡았습니다!”
“수비수들이 뒤늦게 만주키치 선수의 뒤를 쫓습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단단히 등을 진 채로 계속해서 골대를 향해 달리는 만주키치 선수! 이대로 간다면 에데르손 골키퍼 밖에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됩니다! 아, 아닙니다!”
“콤파니!”
‘더 이상 마음대로 못 간다!’
촤아악!
해설자가 외마디 비명처럼 부른 콤파니의 이름.
만주키치가 침투하던 반대 편에서 전력을 다해 달려온 콤파니는 만주키치가 공을 가지고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그 순간을 노려 몸을 날리는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한 것이다.
곧 만주키치와 콤파니, 두 사람이 몸이 겹쳐졌고···.
“아악!”
만주키치가 비명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주심을 향했으나,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온 플레이.
정당한 태클에 의한 수비였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철렁한 가슴을 애써 쓸어내린 맨시티의 선수들은 얼른 튕겨 나간 공을 쫓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든 한 번 막는데 성공했으니, 위험 지역에서 구르고 있는 공을 밖으로 차내기 위해 위치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 밖의 선수가 공을 향해 쇄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다들 헛숨을 삼켰다.
디발라.
처음 만주키치에게 패스를 건네주었던 디발라가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공을 향해 달려들더니 슈팅을 위한 디딤발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라는 생각을 하며 디발라가 슈팅을 시도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맨시티의 선수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어질 상황을 기다렸고.
뻐엉!
굉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대포알 같은 슈팅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고오오올! 디발라 선수! 주인이 없는 루스볼을 논스톱 슈팅으로 때리더니 그대로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눈으로 보고 믿기 힘든 굉장한 슈팅이었어요! 저런 기습 슈팅이 정확하게 골대 구석에 빨려 들어가면 골키퍼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죠!”
“디발라 선수의 전매특허인 마스크 세레머니가 이어지고 유벤투스 선수들이 그런 디발라 선수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리드를 빼앗는 한 골을 보고 기뻐하지 않을 선수가 없겠죠?”
“이걸로 2대1! 승부는 다시 유벤투스가 앞서나갑니다!”
***
와아아아···.
디발라가 득점을 확정 짓는 순간 터져나온 환호성에 귀가 멀 것만 같았다.
기쁨에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유벤투스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눈이 시렸다.
그리고 입 안은 독이라도 씹은 것처럼 썼다.
재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디발라의 득점으로 달라진 점수판을 확인한 뒤 고개를 조그맣게 주억였다.
2대1.
결국 또 상대에게 리드를 허용하고 말았다.
쯧, 혀를 찬 뒤 머리를 긁적이던 재혁은 주변을 살폈고, 자신처럼 표정이 좋지 못 한 동료 선수들을 발견하곤 쓰게 웃었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 어느 누구의 표정이 좋겠는가.
당연한 일이라며 가볍게 고개를 털어낸 재혁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을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과 전체적인 경기 전황을 분석했고, 과연 오늘 경기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 지를 상상해본 것이다.
한동안 말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주억이던 재혁이 얼굴을 들었고, 멈춰있던 발을 움직였다.
그렇게 천천히 한 발, 한 발을 옮겨 콤파니에게 향한 재혁.
실점한 상황에서 선수들을 다독이며 애써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콤파니의 곁에 다가간 재혁이 그에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장. 저 믿으시죠?”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일단 대답해주세요. 저 믿으시는 거 맞죠?”
“그야 당연하지. 내가 같은 팀 동료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겠어?”
“역시 그렇죠?”
콤파니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떠올린 재혁.
재혁은 아직까지도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이고 있는 콤파니에게 재차 말했다.
“그렇다면 경기가 재개되면 저만 봐주세요.”
“너만 봐달라고?”
“네.”
여전히 그게 무슨 의미냐는 듯, 말꼬리를 높이며 되묻는 콤파니.
재혁은 그런 콤파니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패스를 하실 때도, 드리블을 하실 때도, 오늘 경기가 끝날 때가지 다른 곳은 보지 말고 오직 저만 보면서 경기해주세요.”
< 187. 준비된 바늘, 그리고 실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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