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아온 미드필더-185화 (185/225)
  • < 185. 10%의 트릭 >

    분명 맨체스터 시티의 플레이는 외곽에서 죽었어야 했다.

    꽉 막힌 측면에서 자력으로 공간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나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목은 후방에서 반대 방향으로 활로를 찾는 횡패스 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거기서 맨체스터 시티는 전혀 예상 밖의 선택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렸다.

    꽉 막힌 전방을 노리고 뿌리는 종패스.

    플레이와 완벽하게 차단된, 전혀 동 떨어진 자리에서 공간을 찾고 있는 재혁을 향해 공을 건넨 것이다.

    이러한 선택에 디발라가 놀랐던 것처럼,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어떻게든 패스가 연결 되긴 했으나···.

    “기묘합니다. 패스를 시도한 멘디 선수의 선택이 평소와는 많이 다르군요.”

    “보통 저런 상황이라면 후방 자원은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는 게 당연하니까요. 굳이 횡패스를 거르고 위험 부담을 안고서 최재혁 선수에게 공을 건네준 건 분명 이해하기 쉽지 않은 행동이죠. 만약 저기서 패스 끊겼다면 그대로 역습이었고, 또 한 번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점은 어떻게든 재혁이에게 공이 연결 됐다는 거지.”

    씨익.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안토루가 환한 미소를 보이며 읊조렸고, 그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케이트는 그의 어깨를 꼬집으며 쌍심지를 켰다.

    “지금 이 상황을 보고 웃어? 공이 연결 되면 뭐해? 완전히 고립 됐잖아! 재혁이가 공을 받아도 삼각, 사각이 꽉 막혔다고.”

    “아야야! 갑자기 꼬집지 좀 마. 이거 멍들면 오래간다고.”

    “그럼 옆에서 놀리는 것처럼 실실 웃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까?”

    “쯧쯧, 너는 재혁이 여자 친구라는 녀석이 재혁이를 그렇게 못 믿냐?”

    “누, 누가 여자 친구야? 나는 어디까지나 현실적으로···!”

    언제나처럼 안토루의 말 한 마디에 발끈한 케이트는 다시금 손을 뻗어 이번엔 팔뚝을 꼬집으려 했고, 그런 동생의 손길을 재빨리 회피한 안토루는 양손을 펼쳐 보이며 항복 의사를 내보이며 말했다.

    “기다려 봐,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그래봐야 또 시답잖은 헛소리겠지!”

    “헛소리가 아니야. 어디까지나 재혁이와 함께 뛰었던 동료니까 할 수 있는 소리라고.”

    “동료?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와?”

    “그거야 지금 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재혁이와 공을 주고 받아 본 경험이 있어야 하니까.”

    “···?”

    재혁이와 공을 주고 받아 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가 쉽지 않을 거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케이트는 눈썹을 꼬았고, 안토루는 앉은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세에 몰린 풀백이라면 공이 후방에 위치해 있을 때 안전한 선택을 취하는 게 당연해. 혹시라도 공이 끊긴다면 상대는 곧장 역습을 시도할 거고, 그게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면 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거니까. 하지만 최재혁이 중앙에 있다면 말이 달라져.”

    “말이 달라진다고?”

    “왜냐면 최재혁이라는 존재는 현대 축구에 있어서 기형적인 선수거든.”

    기형.

    정상과는 다른 형태라는 말.

    안토루가 기형이란 단어로 재혁을 설명할 때, 케이트는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좋아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단어의 의미 자체는 부정적인 요소를 품고 있었지만, 그게 재혁에게 적용되는 거라면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케이트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안토루는 빙그레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케이트, 재혁이의 경기당 평균 패스 성공률이 몇 퍼센트인지 알아?”

    “신문에서 읽었던 거 같은데. 대강 85% 이상 아닌가?”

    “비슷하게 맞췄어. 정확히는 89.4%지.”

    “높네.”

    “그냥 높은 게 아니야. 그저 몇 경기 아닌, 빅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면서 이만한 성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는 전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니까. 그렇기 때문에 재혁이가 패스를 ‘실패하는 10%’가 중요해.”

    “패스를 실패하는 10%···?”

    “내가 아까 말했지. 재혁이는 기형적인 선수라고. 보통 선수들이 패스를 실패하는 경우는 대부분 비슷해. 공을 전방으로 뿌리며 이동하다가 상대에게 끊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하지만 재혁이의 경우는 달라.”

    대체 뭐가 다른데, 라고 케이트는 침을 삼키며 되물었고, 여전히 미소를 떠올린 채로 경기장을 내려보던 안토루는 물로 목을 한 차례 축인 후 답했다.

    “최재혁이 패스를 실패하는 건 상대에게 패스가 끊겨서 실패하는 게 아니야. 아군이 공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하는 거야.”

    “아군이 공을 못 받아서 실패하는 거라고? 그거나 패스가 끊기는 거나 똑같은 말 아냐?”

    “결과로 본다면 패스가 연결되지 않다는 건 같지만 과정이 전혀 다르지.”

    결과로 향하는 과정.

    안토루는 한 때 재혁과 함께 과정에 있었던 경험을 되새기며 말했다.

    “패스의 기본 전제는 동료에게 공을 연결시키는 거야. 그 후 이제 안전한 방법이냐, 혹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느냐를 놓고 선수는 고민하지. 하지만 재혁이가 고민하는 패스는 평범한 선수들과 조금 달라. 저녀석은 패스를 할 때 받는 상대의 한계 거리를 고민하거든.”

    “받는 상대의 한계 거리···?”

    “어떤 궤도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공과 선수가 얼마큼의 거리를 두어야 패스가 연결될 수 있을까. 재혁이는 이런 실험적인 패스를 경기중 대여섯 번을 시도해. 그리고 그 대여섯 번들 중 몇 번의 실패가 재혁이의 패스 성공률이 90%를 넘지 못하게 만들고 있지.”

    “그렇다면 그거···, 안 좋은 거 아냐? 패스가 연결이 안되면 상대방한테 공격권이 넘어가는 거잖아?”

    “그렇지. 어떤 의미에서든 패스가 실패했다는 건 단어 그대로 아군에겐 위험이 된다는 소리니까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하지만 말했잖아, 재혁이는 기형적인 녀석이라고.”

    확신에 찬 안토루의 목소리.

    그런 안토루의 목소리를 따라 케이트의 두눈이 점점 커졌고, 안토루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계속 했다.

    “오늘 경기에서 재혁이는 지금까지 네 번의 테스트 패스를 시도했어. 그 중 세번을 실패했고, 마지막 한 번을 성공시켰지. 이게 무슨 의민줄 알아? 재혁이는 앞으로 더 이상 실패하지 않아. 지금부터 최재혁의 패스는 100% 성공한다, 라는 의미야. 그리고···.”

    꿀꺽.

    안토루의 말꼬리가 슬그머니 늘어지자 케이트는 침을 삼켰고, 그런 동생을 앞에 두고서 안토루는 자신있게 선언했다.

    “내가 아는 한 테스트 패스로 감각을 완벽하게 조율한 경기에서 재혁이 진 적은 없어.”

    뻐엉!

    그렇게 안토루의 말이 끝이 났을 때, 재혁이 공을 찼다.

    짧고 강한 임팩트와 함께 기다란 꼬리를 남기며 허공을 가르기 시작한 재혁의 패스.

    경기장에 자리한 수만 명의 사람들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저, 저게 무슨 패스야?!”

    경기장 위에서 재혁을 상대하고 있던 선수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낮고 빠르게 날고 있는 공은 패스라기 보다 슈팅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믿기 힘든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저런 패스는 아무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터엉!

    “사, 사네 선수! 사네 선수가 최재혁 선수의 패스를 가까스로 받아내는데 성공합니다!”

    “대체 저걸 어떻게 받을 수 있던 거죠? 받는 선수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던 패스였는데 말예요! 운이 좋았던 걸까요?!”

    사네가 공을 받는데 성공하자 다들 경악하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평가에 차범수는 실소를 흘렸다.

    재혁의 저 패스를 보고 배려가 없었다니.

    바보 같은 소리다.

    오히려 배려는 차고 넘쳤다.

    저런 종류의 패스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패스가 아니었으니까.

    “저건 공을 받게 될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 할 패스였다고. 하긴, 지금 저 패스를 이해할 수 있는 건 같이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 밖에 없겠지. 그건 조금···, 아쉽군.”

    만약 자신이 30년만 더 젊었더라면···, 이라는 바보같은 상상을 떠올리다가 이내 고개를 털어내며 맥주를 한 모금 넘긴 차범수.

    그는 냅킨으로 거품이 묻은 입가를 닦은 뒤 자세를 고쳤다.

    앞으로 펼쳐질 재혁의 마술쇼를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런 차범수의 기대는 금방 현실로 찾아왔다.

    ***

    ‘마, 말도 안 돼! 정말 저 패스를 받았다고?!’

    모두가 놀라고 있던 것처럼, 사네의 앞을 가로 막고 선 케디라 또한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상대를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말도 안되는 패스다.

    아니, 애초에 그게 정말 패스였나?

    차라리 슈팅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릴 것이리라.

    하지만 분명 공은 이어졌고, 케디라는 고개를 털어내면서 눈동자를 빛냈다.

    ‘그래, 운이 좋았던 거야. 운에 기대는 저런 패스가 또 나올리 없어.’

    가능성이 희박한 것에 깊게 신경 쓸 필요없다.

    지금 자신이 걱정해야 할 것은 과거의 플레이가 아닌, 앞으로 이어질 플레이니까.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자세를 낮추고 사네를 관찰하기 시작한 케디라는 재빨리 주변 상황을 읽었다.

    분명 위험 지역까지 공이 넘어온 것은 사실이나 중간 빌드업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온 탓에 수비 숫자가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키는 수비가 아니라 빼앗는 수비에 나서는 게 이득이다!’

    콱!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디딤발에 힘을 주어 앞으로 나선 케디라.

    아군의 숫자가 상대보다 배는 많았으니 케디라는 사네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각을 좁히면서 사네를 한계까지 압박해 커버로 들어올 선수와 함께 사네의 발밑에 있는 공을 뺏을 계획을 세웠다.

    지금 상황에서 상대가 공간을 점한 채로 시간을 끌게 내버려 둔다면 그건 오히려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꼴이었으니까.

    가능하면 유리할 때 최대한 빨리 상황을 정리한다.

    그런 생각과 함께 몸을 움직이던 케디라는 자신의 뒤에서 움직임을 취하는 콰드라도를 발견하곤 미소를 떠올렸다.

    콰드라도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자신의 행동에 곧장 반응한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망설일 이유가 없지!’

    투웅!

    사네와의 거리를 서둘러 좁힌 케디라는 곧장 체중을 실어 어깨를 부딪쳤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몸싸움처럼 보이겠지만 이건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행동이었다.

    공을 지키기 위해선 상대도 어쩔 수 없이 자신과 어깨를 맞부딪쳐야 했고, 상대가 공을 지키기 위해 어깨를 건다면 그 후 공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어깨가 지키고 있는 방향 밖에 남지 않으니까.

    케디라는 어깨를 타고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에 미간을 찌푸렸으나, 상대가 선택한 방향을 확실히 읽곤···.

    ‘경기장 안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웃었다.

    사네가 내린 선택은 터치 라인이 존재하는 바깥이 아닌 경기장 안쪽.

    아마 자신의 뒤에 위치한 콰드라도를 경계하고 내린 선택이겠지만, 이는 오히려 수비수들에게 둘러 싸여 자신을 가두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리라.

    그리고 머지않아 예상대로 수비벽에 막혀 발이 죽은 사네를 노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린 케디라는 착실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아직 어린 상대가 경험 부족으로 아쉬운 판단을 내린 건 안타까웠지만, 적을 동정할 정도로 챔피언스 리그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기회가 왔으니 확실히 목을 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사네의 공을 뺏어 오기 위해 발을 뻗던 중···.

    투웅!

    “?!”

    발밑에 머물던 공이 자리를 떠나는 것을 확인하곤 눈썹을 찌푸렸다.

    여기서 패스라니?

    분명 공을 줄 수 있는 상대는 없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공을 쫓아 시선을 옮기던 케디라의 동공이 바짝 말랐다.

    전혀 상상하지 못 한 선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네의 패스를 받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재혁?!’

    맨시티의 88번, 최재혁.

    대체 언제,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재혁은 사네에게서 패스를 건네 받더니 곧장 드리블을 시작했고, 재혁의 존재를 발견하기 무섭게 케디라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그 뒤를 쫓았다.

    예상치 못 한 상황이 갑작스레 이어진 탓에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노련한 선수답게 즉시 상황에 적응한 것이다.

    분명 재혁의 존재는 그의 예상을 벗어난 이레귤러였지만···.

    ‘놈은 사네의 불리한 상황을 그대로 이어 받았어! 결과적으로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모든 일들은 자신의 통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확신을 심은 케디라는 퍄니치와 함께 재혁을 거칠게 압박했고, 충격에 흔들리는 재혁을 노려보면서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다가 얼른 발을 뻗었다.

    몸싸움에 집중하면서 공에서 잠시 발이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

    공에 대한 영향력이 옅어진 바로 그 순간이 공을 뺏어낼 적기였으니 태클을 망설일 이유가 없던 것이다.

    그렇게 쭉 뻗은 케디라의 오른발 끝이 공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도 짙어졌다.

    이대로 공을 빼앗는다면 전반전은 무실점.

    확실한 승리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것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얼굴 위로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케디라의 미소는 머지않아 모습을 감췄다.

    뻐엉!

    ‘칫, 약간 늦었나.’

    자신보다 재혁의 행동이 미세하게 빨랐는지, 그가 공을 건드리기 전에 재혁이 먼저 공을 차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하다.

    지르기에 가까운 저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

    공을 쫓아 고개를 돌리던 케디라는 등골을 훑고 지나간 한기에 한 순간 바짝 얼었다.

    그러면서 설마, 라는 생각과 함께 시선을 옮기며 소리쳤다.

    “마, 막아야 돼!”

    “아니, 이미 늦었어.”

    그런 케디라의 외침을 들었는지, 관중석에 앉아 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린 안토루.

    안토루는 재혁이 뿌린 패스가 향하는 방향을 확인하곤 재차 뇌까렸다.

    “이건 체크 메이트야.”

    토옹!

    “또 한 번! 최재혁 선수의 고속 패스가 또 한 번 사네 선수에게 연결 됐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연속이라뇨! 하지만 계속 놀라고 있을 수 없습니다! 상대 센터백 사이를 파고드는데 성공한 사네 선수, 공의 속도를 그대로 살리면서 계속해서 파고 들고 있어요!”

    “키엘리니 선수가 전력을 다해 사네의 뒤를 쫓아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해보지만···, 짧습니다! 이미 속도가 붙은 사네 선수,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을 치고 달립니다! 그대로 박스 안까지 침투!”

    “부폰 골키퍼가 각을 좁히기 위해 황급히 달려듭니다···만, 사네의 한 템포 빠른 오른발 슈팅! 공은 그대로 비어있는 옆구리를 뚫고 지나가 골망에 걸립니다! 동점골! 맨체스터 시티가 마침내 득점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주심이 휘슬을 불면서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세상에, 믿을 수가 없군요.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완벽한 경기를 운영하던 유벤투스가 전반전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허용했어요. 대체 이걸 어떤 말로 설명을 해야···.”

    너무도 갑작스런 전개에 중계진이 놀라 고개를 젓고 있는 모습이 TV에 나왔고,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두눈을 껌뻑이고 있는 중계진을 향해 차범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알고 싶어하는 답을 본인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차범수의 오묘한 미소를 발견한 재희는 그의 어깨에 매달리며 차범수에게 물었다.

    “대체 뭐였어요? 어떻게 골을 넣은 거예요?”

    “후후, 알고 싶니?”

    “네.”

    “그건···, 비밀이란다.”

    “비, 비밀이요? 갑자기 왜요?!”

    “마술 트릭이란 건 원래 비밀로 남아 있어야 더 재밌는 법이거든. 그리고···.”

    슬쩍 시계를 살핀 차범수는 다시 재희를 향해 시선을 옮기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으니까. 마술쇼가 끝나려면 앞으로 45분이나 더 남았잖니? 조금만 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기다려보자꾸나. 재혁이가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게 이걸로 끝이 아닐테니 말이다.”

    < 185. 10%의 트릭 > 끝

    ⓒ 권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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